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 외 4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 제임스 K. A. 스미스 지음, 박세혁 옮김, IVP 펴냄

연말 임박해서 나오는 바람에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갈 상황이었으나, 출판사 측에서도 자신하듯 이 책은 올해의 기대주다. 칼빈대에서 철학과 신학을 가르치는 제임스 스미스는 아마 현재 미국 복음주의, 개혁주의 영역에서 가장 핫한 학자일 것이다. 존 카푸토 아래서 자크 데리다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고, 최근에는 사회사상의 대가 찰스 테일러를 기독교권에 소개하느라 힘쓰고 있는 한편,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나듯 아우구스티누스부터 타협 없이 기독교 전통을 훑어내는 급진정통주의(Radical Orthodoxy)를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있기도 하다. 그는 결코 만만치 않은 철학과 신학의 최근 조류를 과도한 단순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면서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보란 듯이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모색의 결과물로, 문화적 예전(Cultural Liturgy)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우리는 향후 몇 년간 그의 책이 줄줄이 번역되어 소개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기존의 기독교 세계관 논의가 ‘생각하는 인간’ 혹은 ‘믿는 인간’을 전제하면서 합리주의적, 인지주의적 관심에 경도되었다면, 이제는 인간의 욕망 형성구조(desire formation)에 더 주목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하는 인간’이란 통찰이 적극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고 본다. 제임스 스미스는 이렇게 세계관 논의를 인식의 문제에서 욕망의 형성 문제로 전환하면서, 예배야말로 무엇을 사랑하며, 어떻게 사랑하며, 왜 사랑하는지에 관한 가장 근원적 형성이란 주장을 들고나온다. 그리고 모든 것이 욕망의 대상으로 간주되는 포스트모던 시대를 뚫고나갈 기독교적 대안은 욕망의 재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예배이며, 이를 문화적 예전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집약된다. 그의 기획은 상당히 많은 주제의 논의구조를 바꿀 야심찬 것이며, 성공한다면 기념비적 작업이 될 것이다. 한국 독자들이 머리와 가슴을 풀 스케일로 가동하게끔 도발하는 책이 나왔으니, 잘 읽고 우리는 어떤 문화적 예전을 시전 해야 할지 고민해 보도록 하자. –양희송 대표

<예수에서 복음서까지>, 에릭 이브 지음, 박규태 옮김, 좋은씨앗 펴냄

우리는 복음서는 예수님께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기록했으리라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마가와 누가는 예수의 열두 제자가 아니고 예수를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복음서는 구전되던 ‘예수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록으로 정리된 결과물인 셈인데, 그렇다면 ‘이 결과물(성경)의 기본이 되는 자료가 대체 무엇이며, 어떤 과정으로 전해지고 정리되었는가?’하는 질문이 생긴다. 이 질문은 기독교 신앙의 토대를 흔들 수도 있는 대단히 중요한 질문이고, 19-20세기 성서신학의 가장 치열한 주제 중 하나였다. 19세기에는 주로 ‘문서 전승’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었고 최근에는 ‘구술 전승’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논의가 치열할수록 내용이 복잡해진다는 점인데, <예수에서 복음서까지>는 복음서 전승에 관한 이런 복잡한 논의들의 맥락을 정리해주는 책이다. 에릭 이브는 소위 ‘양식비평’의 한계에서부터 최근까지 진행되고 있는 구전 전승(oral tradition)에 관한 다양한 학자들의 이론과 연구를 효과적으로 분류하고 요약하고 평가한다. 최근에 한국에도 책들이 번역되어 많이 알려진 제임스 던, 래리 허타도, 케네스 베일리 같은 학자들뿐 아니라 워너 켈버(Werner Kelber), 비르예르 에르핫손 등 중요하지만,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학자들의 논지까지 두루 살필 수 있어, 입문서이자 참고서로 매우 요긴하다. 성서신학을 공부하거나 관심이 있는 이들, 특히 관련한 책 몇 권을 읽었지만,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어려웠던 이들은 한번 읽어보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박현철 연구원

