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세상을 위한 교회, 세이비어 이야기’ 외 4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세상을 위한 교회, 세이비어 이야기>, 엘리자베스 오코너 지음, 전의우 옮김, IVP 펴냄

한국 교회의 현실과 미래가 워낙에 암울하다 보니 ‘대안’ 혹은 ‘모델’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쩍 많아졌다. 언제부터인가 대안적 교회의 사례를 소개하는 책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세상을 위한 교회, 세이비어 이야기>는 그 ‘끝판왕’쯤 되지 않을까 싶다. ‘세이비어 교회’라면 그런 대안 교회 소개하는 책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교회이고, 1947년 시작되어 이미 7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교회니 ‘끝판왕’이라 부를 이유가 충분하다. 심지어 그 교회를 설명하기 위해 핵심멤버가 직접 쓴 책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모던 클래식스’라는 시리즈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책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독자들이 주의하며 보아야 할 지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 책이 단순한 ‘교회 이야기’가 아니라 ‘교회가 교회 되어 간 과정’을 소개하는 성찰의 기록, 교회의 정신에 대한 탐구이자, 고백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교회성장 관점의 실용서가 아니라, 참된 영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성 도서로 분류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제목과(원제는 Journey Inward, Journey Outward, ’안으로의 여행, 밖으로의 여행‘이다), ‘교회성장/영성’으로 분류된 점에 관해서는 약간 불만이다. 세이비어 교회를 ‘전설’로 치켜세우며 대안 모델로 삼고자 하는 시도는 한국 교회 입장에서는 절박할지 모르겠지만, 세이비어 교회나 저자인 엘리자베스 오코너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일 것이다. 엘리자베스 오코너는 이 책에서 지속하여 ‘우리의 부르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디 이 책이 ‘세이비어 교회의 전설’에 관한 요란한 이야기보다는 ‘참된 교회로의 부르심’에 관한 진솔한 성찰로 읽히기를 바란다. -박현철 연구원

<첫 사건으로 본 초대 한국 교회사>, 옥성득 지음, 짓다 펴냄

얼마 전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새물결플러스)를 출간한 옥성득 교수가 또 새 책을 냈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기독교가 전래된 시기로부터 서울에서 정착하는 과정, 서북지방과 전국으로 확산하기까지의 과정을 45가지 ‘첫 사건’속에 촘촘하게 담았다. 일관되게 ‘처음’이라는 수식어로 각운을 맞춘 45개의 목차는 보는 것만으로도 약간 어지럼증이 느껴질 정도인데, 실제로 내용을 읽기 시작하면 탄탄한 자료와 꼼꼼한 서술에 몰입하게 된다. 특히 ‘첫 선교사’, ‘첫 성경’, ‘첫 교인’, ‘첫 교회’ 같은 굵직한 주제들 뿐 아니라 ‘첫 성찬식’, ‘인쇄된 첫 한글 설교문’, ‘첫 비교종교 신소설’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주제들까지 다루고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기존의 한국 교회사 책들이 고만고만한 통사를 다루거나 미담 중심의 서술을 해 온 경우가 많았다면, 옥성득 교수의 책은 우리의 욕망(?)이 반영되어 미담으로 포장된 사례 중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이해된 사건들의 맥락을 입체적으로 살려냈다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을 보인다.

오랫동안 벼르며 연구한 결과를 이제 왕성히 쏟아내니 독자로서 무척 반갑기는 한데, 동시에 쏟아지는 책을 다 따라가기는 벅차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대중 독자 입장에서 전작과 이번 <첫 사건으로 본 초대 한국교회사>는 거의 같은 책이라 봐도 무방하지 싶다. 저자도 두 책이 상호 보완적인, 쌍을 이루고 있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어느 손을 들어주기 애매하니 결국 세트라고 생각하고 다 읽으라고 밖에 말 못하겠다. -박현철 연구원

