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 매거진

[이 책 한번 잡솨봐] ‘오두막’ 외 4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오두막>, 이재영 지음, IVP 펴냄

간증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적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으며 은혜와 감동을 강요하는 책은 정중히 사양하는 편이다. <오두막>은 전형적인 간증집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어서 선뜻 읽기 어려웠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띠지에 적힌 문구(‘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믿음의 일꾼이라니!)가 전형적인 간증집이요, 책에 담긴 스토리들(출소자들과 함께 사는 인생역전스토리!)도 전형적인 간증집 스토리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읽은 <오두막>은 달랐다! 역시나 간증집이지만 자신들이 받은 은혜를 호들갑스럽게 자랑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책 내내복음에 관한 사려 깊은 성찰이 알차게 담겨있었다. 게다가 문장마다올곧은 삶을 추구해온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겸손이 느껴져서 진심으로 감탄하고 감동하며 읽었다. 이 책은 소외계층의 이야기고, 그들과 함께 시골에서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사람들에 관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다. 도시의 평범한 일상을 사는 나와는 분명 괴리가 있는 이야기일 텐데도, 전혀 그렇게 읽히지는 않고 오히려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것이 복음이 가진 보편성이 아닐까 싶다. 박현철 연구원

<라인홀드 니버>, 리처드 해리스 지음, 안태진 옮김, 비아 펴냄

비아에서 출간하는 문고판 시리즈는 전권이이 책 한번 잡솨봐에 소개되었다. 출판사 로비 의혹이 제기되거나 주례사 추천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 영리하게 기획된 책을 소개하지 않고 넘어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번에 출간된 <라인홀드 니버>도 비아 문고판 전작의 미덕을 그대로 담고 있다. 족보를 따져보면 미국 현대 신학의 시조새 격이지만, 사실상 한국에서는 잘 소개되지 못한 신학자를 짧은 분량에 충실히 소개했다. 니버의 주요 저작을 짚으며 그의 관심과 논지를 정리해 그가오바마가 가장 영향을 받은 철학자로 자리매김한 이유를 잘 밝힌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인 라인홀드 니버의 저작과 같이 읽을 책을 정리한 부록 역시 알찬데, 번역된 니버의 저작들이 여전히 오래전에 출간되었거나 부실한 번역서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는 건 유쾌하지 못한 일이다.

라인홀드 니버는실용주의자혹은현실주의자라는 평가가 말해주듯이 신학으로 자신이 처한 시대의 현실을 보려 노력했고, 동시에 시대의 현실로 신학과 기독교 신앙을 냉철하게 보려 노력한 신학자이다. 생각이란 것이 전혀 없는 맹목적 신앙 외에도, 지나치게 순진하고 이상주의적인, 약간은 허황되기까지 한 생각들이 소위급진적이라는 이름 아래 유통되고 있는 한국 교회와 사회에 니버의현실적인 이상주의, 이상적인 현실주의가 새롭게 발견되기를 바라본다. 박현철 연구원

<교회세습, 하지 맙시다>, 배덕만 지음,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편집, 홍성사 펴냄

교회 세습은 한국교회 몰락의 원인이자 결과로 악순환하는 대표적 사례다. 그간 언론 보도만으로는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이 사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어려웠는데, 이 주제에 관한 필독서가 될 책이 나왔다. 한국교회에교회 세습이란 사안이 크게 문제가 된 것은 1997년 충현교회 사건부터다. 그 이후 2000년대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서 유력한 대형교회, 교단의 대표교회들, 한기총의 대표회장 출신 교회들이 대거 이 시기에 세습을 감행했다. 한국교회는 그 후유증을 지금까지 앓고 있다.

이 책은 2012년 결성된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활동 결과물이다. 세습의 배경과 원인, 역사와 현황을 다룬 1, 주요한 세습 옹호의 논리와 이에 대한 저항의 기록을 담은 2, 세습 문제에 대한 신학적 고찰을 담은 3부로 구성되었는데 한 번에 바로 훑어내릴 분량이라 부담스럽지는 않다. 주제의 적실성에 비해 단행본으로서의 완성도는 좀 아쉬움이 있다. 대중서를 지향한다지만 내용과 디자인은 미스매치로 보이고, 세습에 관한 신학적 고찰은 나열식 지적에 그치고 있어서 더 밀도 있는 논의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겠다. 무거운 주제를 학술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실용적 핸드북처럼 기획하였고, 이대로도 많은 수요가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책들의 시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독자가 선택할 것을 염두에 둔다면 좀 더 만듦새에 있어 보수적 접근을 택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양희송 대표

