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 매거진

[이슈 따라잡기] 교회에는 더 많은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청어람 매거진은 끊이지 않는 목회자 성범죄 현상을 주목하며 결국 교육과 제도의 문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습니다. 이런 관점은 결국 '한국교회에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청으로 연결됩니다. 관련하여 청어람ARMC 초대 간사를 거쳐 이화여대에서 여성학을 전공하며 '여성주의 교회 공동체'를 연구한 안정인의 글을 싣습니다. 이와 관련한 또 다른 관점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편집자 주

‘목회자 성범죄’는 왜 끊이지 않는가?

지난 8월 2일 뉴스엔조이에서 라이즈업무브먼트의 이동현 목사가 10대 여고생에게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사실을 밝혀 파문이 일었다.1) 사건의 전말을 다룬 기사가 쏟아졌고, 분노와 비난의 목소리도 거셌다. 인정을 하지 않고 버틸 거라는 예상과 달리, 라이즈업무브먼트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동현 목사는 대표직과 목사직을 사임하는 등 빠르게 대응했다. 이로써 사태는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목회자 성범죄는 왜 이렇게 많이 발생하는가?’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성직자가 저지른 성범죄 건수는 442건으로 전문직업군 가운데 가장 많다고 한다.2) 성범죄에 관한 친고죄가 폐지되었다고는 하나 고발과 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2차 피해를 염려하여 신고 되지 않은 비율은 더 높을 것이다. 교회는 구성원의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결사체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조용히 덮고 교회를 떠나는 일은 더 많을 것이다. 이것이 성적 순결을 외치는 한국교회의 민낯이다. 과연 교회는 이대로 괜찮은가?

‘성차별’이 일상화 된 교회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성폭력도 해결해야 할 큰 문제이지만, 사실 그 기저에 깔려있는 성차별적인 구조와 문화가 더 문제다. 한국교회 여성들은 남성의 보조자로서 주변적인 위치에만 머물러 있다. 예장합동, 예장고신 등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없는 교단이 여전히 존재한다. 기장, 기감, 예장통합 등 여성안수가 가능한 교단에서도 여성목사 청빙을 기피하거나, 유아부나 유치부 등 돌봄 영역에 국한하고 저임금, 파트타임으로만 고용하는 등 임금·지위 상으로 불평등한 대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교회 내 최고결정기구인 당회를 구성하는 장로 역시 남성들로만 채워진 교회가 대부분이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식사당번, 청소, 전도, 심방, 행사준비 등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이라고 간주되는 일에 무보수로 동원되며, 이는 봉사와 순종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된다. 이러한 남성 독점적 제도는 목회자를 배출하는 신학교와 교회가 속해있는 상위조직인 교단의 노회나 총회에서 더욱 심화된다.

교회 내 성 불평등은 의식적인 면에서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들이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가? 안 돼!”라는 총회장 목사의 소위 ‘기저귀 발언’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고 월경과 출산을 혐오하는 언설들이 교회에는 가득하다. “하와 때문에 아담이 범죄하고, 밧세바 때문에 다윗이 범죄했다”라고 여성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여성들은 교회에서 잠잠하라, 남편에게 순종하라”는 구절로 입을 틀어막는다. 이런 발언들이 교회 내 설교에서 공공연히 등장하고,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권위를 가지고 발화된다. 이는 여성들이 주체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교회 안에서 지도력을 행사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위계적인 교회 구조와 성역할 고정관념에 의한 여성의 역할배제와 제한, 이를 정당화하는 성서해석과 근본주의 신학이 세 꼭짓점을 이루어 한국교회 내 성차별을 고착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듣지도보지도말하지도말라

기독교와 페미니즘은 만날 수 없는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페미니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신안군 여교사 성폭력 사건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들이 계속되고, 여혐과 남혐 논란, 메갈리아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여성혐오범죄와 발언이 과거에도 있어왔고, 현재에도 증폭되고 있지만, 그 가운데 20·30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다. 사회과학 책 판매 가뭄 속에서 출판계에서는 “페미니즘 출판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페미니즘 관련 신간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판매량 또한 급증하고 있다.3) 강연장에서도 20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질문하는 등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 교회는 어떠한가. 교회는 페미니즘의 무풍지대인가? 교회도 이런 페미니즘의 물결에 예외일 수 없다. 한국사회의 어느 영역보다 성평등이 가장 더디게 이루지는 곳이 교회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페미니즘이 “성차별주의와 이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운동(Bell Hooks)”이며 ”여성을 중심에 두고, 여성의 경험과 입장을 탐구하며, 여성이 탐구의 주체가 되는 학문(Alway)”을 여성학이라고 정의할 때,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현재를 극복하고 해방적이고 평등한 기독교로 나아가기 위해서 더 많은 여성의 참여와 목소리가 필요하다.강남순 교수가 <페미니즘과 기독교>에서 제시한 대로 “기독교가 차별과 배제의 종교가 아닌 포괄과 평등 그리고 연대성의 종교가 되어야 한다는 요청성은 이미 예수의 삶과 가르침에서 명시된 기독교의 핵심적인 메시지”이다. 성, 인종, 계급을 초월하여 인간 개개인을 귀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예수정신과 페미니즘은 만날 수 있다. 아니 만나야만 한다. 교회가 페미니즘을 수용하여 더욱 정의롭고 평등한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교회에서 잊힌 기독교 페미니즘을 발견하여 계승하라