<한 역사학자가 쓴 성경 이야기 : 구약편>, 김호동 지음, 까치 펴냄

역사학자 김호동 교수가 흥미로운 책을 출간했다. 이미 <동방 기독교와 동서문명>(까치)이라는 책에서 초기 기독교 교파 중 하나였던 네스토리우스파와 동서문명 교류사를 연결하는 흥미로운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사실 그는 12-14세기 몽골제국과 중앙아시아 역사를 주전공으로 삼는 학자다. 그런데 이번에는 뜻밖에도 ‘성경 이야기’를 펴냈다. “역사학자가 쓴”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있지만 그렇게 학술적이거나 전문적인 책은 아니고, 교양 성경입문서 정도라고 보면 된다. 원족장시대(아브라함)부터 포로기(느헤미야)까지 구약 성경의 줄거리를 시간순으로 풀어쓰면서 역사적 사실과 맥락을 보충해주는 정도의 해설을 곁들였다. 익숙한 성경의 줄거리를 차분하고 충실하게 풀어내는 솜씨도 탁월하고, 첨가한 역사학자로서의 논평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적절해 술술 읽힌다. 최근 기독교계 독자들의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신학적 지식을 찾는 고급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반 교양서적으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성경 줄거리를 이해하고 그를 우리가 알고 있던 교양 세계사 지식과 연결해보고자 하는 평신도들이나 비기독교인들에게 유익할 것이다.

참고로 얼마 전 출간된 비슷한 컨셉의 책으로 박상익 교수의 <성서를 읽다 – 역사학자가 구약성서를 공부하는 법>(유유)도 있다. 박상익 교수의 책은 역사학자이자 무교회주의자로서의 학문적, 신앙적 정체성이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났고, 김호동 교수의 이 책은 교양 수준의 일반적 지식을 충실히 전달하는데 좀 더 공을 들인 모양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책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독서의 즐거움이 되겠다. -박현철 연구원 

<평일의 예배, 노동>, 벤 위더링턴 3세 지음, 오찬규 옮김, 넥서스CROSS 펴냄

‘소명’같은 말은 그리스도인들의 직업과 일에 관해 이야기할 때 오래전부터 사용한 말이고, 최근에는 ‘일상’ 혹은 ‘일상영성’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노동’이라는 말은 아직 교회에서는 생경한 언어이다. 소명이나 직업선택, 직장생활, 그리스도인의 일상생활 등에 관한 책은 적지 않게 출간되었지만, 노동이라는 단어에 관한 이념적 편견이 남은 탓인지 이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충분히 폭넓고 깊게 다룬 책은 많지 않다. 벤 위더링턴 3세의 <평일의 예배, 노동>은 매일 성실히 일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노동에 관해 생각해야 할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깊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직업으로서의 노동뿐 아니라 문화적 차원이나 쉼 까지, 적어도 다루어야 할 주제는 빠짐없이 잘 정리했다.

출판사는 책 표지에 “일 좀 안 하고 살 순 없을까?”라는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질문을 써 두었다. 애석하게도 이 책은 그런 비결을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을 올바로 이해하고 더 열심히 노동하며, 일하며 살라고 권한다. 일하고 싶지 않은 이들은 이 책을 읽지 말라. 물론 그런 이들은 성경의 가르침대로 먹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고. -박현철 연구원

<예수전>, 민호기 지음, 규장 펴냄

예수의 삶을 이야기하고 듣는 것에서 우리가 믿는 기독교가 시작되었다. 2000년 전의 선배들뿐 아니라, 지금 우리도 예수의 삶에 관해 듣고, 이야기하면서 기독교를 살아간다. 단순한 ‘교인’이 아니라 ‘신앙인’이요 예수의 제자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대중 워십과 CCM의 경계를 오가며 ‘아티스트’로 활동해온 민호기 목사가 오랜 준비 끝에 음악과 그림, 글로 예수의 삶을 이야기했다. 10곡의 음악을 음반으로 제작하고, 곡에 담긴 묵상을 글로 풀어내고 화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책을 만들었다. “누구나 알지만 정작 말하지 않는 이야기”라는 홍보 문구는 약간 낯뜨겁지만, 민호기 목사만이 할 수 있는 작업임은 틀림없고 훌륭한 결과물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아름다운 글과 노래에 담긴 예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지극히 겸손하다. 날카로운 고증과 탐구로 그간 알려지지 않은 예수의 삶을 복원해내려는 각오나 자신이 발견한 예수를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하려는 욕심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예수를 오래 묵상하고 그를 따르려고 애쓴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예수를 향한 사랑과 존경, 그리고 그를 따르려는 헌신의 자세가 가득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낭만적 감정에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삶이 가진 현장성을 놓치지 않고 그가 늘 다가갔던 가난하고 낮은 자리를 지향하고, 그렇기에 가난하고 겸손해지려는 비움으로 꽉 차 있는, 묵직한 책과 노래들이다. -박현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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