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 매거진

[이 책 한번 잡솨봐]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외 4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김영봉 지음, IVP 펴냄

살아 있는 자에게 죽음은 가장 큰 두려움이고, 장례는 가장 낯선 의례다. 나에게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언젠가는 죽음이 찾아오리라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것을 맞닥뜨리고 통과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힘겹다. 그렇기에 장례는 목회자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연습할 수 없는, 각각 모두 다른 죽음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반복해도 곤혹스럽고 난처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사실 장례예배에는 이른바 ‘모범 설교’가 많다.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는 이 당혹스러운 순간을 견딜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한 목회자가 깊은 묵상으로 빚어낸 설교집이다. 책을 처음 들었을 때 ‘장례 설교 모음’이라는 구성에 한 번 놀랐고, 이렇게까지 정성껏 장례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가 있다는 점에 두 번 놀랐다. 16편의 설교마다 담겨있는 각양의 사연이 설교자의 묵상과 어우러져 생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암 투병을 통과하며 죽음의 그림자에 가까이 갔던 김영봉 목사 본인의 이야기가 책의 처음과 마지막에 배치되어 죽음을 생각하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가깝게 교제하던 성도의 죽음, 혹은 성도들이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때로는 따뜻한 위로로, 때로는 벅찬 감사로, 때로는 격정적인 눈물과 한탄으로 참여하며 빚어낸 16편의 설교는 그야말로 삶과 죽음 전체를 오롯이 담은 하나의 ‘작품(masterpiece)’이다. -박현철 연구원

<신과 인간에 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스타니슬라우 오비렉 지음, 조형준 옮김, 동녘 펴냄

한국 교회가 천국과 내세, 기복 중심이었던 신앙을 반성하고 최근 공공선과 정의에 대해서까지 신앙의 주제를 확장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 그 확장성이 기독교 복음의 본연인 ‘화해와 평화’에까지 이를 수 있는가에 한국 기독교 갱신의 성패가 달렸지 않을까 생각한다. 혐오가 판치는 시대에 교회가 화해의 사도로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힘을 내세워 혐오를 조장한다면 정의와 공의가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신과 인간에 대하여>는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과 예수회 출신의 종교학자 스타니슬라우 오비렉의 대담을 담은 책이다. 둘은 근본주의자들의 독선적 신앙을 매섭게 비판하며 다신론(혹은 다성음 多聲音)에 기반을 두어 포용적 대화를 이어나갈 때만 인류에게 희망이 있음을 역설한다. 저자들이 내세우는 불가지론, 다신론 등의 개념은 기독교인들에게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유발하겠지만, 그보다는 이 책의 목적인 ‘대화에 대한 대화’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좋겠다. 대화는 화해와 평화의 출발점이자 필수조건이다. 과연 한국 기독교는 그간 독선적이고 꽉 막힌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누구와도 신과 세계에 대해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종교가 기독교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 -박현철 연구원

<목회자란 무엇인가>, 케빈 J. 밴후저/오언 스트래헌 지음, 박세혁 옮김, 포이에마 펴냄

한국 교회가 신학의 빈곤으로 위기를 맞았다는 주장에는 크게 동의하지 않지만, 한국 목회자들이 (대체로) 신학적 소명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진심으로 동감한다. 목회는 성경-교회-세상을 연결하는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활동이며, 목회자는 충분한 신학적 소양을 갖추고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목회자들 스스로가 자기 정체성을 확실히 하지 못한 채 약삭빠른 목회 기술자 혹은 꽉 막힌 성경 해설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큰 원인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케빈 밴후저와 그 제자인 오언 스트래헌이 <목회자란 무엇인가>를 통해 그리는 ‘공적 신학자’(Public Theologian)로서의 목회자 상은 매우 유용하다. 참고로 여기서 공적 신학자란 최근 많이 거론되는 공적신학(Public Theology)보다는 훨씬 넓고 보편적인 의미로, 신학/신앙의 세계를 현실 세계와 적절히 연결하고 번역해주는 역할을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다. 전통적 의미의 목회와 신학을 전혀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요청에 적절하게 응답하는 목회자의 모델을 잘 그려주고 있어 이런 목회자들이 나타나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마저 든다. 얼마 전 비슷한 주제를 다룬 <목사 신학자>(토드 윌슨, 제럴드 히스탠드 지음, 부흥과개혁사 펴냄)도 출간되었는데, 그보다 훨씬 시의적절하고 알찬 조언들이 가득해 목회자나 목회를 꿈꾸는 사람들뿐 아니라 교회와 목회자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오늘 한국 교회의 현실을 고민하고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든 성도에게 충분하고도 적절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박현철 연구원

