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디트리히 본회퍼 대표작’ 세트 외 5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옥중서신-저항과 복종> ・ <성도의 공동생활> ・ <나를 따르라>, 디트리히 본회퍼 지음, 김순현 ・ 정현숙 지음, 복있는사람 펴냄

본회퍼의 대중적 대표작 세 권이 새로운 번역과 장정으로 출간되었다. “또?”라는 질문이 번뜩 들 수 있다. 역자 후기에 보면 번역자 역시 기존 번역본들 때문에 망설였는데 출판사에서 “번역은 많을수록 좋다”며 설득했다고 한다. 결국 본회퍼의 명성에도, 출판사의 자신감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유려한 번역과 단정한 책으로 출간되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해설의 글’이 세 권 모두 같다는 점이다. 세 권이 각각 뚜렷한 목적을 가진 책이니만큼 각 책마다 책을 소개하는 글을 따로 실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출판사가 안 하니) 나라도 간략하게 세 권을 각각 소개하자면, <나를 따르라>는 제자도의 참된 의미를 깊이 파헤치는 가장 급진적인 산상수훈 해설서이며, <성도의 공동생활>은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일상과 영적훈련에 대한 지침서이며, <옥중서신–저항과 복종>은 번뜩이는 신학적 개념으로 가득 차 ‘신학자의 일상과 사고란 이런 것이구나’를 엿보게 하는 수상록이다.

구구절절한 책 설명보다는 책을 구매해야 하는 독자들의 입장을 고려한 실용적인 가이드를 감히 제시하겠다. 첫째, 본회퍼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아직 한 번도 그를 읽은 적이 없다면, 이 세 권으로 시작해보라. 세 권을 모두 구비해 읽는 편이 가장 좋지만 한 권씩 맛보며 도전하겠다면 <나를 따르라>–<성도의 공동생활>–<옥중서신–저항과 복종> 순으로 읽을 것을 추천한다. 둘째, 본회퍼의 다른 책을 읽어본 적은 있지만 여기 언급된 책들은 기존의 번역서로 아직 사지 않았다면, 이 번역을 구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셋째, 기존의 번역서는 샀지만 (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읽지 ‘못했다’면, 이 책으로 다시 도전하는 것이 좋겠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박현철 연구원

<성경과 편견>, 랜돌프 리처즈 ・ 브랜든 오브라이언 지음, 홍병룡 옮김, 성서유니온 펴냄

부제가 “서양의 시각으로 성경 오독하기(Misreading Scripture with Western Eyes)”인데, 책이 몹시 발랄하다. 사제지간인 두 저자는 성경을 읽는데 서양인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이 저지르는, 의식적, 무의식적, 심층 의식적 실수와 오류를 체계적으로 짚어준다. 그간 성경해석의 문화적 이슈들을 다루는 묵직한 책들이 꽤 나왔지만, 이 책은 저자들이 수다쟁이인 까닭에 본격적 성서학이나 해석학 논의로 환원되지 않도록 하면서 단행본 한 권 분량의 재미진 입담을 끝까지 유지한다. 성서유니온은 주로 성경 읽기와 해석 관련해서 대중적이면서도 표준적인 책들을 잘 펴내고 있는 편인데, 이번에 유력한 무기 하나를 더 장착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성경 읽기를 도울 뿐 아니라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효과적으로 자극하기도 한다. 그간 기독교 세계관 논의에서 성경 읽기가 부족했다고 느낀 이들은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세계관들의 경합과 각축이 성경의 세계 내에서도 이루어지고, 해석의 차원에서도 벌어진다는 사실을 잘 상기할 수 있으리라. 세계관 공부에 포함하고 싶다. 책 끝에 챙겨둔 참고도서 목록도 쏠쏠하고, 각주는 꽤 장황한 편인데 저자들의 코멘트를 읽는 재미가 있다. 웃으면서 읽었는데, 사실은 매우 진중한 이야기를 섭렵하도록 한 이 저자들 콤비를 주목해 둔다. -양희송 대표

