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6년 기독 출판 결산 “눈 밝은 독자가 필요하다”

갈수록 출판계 상황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2016년 한해 ‘이 책 한번 잡솨봐’에서는 기독 출판계를 응원하고, 교양과 지성을 갖춘 신앙인들의 독서를 장려하는 의미로 꾸준하게 기독 신간 서적을 소개했다. 인터넷 서점 종교/기독교 분류의 신간 도서를 확인해보면 올해 거의 3,000권에 육박하는 기독 신간이 소개되었는데(성경과 교재 포함) ‘이 책 한번 잡솨봐’에서는 올 한 해 동안 총 14번의 소개 글을 통해 96권의 책을 소개했다(전체 목록 확인) 그리고 그 중 매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리뷰어들의 선택을 종합하여 총 20권의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수백 권의 책마다 담긴 소중한 내용, 저자들의 사연, 출판사들의 땀과 눈물을 생각하면 그중에서 몇 권을 선별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지만, 소중한 작업에 독자로서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건강한 자극과 격려가 되리라는 마음으로 선별된 책의 리스트를 선보이며 몇 가지 소감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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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신학 서적 대중화

몇 년 전부터 출판계에서 소위 ‘벽돌책’이라 부르는 두껍고 전문적인 책의 출간이 부쩍 많아졌다. 기독 출판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기존에는 신학생 혹은 목회자들을 대상으로만 소비되던 두꺼운 전문 신학서적의 출판과 소비가 확연하게 증가했다. 출판과 소비가 증가하자 출판사들도 전문 서적이라 꺼리던 책들을 과감히 내놓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이 몇 년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번역의 질이나 책의 만듦새도 높아졌고, 본격적으로 신학 전문 서적이 대중화되는 인상이다.

이런 흐름은 주요 인터넷 서점의 월간 베스트셀러 순위에까지 반영되었다. 최근 출간된 새물결플러스의 <NIGTC 요한계시록 주석> 같은 경우 1,000페이지 넘는 분량의 책이 두 권, 각 권 5만 원이 넘는다는 어마어마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알라딘 11-12월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출판사의 <레위기의 신학적 해석>(알라딘 6월 4위, 예스24 7월 13위), <신학의 렌즈로 본 구약개관>(알라딘 3월 8위), <현대신학 지형도>(알라딘 9월 10위), <성경 무오성 논쟁>(알라딘 12월 10위) 같은 책들도 예년이라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성격의 전문서적이었다. 비단 새물결플러스뿐 아니라 복있는사람의 <그레고리 빌의 요한계시록 주석>(알라딘 1월 9위), 홍성사의 <구약성서로 철학하기>(알라딘 7월 7위) 등도 눈에 띄었다. 물론 전문 신학 서적들은 출판사 입장에서도 잘해야 손해를 면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앞으로 기독 출판의 질과 독자들의 눈높이를 함께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가능성은 확인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 한번 잡솨봐’에서는 전문 신학 지식보다는 기독교 교양을 전하는, 보다 대중적인 책을 우선 소개한다는 기준을 세워 가능하면 두껍고 어려운 책은 피하려 했지만 꼭 주목할 책들까지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새물결플러스의 <기독교 교리와 해석학>은 그야말로 전문서적이지만 전공자와 대중독자를 막론하고 주목할 만한 책이다. 성서유니온의 <성령과 신앙>도 상당히 수준 높은 신학서적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고, 복있는사람의 ‘디트리히 본회퍼 대표작 시리즈’도 기존에 출간된 전집의 완성도를 뛰어넘는 결과물로 기독 출판사들의 높아진 수준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좋은씨앗의 <기독교의 발흥>도 한국 기독 출판계에는 낯선 종교 사회학적 방법론으로 초대 기독교를 분석한 알찬 책이다.

기획 서적 약진

단권으로 의미 있는 책들도 많았지만, 좋은 기획서적들이 많이 등장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으로 비아의 ‘문고판 시리즈’는 ‘이 책 한번 잡솨봐’에서 출간된 전권을 빠짐없이 소개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이 시리즈는 소개할 때마다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항상 상위를 차지했다. 얇으면서도 충실한 내용을 알아보고 호응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비아 문고판뿐 아니라 2015년부터 출간해 올해 11권을 채운 성서유니온의 ‘SU총서’, 새물결플러스에서 꾸준하게 펴내고 있는 ‘스펙트럼 시리즈’ 등은 시리즈 이름만 보고 사도 후회하지 않을 책들이다. 좋은씨앗에서 출간한 ‘현대신학의 쟁점 시리즈’는 최신 성서학 논의를 충실하게 담은 시리즈로, 기존에 가벼운 신앙서적을 주로 내는 것으로 인식되던 출판사의 인상을 바꿀 만큼 주목할 만한 기획물이었다.

