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스탠리 하우어워스’ 외 4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스탠리 하우어워스: 시민, 국가종교, 자기만의 신을 넘어서>, 마크 코피 지음, 한문덕 옮김, 비아 펴냄

한국교회의 문제가 신학적 교양의 부재와 긴밀하게 연관된다면 우리는 그 공유 지식의 내용을 형성하는 것과 효과적 전달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잘 기획된 속도전이 필요할 텐데, 비아출판사의 이 작은 책 시리즈의 미덕은 긴 말을 짧게 하는 효율성과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담아내는 압축미를 매번 성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그의 독특한 신학적 탐색 여정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신학자다. 그러나 그의 주장과 이를 제기하게 된 미국의 맥락을 이해하는 작업이 없다면 매우 낯설게 여겨지기 쉽다. 이 책은 주요한 키워드로 근대성, 변증, 덕, 자본주의, 콘스탄틴주의 등을 다룬다. 기독교 복음은 미국에서 근대 자유주의 민주주의 질서에 순응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 아니며(근대성), 세속사회가 정한 질문에 허겁지겁 답안지를 쓰는 식의 변증은 이미 승산 없는 싸움에 휘말려 들어간 것임을 꼬집으며 복음의 존재증명은 교회가 스스로 증인공동체 역할을 할 때라야 가능하다고 보았다(변증). 기독교 윤리의 과제는 현대사회의 윤리적 딜레마를 분석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이를 살아낼 역량의 계발, 즉 덕의 실천으로 드러나야 하며(덕), 교회는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에 맞서는 최전선이 되어야 하기에(자본주의) 콘스탄티누스 이래 지속해온 교회와 국가의 부적절한 동맹은 깨어져야 한다는 데에까지 이른다(콘스탄틴주의). 하우어워스의 독특한 맛을 느꼈다면 아마 본문 이상으로 책의 1/3 분량을 차지하는 해제에서 소개하는 하우어워스의 저술 7권과 함께 읽을 책 7권이 크게 유용할 것이다. 이 짧은 지면에 이런 촘촘한 구성이라니, 가성비 최고다. -양희송 대표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 토마시 할리크 지음, 최문희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나는 무신론자들에게 동의할 때가 많다. 단 하나,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믿음만 빼고는 종종 거의 모든 점에 동의한다.” 이 책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문장은 설렁설렁 책을 고르던 나를 낚아채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나도 종종 같은 마음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저자 토마시 할리크는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해석하고 수긍해버리는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의심하고 갈등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하며 마치 예수께서 자캐오(삭개오)에게 그러하셨듯이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말을 건넨다. 할리크는 유신론과 무신론, 혹은 신앙과 불신의 경계선에서 두리번거리는 오늘의 자캐오들을 향해 섣부른 불신보다는 인내, 곧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한다. 이 권면은 손쉬운 확신 속에 사는 신앙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의심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내와 기다림이야말로 신앙의 핵심이며 우리가 갖추어야 할 삶의 덕목이다.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자 토마시 할리크는 공산주의 정권하 체코에서 지하교회 사제로 활동했고 이후에도 꾸준하게 무신론자들과의 대화, 종교 간의 대화에 앞장섰다.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은 그가 오랜 대화를 통해 배운 것들을 자캐오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 신학 에세이다. 경계선에 선 오늘의 자캐오들 뿐 아니라, 그 자캐오들에게 손을 내밀고 대화를 청하고 싶은 교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박현철 연구원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 한국교회탐구센터 엮음, IVP 펴냄

‘과학과 신앙’은 사실 해묵은 주제지만, 지난해부터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고무적인 것은 ‘교계’가 주도했다기보다는 신앙을 가진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논의를 촉발하고, 평소 이 주제에 목말랐던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출판계에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논의를 선도한다기보다는 독자들의 요구를 따라가고 있는 듯하고, 신학교나 교회는 오히려 발을 빼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 중에 한국기독학생회(IVF) 부설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 ‘스펙트럼’이라는 ‘과학과 신앙’에 관한 시리즈 기획물을 야심 차게 내놓았다.

