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대교리문답’ 외 5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대교리문답>, 마르틴 루터 지음, 최주훈 옮김, 복있는사람 펴냄

개신교 최초의 교리서인 <대교리문답>이 새롭게 번역 · 출간되었다. 종교개혁 이후 교황권에서 이탈한 개신교권 교회들에서 목회자의 무지와 게으름, 성도들의 방탕과 방임 현상이 벌어지자 루터는 매우 실망하게 된다. 자격 미달의 목회자를 해임하고, 교회와 수도원을 청산하는 강도 높은 조처를 하는 한편, 목회자와 성도들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나온 대안이 바로 이 교리서였다. 이 책에는 루터 특유의 직설적인 표현이 가감 없이 잘 살아있다. 어떻게 교리서에서 ‘뚱땡이들’, ‘처먹다’, ‘멍청이’ 같은 표현을 만날 수 있었을까. 덕분에 책은 술술 잘 읽힌다. 루터는 십계명, 사도신경, 주기도, 세례, 성만찬을 차례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인간은 율법을 지킬 수 없는 존재이고, 그래서 그리스도의 은혜가 필요하다는 개신교 특유의 신학적 강조점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잘 살펴볼 수 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고전이기도 하지만 ‘성인을 위한 신앙교육’이라는 원래의 취지는 5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루터의 달변을 따라 죽죽 읽어갈 수 있고, 끄덕끄덕 반응하게 된다. 고풍스러운 표지로 감싼 반듯한 책 만듦새가 눈에 띄는데 곁에 오래 두고 볼 책이란 인상을 남긴다. 종교개혁 500주년에 루터를 직접 만나는 호사를 누려보는 건 어떤가? -양희송 대표

<로마서 13장 다시 읽기>, 권연경 지음, 뉴스앤조이 펴냄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문에 정부의 권위가 무너지고 시민의 저항이 거세지자 로마서 13장의 ‘위에 있는 권세들에 복종하라’는 말씀이 논쟁이 되었다. 정부와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은 이 말씀을 들고 나와 시민 저항 운동을 폄하했고, 몇몇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이전 설교 발췌문이나 편집 동영상이 여지없이 카톡과 SNS를 타고 돌았다. 또 그에 반박하는 목회자와 신학자들의 설교나 글도 많이 나왔다. ‘뉴스앤조이’는 지난 해 말에 이 말씀을 둘러싼 논쟁들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소개했었는데, 내친김에 그것을 책으로까지 펴냈다. 중요한 이슈지만 너무 방대해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를 적절하게 기획했고, 저자인 권연경 교수가 기획에 딱 적합한 방식으로 책을 집필해 멋진 책이 되었다.

이 책은 ‘촛불의 시대…’를 부제에 담고 있을 만큼 시대에 밀착해 있는, 오늘 한국 정치와 교회의 고구마 같은 현실에 가슴 치는 이들을 위한 사이다 같은 책이다. 그럼에도 사회 현상을 분석하기보다는 본문에서 바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경청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이 시국이 지난 후라도 책의 가치가 전혀 퇴색되지 않을 귀한 책이다. 참고로 이 책으로 로마서 13장 읽기에 입문한 후 더 깊은 독서를 바라는 독자들은 (이 책에도 추천되어 있지만) 미야타 미쓰오의 <국가와 종교 : 유럽 정신사에서의 로마서 13장>과 존 레더캅의 <기독교 정치학>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박현철 연구원

<예언자적 설교>, 월트 브루그만 지음, 홍병룡 옮김, 성서유니온 펴냄

‘예언자적’이라는 말이 기독교계 안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예언자적 전통은 당연히 성경에서 기원하고 여러 신학자가 그 역할과 중요성을 설파한 바 있지만, 월터 브루그만이 그의 기념비적 역작 <예언자적 상상력 The Prophetic Imagination>을 통해 이 단어의 ‘활성화’에 끼친 영향력은 지대하다. 지배문화에 대항하는 예언자 정신과, 그에 기반을 둔 교회의 활동을 강조한 그의 책은 1978년 처음 출간된 이래 (현재 번역된 복있는사람의 책은 2001년 개정판이다) 교회의 시대적 사명을 고민하는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길잡이 노릇을 했다. <예언자적 설교 The Practice of Prophetic imagination>은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예언자적 상상력>의 후속작이다. 전작의 명성에 묻어가는 책이라기보다는 전작의 문제의식을 특히 설교라는 방법을 통해 구체화 한 책이다.