출판사들의 기획력이 전체적으로 상승했다는 사실은 논쟁적인 주제에 관한 시의적절한 책들이 많이 등장한 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과학과 신앙 관련 책들이 유독 많이 출간되었다. 새물결플러스의 <창조론자들>은 페이스북의 ‘과학과 신학의 대화’ 모임과 협력하여 일종의 클라우딩 펀드 방식으로 출간되어 ‘에끌툰’과 협력하여 2차 컨텐츠 제작까지 연결시켜 이슈에 출판 영역이 적절하게 반응하는 좋은 모델을 보였다. 연초에 출간된 IVP의 <알라>는 출간되자마자 화제를 불러 모으며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슬람 논쟁이 이어지는데 기여했다. 동성애와 관련한 책으로는 한국기독교연구소의 <예수, 신앙, 동성애>가 인상적인 관점을 보여주었다. 이런 주제들은 차분하고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그간 기독 출판계의 흐름이 ‘친창조과학, 반이슬람, 반동성애’로 치우쳐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게다가 그런 흐름에 기반을 두어 출간된 책들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함량 미달이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균형을 맞추고 수준을 끌어올릴 만한 책들이 출간되어 무척 다행이다. 올해는 여성혐오 이슈가 사회적으로도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는데 발 빠르게 출간된 넥서스CROSS의 <여성이 만난 하나님>도 출판사가 시의적절한 기획을 보여준 예다.

주제 다양화

전문 신학 서적이나 기획서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양한 독자들을 만족하게 할만한 다양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신앙 서적 좀 읽은’ 독자들부터 비기독교인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충분히 어필할만한 책들이 두루 출간되어 독자 입장에서는 책을 골라 읽는 재미가 예년보다 훨씬 쏠쏠했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전문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교양 신학 서적에 신선한 책들이 많이 등장한 것이 반갑다. 시의적절하고 탄탄한 내용에 저자가 젊기까지 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연구자 강성호의 <한국 기독교 흑역사>는 새로운 관점에서 한국 현대사와 기독교를 성찰하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IVP에서 출간된 스탠리 하우어와스의 신학적 자서전 <한나의 아이>도 대중성과 전문성을 절묘하게 아우르며 신학자들의 글쓰기에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 책이라 하겠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제임스 스미스의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는 기독교 세계관 논의의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할만하다. 비아의 <다시 그리스도인 되기>는 새로운 신앙 운동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만하고, 두란노의 <팀 켈러의 센터처치>는 신학자가 아닌 목회자의 입장에서 교회론을 다루면서 대중 신학 서적의 한 모범을 보여주었다. 프레드릭 뷰크너의 <어둠 속의 비밀>이나 천정근의 <고뇌가 없다는 것>같은 수준 있는 설교집은 소위 브랜드 목회자에 기댄 부실한 설교집들의 별 의미 없는 홍수 속에서 수준 있는 설교집이란 어떤 것인지, 읽는 설교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책의 주제나 수준을 넘어 교파적 다양성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출간된 책 중에서 성공회 사제이자 문필가인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의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 가톨릭 신부인 토마시 할리크의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 동방 정교회 신학자인 데이비드 벤틀리 하트의 <무신론자들의 망상>은 교파의 특성에 매이지 않으면서 기독교적 교양을 충실하게 담고 있어 개신교인들이 전혀 거리낌 없이 읽을 수 있다. 일반 인문 출판 브랜드 뿌리와이파리에서 출간한 ‘3인의 그리스도사상가’시리즈나 교유서가의 <고백록 강의>,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기쁨>, 유유의 <성서를 읽다> 등 일반 출판 영역에서도 기독교 교양 도서로 읽을 책들을 적지 않게 출간했다.

눈 밝은 독자들이 필요하다!

