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한나의 아이’ 외 5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한나의 아이>, 스탠리 하우어워스 지음, 홍종락 옮김, IVP 펴냄

전기, 특히 자서전을 읽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한 인물을 형성한 사건들을 보며 그의 ‘사상’이 형성된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유익한 일이지만, 누군가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보며 그의 고뇌와 투쟁을 엿볼 수 있다면 나를 격려하고 위로해주는 친구 하나를 얻는 셈 아닐까. 그렇게 얻은 친구가 스탠리 하우어와스라면 이보다 더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스탠리 하우어와스의 회고록 <한나의 아이>는 우리에게 위대한 신학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의 따뜻하고 친절한 조언으로 위로받을 기회를 주는 설레는 책이다. 출생부터 학문적 훈련과 성장, 가정사까지 진솔하게 내보일 뿐 아니라 그를 재료로 삼아 자신의 신학을 집대성한다. 신학자의 회고록일 뿐 아니라 신학적 회고록, 신학으로서의 회고록이다. 하우어와스 특유의 솔직 담백한 문체 덕분에 쉽게 읽히며, 어마어마한 현대 신학자들과의 에피소드들이 양념처럼 재미를 돋군다.

출판사에서 부제처럼 내건 ‘정답 없는 삶 속에서 신학하기’라는 문구와(하지만 이 책의 정식 부제는 ‘신학자의 회고록 Theologian’s memoir’이다) 정신질환을 앓은 아내와의 힘겨운 결혼생활과 관련한 에피소드 덕분에 출간 직후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는 모양이다. 한 가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건, 이 책의 방점은 ‘정답 없는 삶’보다는 ‘신학하기’ 혹은 ‘신앙하기’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위대함은 단지 인생의 어두운 면을 견뎌왔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신학함’을 통해 우리가 쉽게 외면하거나 회피하려는 인생의 어두운 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범을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신학자도 인생에 정답이 없다더라’며 쉽게 하우어와스를 소비하기보다는, 인생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끌어안으며 자신의 삶으로 신학을 형성한 신학자를 친구 삼아 우리의 삶과 신학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란다. -박현철 연구원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김기현 지음, 복있는사람 펴냄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는 2008년 처음 출간된 김기현의 초기 대표작이다. 이 책은 그 책의 개정판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당신들이 있었다’로 시작하는 머리말만 새겨 읽어도 우리는 이 심상치 않은 책에 스민 아픔의 폭과 깊이를 가늠한다. 아버지의 부재가 그에게 남긴 길고도 쓰린 그림자, 자기 삶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갔던 가난과 실패, 시대와 구조의 불가항력 폭력, 그리고 기독교. 이 고통에 대해 물 한 바가지 해갈의 기쁨도 주지 못했던 기독교의 천박함 앞에 몸을 떨었을 그를 충분히 실감한다. 그 목마름과 굶주림 속에서 ‘하박국서’를 만나고, 이 분노의 예언자에 의지해서 자기 분노와 항변을 가감 없이 실어내었던 결과물이 이 책이다. 무난한 목회적 처방을 담는 것이 미덕인 한국교회 설교의 현장에서는 원천적으로 나올 수 없는 목소리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은 개인 김기현이 자기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 대한 덕분이다.

이 책의 특장점은 자전적 이야기와 성경 내러티브를 얼마나 잘 엮어냈는가에 있지 않다. 그가 간결한 단문으로 율동감 있게 써내려가는 틈틈이 적확하게 인용된 문장들은 그가 단지 울부짖는 맹수처럼 자기 상처를 쓰리게 핥으며 거센 숨만 몰아쉬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책을 먹어치우고, 성경을 씹어먹으며 오직 하나의 질문만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해왔음을 웅변으로 입증한다. 어느 설교자의 강해집에서 ‘고통’이란 주제를 이토록 실존적으로, 그리고 압도적이고 집요한 독서로 파고들어간 불퇴전의 결기를 만날 수 있겠는가? 이 책은 독보적이다. 그는 사석에서 종종 이 책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이 책 덕분이라고. 오늘도 고통의 바다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쳐다보는 분들의 손에 조용히 건네드리고 싶다. -양희송 대표

