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우리가 마틴 루터에 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이유 3가지

매년 10월 말이면 교회에서는 ‘종교개혁주일’이란 것을 지낸다. 특히 신학대학교에서는 이때를 기해 교회개혁 이슈를 다루는 특강을 열고, 행사를 치르기도 한다. 내년이 마침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라 올해와 내년은 아마 이런 움직임이 절정에 이를 것이다. 벌써 종교개혁 성지순례 투어 프로그램이 여기저기서 생기고 있다. 나는 여행 가는 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그 여행의 결과로 한국교회의 오늘에 관한 어떤 성찰과 반성이 촉발될까에는 심히 회의적이다. 감히 말하건대 종교개혁 유적지 투어는 큰 성과가 없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루터 이해가 이런 식의 기획으로 극적인 반전을 맞을 것으로 보이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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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칼빈파만 넘치고 루터파가 거의 없기 때문

한국교회에는 칼빈의 후예는 차고도 넘치지만, 루터의 후예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만나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칼빈을 시조로 생각하는 장로교가 ‘규범적 우세종(normative dominant)’이다. 굳이 장로교회가 아니더라도 장로교에 준하는 규범이 한국교회 주류를 이루고 있다. 원래 장로 직제가 없는 교단도 장로직을 만들고 있다. 교회 정치는 교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장로교 구조로 수렴하고 있다. 게다가 ‘하이퍼 칼빈주의(hyper Calvinism)’를 추종하는 전투적 개혁주의자들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반면 루터파로 꼽을 그룹은 극소수이다. 교단으로는 루터교단이 존재하지만 총 목회자 수가 100여명도 되지 않는 초미니 교단인데다, 한국에 들어온 것도 한국전쟁 이후이다. 당신이 루터에 관해 들어볼 기회는 확률적으로 극히 미미하고, 루터를 실천적으로 추종하는 이에게 들을 확률은 거기서 더 극미한 수준이다.

2. 루터 저작을 읽을 기회가 드물기 때문

루터에게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손쉽게 소개해 줄 대중적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최근에 약간 개선되는 느낌은 있으나 루터가 누군지 손에 잡히게, 혹은 약간 심도있게 읽을 조건이 되어 있지 않다. 루터의 종교개혁 3대 문건이라고 불리는 책을 검색하면 온라인 서점에 서지정보도 제대로 뜨지 않는 옛날 버전만 있다.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문판 문헌은 무료나 소액으로 전자책을 구입할 수는 있다. 저작권도 다 풀려있을 텐데 제대로 번역해서 출간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운 상황이다. 그의 저작을 직접 읽기가 쉽지 않다 보니, 루터에 관한 이해는 대체로 파편적이다. 몇몇 영웅적 에피소드들, 그것도 과장되거나 오해된 말과 행동으로 설교 예화 정도로 등장한다. 최근의 신학과 역사학 연구에 따라 수정해야 할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그가 과연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95개조를 대자보로 박았는지, 보름스 제국의회에서 그가 남긴 발언의 정확한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등 정밀하게 재검토할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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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루터 읽기의 기준이 없기 때문

루터는 하늘에서 떨어진 인물도 아니고 진공 중에 살았던 존재도 아니다. 그는 특정한 역사와 공간을 살았던 맥락이 있는 존재였다. 가끔 마련되는 특강은 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기초지식을 수립하느라 대부분 시간을 까먹고 만다. 청어람ARMC에서도 2009년에 ‘미완의 기획, 종교개혁’이란 제목으로 6주간의 강좌를 진행하면서 마틴 루터를 한 회 다루었다. (http://ichungeoram.com/7649) 그때의 포인트는 종교개혁을 루터 개인의 업적으로 축소하지 말고, 그 전후의 역사, 사상, 인물 평가를 확대해서 살펴보자는 것이었다. 당시 강의는 루터 연구자로 좋은 저술과 강의를 해주시던 김주한 교수(당시 한신대 교수. 현재 성공회대 재직)께서 수고하셨다. 그러나 한 번의 강의로 해갈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을 통해 검토된 ‘루터를 이렇게 읽자’는 모종의 합의 혹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했다.

우리는 아마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고 나서도 마틴 루터에 관한 위의 세 가지 결핍을 고스란히 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한국개신교가 종교개혁 500년을 이런 식으로 맞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종의 변화나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 볼 수 있을 중요한 시기를 돈과 시간만 소진할 뿐 성찰도, 반성도, 대안도 없이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청어람ARMC에서는 일단 위의 세 가지 문제를 충족할 수 있는 기획을 대중들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한국 루터교의 모교회인 중앙교회 담임목사이자 젊은 신학자인 최주훈 목사를 강사로 삼아, 루터의 삶과 신학과 한국적 적용점을 5주간 풀어보자고 제안했다. 이런 접근은 그간 아쉬웠던 ‘제대로 된 루터 읽기’의 개요를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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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종교개혁 시기를 개인적으로 조금씩 공부하고 있는데, 매우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요즘 한국교회의 현실은 종교개혁기의 문제의식과 오롯이 겹치는 대목이 너무 많다. 루터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대안을 이미 그 시절에 과감하게 내질렀던 인물이다. 그의 패기와 통찰을 배울 필요가 있다. 동시에 그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좌충우돌하며 전진했다. 루터 이전과 이후, 그리고 그와 동시대의 여러 인물이 갖고 있던 사상과 논쟁을 들여다 보면 우리가 꼭 검토해야 할 주제들이 거의 망라된다. 정교하게 그와 그의 시대를 읽어내고 나면 개신교 신앙의 정수와 뜨겁게 조우할 수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까지 일 년 남짓한 시간이 있다. 나는 그 500주년 기념이 무의미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일 년은 이 주제를 놓고 배우고, 토론하고, 실천해보는 시도들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청어람ARMC는 앞으로 일 년간 한국사회에서 개신교 신앙이 추구할 가장 최선의 양상이 무엇인지 찾아가 볼 것이다. 이번 5주간의 강좌를 통해 그 동반자들을 만나고 싶다.

[커리큘럼]

제1강(10/13) “500년 후 유럽에서 루터를 재발견하다”
제2강(10/20) “종교개혁은 필연이었나?: 루터의 생애와 신학 방법론”
제3강(10/27) “이것이 기독교 신앙이다: 루터신학의 지침 <대교리문답서>”
제4강(11/03) “교회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 루터의 교회, 예배, 성찬, 사제 이해”
제5강(11/10) “루터라면 어떻게 했을까?: 한국교회의 종교개혁 과제들”

[강사]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목사,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박사)

[수강정보]

-일시 : 2016년 10월 13일 – 11월 10일 저녁 7시 30분 (매주 목 ・ 5주)
-장소 : 높은뜻광성교회 (6호선 광흥창역)
-신청 : 온라인 신청 → 수강비 송금 → 신청 완료
-수강료 : 일반 60,000원(개별강좌 수강시 강좌당 15,000원)
-할인 : 청어람 후원자 10,000원 할인 / 학생 50%(30,000원) 할인
-송금 : 기업은행 148-073630-01-011 (청어람아카데미) *송금자 명을 ‘이름+루터’로 송금해 주세요.
-문의 : 청어람ARMC 02-31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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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송
양희송

청어람 대표. 복음주의 운동가. 몇권의 책을 썼지만, 좌우명은 "노는게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