<종교개혁, 길 위에서 길을 묻다>, 장수한 지음, 한울(한울아카데미) 펴냄

‘종교개혁 500주년’은 앞으로 일 년 동안 마르고 닳도록 쓰게 될 캐치프레이즈다. 그러나 정작 이 계기를 통해 어떤 참신한 질문을 꺼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침신대에서 교회사를 가르치고 있는 장수한 교수는 그동안 사회사 혹은 문화사적 풍미가 강한 역사서를 몇 권 선보여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열흘간의 다크 투어리즘’이란 부제를 달고 유럽의 종교개혁지 탐방기를 출간하며 기발하게 중세와 현대의 만남을 주선했다. 종교개혁이 중세라는 어두움을 뚫어내고자 했던 분투라는 사실과 동시에 그 개혁자들에게도 그늘이 있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다루어 역사학자로서 소명감과 문제의식이 엿보이는 책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루터의 주요 궤적을 좇아 보름스, 아이제나흐, 뮐하우젠, 비텐베르크에 이르는 독일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코스, 체코 프라하에서 뉘른베르크, 아우구스부르크, 취리히, 바젤로 이어지는 남부 코스, 제네바, 스트라스부르, 에슬링겐, 뮌스터, 스톡홀름으로 이어지는 박해와 학살의 현장 코스를 각 열흘 일정으로 볼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안내하는 역할도 자처한다. 각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 이야기는 충실하게 정리되었고, 문학적 묘사로 생동감이 완연하게 전달된다. 종교개혁을 기리며 유럽여행을 예정하고 있거나 시간 축이 아니라 공간 축을 따라 실재감을 느끼며 종교개혁의 전모를 파악하고 싶었던 독자에게는 이보다 나은 선택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림과 사진 자료가 꽤 많이 사용된 편인데 흑백으로만 처리된 것은 아쉽다. -양희송 대표

<성육신적 교회>, 마이클 프로스트 지음, 최형근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마이클 프로스트는 미션얼 처치(Missional church) 운동의 대표 주자로 국내에 널리 소개되어 있다. 책도 적지 않게 번역되어 있는데, 이번에 나온 <성육신적 교회>는 그동안 번역된 마이클 프로스트의 책 중 손에 꼽힐 만큼 인상적인 책이다. 그는 성육신적인(incarnate) 기독교 신앙에 기반을 둔 탈육신적이고(excarnate, defleshing) 해체적인(disengagement) 현대 문명을 비판하며, 나아가 그에 물든 현대의 교회들을 비판한다. 결국,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원론을 극복하고 복음의 통전성,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어쩌면 뻔한) 이야기이다. 그동안의 저술에서 말해온 이야기들에 비해 크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책에서 는 단순하게 성경이나 신학적 논의만 다루는 게 아니라 현대 문명 전체를 향해 날카롭게 각을 세움으로써 그동안 보여주었던 자신의 입장을 훨씬 선명하게 만든다.

나는 얼마 전 페이스북을 통해 호주의 난민정책에 항의하다 체포되는 그를 보고, 그가 단순한 목회자나 이론가가 아니라 뜨거운 실천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책을 보며 그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그는 체포되기 전 동료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는 “예배는 노래보다는 힘의 장(場)에 가깝다(Worship is more like a force field than a singalong)”라고 썼다. <성육신적 교회>는 관념의 세계를 뚫고 나와 정사와 권세가 작동하는 힘의 장(force field)에 성육신하는 교회, 예배하고, 싸우고, 체포되고, 변혁하는 교회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박현철 연구원

<고뇌가 없다는 것>, 천정근 지음, 포이에마 펴냄

읽히는 설교는 많지 않다. 곱씹고, 되씹으며 읽어낼 설교집은 더더욱 희소하다. 천정근의 설교집은 그 희소한 몇 사례에 해당한다. 그는 20대에는 불가지론과 회의주의를 오가는 문학청년이었다. 유학 간 러시아에서 회심을 경험하고, 20대 후반부터 설교했다. 그러다 교회와 신앙의 현실에 좌절하며 제도 교회를 떠났고, 톨스토이 작품 속의 종교성에 관해 공부하면서 구도자의 길을 걸었다. 한국으로 건너와 신학을 공부했고, 목사가 되어 교회를 개척하여 스무 명 남짓 성도들을 섬기고 있다. 그의 이력을 알지 못한 채 글을 먼저 접하며 느꼈던 모종의 낯선 반가움이 뒤늦게 납득이 되었다. 한국교회 목사들은 다 제도교회의 수호자인가 했는데, 교회 이름마저 ‘자유인교회’라고 지어놓고, 구도자이자 예언자 전통에 서고자 한 이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연민이 없는 시대’의 풍경을 담은 에세이 <연민이 없다는 것>(케포이북스)을 출간한 이후 3년 만에 내놓는 이 책에는 21편의 설교가 담겨있다. ‘무지가 무지를 끌어가는 시대, 그리스도인에게 던지는 질문’이 부제다. 첫 장의 제목은 ‘다시, 평신도를 깨운다’이고, 11장의 부제는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인 걸로 보아, 사랑의교회 사태가 그의 고뇌를 촉발한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설교에서는 스치듯 언급될 뿐이다. 그의 파토스는 무지하고 무정한, 그래서 도무지 기독교적 진리를 담아낼 수 없는 한국교회 전체를 향해 강력한 질타와 극복 의지로 충천하다. 이와 같은 때에, 이런 책이 나와 고마울 따름이다. -양희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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