<마가복음 뒷조사>, 김민석 지음, 새물결플러스 펴냄

나는 시골에 살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도시로 이사했다. 교회도 아주 작은 시골교회에서 꽤 규모가 있는 도시 교회로 옮겼는데, 도시 교회의 첫인상은 총천연색으로 인쇄된 어린이 주보, 정확히는 그 주보에 실린 만화였다. 교회생활이나 신앙에 대한 짧은 4컷의 만화는 내 어린 시절의 신앙 교과서이자, 주일 아침 ‘디즈니 만화동산’을 포기하고 교회로 향하는 나에게 하나님이 주신 작은 위로였다(물론 그보다 더 큰 위로는 달란트 시장이었지만). <마가복음 뒷조사>는 유년의 위로를 떠올리게 하는 반가운 만화다. 만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마가복음 뒷조사>는 복음서를 허위사실 유포 및 대중 선동죄로 고발하기 위해 수사하는 사판 검사와, 증인으로 불려나온 나귀 하몰(예수님이 예루살렘 입성 때 탔던 나귀의 68대 후손이라고 한다)간의 심문과 논박 과정을 통해 복음서의 역사성과 신빙성, 그 메시지(주로 기독론)를 설명하는 만화다. 간략한 스토리 라인이지만 만화라는 친근한 형태로 주고받는 질문과 답변을 흥미롭게 풀어냈고, 무엇보다 현대의 성서학 연구들을 충실하게 반영해 묵직한 내용을 채웠다. 물론 오래전부터 기독출판에서도 어린이용이나 성인용으로 만화가 적지 않게 나왔지만, 이 처럼 진지한 성서학적 연구를 충실하게 담은 책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나는 참된 신앙을 갖기 위해 두껍고 어려운 신학 책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절대 반대다. 그 신학을 쉽게 녹여낸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는 데는 적극 찬성이다. 내용으로서도, 콘텐츠의 형태로서도 주목하고, ‘잡솨’ 볼만한 책이다. -박현철 연구원

<예수: 생애와 의미>, 리처드 보컴 지음, 김경민 옮김, 비아 펴냄

우리가 교회 내에서 유통하고 있는 예수 이해는 우리 시대 교양인들의 질문과 대화에 충분히 열려있는 것일까? 전도용 소책자에서 흔히 발견하는 단순한 순환 논리, 정해진 신앙고백을 수호하기 바쁜 방어적 변증, 개별적 사례를 보편원리로 갈등 없이 비약하는 미덥지 않은 신앙 간증 등을 거치지 않고 예수에 이르는 길은 없는 것인가? 물론 ‘예수’를 일반 독자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게 소개하려는 시도는 수없이 많이 이루어졌기에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좋은 선택지가 존재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던 차에 옥스퍼드대학출판부에서 나온 유명한 문고판 인문학 개론 시리즈 ‘A Very Short Introduction’의 <예수>의 저자가 리처드 보컴이라니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20세기의 복음서와 요한계시록 연구에 학술적 흐름을 선도한 특급 신약학자이자, 영어권에 위르겐 몰트만의 신학을 소개하는 통로 역할을 할 만큼 현대의 질문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천착해온 신학자다. 그가 그려내는 ‘예수’와 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거치는 지적 경로를 솜씨 있게 담아낸 이 책을 통해 최근 신학계의 주요한 논의 성과까지 잘 반영해서 재현한 예수의 면모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원서는 문고판인데 번역서는 총 8장(240쪽 분량)이고, 비아출판사 고유한 특징이 되어버린 알찬 해제는 ‘번역자의 말’로 담아두었다. ‘역사적 예수’에 관심이 있거나, 신약학이 이 분야에서 어떤 질문을 어떻게 다루는지, 논의 지형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교양신학 도서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양희송 대표

<나의 성소 싱크대 앞>, 정신실 지음, 죠이북스 펴냄

결혼 전에 짧지 않은 기간 공동생활을 했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우리 삶을 지탱하는 건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고단한 살림살이, 집안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처음에 ‘위대한 기독 청년 지도자를 가내 수공업적으로 양성하겠다’던 공동생활의 목표는 결국 ‘적어도 부인에게 민폐는 끼치지 않을 수 있을 만큼의 살림능력을 갖춘 남자를 배출하겠다’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결혼 후에도 나는 아내에게 민폐 끼치지 않는 남편이 되려고, 나의 삶에 부끄럽지 않은 살림살이를 감당하려 애를 쓴다. 해도 해도 부족하고 익숙해지지 않지만 어쨌거나 내 몫의 살림을 충실히 하는 게 나의 영성수련이라 생각하고 애를 쓴다.

