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외 6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김형석 지음, 홍림 펴냄

가히 김형석 신드롬이다. <예수>, <어떻게 믿을 것인가>(이와우, 2016) 등이 베스트셀러로 올라서면서 올해 97세의 노 철학자는 요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듯 예전 책들이 줄줄이 재발간되고,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 책 역시 <당신은 무엇을 믿는가>(학원사, 1981)의 개정판이다. 그는 ‘지성적 신앙’을 강조하면서 특히 ‘가나안 성도’를 선취한 듯한 문제의식을 담아 많은 글을 써왔다. 그의 성품과 문체가 온화하여서 그렇지 담겨있는 내용은 오늘날 한국교회를 향한 쓴소리가 단단히 들어있다.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예수와 그 주변 사람들, 신앙적 문제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은총의 질서 속에서 등 다섯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목소리는 담담하다. 그러나 요즘 ‘기독교 신앙을 소개하는 책 하나 소개해달라’면 마땅히 쥐여줄 책이 없는 형편에 일평생을 기독교인으로 살되, 교회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영적 순례자로 걸어온 행보를 담은 이런 책이 이제야 대대적으로 재발견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대중은 이제 기독교에서 크고, 많고, 강하고… 이런 가치가 아니라 시간의 검증을 견뎌낸 담백함을 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홀로 거의 한 세기를 겪어낸 노학자의 지혜가 초대형교회 큰 목사의 설교보다 더 큰 울림이 있다. -양희송 대표

<십자가>, 새라 코클리 지음, 정다운 옮김, 비아 펴냄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솔직히 어떤 책들은 전혀 읽지 않고도 한껏 썰을 풀어놓을 수 있는 반면, 이 책처럼 다 읽고도 이 책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적당한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책을 만나면 당혹스럽다. 굳이 전형적으로 소개를 해보자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학자 새라 코클리가 십자가의 의미를 드러내는 여러 주제에 관해 쓴 에세이다”라고 쓸 수 있을 테지만 쓰는 내 입장에서도 읽는 독자 입장에서도 시원하고 충분한 소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여운이 남을 것이다.

저자인 새라 코클리는 한국에는 전혀 소개된 바가 없어 나도 잘 모르거니와 이 책은 그의 학문적 주저도 아니라서 굳이 저자 소개를 더 할 이유는 없겠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십자가’라는 주제는 워낙에 흔한 주제라 우리가 전형적으로 기대하는 바들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기대에 근접하면서도 애매하게 비껴가서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배신’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뭔가 아름답고,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어쩐지 처연하다. ‘모욕’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희망이 느껴지고, ‘부활’ 이야기는 아련한 느낌이 든다. 십자가를 단순히 우리의 용서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지 않고, 십자가의 길에 담긴 극적이며 역설적인 의미들을 때로는 대담하고 때로는 섬세하게 에세이로 풀어낸 새라 코클리의 감수성에 감탄할 뿐이다. 이 기묘한 느낌을 주는 작은 책을 더 이상 뭐라고 소개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처음 먹으면 ‘이게 뭔가’ 싶지만, 자꾸 생각나서 결국 또 먹게 되는 평양냉면 같다고나 할까. 매우 평범하고도 특별한 책이다. -박현철 연구원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 학병세대와 한국 우익의 기원>, 김건우 지음, 느티나무 책방 펴냄

매우 문제적 책이 나왔다. ‘국정교과서’ 파동을 불과 얼마 전에 겪었고 한국사회에서 역사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좌우대립과 보수-진보의 갈등이 한국사회에서 전면에 부각되어 있는 와중에 이 책은 ‘진보 우파’ 즉, 친일에서 자유로운 우파그룹이 대한민국을 설계하고 이끌어온 주도적 흐름임을 부각시킨다.

1920년을 전후하여 태어난 이 세대는 일제하에서 고등교육을 받았고 ‘학병’ 경험을 했으나, 친일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해방 이후 새로운 나라 건설에 참여했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김준엽을 그 대표적 인물로 하는 이 흐름은 장준하를 비롯한 <사상계> 동인들, 김교신, 함석헌, 류달영 등 <성서조선> 그룹, 개신교의 김재준, 강원룡, 가톨릭의 김수환, 지학순, 언론계의 선우휘, 천관우, 시인으로 조지훈과 김수영을 아우른다. 총 20장에 걸쳐 다양한 인물과 흐름을 촘촘히 배치해 놓았다. 특히 저자가 김교신, 함석헌, 류영모, 류달영 등이 보여준 기독교 신앙과 사회 변혁의 이상을 이 흐름 위에서 재조명한 대목은 이들을 단순히 기독교 사상가로만 알던 이들이 매우 풍요로운 사유를 시작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 <주간 동아>에 상당히 주목받으며 연재되었던 글이라 가독성 높고, 속도감이 있다. 한국현대사, 기독교, 우파 등의 키워드에 갈증을 느끼던 이들에게는 필독을 권한다. -양희송 대표

