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 매거진

[이 책 한번 잡솨봐] ‘창조론 연대기’ 외 5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창조론 연대기>, 김민석 지음, 새물결플러스 펴냄

<마가복음 뒷조사>로 기독 출판계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김민석 작가의 새 작품 <창조론 연대기>가 나왔다. 고등학생 주인공이 창조론을 공부하며 겪는 학문과 신앙과 사랑의 질풍노도를 그린 ‘청춘로맨스성장’ 만화다. 매주 웹툰으로 연재되던 작품을 처음에 챙겨 읽다가 일주일 기다리기 현기증 나서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역시나 책을 편 자리에서 한 숨에 다 읽었다. 여러모로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책인데, 세 가지 감사로 리뷰를 대신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첫째, 김민석 작가의 재능과 역량에 감사한다. 독자는 1초도 볼까 말까한 한 장면을 그리기 위해 작가가 공부하고 구상하고 그렸을 모든 컷에 감사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진지한 내용부터 중간 중간 양념치는 센스 있는 장면까지 한 장면도 버릴게 없다. 둘째, 책을 출판한 새물결플러스 출판사에 감사한다. 새물결플러스는 이미 과학과 신앙, 창조론과 관련한 다양한 책을 출간해왔다. 이 주제는 생각보다 예민해서 작업은 고된 반면 판매량은 보장되지 않고, 심지어 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 현실을 알면서도 꾸준히 책을 출판한 뚝심에 감사한다. 셋째, 주인공 ‘준이’에게 감사한다. 책을 읽으며 준이를 통해 옛 추억을 많이 떠올렸다. 나도 고등학생 때 창조과학자가 되겠다고 기도했었고, (지금은 ‘이불킥’할 일이지만) 대학에서 처음으로 작성한 리포트가 ‘노아홍수의 역사적 증거’였다. 진솔하게 묻고, 답을 찾으려 애쓰며 잘 자라준 준이에게 고맙다. 준이가 지금도 고민하며 묻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박현철 연구원

<종교개혁>, 피터 마셜 지음, 이재만 옮김, 교유서가 펴냄
<과학과 종교>, 토머스 딕슨 지음, 김명주 옮김, 교유서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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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대학교 출판부에서 펴내는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는 제목 그대로 다양한 주제를 압축적이고 깔끔하게 소개하는 문고판 시리즈다. 철학, 문학, 예술에서부터 과학을 비롯한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까지 전방위적 주제를 다루는 이 시리즈는 이미 500권이 넘게 출판되었고,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시리즈의 일부가 여러 출판사를 통해 소개되었는데, 비아에서 나온 <성공회>, <예수>, 뿌리와이파리의 <사도 바오로>, <교부 아우구스티누스>, <마르틴 루터>도 이 시리즈다.

교유서가에서도 ‘첫단추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이 시리즈를 번역/출간하고 있다. 이번에 번역된 두 권, <종교 개혁>과 <과학과 종교>는 기독교인들이 꼭 읽어야 할 교양서로 추천되어야 마땅하다. 단순히 유명시리즈 중에서 기독교와 관련 있는 주제라서 꼭 읽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 주제를 다루는 많은 책들 중에서도 뚜렷한 특징을 보여주는 충실한 책이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이 두 권의 미덕은 ‘외부자적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개혁을 이야기 하지만 루터를 비롯한 개혁자들의 ‘개신교’를 다루는 것이 아니고, 과학과 종교를 이야기 하지만 기독교 신앙인이 학문을 어떻게 대할지를 다루지 않는다. 종교개혁의 신앙적 유산과 오늘의 교회 현실을 개혁할 수 있는 교훈을 궁금해 하는 기독교인들에게, 또 과학과 신앙을 잘 조화시키고 신앙으로 과학을 끌어안을 수 있는 모델을 궁금해 하는 기독교인들에게 이 책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궁금해 하는 종교개혁이나 과학이 사실 우리 궁금증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친절하게 소개해준다.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박현철 연구원

