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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강좌 이야기] 안철수는 욕먹고, 문재인은 빠트린 ‘복지’의 속사정

5월 9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정책 대결은 미미하고, 검증이란 이름으로 각 후보 주변의 흠결을 캐는 내용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인상 깊은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4월 11일 상승세를 이어가던 안철수 후보가 ‘사립유치원 유아교육자 대회’ 행사에 참석하여 “대형 단설 (국공립) 유치원 설립은 자제하고, 사립 유치원 독립 운영을 보장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 당장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젊은 학부모들이 ‘현실을 모른다’며 들고 일어났고, 자녀의 아이를 대신 돌봐주던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까지 그 파장은 넓고 깊게 번졌다.

안철수 후보 측은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실제로 안철수 후보 측은 학제 개편을 통해 유치원 교육을 공교육에 포함하겠다고 이미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 경우 전체의 80% 선에 이르는 사립유치원이 공교육의 영역으로 재정립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사립을 갑자기 국공립으로 전환하지는 못할 것이므로, 유치원에 지원금을 지급하든지 바우처를 발급해서 쓸 수 있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그 지원은 학부모들에게 지급될 것인가, 유치원에 주어질 것인가? 투입된 재정은 누가 집행할 것이며, 대대적인 구조변화를 끌어낼 것인가? 그 효과를 부모들이 피부에 와 닿게 실감할 것인가,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이 편의를 직접 누릴 것인가? 간과할 수 없는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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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복지’인가,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이런 논쟁은 영미권 국가들에서 복지를 확대할 때면 전형적으로 벌어지는 문제이다. 누구의 선택권이 확보되고, 운신 폭을 증가시키는가? 최종 사용자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인가, 중간 단계에서 유익이 소진되는 것은 아닌가. 대답할 질문이 적지 않고, 저마다의 판단에 따라 불만의 이유는 크게 갈라질 것이다.

북유럽의 소문난 복지 국가들에서 ‘기본소득’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복지체계가 방대하고 복잡해지니까 운영 자체에 들어가는 비용과 조직이 너무 비대해지기 때문이다. 중간단계를 다 없애서 비용을 아끼고 이 재원으로 최종 수혜자에게 유사한 수준의 서비스를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현금 지급을 하면 사회적 비용이 오히려 더 절감된다는 것이 ‘기본소득’에 대한 우파의 지지논리이다. 구매력을 강화함으로써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다. 물론 좌파 입장에서는 충분한 금액이 지급된다면 고용과 노동의 관계가 새로운 틀로 짜일 것이란 기대가 없지 않으나, 대체로 전통적인 노동좌파는 ‘최저임금’을 강화해서 풀어야 한다는 쪽에 우선권을 둔다. 서구에서 ‘기본소득’이 좌우 모두에서 매력적인 카드로 검토되는 이유는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논리 위에 있다. 박원순, 이재명 등의 청년수당, 청년 배당을 비롯한 논의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기본소득’ 이전의 상징적이고 실험적 단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획기적인 재원마련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나마 부족한 복지재원을 이쪽으로 돌려쓰는 것이 옳으냐는 비판 논리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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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기억하듯 바로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고, 그 대표적 약속 중 하나가 ’65세 이상 노인수당 20만 원 일괄지급’이었다. 이 공약은 취임 뒤 불과 몇 달 만에 ‘바로 지급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며 4-20만원 수준으로 선별 지급하기로 하면서 접어버린 바 있다. 담뱃세 인상도 건강권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 내용은 세수 마련이었기에 ‘복지 없는 증세’의 대표 사례로 비난받았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인가? 글쎄다.

안철수 후보가 유치원 문제로 맹비난을 당하던 바로 다음 날 문재인 후보는 ‘사람경제 2017’이란 제목으로 ‘기업이 아니라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투자해서 경쟁력을 살리는 경제성장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보육, 교육, 의료, 요양, 안전, 환경과 같은 분야는 시장에만 맡겨두어서는 한계가 있다. 국가가 과감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하면서, 대규모 재정을 추가 편성해 집행하겠다고 천명했다. 즉, 현재 국가재정 지출이 연 3.5%씩 증가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이를 7%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것. 이에 소요되는 재원은 5년간 세수 자연증가분에서 50조 원을 조달하겠고, 부족분은 법인세 실효세율, 정책자금 운용 배수 증대, 중복 비효율사업 조정을 할 것이며, 그래도 부족하면 증세하겠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재정 조달 계획의 현실성을 찬찬히 뜯어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묻지마 지지’ 하기 전에 ‘스마트한 유권자’가 되자!

시민사회에서 그간 각종 선거마다 정책 비교와 공약평가를 꾸준히 해왔지만, 이번에는 선거 기간이 짧아 후보별 정책팀도 꾸려지지 않은 상태이고 공약도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래서는 전후좌우를 따져볼 시간 없이 선거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공약의 완성도나 현실성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고, 선정적인 이슈를 따라 공박하다가 ‘묻지마 지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해둘 수밖에 없는 것인가?

청어람ARMC는 이번 월례강좌를 통해 ‘복지정책 읽는 눈을 확 뜨자’는 제안을 던지고자 한다. 올해 초부터 ‘정치’가 최대 이슈가 될 한 해를 내다보며 정기강좌 <나라를 다시 만들자>(총 5회)를 진행한 바 있고, 대선이 끝나면 개헌 문제를 깊이 다루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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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단기적 큰 변화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을 만큼 매우 역동적 사회이다. 그러나 그런 흐름 위에 마냥 휩쓸려가기에는 너무 중요한 시기를 지내고 있다. 적어도 ‘복지’문제에 관한 한 시민사회, 정치권, 학계에서 꾸준히 축적된 논의의 장에 깊숙하게 접속해서 논의의 핵심 주제로 바로 진입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가 스마트해지면 정치인들이 긴장한다. 이번 대선은 ‘촛불대선’이라고들 한다. 국민이 단지 저항하는 이들이 아니라, 주권자의 모습으로 전면에 등장하는 경험을 강렬하게 하고 나서 맞는 대선이다. 마땅히 정치가 우리 삶을 개선하도록 요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배움과 토론의 장이 더욱 넓게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4월 강좌 신청정보]

  • 일시 : 2017년 4월 21일(금) 오후 7:30
  • 장소 : 르호봇 신촌 (2호선 신촌역 7번 출구 서강대 방면) [오시는 길] 
  • 강사 :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 수강비 : 1만원 (청어람 후원자 무료)
  • 신청 : 청어람 홈페이지 www.ichungeoram.com/11921 에서 신청 → 참가비 송금 → 신청 완료
  • 송금 기업은행 148-073630-01-011 (청어람아카데미)
  • 환불 : 강좌 시작 하루 전까지 취소하실 경우 환불이 가능하며 당일이나 강좌 진행 후 취소하실 경우 환불이 불가능합니다.
  • 문의 청어람ARMC 02-31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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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송
양희송

청어람 대표. 복음주의 운동가. 몇권의 책을 썼지만, 좌우명은 "노는게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