[이 책 한번 잡솨봐]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의 기쁨’ 외 3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기쁨, 김학철 지음, 문학동네 펴냄

바울은 신약성서의 절반 이상을 기록한 ‘기독교의 실제적 창시자’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기쁨>은 이 ‘바울’에 대해, 다시 말하자면 ‘기독교’에 대해 쉽고 간결하게 소개하는 입문 교양서이다. 저자 김학철 교수는 이 책을 ‘종교 문맹’들을 향한 교양서이자, 바울과 기독교의 탄생이라는 ‘위대한 순간’에 대한 재조명으로, 동시에 성서를 통해 오늘의 새로운 희망을 찾는 시도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렇기에 쉽고 친절하며, 오늘 이 시대에 적실하고, 기독교 복음이 가진 급진성과 희망을 충분히 담고 있다.

바울이라는 이름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 그를 둘러싼 민족적, 사회적 맥락과 배경을 충실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복음과 구원, 그리스도에 대한 그의 사상, 교회를 통해 구현하고자 한 급진적 사랑의 윤리까지 두껍지 않은 분량에 충실하게 소개했다. 특히 아감벤, 지젝, 바디우 등 현대 철학자들이 바울에 대해 논의한 내용까지 충분히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쉽고 간결하게 쓸 수 있다니 저자의 내공이 놀라울 따름이다. 최근 많이 나온 ‘바울의 칭의론’, ‘바울의 성령론’ 등에 관한 두꺼운 책들에 비하면 이 얇은 책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감히 말하건대 이 책이 훨씬 유용하며, 복음의 급진성과 희망에 대한 우리 시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현철 연구원

무신론자들의 망상, 데이비드 벤틀리 하트 지음, 한성수 옮김, 한국 기독교 연구소 펴냄

‘신무신론자’들의 도전 앞에서 많은 기독교 신앙인이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여러 논객이 <만들어진 신>을 겨냥하며 반박을 쏟아냈지만, 우리의 위기와 우려를 썩 만족스럽게 해소하진 못했다. 주목받는 동방정교회의 신학자 데이비드 벤틀리 하트의 <무신론자들의 망상(Atheist Delusions)>은 무신론자들의 논리 하나하나를 찔러 쪼개 반박하기보다는 ‘기독교 사상의 문명사적 의미’라는 거대한 성채를 가져다 무신론의 논의 자체를 무위로 만들어버리는 대범한 스케일을 보여준다. 2천 년 역사를 훑으며 기독교가 역사에 이바지한 바를 하나하나 짚어가는 벤틀리 하트의 솜씨는 대단히 매혹적이다.

책을 보다 보면 신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도킨스와 무신론자들의 비전은 오히려 그들의 망상에 불과했다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망상에 사로잡힌 듯 보이던 기독교인들이 사실은 이렇게 촘촘한 역사와 사상의 맥락 속에 있으며, 인류 문명의 진보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다만 문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그걸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고, 또 <만들어진 신>에 비해 <무신론자들의 망상>은 너무 안 팔리고, 안 읽히리라는 것이다. 무신론자들의 공격에 대해선 이제 그만 걱정하고 이 책을 사서 읽자. 그래서 우리가 계승하고 있는 유산과 전통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품고 다시 한 번 그리스도인들의 혁명(The Christian Revolution)을 도모해보자. -박현철 연구원

하나님 나라의 비밀, 스캇 맥나이트 지음, 김광남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나는 종종 스캇 맥나이트의 책에 추천사를 써왔다. 그는 빼어난 성서학자이고, 목회적 감수성과 교회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갖고 저술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 책은 간단치 않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버전의 ‘하나님 나라 신학’ 전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하고 있다. 이 책은 조지 래드, 아브라함 카이퍼, 리차드 니버, 월터 라우셴부쉬, 위르겐 몰트만, 구스타브 구티예레즈, 제임스 헌터, 짐 월리스, 토니 캠폴로, 쉐인 클레이본 등을 검토하며 이들이 주장하는 ‘하나님 나라’가 성경적인지 묻는다. 쉽게 말하면 나도 종종 언급하는 ‘하나님 나라는 교회보다 크다’는 주장은 옳은가 묻는 것이다.

현재 성공회 목회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아나뱁티스트 전통을 강력한 신학적 자원으로 삼아 논의를 펼치고 있다. 나는 ‘완전히 설득당할 뻔했다’고 추천사에 썼다. 자칫하면 그의 주장은 ‘교회가 곧 하나님 나라’란 단순 환원론으로 읽힐 소지가 있다. 그가 공적 영역에 대해 기독교 신앙이 말하는 복음, 구원, 하나님 나라를 풀어가는 대목에서는 성서학적으로 강력하나, 정치사회학적 언어와 개념의 활용에는 그만큼 업데이트되어 있지 않다는 아쉬움을 느낀다. 제대로 읽힌다면 ‘하나님 나라 신학’ 논의에 상당히 격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 파장이 벌어질까? 나는 그냥 수군수군하다 말지는 않았으면 싶다. 좀 기다려 보련다. -양희송 대표

기도필사, 고진하 지음, 지혜의 샘 펴냄

살다 보면 ‘기도 잘하게 생긴 사람’이 있다. 내가 관상을 본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뭔가 묘하게 뿜어내는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책이나 기사, 사진으로 본 고진하 목사는 ‘기도 잘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그에게서는 소위 부흥사들이 무용담처럼 쏟아내는 하루 8시간 통성기도의 아우라가 아니라, 골방과 자연 속에서 하나님과 자신만의 내밀한 대화를 일상에 녹여낸 사람이 뿜어내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그가 사랑하는 기도문들을 모아 <기도 필사> 책을 냈다. 교부들과 수도자들부터 현대의 신학자들의 기도문과 영적인 글들을 알뜰하게 모았다. 그는 ‘선배들의 기도문을 읽으며 아프고 괴롭고 뭉클한 순간이 많았고,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겐 큰 배움의 기회였다’고 고백한다. 요즘 유행을 타고 나오는 필사 책 중에 수준 이하의 글이 담긴 책들이 더러 있어 우려했는데, 이 정도의 기도문을 모아둔 책은 한 권 소장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 책을 베끼는 이도, 그냥 읽기만 하는 이도 기도를 배울 특별한 기회를 얻을 것이다. -박현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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