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증인으로의 부르심’ 외 5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증인으로의 부르심>, 대럴 L. 구더 지음, 허성식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 논의에 ‘진짜’가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대안적 교회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이들은 이 주제로 적지 않은 책들이 나온 것을 안다. 그러나 비슷한 주제와 내용의 반복에 머무르거나 뭔가 과녁에 제대로 맞은 느낌이 아닌 상태로 논의만 길어지는 양상이 아닌가 의구심이 일던 차에 등장한 대럴 구더 <증인으로의 부르심>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저자의 위상이나 내용의 중량감 측면에서 제대로 이 논의를 곱씹을 저술로 손색이 없다. ‘선교적 교회’란 이제 서구가 ‘후기 기독교시대(post-Christendom)’로 접어들었으며, 기독교는 자신들이 알고 행하던 모든 것을 더 이상 자명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선교적’으로 새롭게 재검토/재구성해야 한다는 각성에 동의하는 흐름을 말한다. 이 책이 잘 보여주듯 이 논의는 칼 바르트, 데이빗 보쉬, 존 맥케이, 레슬리 뉴비긴 등의 저술에 깊이 빚지고 있다. 최근 ‘선교적 교회’ 논의가 복음주의권의 트렌드처럼 간주되면서 에큐메니컬 학자들의 기여와 맥락이 제대로 음미 되지 않았던 점은 유감스러운데 대럴 구더는 프린스턴에서 교수로 오랫동안 가르치며 학문적이면서 운동적 측면에서 그간의 논의를 제대로 아우르는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기독론, 교회론, 선교론, 조직신학, 성경, 리더십 등을 차례로 한 챕터씩 다루고 있는데 꽤 밀도 높은 선교신학적 내용을 담고 있어서, 신학에 대한 선이해가 있는 이들이라면 오랜만에 작정하고 읽을 묵직한 책을 만나게 될 것이다. 혹은 ‘선교적 교회’에 이제 막 눈뜨기 시작한 이라면 에둘러가지 말고 이런 책을 심호흡하고 읽어내려가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양희송 대표

<기도>, 존 프리처드 지음, 민경찬 옮김, 김홍일 해설, 비아 펴냄

“기도란 무엇인가?”는 대답하기 불가능한 질문에 가깝다. 기독교 신앙 활동의 핵심에 가까운 행위, 사람들이 ‘기도’라고 부르는 행위에는 사실 서로 부딪히는 여러 가지 욕망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으며 그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돈하고 규정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나는 기도에 관한 책들은 사실상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침 정도라고 이해하는데, 이 ‘어떻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책의 난이도나 독자층이 선명하게 구분된다. 성경 본문이나 개념적 원칙을 강조하면 이론적이고 어려운 책이 되고, 특히 기도의 본질이나 기도의 여러 유형을 파고들면 두꺼워져 버린다. 반대로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프로그램을 강조하면 실용적이고 쉬운 책이 되고, 그중에서 ’00가지 원칙’ 등만 간결하게 정리하면 얇으면서도 임팩트까지 더한(?) 책이 된다.

비아 문고판의 여덟 번째 책 <기도>는 이런 구분에서 약간 벗어 난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기존에 개신교권에서 많이 나온 ‘기도’ 서적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갖고 있다. 성경 본문이나 신학적 이론을 거의 다루지 않고, “기도란 이러해야 한다”는 원칙을 전혀 강조하지 않는다. 다만 “잘 기도하고 싶다면 일상 속에서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떨까?”라는 가벼운 제안 정도를 던지면서 가볍고 쉽게 기도의 본질에 다가선다. 기도에 관한 신앙 지식이 적을수록, 특히 개신교적 지식이 적을수록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애초에 워낙 짧은 분량의 원서에다가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의 해설과 함께 읽을 책을 더해 얇으면서도 완성도를 높였다. 비아 문고판의 특징인 이 ‘부록’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그 속에 담긴 출판사의 의도를 찾아보는 재미를 느끼는 독자들이 좀 더 많아지면 하는 바람이다. -박현철 연구원

<손에 잡히는 바울>, 마이클 F. 버드 지음, 백지윤 옮김, IVP 펴냄

바울은 애물단지다. 성경은 예수에 관해 말하는 책이지만, 실상 바울이 예수보다 더 많은 말을 했다. 그 말 속에서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재해석했고, 기독교의 교리 체계의 기초를 확립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바울을 이해하는 것이 기독교의 핵심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이들은 예수의 가르침을 왜곡하고 기독교라는 제도종교를 만든 범인으로 몰기도 한다. 바울에게 저런 무시무시한 혐의를 씌우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바울을 전공하며 회심했다’는 한 신학교 교수가 무시무시한 말로 학생들을 겁박하고 성도들을 선동하는 걸 보면 ‘대체 바울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손에 잡히는 바울>은 간결하게 바울을 이해하고, 그로 인해 성경과 복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돕는 바울신학 입문서다. 이런 종류의 책은 보통 <신학개론>, <바울신학 개론> 같은 재미없어 보이는 제목에 1. 바울의 생애 2. 바울의 신학 3. 바울 서신의 이해 등 딱딱한 목차를 갖게 마련인데 호주의 젊은 신학자 마이클 버드는 아주 편안하고 세련된 제목 안에 바울 신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충실하게 담았다. 나도 신학 공부를 하며 몇 권의 바울 신학 개론서를 읽었는데, 그런 전문 신학서적들에 비해 내용의 밀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일반 신앙 서적처럼 편히 읽힌다. 신학생들을 위한 참고서로도, 일반 성도들을 위한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박현철 연구원

