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강좌이야기] ‘제노포비아’가 오고 있다

1.

지난 11월 말 온라인 영어사전 딕셔너리닷컴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외국인 혐오’를 뜻하는 ‘제노포비아(xenophobia)’였다. [관련 자료 보기] 시리아 난민 사태,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본 대표적 단어였다고 한다. 서구 사회 일각에서는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테러를 일으키고, 건전한 문화를 잠식한다’고 비난하며 이를 입증하는 이런저런 사례를 근거로 제시한다. 트럼프 당선 후 미국에서는 백인 노동자들이나 어린아이들도 이민자들을 향해 대놓고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쏟아내고 있고, KKK(미국 백인 우월주의 테러단체)단이 부활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제노포비아는 단순히 인종주의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고 그 사회 근저에 깔린 불안을 반영한다. 이 불안을 쉽게 투사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거리낌 없는 혐오가 가능하다. 이질적 요소는 두드러져야 하고, 반격의 여지는 적을수록 좋다. 그러다 보니 그것은 인종, 성별, 지역, 계급, 종교, 신념 등의 구분선을 편의적으로 동원하며 자기 논리를 정당화한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던 이자스민을 향한 악성 댓글 등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났던 외국인노동자나 이민자들을 향한 혐오, 아랍계 이주민들은 바로 이슬람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선입견 등이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온라인에 떠다니는 오류 가득한 왜곡 정보들은 일관되게 이민자 혐오를 부추긴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개신교가 깊게 연관되어 있다.

난민

2.

청어람은 올해 상반기부터 월례강좌를 통해 각종 ‘혐오’의 발현 양상과 그 배후에 깔린 논리를 해명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혐오 혹은 포비아의 형태로 발현되는 이 양상들은 공통으로 타자를 비인간화, 즉 ‘사람 취급하지 않는’ 자기 논리를 갖는다. <사람, 장소, 환대>의 저자 김현경은 “사람이라는 것은 어떤 보이지 않는 공동체 안에서 성원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즉 사람임은 일종의 자격이며,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사람과 인간의 다른 점이다. 인간이라는 것은 자연적 사실의 문제이지, 사회적 인정의 문제가 아니다. (중략) 반면에 어떤 개체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31쪽) 고 했다.

청어람이 올 한 해 살펴보았던 이슬람, 동성애, 여성, 종북 등의 혐오 사례는, 이슬람포비아의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 사회 내부의 성원을 가르고 나누는 사례들이었다. 올해 마지막 월례강좌에서 만나게 되는 ‘난민’과 ‘이주민’들은 아마 우리가 살펴볼 수 있는 사례 중 가장 날것 그대로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이들은 명백하게 우리 사회의 바깥으로부터 진입해오는 타자들이기 때문이다. 이질감과 타자성은 더 강력하고, 이에 대한 거부는 거리낌이 없었다. 공익법센터 어필이 다루어왔던 여러 사례는 이주자들과 난민들이 우리 사회의 성원권을 얻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과 절차가 매우 반인권적이고, 한국사회도 이를 교정할 의지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난민 인정 비율이 매우 낮기도 하고, 국내의 여론은 난민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국내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당하는 인권침해 사례도 심각하지만,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현지 노동자들과 빚어내는 불협화음도 종종 위험수위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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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난 6월, 아랍권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김동문 목사는 작년 11월부터 인천공항에 억류 중인 시리아 난민들을 여러 차례 찾아가서 햄버거와 콜라로 삼시 세끼를 때우고 있던 이들에게 말린 대추야자, 무화과, 전통 과자, 아랍 빵 등을 전달하고, 갈아입을 속옷도 제공했다. 그는 기자에게 “아랍에서 만난 선한 사람들의 환대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보기] 우리가 흔히 접하듯, 시리아 난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적대적 감수성이 아니라, 이방인에게 환대를 베풀었던 그들의 선의를 기억하고 이를 되갚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고 한 대목이 돋보였다.

일부 학자들은 전 세계적인 파시즘의 부상을 우려한다. 악화된 경제 상황으로 중산층이 광범위하게 위축/붕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어떤 희생양을 찾게 마련인데, 이때 쉽게 촉발되는 발화지점은 인종주의를 불쏘시개로 삼을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이다. 시사 잡지 <THE ATLANTIC>은 미국의 트럼프 지지 극우파 집단이 나치 식 경례를 하고, 이민자 혐오를 전면화시키고 있는 집회 영상을 공개해 충격을 주었다. 트럼프가 공약대로 무슬림을 등록시키는 정책을 펼 경우, 유대인들은 자신의 종교를 유대교가 아니라 이슬람이라고 등록하는 반대 캠페인을 펼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우리는 자신의 종교를 등록하고, 딱지가 붙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이 캠페인의 지도자는 언급한 바 있고, 만약 이런 등록제가 시행된다면 기독교계에서도 광범위하게 반대 캠페인이 일어날 분위기다.

이런 세계의 흐름 속에서 다시 한국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사회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직설적으로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겠다. 우리가 피해의 역사만 아니라, 가해의 역사를 되새겨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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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송
양희송

청어람 대표. 복음주의 운동가. 몇권의 책을 썼지만, 좌우명은 "노는게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