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 매거진

[대표서신] ‘절실함’을 갖는다는 것

2016년, 저희는 다른 무엇보다 ‘절실함’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지난 12월 25일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예배’는 서울역 광장에서 ‘KTX 해직 여승무원’들과 함께 드렸습니다. 그들을 소개한 한 언론의 제목이 쓰라렸습니다. “2년 반 일하고 10년 싸웠다.” 돌아보니 그만한 노동쟁의 현장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5년, 10년을 길거리에서 지낸 이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세월호는 어떻습니까? 참사 1,000일을 맞이하는 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운 장면을 많이 보았습니까?

<교수신문>이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에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뜻의 백성과 군주의 관계를 설명한 사자성어입니다. 200만 명이 거리로 나서 대통령을 탄핵한 일은 한 사회의 절실함이 임계점에 차오르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청어람이 갖는 ‘절실함’은 무엇인가에 생각이 미칩니다

대체로 ‘지나치게 절실하지 말자’는 마음을 많이 가졌습니다. ‘매번 비상상황을 강조하기보다는 정말 필요한 일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되도록 하자’는 생각이 더 강합니다. 그러나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을 생각해보니 ‘절실함’을 떨치기는 어렵습니다. 절실함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행여 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에서 기인합니다. 끝내 세월이 우리에게 기회를 허락지 않는다면 어쩌나 하는 애끓음이겠지요.

범상하게 해온 일들이 고만고만한 칭찬과 인정에 머물고 마는 사이에 거대한 구조와 흐름은 나보란 듯이 몸을 빼고 제 길을 가버리는 것을 그냥 보고 있어야 하는가. ‘개신교 생태계’나 ‘세속성자’나 ‘다시 프로테스탄트’는 약간 참신한 레토릭으로 소비되고 마는가.

역사란 늘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늘 과거를 좋았다고 추억하고, 어떤 이들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희망 전부를 걸어놓고선 안심합니다. 오직 현실에 충실한 이들만이 ‘절실함’을 붙잡습니다. 과거도 미래도 위안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 걸은 만큼만 우리는 전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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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여는 강의마다 함께 해 주신 여러분들에게서 저희가 본 것 역시 ‘절실함’이었습니다.

2017년 청어람에서 일어날 일들

2017년을 맞이합니다. 저희는 2017년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를 계속 가늠하고 있습니다. 1월부터 5주간의 ‘나라를 다시 만들자(Re-Build a Nation)’ 강좌공개강연 ‘기독교 신앙과 사회학적 상상력은 어떻게 만나는가?’를 진행합니다.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IVP)를 함께 읽는 ‘세속성자 책읽기’ 모임도 진행합니다. 몇몇 기독교 단체들과 함께 지난 12월 19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를 두고 특별포럼도 엽니다. 2월 말에는 홍콩으로 날아가 한·중·일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 ‘Three Together Camp’를 개최합니다. 4월에는 8회를 맞이하게 되는 ‘청년사역 컨퍼런스’가 열릴 겁니다. 상반기 12주 동안에는 ‘세속성자 수요모임’과 올해 큰 호평을 받았던 월례강좌와 다수의 특강과 강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례적 기획 외에 시도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2017년이기 때문에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일들일 것입니다.

핵심은 ‘개신교 생태계’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란 ‘시간’과 맞물려 이 땅에 형성되어야 할 ‘공간’이 도드라집니다. 한국 개신교는 자칭 교계 지도자들이 함부로 ‘대표성’을 참칭하는 대의구조 왜곡의 대표적 공간입니다. 교계 대표나 연합기구는 몇몇 목회자들의 공명심과 이권추구의 장이 되었고, 그 자리에 이르는 길은 성직매매의 전형적 사례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개신교는 각자의 신앙 양심과 고백이 교황이나 제도교회보다 앞선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에 한국 개신교는 교계의 부패한 대의 구조를 ‘탄핵’하고 성도들의 소통공간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온라인에 이를 담아낼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오프라인에도 이렇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되기를 기대합니다. 성경에 보니 사도 바울은 사역 중에 끊임없이 편지를 보냈고, 지역마다 여러 공간에서 가르쳤더군요. (행19:8-10) 오늘로 치면 서신은 온라인 소통 수단이고, 두 해 동안 머물며 가르친 두란노 서원이며 회당 같은 곳은 오프라인 공간입니다. 2,000년 전 로마제국의 변방에서도 열정적으로 순회하고, 때로는 죄인으로 압송되면서, 여러 논쟁과 가르침을 담은 서신을 쓰고, 어떤 곳에서는 장기거주하며 가르치는 방식으로 사역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읽혔습니다.

한 줌 소수집단의 ‘절실한’ 행동은 당대의 제국도 흔들리게 하였고, 그 이후 역사는 익히 아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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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청어람과 함께 걸어주신 여러분들과 또 한해 절실하게 걷고 싶습니다. @2016 청어람 송년모임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합시다

2017년의 세계는 딱히 비관적이지도 낙관적이지도 않습니다. 다만 저희는 잃을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즐겁게 일할 것입니다. 시도하는 만큼 경험이 되고, 성공하는 만큼 자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렇게 축적된 지식과 지혜를 어디에 어떻게 새겨야 하는가가 과제입니다. 저희가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동역자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해 내내 지치지 않고 밀도 높은 이야기를 뽑아내고, 흥미로운 기획을 생산하고, 즐거운 자리를 많이 만들고, 적시에 현안에 개입할 수 있도록 지지와 동역을 부탁드립니다.

2016년 너무 고마웠습니다.
2017년 함께 동역하십시다.

 

청어람ARMC 대표 양희송 드림

 

 


양희송
양희송

청어람 대표. 복음주의 운동가. 몇권의 책을 썼지만, 좌우명은 "노는게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