<김교신 일보>, 김교신 지음, 김교신선생기념사업회 엮음, 홍성사 펴냄

김교신 선생(1901-1945)의 미간행 일기가 해역 작업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열 살 때부터 일기를 써왔던 선생은 어떤 계기로 30여 권에 이르는 일기를 소각해버렸는데, 1932년 1월부터 1934년 8월까지의 일기를 기록한 공책 두 권이 따로 보존되어 제자들에게 전해졌다. 최근 김교신선생기념사업회가 이를 2년간 현대어로 고치고 내용을 대조해서 바로잡는 해역과정을 거쳐 출판한 것이 이 책이다.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크겠지만, 대중적으로 더 의미 있는 것은 ‘일보’ 즉, ‘하루의 걸음’을 기록한 한 세대 전 신앙인 김교신의 생활세계를 실감 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김교신 선생은 한편으로는 우치무라 간조의 맥을 잇는 무교회주의자로 그려지지만, 그의 글과 삶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이들에게 김교신이란 이름은 ‘한국 개신교 신앙의 가보지 않은 길’을 오롯이 대표하는 돋보이는 상징이다. 새벽 산기도로 단련된 개인의 단단한 경건 생활과 ‘성서를 조선에, 조선을 성서 위에’로 집약되는 성경에 관한 치열한 연구, 일제치하 민족의식을 끝까지 관철해낸 지사적 면모 등에서 비루하지 않은 강골의 기독인으로, 한 시대를 살아낸 신앙인의 한 표상으로 그를 기억하게 된다. 뜻밖에 최근 몇 년 사이에 김교신 선생에 대한 책들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연구자들의 저술 외에 그의 일차 자료가 이렇게 실하게 나왔으니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즐거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양희송 대표

<성서는 정의로운가>, 크리스 마셜 지음, 정원범 옮김, KAP 펴냄

단순한 질문일수록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또 대답하기 어렵다고 길게 답하면 답을 듣는 입장에서는 더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정의, 평화 구원 등 단순하지만 묵직한 질문에 관해 다루는 책은 오히려 간명하고 얇은 것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런 점에서 <성서는 정의로운가>는 내가 찾던 책이다.

정의를 성경의 중심 주제로 상정하고, 하나님을 정의의 객관적 원천으로 해석하는 저자의 입장은 매우 원론적이면서도 오늘 우리의 삶을 묵직하게 비춘다. 물론 “성경이 오늘 우리 사회에 대해 얼마나 이야기하나?”, “세속 사회에 성경의 가르침은 얼마나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가?” 등의 복잡한 질문들에도 예수의 삶을 정의 구현의 과정으로 해석하며 충분한 대답을 준다. 특히 3장의 ‘소외 계층에 대한 편애’, ‘회복적 정의’, 4장에 나오는 ‘대안사회의 전략’은 오늘 한국 사회에도 꼭 필요한 내용을 바르게 짚어준다. 정의에 관한 우리의 본질적 이해와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의에 헌신하는 일의 가치를 되새길 좋은 책이다. -박현철 연구원

<특강 종교개혁사>, 황희상 지음, 흑곰북스 펴냄

<특강 종교개혁사>는 개혁주의적 교리 교육에 천착하며 애써온 저자가 오랫동안 연구하고 강의한 결과를 모아 쓴 종교개혁 관련 교양서이다. 책의 성격을 단정적으로 규정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다루는 주제나 저자의 입장이 독특하고 구성 역시 평범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일반적으로 ‘종교개혁사’라고 하면 루터나 깔뱅, 부처 같은 16세기의 개혁자들과 그들의 운동을 다루는데, 이 책은 17세기, 그것도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총회’를 중심으로 다루면서 ‘종교개혁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일단 저자는 웨스트민스터 총회가 종교개혁의 이상들을 교회의 직제 안에 잘 구현한 종교개혁의 절정이라고 보고, 또 한국 개신교의 주류인 장로교 대부분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따르고 있기에 웨스트민스터 총회의 과정과 내용을 탐구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이해해 이런 제목과 주제의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책의 전반부에서 ‘숲’을 파악하기 위해 16세기 종교개혁자들도 다루고 있으니 크게 어긋나고 틀린 제목은 아니다. 하지만 제목과 내용에 대한 이견은 분명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해 토론하는 것 역시 종교개혁에 대한 중요한 논의가 되리라 생각한다.

사실 저자의 이전 책들과 활동에 대한 기대가 컸고, 이 책에서도 기대한 장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내용의 흐름은 매끄럽고 충실하며, 책의 편집도 다양한 장치들을 활용해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교회에서 교육을 위해 사용하기에는 이만한 책이 없다고 느껴진다.교리의 내용이 아니라 맥락까지 잘 짚어주니 ‘개혁주의적 장로교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지 싶다. 또 거의 참고서가 없다시피 한 웨스트민스터 총회에 대해 이 정도 수준의 책이 출판된 것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개혁주의적 장로교’가 아닌 감리교나 성결교, 오순절, 성공회, 심지어 가톨릭 등의 전통에 소속된 이들이라도 개혁주의자들의 근원이자 그들의 교리인 ‘웨스트민스터’를 이해하기 위해 한 번쯤 참고해볼 만한 책이다. -박현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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