한국교회탐구센터의 본심이 어떠하든, 내 관점에서 이 기획이 야심 차다고 느끼는 점은 두 가지다. 일단 첫 주제를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으로 잡은 것은 이 기획이 앞으로 지지부진한 논의를 답습하거나 적당한 교양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최신의 논의를 선도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야심찬 포고로 읽힌다.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에 관한 세 편의 기고문은 전문 학술지 수준에 견줘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전문적 글들과 함께 교양 독자들을 위한 배려를 놓치지 않아 논의의 저변을 더 확대하려는 꼼꼼함에서 두번째 야심이 엿보인다. 특히 ‘책과 인물로 풀어본 과학과 신앙의 우리 역사’는 이 글 때문에라도 이 책을 구입해야할 만큼 소중한 정보다. 처음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스펙트럼’ 시리즈가 과학과 신앙의 스펙트럼을 알차게 소개하길 기대한다. -박현철 연구원

<과학과 성경의 대화>, 버나드 램 지음, 박지우 옮김, IVP 펴냄

이 책을 받아들고서 두 가지 감상이 교차했다. 첫째, 1954년에 저술된 ‘과학과 신앙’ 책을 이제서야 신간으로 읽어야 하는가 싶은 일종의 자괴감이다. 둘째, 그런데 이 책이 오늘의 한국교회 상황에서는 맥락 있게 읽힌다는 사실에서 오는 당혹감이다. 적어도 ‘과학과 신앙’ 이슈에 있어서 한국교회는 1950년대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에 있다는 말이다. 버나드 램은 이 책으로 당대의 이슈에 과감하게 개입했다. 그는 홍수지질학의 주요 주장을 논박하고, 창조와 진화는 양극단으로 볼 것은 아니며 유신론을 견지하는 한 진화론적 주장도 수용 가능한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보였다. 그럼으로써 가장 나은 대안으로 ‘점진적 창조론’을 개진한다. 그는 특히 ‘초정통주의자’라고 불렀던 근본주의자들의 즉성적 창조론(‘젊은 지구론’에 해당)이 복음주의 신앙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드러냈다.

이 책을 출간한 이후 그는 스위스 바젤로 가서 칼 바르트와 함께 연구하는 시간을 잠시 가지고 돌아와 미국 복음주의권에서 바르트에 대해 호의적으로 평가한 많지 않은 학자 중 한 사람이 되었다. 버나드 램은 당대의 질문과 과제를 에둘러가지 않고 맞대면했던 미국 복음주의 운동 초창기의 역동적인 지적 기풍을 잘 드러내는 신학자이다. 과거를 보수하는 작업과 미래로 진보하는 작업은 상호 괴리되어야 할 문제는 아니다. 나는 이 책이 ‘과학과 성경’의 관계에 관한 초시간적 논의보다는, 미국의 당대적 맥락에서 어떤 논의가 제출되었는가를 읽어냄으로써 오늘 여기(here and now)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실존적 질문을 제기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양희송 대표

<현대신학 지형도>, 마이클 호튼 외 지음, 박찬호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이 책 한번 잡솨봐’에 소개하는 책을 선정하는 일차적 기준은 ‘얇고 쉬운 책’이다. 두껍다면 쉬워야 하고, 어렵다면 얇기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가끔 교과서나 참고서의 기능을 충실하게 감당할 책이라면 ‘두꺼운 주제에 어렵기까지 한 책’도 소개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현대신학 지형도>가 딱 그 경우에 해당한다. 이 책은 19-20세기, 소위 근대와 현대라고 부르는 시기에 제기된 질문과 이에 대한 신학의 응답에 관해 주제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mapping)한 책이다. 현대 신학을 공부할 때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슐라이어마허, 칼 바르트, 판넨베르크 같은 신학자들을 개별적으로 읽다 보면 각 주제들에 대한 학자들의 입장이 유기적으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 책은 근대 이후 삼위일체, 기독론, 구원론 등 전통적인 조직신학 주제들의 발전과정을 배경부터 전개, 전망까지 잘 요약해주고 있기에 현대신학 입문서, 교과서로 손색이 없다. 각 주제에 대한 일급 학자들이 나누어 집필했기에 내용과 수준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현대신학’의 지형도라기에는 지나치게 전통적 주제들에 대한 논의에 머무르고 있어 여성신학이나 흑인신학, 해방신학, 아시아신학, 종교간 대화 등 현대 신학의 독특하고도 뜨거운 주제들이 빠진 점은 아쉽다. 이런 주제를 빼고 그린 ‘현대신학의 지형도’가 얼마나 완전한 지형도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한계가 분명하지만 미덕도 큰 책이기에 신학생이나 신학에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탐구해보고자 하는 이들은 한 권 구비해두고 참고할만하다. -박현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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