그러면 기독교 안에는 페미니즘이 없었는가? 교회 여성들은 수동적이며, 가부장적 기독교를 당연시해왔는가? 개인적으로 성차별적 교회에 대한 고민으로 여성학과 여성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내가 느낀 해방감과 당혹감을 나누고 싶다. 모태신앙으로 교회 안에서 자라고, 기독교 대학에서 공부하고, 기독교 아카데미에서 몇 년간 일을 했던 나는, 성차별적 교회 구조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이해는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여성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마지막 학기에 기독교학과에서 여성신학을 공부하면서 그동안 여성 억압적이라고 생각했던 구약성서가 시대의 산물이며 그 나름의 여성 해방적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개척한 인물로 다말을, 민족의 지도자였던 미리암과 드보라를, 여성연대의 이야기로 룻을 읽으며 새롭게 성서를 바라보게 되었다. 또한 “아버지 하나님”이라는 상징체계에 도전한 메리 데일리, 여성들의 삶의 자리인 원형 식탁(round table) 모형을 평등하고 열린 새로운 교회상으로 제시한 레티 러셀, 성과 계급이라는 이중적인 억압으로 고통 받는 흑인여성들의 ‘지극히 작은 자’로서 예수 이해 등을 읽으면서 기독교의 개념이 더욱 풍성하고 깊어졌다. 선배들이 고군분투하면서 작업해 놓은 결과물들을 보니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비로소 나도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앉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동안 왜 이러한 내용이 30년간 교회 안에 있었던 여성인 ‘나’와는 만나지 못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앞서 언급했듯 교회, 기독교학교, 기독교사회운동을 두루 경험하며 교회 내 여성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나에게 조차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못내 억울했다. 지금도 주위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하면서 놀란다. 그만큼 교회 내 성차별적 구조가 공고하다는 반증이며, 교회 밖에서 이루어지는 여성신학담론이 교회 여성들에게 소개되고 전달되는 통로인 여성(주의 시각을 가진) 목회자가 드문 현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신학이 신학계에서 자리 잡기에도 고군분투 하느라 대중운동으로 확산하는데 까지 에너지를 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측도 해본다.

feminism

교회에는 더 많은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교회에는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그동안 쌓아온 여성신학과 교계 여성운동의4) 성과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비판적으로 계승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각각 떨어져 있는 두 주체를 매개하고 연결할 중간자로서 페미니즘 인식을 가진 목회자의 존재가 중요하며, 이러한 사명을 가진 여성/남성 목회자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학교 안에서 여성학/여성신학 과목이 필수가 되어야 하고, 노회 차원에서도 목회자 계속교육의 일환으로 도입하기를 제안한다.

특히 목회자를 포함한 모든 교회 구성원들에게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기업체에서는 의무적으로 연 1회, 1시간 이상 받게 되어 있는 교육이다. 성폭력은 위계질서가 강한 곳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성평등 교육은 이러한 위계에 저항하고, 익숙한 위계를 전복할 수 있는 힘과 지식을 가르친다. 교회는 선한 사람들의 집합체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며, 교육과 제도가 필요한 공간이다.

그리고 일부 노회에서 존재하는 여성위원회, 양성평등위원회를 각 노회에 설치하여 성/젠더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목회자에게 더 높은 윤리수준을 요구하기는커녕 법으로 실형을 살고 나온 사람도 버젓이 목회를 할 수 있게 하는 교단과 노회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교단차원의 파면, 목사직 박탈 등 강력한 징계와 처벌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평신도 여성과 남성 스스로도 교회 내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회 내 성평등 교육/젠더감수성 교육 등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도 좋고, 여성신학/페미니즘 책읽기 소모임 등을 꾸려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발전시킬 수도 있다. 공고한 성차별적 교회를 해체하기 위해 여성들 뿐 아니라 남성들의 연대와 참여도 필수적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란다. 단언컨대 교회에는 더 많은 페미니즘이, 더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함께 읽을 글] 
이슈 따라잡기 - 목회자 성범죄, 폭로 너머 생각하기 / 오수경
이슈 따라잡기 - ‘목회자 성범죄’ 보도, 무엇을 놓치고 있나 / 박현철
이슈 따라잡기 - 목회자 성범죄, 역사는 반복된다 / 강성호

주-

  1.  뉴스앤조이. 2016.08.02. “유명 청소년 단체 목사의 두 얼굴”
  2.  CBS노컷뉴스. 2016.06.08. “계속되는 목회자 성범죄… 나 몰라라 하는 교단들”
  3.  한겨례. 2016.08.18. “페미니즘 출판 전쟁!”
  4.  여성안수운동, 신학교의 여성교수 차별문제에 대한 대응, 교단에 양성평등위원회 설치와 여성할당제 도입 요구, 여성들을 위한 성경공부교재 출판 등 실천적 차원의 여성운동도 있었다.

안정인
안정인

청어람아카데미 초대 간사로 일했고, 이화여대 여성학과 석사과정에서 공부했다. 현재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며, 교회와 여성문제, 엄마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