<마르틴 루터, 한 인간의 운명>, 뤼시앵 페브르 지음, 김중현 옮김, 이른비 펴냄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니 여기저기서 루터 관련 기획서들이 나올 것은 예상했다. 그런데낯선 출판사가 기이한 기획을 선보였다. 20세기 초반 역사학연구에 지각변동을 초래한 ‘아날 학파’의 대표학자인 뤼시앵 페브르가 루터 인생에서 1517-1525년까지만 집중적으로 다룬 책을 내놓았다. 저자는 “전기도 평전도 아니다. 단순하지만 비극적이었던 한 운명곡선을 보여주는 것. 그 곡선이 지나가는 아주 중요한 몇몇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 짚어보는 것”이라고 이 책의 관심사를 요약했다. 이런 포부에 걸맞게 그는 기존의 평가나 특정한 신학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고 모순과 역설로 가득한 루터의 입체적 면모를 가감 없이 잘 드러내주고 있다. 아마 올 한해 우리는 루터에 대한 찬양과 기림을 수도 없이 들을 것이며, 이를 위해 생략되고 간과된 진실의 파편들을 불편하게 마주할 것이다. 페브르의 책은 영웅도 아니고 파탄자도 아닌 한 역사적 인물의 복원과 재구성에 심혈을 기울임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의 삶에 던지는 메시지가 만만치 않게 강렬할 것이다.

이른비 출판사는 <루터의 밧모섬 :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보낸 침묵과 격동의 1년>(제임스 레스터 지음, 서미석 옮김)도 낸 바 있다. 그 유명한 보름스 회의 이후 루터가 납치되어서 독일어 성경을 번역한 1년간을 조명한 책이다. 이 출판사가 루터를 파고드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그것이 매우 마음에 든다. -양희송 대표

<용서에 대하여>, 강남순 지음, 동녘 펴냄

이 책은 ‘용서’란 주제를 다루는 ‘기독교 서적’의 범주로 묶기는 곤란할 수 있다. 자크 데리다를 비롯한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을 참조하고 대조하며 진행되는 논의가 주조를 이루고 있고, 전반적으로 설교적이기보다는 설명적이기에 ‘용서와 종교’에 한 장을 할애하고 있지만 경건서적 읽듯 대하기는 낯설 것이다. 하지만 나는 늘 ‘기독인문학(Christian Humanities)’이란 범주가 조금 더 활성화 되어서 이제는 속이 빈 공허한 개념어로 전락한 기독교 신앙의 주요한 언어들을 현대적 질문과 대질시켜가며 규명해주기를 기대해왔다. 이 책은 그런 작업을 성실히 수행하는 한국 신학자의 저술이란 점에서 반갑다. 대답보다는 질문이 조금 더 풍성하게 파생될 수 있는 텍스트이므로 혼자 읽는 것도 좋겠지만 그룹으로 읽고 토론하며 그간 모호했던 ‘용서’의 안팎을 가다듬어 본다면 더 좋을 것이다. <밀양> 같은 영화 보고 질문이 많았던 성도들이라면 한발 더 들어가 볼 수 있을 것이고, 목회자와 신학자, 신학생들은 이제 자신들이 다루어야 할 질문의 양과 질을 따져볼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양희송 대표

<포스트휴먼 신학>, 장윤재 지음, 신앙과지성사 펴냄

인류의 미래라고 하면 대부분 번영이 보장된 미래의 문명을 떠올렸지만, 이제 우리는 인류라는 종(種) 자체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과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사회의 변화 등이 맞물려 인류의 미래에 관한 고민은 갈수록 깊어진다. 한편에서는 인류라는 종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기대가 피어오르고, 또 한편에서는 인류라는 종이 도태되고 멸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과학기술, 사회경제, 윤리와 철학 등이 맞물려있는 포스트휴머니즘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데 기독교 신학 역시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에 관해 성찰하고 응답할 필요가 있다. 이화여대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장윤재 교수가 이번에 출간한 <포스트휴먼 신학>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국내 신학자의 책으로는 이 문제를 다루는 첫 책이면서 동시에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문제의식을 잘 전달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 본론에서 본격적인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해 다루기보다는 그동안 장윤재 교수가 써왔던 생태신학에 관한 글들로 많은 분량을 채우고 있어 아쉽기도 하지만, 서문과 에필로그에 소개한 저자의 포스트휴머니즘에 관한 문제의식만 보더라도 가볍게 넘길 책은 아니다. 이 책을 기점으로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박현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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