<마틴 로이드 존스>, 이안 머레이 지음, 오현미 옮김, 복있는사람 펴냄

로이드 존스에 대한 두 권짜리 두꺼운 전기를 쓴 바 있는 이안 머레이가 이를 한 권으로 축약한 전기를 출간했다. 한글로 800쪽 분량이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나, 다수의 두껍고 긴 시리즈 설교집으로 유명한 로이드 존스의 일대기를 다루기에는 이 정도 분량은 감내할만한 수준이 아닐까? 한국의 로이드 존스 팬들은 대부분 그의 설교집을 통해 강해설교자로서의 면모를 접한 이들일 것이다. 설교론, 부흥론, 성령론 등의 주제로 그가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신앙에 끼친 순기능은 한국과 영어권 전체에서 결코 적지 않다. 이 전기는 로이드 존스를 영국 복음주의의 구체적인 역사와 정황 속에 자리매김하여 살펴볼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여러 유명한 인물과의 교류 관계, 두드러진 사건들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고 후일담을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다만 나는 그가 선택했던 결론에 늘 동의하는 것은 아니어서 약간의 이견을 제출해놓을 필요를 느낀다. 저자 이안 머레이는 로이드 존스를 20세기 영국 복음주의의 흐름 속에서 ‘반에큐메니컬’ 노선의 일관된 실천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로이드 존스는 영국 복음주의의 쌍두마차 중 한 축인 존 스토트와 대립적으로 묘사된다. 1966년 복음주의자 대회에서 두 사람의 입장이 충돌한 사건은 유명하고, 그로 인한 후폭풍은 길고도 넓었다. 이 주제는 역사적, 신학적 함의가 큰 사안이라 양쪽의 이야기를 다 경청할 필요가 있다. 책 서두에 있는 박영선 목사의 ‘해설’은 그런 면에서 한국 복음주의자의 입장에서 양자를 조금 더 포용적으로 읽어야 할 필요를 제기한다. 평전, 자서전 등 실존 인물을 다룬 전기를 읽는다는 것은 삶에 대해 숙연해지는 경험이자,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하는 질문을 수없이 던져보는 역동적 경험이다. 로이드 존스에게 과감한 질문을 마구 던져볼 드문 기회가 왔다. -양희송 대표

<한눈에 보는 기원 논쟁>, 제럴드 라우 지음, 한국기독과학자회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신앙과 과학’, 혹은 ‘진화와 창조’ 등의 주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핫한 이슈가 되어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과학철학이나 제반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훨씬 섬세한 논의를 진행할 여건은 확보된 듯하여 반갑다. 이 책은 고도의 학술적 논의를 진행하기보다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수준의 질문에 답하는 데 도움이 될 ‘지도’ 역할을 자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인 제럴드 라우는 상당히 포괄적인 논의를 적절한 수준으로 정돈하면서 만족스럽게 잘 수행해내었다.

기원에 대한 질문은 우주의 기원, 생명의 기원, 종의 기원, 인류의 기원 등 영역에 따라 실제로 다루는 이론과 논점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감안해서 한 장씩 따로 처리했고, 그에 앞서 자연주의적 진화, 비목적론적 진화, 계획된 진화, 인도된 진화, 오래된 지구창조론, 젊은 지구 창조론 등 이 논의에 단골로 호명되는 주요한 주장들을 총 6개의 모델로 정리하고, 각 모델이 어떤 설명논리를 제공하는지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접근의 장점은 명백하다. 하나의 극단적 주장이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입장들이 제기되는 것이므로, 자신이 수용하는 입장이 과학적-신앙적 스펙트럼의 어느 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지 살펴보는 객관화 작업은 중요하다. 특히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시야를 열어주고, 다른 견해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익이 크다. -양희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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