‘예언자적 상상력’의 발현이 세상을 뒤집어엎는 혁명적 실천이 아니라 겨우 설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성경의 대항적 내러티브 젖어들고 그것을 당대의 문화에 적용해 새로운 대항적 내러티브로 재진술하는 것 자체가 가장 기초적 실천이다. 책을 조금만 읽으면 브루그만이 말하는 설교란 단지 설교자들의 직무일 뿐 아니라 말씀을 오늘의 삶에 구현하려 노력하는 모든 세속성자들이 수행해야 할 신앙 행위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브루그만의 책은 그 언어가 함축적이고 서술이 친절하지 않은 편이라 읽기가 쉽지는 않지만, 천천히 곱씹어가며 읽고 읽을 필요가 있다. 정의가 상실되고 절망과 자괴가 온 세상을 사로잡아버린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박현철 연구원

<복음서와 만나다 : 예수를 그린 네 편의 초상화>, 리처드 버릿지 지음, 손승우 옮김, 비아 펴냄

복음서를 한번 읽어 보고 싶은데 도움이 될 만한, 한 손에 선뜻 잡히는 책이 의외로 많지 않다.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오랫동안 성서학을 가르쳐온 리처드 버릿지의 대표작인 이 책은 교양 대중들의 그런 필요에 딱 부합하는 책으로 20년 넘게 읽혀온 클래식이다. 복음서는 왜 하나가 아니고 네 편인가, 왜 세부적 내용이 다른가, 이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등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에 관해 그리스-로마시대의 전기(biography)라는 장르를 비교해가면서 적절하게 답한다. 특히 고대로부터 각각의 복음서에 부여되었던 사자, 인간, 소, 독수리의 이미지가 각 복음서의 특징적 내용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음미하도록 안내한다. 학술적 기본이 탄탄하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문체로 쓰여 복음서에 관심 있는 개인이나 교회 소그룹에서 표준적 입문서로 읽으면 금상첨화인 책이다. -양희송 대표

<별들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박영돈 지음, 복있는사람 펴냄

‘이 책 한번 잡솨봐’를 2년 넘게 연재하며 나는 책을 고르는 몇 가지 개인적 취향을 갖게 되었다. 일단 얇은 책을 좋아한다. 그러나 두서없는 설교 몇 편으로 분량을 때우는 책은 별로다. 또 젊은 세대를 위한 책은 좋아한다. 그러나 스스로 선배라 칭하며 ‘젊은이들에게…’라며 꼰대질하는 책은 질색이다. <별들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를 본 순간 양가적 감정이 확 들었다. ‘청년들을 향한 얇은 설교집’이라니… 읽을까 말까, 소개할까 말까 갈팡질팡하던 차에 그래도 저자를 향한 신뢰와 예쁜 표지와 제목에 기대를 걸고 책을 읽었다. 평생 꼿꼿한 신앙인이자 학자, 선생으로 살아온 저자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고, 다른 독자들을 위해 몇 가지 기대를 덧붙이는 것으로 책을 소개한다.

일단, 저자가 기대한 독자인 청년들은 ‘꼰대질’이라는 의심을 접고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어두워진 시대를 만든 선배로서의 미안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붙들어야 할 신앙적 가치를 재확인하려는 저자의 의도를 이해한다면 페이지마다 새겨듣고 위로받을 만한 교훈이 많은 책이다. 둘째, 청년들을 가르치는 어른들, 특히 설교하는 목회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들의 삶과 신앙을 다시 점검하면 좋겠다. 우리는 왜 이런 어두운 시대로 올 수밖에 없었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나누고 실천할 것인가? 절망의 시대에도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며 희망을 놓지 않는 신앙의 자세를 굳게 지키기 원하는 그리스도인들을 격려하는 책이다. -박현철 연구원

<광야의 소리, 윤종하>, 성서유니온 편집부 지음, 성서유니온 펴냄

지금은 한국교회에서 널리 하는 ‘경건의 시간(Quiet Time)’이라는 성경 묵상 훈련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이들은 <매일성경>이란 큐티 책을 발간하고 있는 성서유니온이다. 1972년부터 이 성서유니온의 초대 총무를 맡아 평생 성경을 가르쳐온 이가 윤종하 선생이다. 이 책은 윤종하 선생을 기리는 10편의 글과 그와 동역한 3명의 선교사들의 추천사, 다수의 짧은 회고담, 그리고 그의 강의 2편이 실려 있다. 그를 아는 이들은 아마 박대영이 쓴 “말씀의 사람을 떠올릴 때 나에게는 두 사람이 생각난다. 우리에게 <성서조선>을 남겨준 김교신 선생과 <매일성경>을 남겨준 윤종하 총무다”(81)는 구절을 진지하게 새길 것이다. 평신도이지만 성경을 묵상하고 가르치는 하나의 전범을 보여준 그는 일찍부터 ‘하나님 나라’ 신학에 입각한 복음 이해를 설파했다. 삶과 행함을 강조한 결과 그는 자주 행위구원을 주장하느냐, 펠라기우스주의자냐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일과 십일조 폐지 등을 주장하기까지 하였다. 모든 시간과 모든 재물이 다 주의 것이란 취지였으나 이마저도 교회를 불편하게 했다. 그는 일찍이 자생적인 성서학자이자 경건한 설교자로서의 면모를 선취한 인물이었다. 우리 주변에 이런 족적을 남긴 ‘광야의 소리’가 머물다 떠나갔다는 것만큼은 기억해야겠기에 추천한다. -양희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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