<성서를 읽다 : 역사학자가 구약성서를 공부하는 법>, 박상익 지음, 유유 펴냄

저자 박상익은 서양사학자이자 번역자로 <밀턴 평전>, <나의 서양사 편력>, <번역은 반역인가> 등 주목받는 여러 권의 저술목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를 김교신에서 유래하는 한국 무교회운동의 현대적 계승자로 알아왔기에 이 책이 심상치 않게 보였다. 부제로 ‘역사학자가 구약성서를 공부하는 법’을 내세운 것은 일반 독자들을 의식한 탓이겠으나, 내게는 여전히 ‘무교회주의자가 구약성서를 공부하는 법’으로 읽힌다. 실제로 이 책의 원고 자체가 노평구 선생이 발간한 <성서연구>에 연재되었던 원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서양역사를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양대 산맥으로 파악하고, 헤브라이즘을 소개한다는 맥락 속에서 구약성서의 주요한 책을 역사적 기록이자 거대한 사상적 원천으로 간주하며 훑어나간다. 본문에 대한 세부적 주해가 아니라, 헤브라이즘 사상의 여러 국면을 출애굽기와 12명의 예언자들을 통해 재구성해보는 시도는 여느 성경강해와 다른 맛이 있다.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가 원래 ‘성서로 본 한국역사’였던 것을 기억하면, 무교회주의 전통 특유의 성서와 역사에 대한 천착을 어떻게든 복원하고 음미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의 등장은 반가운 선물이다. 책 끝에 보론으로 ‘20세기 한국의 예언자 김교신’을 첨부한 것은 그의 성서 읽기가 가닿는 실존적 귀결이 김교신 선생에서 가장 결정적으로 드러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김교신과 최재서’를 대조한 내용이나 유물론자 한림과의 교류를 언급한 대목은 울림이 컸다. 책을 읽는 내내 거대한 딴 세상을 다녀온 느낌이었다. 세상이 혼탁한 탓인지 매우 독특하고 드문 독서 경험을 했다. 제도교회 바깥으로 순례한 이들의 영혼은 훨씬 자유로워 보였다. -양희송 대표

<여성이 만난 하나님>, 강호숙 지음, 넥서스Cross 펴냄

‘여성 혐오’ 문제가 사회적으로 솟구쳤던 한 해다. 한껏 높아진 사회적 기준에 비추어보면 기독교 내부의 현실은 황망하기 그지없다. 각종 스캔들과 사건 사고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변화나 개선은커녕 시대착오적 언행이 만발했다. 온갖 사회적 비난과 조롱으로 인한 부끄러움은 온전히 그 내부의 여성들 몫으로 돌아갔다. 조금 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보자. 합동 교단과 총신대는 대체 이런 상황에서 빠져나올 의지는 있는 것인가? <여성이 만난 하나님>의 저자 강호숙은 총신대에서 ‘교회 여성 리더십’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대사회와 여성’, ‘칼빈주의와 문화’, ‘여성학’ 등의 과목을 강의해오다 올해 초에 강의가 폐지되는 사건을 겪었던 당사자다. ‘여성’을 주제로 삼는 그의 학문적 이력과 총신대란 맥락이 결국은 파열로 귀결되었음을 짐작하면서도 정작 그 내부에서는 어떤 내용을 가르치고 있고, 어떤 고민을 해오고 있었는지가 늘 궁금했다. 이 책은 학자이자 목회자로서 강호숙의 고투가 매우 상식적이고, 성경적으로나 신학적으로 건강한 것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합동교단이 교단신학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그의 강의는 폐지가 아니라 마땅히 심화하고 강화했어야 한다.