<눈뜬 자들의 영성>, 크리스토퍼 휴어츠 지음, 양혜원 옮김, IVP 펴냄

‘영성’을 제목으로 달고 있는, 나름 다양한 방식으로 영성을 설명하고 실천을 권하는 책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그렇기에 이 책도 냉정하게 말하자면 별스러울 것 없는, 고만고만한 책으로 여겨질 수 있다. <눈뜬 자들의 영성>이란 제목은 신선하고 세련되었지만, 오랫동안 선교 현장과 빈민사역에 헌신해 온 저자의 경험이나 그가 지향하는(정확하게는 그의 공동체가 지향하는) 영성의 다섯 가치를 다루는 내용 자체는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잡솨보라’고 권한다. 다 아는 이야기라도 다시 한번 확인하며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는 법이며, 때로는 거듭 반복해 듣고 실천할 때 매너리즘이 극복되기도 한다. ‘깨어진 세상에서 하나님을 보는 법’이라는 이 ‘고만고만한’ 부제는 절대 매너리즘에 빠진 단어가 아니다. 크리스토퍼 휴어츠의 이 책이 오늘날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우리의 겸손, 공동체, 단순함, 순종, 깨어짐을 새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나아가 영성, 복음, 기독교 정신 같은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왜곡되고 퇴색해버린, 하지만 너무나도 절실하고 중요한 가치들을 새롭게 하는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이 책의 원제는 <Simple Spirituality> 즉 ‘단순한 영성’이다. 우리에게는 단순함이 지닌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들을 귀가 열려있고 눈이 뜨인 자들에게, 이 책의 가치는 빛을 발할 것이라 믿는다. -박현철 연구원

<창조과학과 세대주의>, 윤철민 지음, CLC 펴냄
<창세기 1장과 고대 근동 우주론>, 존 H 월튼 지음, 강성열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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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과학과 신앙을 다루는 책이 쏟아지듯 출간되어 이미 이 분야에 관한 책들은 충분히 소개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창조과학계에서 <타협의 거센 바람 – 교회 안에 들어온 진화론의 가면>이라는 공격적인 책을 내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이들을 진화론자들이며 신앙을 타협한 이들이라고 싸잡아 매도하는 것을 보니, 이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이 천박한 공격에 점잖게 응답할 수 있는 책이 있어 간단하게나마 두 권을 한꺼번에 소개한다.

먼저 <창조과학과 세대주의>는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는 창조과학의 배후에 세대주의라는 신학적 배경이 있다는 사실을 역사적 근거를 통해 추적한 책이다. 지난해 출간된 로널드 넘버스의 <창조론자들>(새물결플러스 역간)와 같은 논지인데, 압축적이고 깔끔하게 정리해 읽기 쉽고 현대 이전의 내용까지 포함되어 이 주제에 가볍게 입문할 수 있는 책으로 유용하다.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과학을 전혀 전공하지 않은 목회자라는 점이다. 과학 비전문가가 ‘신학적’으로 창조’과학’의 허구성을 파헤치는 역설적 상황 자체가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이다.

반면, 존 월튼의 <창세기 1장과 고대 근동 우주론>은 창세기 1장에 담겨있는 창조기사의 참 의미를 추적한다. 저자는 고대 근동 세계의 우주론과 히브리인들 즉 창세기의 우주론을 비교하며 창세기의 창조 기사는 우주의 물리적 기원을 설명하는 ‘과학’이 아니라 우주의 의미와 기능을 설명하는 ‘철학’이라는 점을 밝힌다. “그래서 과학과 신앙은 어떤 관계인데?”라는 질문에 깔끔하게 대답하는 책은 물론 아니지만, 과학이 성경을 증명하고 성경이 과학을 증명한다는 창조과학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지는 충분히 알게 해 줄 책이다. 고대근동학이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이해하게 돕는 좋은 도구가 된다는 점을 잘 드러내는 건 덤이다. -박현철 연구원

<오소서 성령이여>, 레오나르도 보프 지음, 이정배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펴냄

레오나르도 보프는 해방신학자 중에서도 전통적인 신학적 주제들에 천착하는 대표적 신학자다. 상황과 실천을 강조하는 해방신학의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전통 교의학적인 주제들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하는 그의 신학은 서구 신학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현대신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서구 현대신학자들의 기독론, 성령론, 삼위일체론 논의에서 보프를 언급하는 내용을 보았을 것이다. 특히 삼위일체론에 관한 여러 책을 썼기 때문에 그의 신학 안에서 성령론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오소서 성령이여>는 성령에 관한 보프의 이해를 완결적으로 정리한 책으로서 가치가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전통적인 성령론의 구조를 따라가면서도, 성령론과 현대 우주론의 대화를 시도하고 여성신학적 이해를 시도하며 해방신학이 늘 그러했듯 가난하고 억압된 모든 것들(인간뿐 아니라 자연까지)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염두에 둘 것은 보프가 해방신학적 성령론을 풀어놓고 있는 현장인 라틴아메리카가 오순절 은사주의 운동이 가장 왕성하고 급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 두 성령론이 한 상황에서 등장하고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없을지도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박현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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