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처럼 – 시로 만나는 윤동주’ 외 3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처럼 – 시로 만나는 윤동주>, 김응교 지음, 문학동네 펴냄

윤동주는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시인 중 한 사람이다. 내게도 마찬가지다. 교과서에 나오기 때문에 외우고 읽어 내 머리에 새겨진 그의 시구들은, 청년기를 지나며 내 삶에 스며들기 시작해 그가 죽은 나이보다 훨씬 더 살아버린 지금에는 내 영혼 깊이에 새겨져 있다. 어릴 적 부터 암송한 성경 구절들처럼, 윤동주의 시구가 내 영혼에 남아서 때때로 나를 흔들고, 부끄럽게 하고, 또 위로한다. 그래서 윤동주에 관한 책들은 꼭 챙겨 읽곤 했는데, 사실 윤동주의 시 만큼 감동을 주는 윤동주에 관한 책은 잘 보지 못했다.

김응교 교수의 <처럼>은 윤동주에 대해 자세히 풀어 설명하는 책이지만, 설명에 그치지 않고 윤동주의 시 못지않은 감동을 우리에게 준다. 윤동주를 읽기 위해 중국어를 공부하고, 맹자를 읽고 투르게네프를 읽었다는 저자는, 집요한 학자의 눈으로 윤동주의 주변을 탐구하고 그의 삶을 재구성해낸다. 하지만 그뿐 아니라 저자는 윤동주와 깊이 공감하며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고, 슬픔 곁으로 다가서며, 세상과 나에게 악수를 청하고 함께 눈물 흘리는 삶을 스스로 살아낸 시인이었다. 오늘을 사는 시인의 언어로 그려낸 윤동주는 생생한 감동과 부끄러움을 우리에게 준다. 고은 시인이 이 책에 대해 “윤동주의 순결에 김응교의 순결이 닿아있다”고 말한 바는 그야말로 정확하다. 김응교 교수를 통해 윤동주의 시 이야기, 삶 이야기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축복이다. 정말 아름다운 책이다. -박현철 연구원

<대통령 예수>, 셰인 클레어본・크리스 호 지음, 이주일 옮김, 죠이북스 펴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책이 새로 나왔다. <대통령 예수>는 부제도 ‘평범한 급진주의자를 위한 정치학’이라고 붙었고, 책 소개 첫머리부터 “기독교인의 정치적 상상력을 촉발시키기 위한 책”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쉽게 판단하지 말기를 바란다. 한국 사회, 특히 한국 교회에서 우리는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특정 정치적 입장에 대한 동의 혹은 비판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교회에서 정치적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정치적 주장’에 목소리 높이는 코미디가 한국 교회에 비일비재하다. 한국적 의미에서 이 책은 전혀 ‘정치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책은 어느 정치적 입장에 동조하라고 말하거나 기독교 신앙은 어느 후보를 지지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정치적 입장을 뛰어넘어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삶인지를 말할 뿐이다. 기독교적 정치가 아니라, 기독교인의 정치에 대해 말한다고 하면 좀 더 정확할까? 화려한 미국에서 변방을 자처하며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두 저자의 삶과 신앙이 생생히 녹아들어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기존에 있던 책이 절판되고, 새로 번역해 출간하는 과정에 사진과 일러스트로 가득했던 원서의 화려한 편집을 싹 지워내고 텍스트 중심으로 바꾸었다. 비교적 보수적인 한국 독자들이 읽기 쉬워진 면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사진들은 좀 살려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책이 다시 읽힐 수 있다니 어쨌거나 기쁘고 감사하다. 내친김에 쉐인 클레이어본의 <Common Prayer>도 누군가 번역해주면 좋겠다. -박현철 연구원

<어둠 속의 비밀>, 프레드릭 비크너 지음, 홍종락 옮김, 포이에마 펴냄

한국 기독교 출판계에 미국 저자들의 영향이 강하다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저명한 작가지만 한국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이들이 종종 있다. 작년에 출간된 <어둠 속을 걷는 법>의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도 그렇고 이번에 출간된 <어둠 속의 비밀>의 프레드릭 비크너도 마찬가지다. 문학적 언어, 일상적 맥락에서 성경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들의 설교나 에세이가 신학적・교리적 언어, 선포적 문체가 주로 환영받는 한국 상황에 적절하지 못해서 그런가 짐작해 볼 뿐이다.

<어둠 속의 비밀>은 프레드릭 비크너의 여러 책에서 37편의 설교문과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무언가 알기 위해, 배우기 위해 정독한다기보다는 곁에 두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뭔가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하고 싶을 때, 일상에 숨겨진 신비를 발견하고 싶을 때 들춰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한 가지 의견을 제시하자면, 책 앞뒤로 가득한 추천사들과 해설, 서문은 접어두고 바로 본문부터 읽으면 좋겠다. ‘어둠’을 언급하는 제목에도 크게 기댈 필요 없겠다. 비크너는 추천사가 없어도 충분히 권위 있는 저자며, 이 책의 내용은 선지식이나 문제의식이 없어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내용이다. -박현철 연구원

<기독교 교리와 해석학>, 앤서니 티슬턴 지음, 김귀탁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이 책은 차마 사라고 추천은 못 하겠다. 가격은 5만 원에 1086쪽짜리 대작이다. 영국의 노팅엄 대학에서 오랜동안 교수로 가르치다 은퇴한 티슬턴은 일찍부터 기독교의 해석학(hermeneutics) 분야에 독보적 권위자였다. 해석학과 관련된 철학적 이론과 그 쓸모에 관해 관심을 가졌던 그리스도인이라면 그에게 빚을 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가 있었기에 영국 복음주의권의 성서해석은 단순한 문자 주의에 머물지 않고 풍성한 학문적 논의와 병행할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저술은 성서 해석학 분야의 표준적 안내서이자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과거의 저술이 주로 성서해석에 관심을 두었던 것과 달리 이번 책은 ‘교리(doctrine)’에 주목했다. 분량으로나 내용으로 볼 때 이 논의의 결정판 역할을 염두에 둔 저술임이 분명하다.

제1부와 제2부는 교리 해석학의 이론적 논의를 풍성하게 다뤄준다. 제3부는 조직신학의 주요 주제들을 해석학적 질문과 더불어 하나씩 재구성한다. 신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필히 탐독하기를 권한다. 이론이 낯설고 논의가 어려워도, 우리가 당연시하는 교리가 이런 질문과 토론을 통과한 이야기임을 깨닫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평소 인문학이나 약간의 철학적 선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문제의식을 쉽게 이해할 것이다. 이 책을 차마 사라고 추천은 못 하겠다. 그러나 이런 책을 버젓이 읽어내는 성도들이 많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 나의 꿈이 너무 야무진가? -양희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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