이 책은 ‘여성’과 ‘기독교’를 연결 지었을 때 나올 수 있는 대부분 이슈를 여성학, 조직신학, 성서학, 실천신학 분야를 종횡하며 다룬다. 그러나 여성 관련 나쁜 사례 모음집이나 분노 가득한 성토가 아니다. 남성들의 몰상식을 공격하는데 초점이 가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각성과 성찰을 지향한다. 장마다 교회 내에서 여성들이 직간접적으로 듣고, 경험한 숱한 이야기들이 사례로 등장하고, 남성/목회자들의 전형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성경적-신학적으로 잘 정돈된 설명이나 대답이 제시된다. 미셸 오바마가 말했듯, “그들이 저급하게 나가면 우리는 품위 있게(When they go low, we go high)”의 태도를 잘 견지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신학적으로는 보수 진보 스펙트럼을 논할 대목이 별로 없이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기본적 수준에서 논의의 톤을 유지하기 때문에 아마 ‘기독교와 여성’을 주제로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 가장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건투를 빈다. -양희송 대표

<그리스도인 되어가기>, 고프리트 비터 엮음, 송순재 옮김, 신앙과지성사 펴냄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말의 문제가 아니라 행동의 문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우리는 말의 문제, 교리의 문제로만 신앙을 논하곤 한다. 성경의 개념, 신앙의 개념들이 일상생활에 적용되지 못한 채 설교와 선포로만 부유한지 오래다. 모두가 느끼고 있겠지만, 교회에서 사용하는 ‘믿는다’는 말과 우리의 일상에서 사용하는 ‘믿는다’는 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감사하다, 사랑하다 등의 말도 마찬가지다. 이 차이를 어떻게 다루며 어느 쪽으로 통합시켜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그리스도인 되어가기’에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리스도인 되어가기>는 독일의 두 기독교교육학자가 엮은 <기독교교육학의 기본개념>이라는 책 중 한 챕터만 뽑아 번역한 책이다. ‘기독교적인 것의 근본틀’ 아래서 놀라다, 사랑하다, 일하다, 믿다, 회개하다, 따르다, 용서하다, 기도하다, 전도하다, 고통당하다, 의심하다, 희망하다, 참되게 살다 등 우리 삶과 신앙을 이루는 활동과 개념의 의미를 조목조목 살피며 ‘기독교인들의 삶과 신앙의 특이한 양식’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기독교교육학이 교회교육뿐 아니라 일선 학교에서의 종교교육까지 다루어야 하는 독일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 책의 주제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일상생활과 신앙을 다루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저자만 바꿔가며 비슷한 주제와 구조를 반복해 지루했는데 단연 눈에 띄는, 매력적인 책이다. 청어람이 지속적해서 말하고 있는 ‘세속성자’가 무엇인지 선뜻 다가오지 않는 분들에게 세속성자의 삶과 지향을 잘 설명해주는 책이 될 것 같다. -박현철 연구원

<고백록 강의>, 가토 신로 지음, 장윤선 옮김, 교유서가 펴냄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기독교 최고의 고전,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다. 덕분에 손에 꼽히는 번역본만도 10여 종 가까이 된다. 물론 고전은 원전을 직접 읽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에게는 원전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해설서 또한 간절히 필요한데, 아쉽게도 좋은 <고백록> 해설서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고백록 해설서는 고백록 번역서만큼이나 반갑다. 지난번 ‘이 책 한번 잡솨봐’에도 소개한 바 있는 김남준 목사의 <영원 안에서 나를 찾다>가 구도자적 묵상집이었다면, 이번에 소개하는 가토 신로의 <고백록 강의>는 철학자적 분석과 사색이 담긴 해설서다.

저자는 일본 가톨릭 철학자이자 중세 철학의 대가다. 자신이 속한 성당에서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글로 옮겼다. 철학자의 강의라 라틴어 문장을 지루하게 분석하고, 한두 단어의 개념을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지만, 원본 텍스트에 천착하며 꼭 필요한 이야기들만 물 흐르듯 설명하기 때문에, 차분하게 읽다 보면 생각보다 쉽게 읽힌다. <고백록>은 보통 아우구스티누스 본인의 삶을 돌아보는 1-9장, 인간의 의식과 기억에 대해 철학적 논의를 펼치는 10장, 창세기를 해설한 11-13장, 세 부분으로 구분하는데 철학자답게 10장 해설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다만 창세기를 해설한 11-13장 내용이 빠진 게 작은 아쉬움이다. 최근 성염 선생님의 “끝판왕 번역”이 출간되었고, 좋은 가이드북도 출간되었으니 가을에는 고백록 읽기에 한 번 도전해보면 어떨까? -박현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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