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온 세상을 위한 구약윤리’ 외 4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온 세상을 위한 구약윤리>, 존 바턴 지음, 전성민 옮김, IVP 펴냄

구약에는 현대를 사는 우리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가 즐비하다. ‘비늘 없는 물고기는 부정하다’ 같은 사소하고 황당한 이야기부터, ‘죄인은 돌로 쳐 죽이라’는 잔인한 명령(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했다!)들이 구약 곳곳에 담겨있다. 이런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구약에서 신앙적 의미만을 추출해 이해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진정한 의미에서 ‘성경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형성하는 데까지 이르기 어렵다. 특히 다양한 윤리적 가치와 체계가 각축하는 시대를 사는 오늘 우리에게는 구약의 ‘신학적’ 이해뿐 아니라 ‘윤리적’ 이해가 절실하다.

존 바턴의 <온 세상을 위한 구약윤리>는 이런 구약의 윤리적 이해에 대한 좋은 입문서이자 지침서다. 이 책은 ‘구약이 가르치는 윤리적 행동은 이것이다’라고 제시해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바턴은 구약의 이야기에서 윤리적 규범을 읽어내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임을 인정하면서 생태, 성윤리, 경제윤리, 인권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윤리적 쟁점들에 관해 구약이 ‘윤리적 비전’을 가지고 있음을 설명한다. 이런 윤리적 비전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성경적 삶’이 정말로 ‘좋은 삶’임을 믿을 수 있게 된다. ‘구약 윤리’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한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전혀 딱딱한 학술서가 아니니 안심해도 좋겠다. 제목을 ‘온 세상을 위한 구약성경 읽기’ 정도로 부드럽게 이해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구약성경이 수천 년 전 이스라엘 사람들뿐 아니라, 지금 우리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세계를 위해서도 여전히 적실한 이야기로 읽힐 수 있고, 읽혀야 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게 해 주는 ‘온 세상을 위한’ 책이다. -박현철 연구원

<아! 욥 – 욥기 산책>, 김기석 지음, 꽃자리 펴냄

서울역 인근 청파동에 있는 교회에서 20년째 목회를 하고 있는 김기석 목사는 이미 영성가, 설교가, 평론가이자 작가로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이 책은 총 23강과 6편의 설교문을 담고 있는데, 욥기 본문을 풀어내는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 사이로 90여 명에 이르는 동서고금의 문학가, 철학자, 신학자들을 적확한 인용으로 불러내어서 우리 시대의 문제의식을 조명하게 한다. 그는 욥기를 읽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주의사항으로 첫째 하나님 편에 서서 사태를 바라보며 함부로 말하지 말 것, 둘째 욥보다 친구들의 말이 더 은혜롭고 논리정연함에 당혹감을 느끼는 이유를 주목할 것, 셋째 욥기의 주제를 무고한 자의 고난과 하나님의 정의라고 못 박아서 텍스트의 다의성에 굴레를 씌우지 말 것, 넷째 욥을 과거의 인물로 규정하고 오늘 우리와 상관없는 존재로 여기지 말 것을 주문한다.

그는 욥기를 설교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응시했고, 세월호 참사를 견뎌왔다. “욥기는 우리에게 ‘정답 없는 삶을 살아갈 용기가 있는가’ 묻고 있지 않느냐”는 저자의 질문은 그래서 위로가 된다. 욥기를 난해한 성서학 이론의 바다에 빠뜨리지 않고, 혹은 손쉬운 세간의 단순논리로 환원처리하지 않고, 그 ‘결’과 ‘호흡’을 헤아려 써내려간 드문 책이다. 한 장씩 소리 내어 읽으면 그대로 설교가 되고, 성경본문을 겹쳐놓고 씨름하면 그대로 묵상이 되고, 인용한 이들을 곱씹다 보면 ‘인간의 무늬(人文)’ 그 자체를 발견하게 하는 문장을 이렇게 숨 가쁘지 않게 읽은 기억이 언제 있었던가? –양희송 대표

<역설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파커 파머 지음, 김명희 옮김, 아바서원 펴냄

작년에 출간된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한나의 아이>(IVP)는 뜻밖에(?)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는데, 아마도 사람들이 가장 매력을 느낀 포인트는 소제목, ‘정답 없는 삶 속에서 신학하기’였던 것 같다. 진지하게 삶과 신앙을 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수 믿으면 인생의 의문이 모두 풀리고 모든 것이 잘 된다’고 믿어버리는 손쉬운 신앙은 허구에 가깝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닫는다. 결국, 삶이란 역설의 긴장 위를 걸어가는 것이고, 신앙 역시 마찬가지다. <역설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에서 파커 파머는 이 ‘역설의 긴장’을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그 속에서 빚어낸 묵상으로 풀어낸다. 늘 상충하는 욕망이 공존하는 내면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정답 없는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끝없이 소비하라고 부추기는 세상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도 역설을 끌어안고 살아갈 지혜를 얻게 된다면 좋겠다.