<종교개혁 이야기>, 사토 마사루 지음, 김소영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사토 마사루는 낯선 저자이지만 작년에 일본 도쿄의 대형서점에 갔다가 그의 책들이 인문사회 코너에 줄줄이 깔린 것을 보았다. 그는 도시샤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외무성 관리로 러시아 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북방영토 반환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정쟁에 휘말려 2002년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되어 512일간의 감옥생활을 거쳤던 풍운아로 알려져 있다. 2005 <국가의 덫>을 비롯하여 여러 권의 사회비평 책을 집필하며 좌우의 진영논리를 넘나드는 대표 논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책은 종교개혁자 얀 후스를 집중 조명하는 책이다. 일본의 현재에 대한 사회평론을 수행하고 있는 처지에서 근대의 성립 자체를 재검토하려는 관심을 두게되면서 15세기 체코의 얀 후스를 이 분기점으로 포착했다. 그가 즐겨 인용하는 체코의 신학자 요세프 흐로마드카(Josef Hromadka)에 의하면, 존 위클리프의 종교개혁은 신학자와 지식인들의 범주에 머물렀지만, 후스에 와서 비로소 로마교회가 유일한 보편적 교회란 중세적 교회관이 해체되고, 근대적 민족의식의 맹아가 엿보이고 이것이 정치 사회적 변화까지 끌어내었으므로 마땅히 제1차 종교개혁이라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루터와 츠빙글리, 칼뱅 등은 이를 더 널리 확장한 제2차 종교개혁가들로 간주할 수 있다. 사토 마사루의 이런 접근은 매력적이다. ‘종교개혁이라는 키워드로 현대 일본을 포함하는 근대세계의 시작을 규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적 자산으로 삼으려는 관심을 전면화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논의는 한국에서도 당연히 필요하다 생각한다. 개신교인이 인구의 0.4%에 불과한 나라에서는 이런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한때 천만 성도를 운위하던 한국에서는 시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일본 고유의 신학용어를 사용한 탓에 종종 생경한 단어들이 눈에 띄지만, 역사/신학적 서술은 그렇게 파격적이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와 일본사회의 서사를 적절히 섞어가며 사회사상사적 맥락에서 종교개혁, 특히 얀 후스를 이렇게 재발굴하는 인문학적 관심이 충만한 책을 접한다는 것은 매우 감동을 주는 일이다. 양희송 대표

<밥상정복>, 레이첼 마리 스톤 지음, 홍병룡 옮김, 아바서원 펴냄

‘이 책 한번 잡솨봐’ 코너 제목과 가장 어울리는 책이 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음식이야기를 하는 신앙 서적이라니! 두꺼운 신학 서적, 무거운 거대담론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낯선 주제일 것이다. 저자 또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낯선 여성 작가다. 성경에서 먹을 것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궁금하여 성서학을 공부하며 요리, 외모, 자아상 등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낸 저자의 이력을 보니 새삼, 한국의 그리스도인 독자들에게도 이런 주제를 다룬 책, 재기발랄한 여성 필자의 존재가 더는낯선존재가 아니길 바라게 된다.

성경에서 찾은 일곱 가지 행복 식사 매뉴얼이라는 부제가 붙은 <밥상정복>은 비록 미국 이야기지만 먹방, 쿡방, 혼밥 등 각종 음식 이야기가 넘실대는 우리 사회에도 해당하는 보편적 이야기를 싱싱하게 포착했다. “하나님은 애초부터 모두가 잘 먹도록 설계하셨다는 저자는먹는 존재로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가득 담았다. , 환경, 공동체, 창조성 등 음식에 관해 우리가 생각해야 마땅하지만, 미처 그러지 못했던 일곱 가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편식을 하며 살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장별로 새로운 이야기들이 제철 재료로 정성껏 지은 음식처럼 풍성하게 차려져 있다. 게다가 하나의 장이 끝날 때마다 함께 나눌 식사 기도와 토론 과제도 디저트처럼 담겨있으니 함께 읽으며 우리 일상을 더욱 조화롭고, 풍요롭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수다 공동체를 꾸려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만들고 먹는다면 금상첨화겠다. 우리는 더 즐겁고, 공평하고, 정의롭게 잘 먹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니 이 책 한번 잡솨봐~ 오수경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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