<나의 성소 싱크대 앞>이라니. 제목을 보는 순간 이건 꼭 ‘잡솨’ 봐야겠다 싶었다. 저자가 두 아이의 엄마로, 딸이자 며느리로, 교회 사모로, 무엇보다 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일상에서 느낀 달고 쓰고 짜고 신 맛을 친근하고 편한 문체의 에세이로 요리해냈다. 쉽지 않았을 일상의 순간들을 이렇게 따뜻하고 명랑하게 써내려간 저자의 안목과 필력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겐 고되고 무서운 살림의 순간들을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 있나 싶어 얄미운 마음도 든다.

출판사는 ‘밥은 매일 차려야 한다는 새댁, 바깥일 하랴 집안일 하랴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란 워킹맘, 편한 듯 편치 않은 시부모님과 정을 나누는 며느리, 일상을 영원에 잇대어 사는 이 땅의 모든 아줌마’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했다. 천만의 말씀이다. 자취한다는 핑계로 편의점 도시락만 사 먹는 청년들, 나는 바깥일 하니까 집안일은 당신이 하라는 무심한 남편들, 영적 양식만 챙기느라 종일 설교만 해대는 목사들, 밥 한 끼 차리고 빨래 한 번 한 것으로 SNS에 자랑스럽게 자랑하는 모든 아재들이야말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그런 아재들의 말을 들어주고 견뎌주고 맞장구쳐주고 ‘좋아요’눌러주는 모든 이들도 읽어야 한다). 우리가 외면해온 살림의 공간, 일상의 공간을 거룩한 성소로 재발견할 때 온 세상에 진정한 하나님 나라가 임할 것이다. -박현철 연구원

<나만의 성경: 내 손으로 읽고 쓰고 그리고>, 박대영 지음, 이소연 그림, 선율 펴냄

일반 출판계에서 그림에 색칠하는 컬러링북이 대유행을 했고, 그 사이에 교계에서는 성경 필사가 꽤 널리 확산되었다. 각각이 가진 고유의 미덕이 만나 이 책 <나만의 성경>을 이루었다. 트렌드를 좇아 이루어진 게으른 기획이라면 당장 흠잡을 구석이 적지 않을 테지만 이 책은 일단 결과물이 우수하다. 박대영 목사는 <매일성경>과 <묵상과 설교> 편집자로 탄탄하게 사역했고, 그의 저술 <묵상의 여정>은 말씀 묵상에 한국적 정취와 문제의식을 잘 담아낸 특출한 저작으로 기억하고 있기에 기대가 되었다. 그가 본문 해설을 쓰고 이소연 작가가 일러스트를 했는데, 문장은 충분히 곱씹고 새길만 한 풍취가 있어 좋았고 그림은 단순히 서양 그림책 옮겨다 놓은 느낌이 아닌 고유의 선이 살아있어 좋았다. 구약의 44개 이야기를 각 4페이지 단위로 담았는데, ‘성경 본문’과 저자의 ‘본문 해설’, 독자의 ‘필사하기와 묵상하기’, 그리고 ‘색칠하기’에 각 한쪽씩을 할애했다. 개인 묵상이나 선물용으로도 좋겠지만, 가정예배나 주일학교 차원에서 활용하면 안성맞춤이겠다는 느낌이다.

책을 보고 살짝 의문이 들었던 것은, 구약의 역사와 내러티브 중심으로 본문을 선정했는데 그러다 보니 예언서와 시가서가 빠져있고, 신약 본문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향후 2권과 3권의 출판을 암시하는 복선인지 궁금했다.  ‘침묵하며 명상하는 것’이라는 ‘묵상’에 관한 정적인 이해를 ‘오감을 동원하는 능동적 행위’로 인식전환을 하는 데에 크게 한몫할 책이다. -양희송 대표


청어람
청어람

한국교회와 사회의 다음세대를 위한 인재발전소, 청어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