이 책은 1980년에 출간된 파커 파머의 첫 저서이다. 그는 ‘교사들의 교사’로 불리는 탁월한 교육학자이자 신뢰받는 영성가인데 국내에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해 아쉬웠다. 이번 책뿐 아니라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IVP),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한문화),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글항아리) 등 그의 모든 책이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읽히기를 바라본다. -박현철 연구원

<역사적 예수>, 김기흥 지음, 창비 펴냄

인문출판사 창비에서 ‘역사적 예수’를 다루는 책을 내었는데, 저자가 건국대에 재직 중인 한국 고대사와 설화연구의 전문가 김기흥 교수다. 전문 신학자는 아니지만, 사학자의 입장에서 주어진 사료를 평가하고, 기존에 제출된 연구 성과를 최대한 활용하여 자생적 ‘역사적 예수’ 연구의 한 경지에 도달한 독특한 사례다. 이 책을 단순하게 ‘신학 비전공자가 낸 성과물’로 여기기 쉽지 않은 이유는 530쪽 분량에 100쪽을 주석에 할애할 정도로 꼼꼼히 근거를 챙겼고, 인용된 신학적 저술은 비판적 성서학의 주요 흐름에 기초를 단단히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예수’ 연구 분야는 수많은 학자와 이론이 저마다 논쟁을 벌이며 각축하는 장이다. 사방에서 싸움이 펼쳐지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 전모를 그려보는 시도는 언제나 난해한 과제였다. 현대 성서학 연구 영역에서 어느 정도 공감을 이루고 있는 ‘비판적 연구’의 결과물을 사용하는 데 있어 진보적 학자들은 최소주의적 접근을 선호하고, 보수적 학자들은 최대주의적 접근에 기우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전자는 기존의 성서 이해를 해체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후자는 기존의 이해를 정당화하려는 습성에 빠지기 쉽다. 이 책의 장마다 펼쳐지는 언뜻 평이해 보이는 서술들은 비판적 성서연구의 표준적 이해에 근접해 있고, 어느 한쪽으로 쉽게 기울지 않는 감각은 역사서술에서 흔히 보이는 사학자의 문장 규범을 닮아있다. 현대적 질문이나 잔재미를 조금 더 깔아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뒤늦게 들지만, 저자는 오히려 정색하고 이 주제를 다루는 꽤 튼실한 개관을 하나 써내겠다는 기세로 책을 내어놓았다. 신학교 바깥에서 이런 작업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반가운 당혹감을 느낀다. -양희송 대표

<요한복음의 예수>, 존 프록토 지음, 김경민 옮김, 성서유니온 펴냄

최근 기독 출판계에서 얇으면서도 충실한 내용과 기획을 보여주는 문고판 시리즈가 여럿 나오고 있다. 성서유니온의 SU 신학 총서도 그중 하나인데,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신학책’을 표방하며 영국의 ‘grove books’ 시리즈 중에서 성서학에 관한 책들을 골라 발간하고 있다. <요한복음의 예수>는 SU 신학 총서의 11번째 책으로, ‘어린아이도 첨벙거릴 수 있고, 코끼리도 헤엄칠 수 있다’는 요한복음을 이보다 더 간결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요한복음의 주제, 성격, 구조를 설명할 뿐 아니라 요한복음을 설교하고 가르칠 때의 지침까지 담아야 할 포인트는 빠짐없이 담고 있는 책이다.

사실 요한복음에 관한 주석이나 설교집은 성경 각 권 중에서 가장 많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많아서 독자의 필요에 딱 맞는 책을 고르기가 오히려 어려운 지경인데, 성경 통독에 도전 중인 독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참고할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가장 낫지 않을까 싶다. 존 프락토는 이 책 <요한복음의 예수>뿐 아니라 사복음서 모두를 같은 시리즈로 집필했는데, <누가복음의 예수>는 이미 번역되었고, 마태복음과 마가복음도 곧 번역된다고 하니 4권을 모으면 복음서에 관한 훌륭한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현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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