2016년 한해 좋은 책들이 다양하게 많이 출간되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책들을 추천했지만, 고민이 남는다. 인터넷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면 여전히 몇몇 대형 출판사들이 펴내는 고만고만한 신앙 서적과 설교집들이 상위에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전문성, 기획력, 다양성과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책들이 기독 출판계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왕의 재정>이나 <왕의 음성>은 부실하고 부적절한 내용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3년째 베스트 상위를 지키고 있고, 올해 신간 중 베스트에 오른 책들도 대형교회 유명 목사들의 설교집이 대부분이다. 독자의 입장으로 출간된 책을 읽고 추천했던 나도 힘이 빠지는데, 성실하게 고민하고 기획하며 책을 만드는 출판사 관계자 입장에서 보면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런 상황은 결국 독자들의 역할에 기대를 걸게 한다. 꾸준히 좋은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사들을 알아봐 주고, 정성껏 만든 의미 있는 책은 묻히지 않도록 책을 발굴하고 독서 운동을 일으킬 ‘눈 밝은 독자들’이 있어야 기독 출판계의 지속이 가능하고, 한국 교회 지성 운동 역시 맥을 이어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 한번 잡솨봐’는 독자와 출판사의 경계에서 꼭 필요한 책과 꼭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려 고민했다. ‘많이 팔려야 할 책’들에 관해서는 출판사 입장이 되어 꼭 필요한 독자들에게 다가서려 애썼고, ‘꼭 필요한 책’들에 관해서는 독자의 입장에서 출판사를 격려하고 독려하려, 때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1년간 우리가 책을 읽고 추천하고 소개하는 과정들이 출판사에도, 독자에게도 즐거운 일이었기를 바란다. 기독 출판 생태계를 살리고 기독 시민 교양을 키우는데 작게나마 이바지한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2017년에도 기꺼운 마음으로 ‘이 책 한번 잡솨봐’라고 권할 테니 사양치 말고 많이 ’잡솨‘ 주시길 간절히 바라본다.

<청어람 매거진>이 선정한 올해의 기독교 신간 20선

  • <고뇌가 없다는 것> 천정근 지음, 포이에마 펴냄
  • 그리스도교를 만든 3인의 사상가 시리즈 <사도 바오로>, <교부 아우구스티누스>, <마르틴 루터> E. P. 샌더스, 헨리 채드윅, 스콧 H. 헨드릭스 지음, 전경훈 옮김, 뿌리와 이파리
  • <기독교 교리와 해석학> 앤서니 C 티슬턴 지음, 김귀탁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 <기독교의 발흥> 로드니 스타크 지음, 손선현 옮김, 좋은씨앗 펴냄
  • <다시, 그리스도인 되기> 조너선 윌슨하트그로브 지음, 손승우 옮김, 비아 펴냄
  • 디트리히 본회퍼 대표작 세트 <옥중서신-저항과 복종>, <나를 따르라>, <신도의 공동생활> 디트리히 본회퍼 지음, 김순현, 정현숙 옮김, 복있는사람 펴냄
  • <목회자란 무엇인가> 케빈 J 밴후저, 오언 스트래헌, 지음, 박세혁 옮김, 포이에마 펴냄
  • <무신론자들의 망상> 데이비드 벤틀리 하트 지음, 한성수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펴냄
  • <성령과 신앙> 잭 레비슨 지음, 홍병룡 옮김, 성서유니온 펴냄
  • <알라> 미로슬라브 볼프 지음, 백지윤 옮김, IVP 펴냄
  • <어둠속의 비밀> 프레드릭 뷰크너 지음, 홍종락 옮김, 포이에마 펴냄
  • <여성이 만난 하나님> 강호숙 지음, 넥서스CROSS 펴냄
  • <예수, 성경, 동성애> 잭 로저스 지음, 조경희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펴냄
  •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 지음, 정다운 옮김, 비아 펴냄
  • <창조론자들> 로널드 L 넘버스 지음, 신준호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 <팀 켈러의 센터처치> 팀 켈러 지음, 오종향 옮김, 두란노 펴냄
  •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 제임스 스미스 지음, 박세혁 옮김, IVP 펴냄
  •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 토마시 할리크 지음, 최문희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 <한국기독교 흑역사> 강성호 지음, 짓다 펴냄
  • <한나의 아이> 스탠리 하우어와스 지음, 홍종락 옮김, IVP 펴냄

*책 제목 가나다 순

 

 


박현철
박현철

청어람ARMC 연구원. 전자공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구글에 입사한 것보다 청어람에 입사한 것에 더 만족한다. 커피와 리뷰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