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정치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외 4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정치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 시민을 위한 정치 이야기>, 박상훈 지음, 이음 펴냄

한국의 대표적 정치학자가 ‘정치와 구원’의 문제를 논하는 작은 책자를 한 권 내었다. 나는 2015년 12월에 저자 박상훈 선생과 이 주제를 놓고 번갈아 가며 강의를 하고 함께 토론한 적이 있다. 나는 기독교 내부의 논의 지형과 종교적 담론을 다루었지만, 박 선생은 사실상 ‘구원’을 향한 한 방편으로서 세속사회에서 정치란 무엇인가를 다루며 매우 인상적인 정치론을 펼쳤다. 이 책은 정치철학의 주요한 흐름을 날렵하게 스케치해주고, 곰곰이 생각해볼 포인트에서 적절하게 호흡을 조절한다. 정치는 (어떤 의미에서) 구원이 될 수 있다, 정치란 불완전함 가운데서 가능성을 추구하는 예술이다, 민주주의는 소명이다, 정치란 위험한 구원의 길이다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는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치의 계절에 구원의 가능성을 질문하며 읽어볼 만한 매력적인 선택이다. -양희송 대표

<자유, 사랑, 능력에 관하여> / <부와 가난에 관하여>, 자끄 엘륄 지음, 빌렘 반더버그 엮음, 홍종락·이지혜 옮김, 비아토르 펴냄

비아토르

<뒤틀려진 기독교>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자끄 엘륄은 방대하고 독특한 사상가다. 역사, 철학, 정치, 사회를 넘나들며 사유를 펼치는 그의 책을 읽으면 항상 우리의 안일한 선입견을 뚫고 들어오는 예리함을 느낀다. 이번에 번역된 두 권의 책은 엘륄이 인도한 성경공부 모임에서 한 강의를 풀어 엮은 책이다. <자유, 사랑, 능력에 관하여>는 창세기, 욥기, 복음서의 일부 본문들을 다루고, <부와 가난에 관하여>는 아모스서와 야고보서를 다룬다. 그래서 출판사에서는 ‘강해’라고 책을 소개하는데, 나는 굳이 강해라고 말하지 않고 싶다. 히브리어나 헬라어 해석을 이야기하고, 본문의 역사적 배경을 밝히고, 본문의 의미를 해설하는 ‘강해’의 형태임은 분명하지만 엘륄의 이야기는 기존의 ‘강해’로 규정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독특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성경 해설은 매우 꼼꼼하지만, 대단히 담대하고 항상 초월적이면서도 철저히 현실적 관점을 유지한다. 성경의 의미를 풀어 해설했다기보다는 성경에 담겨있는 세상을 우리 앞에 펼쳐 놓는 기분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내가 성경 강해서 좀 봐서 아는데” 성경 강해라는 책들은 다 고만고만한 것 아니냐는 매너리즘에 빠진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눈이 뜨이는 경험을 할 것이다. – 박현철 연구원

<교회, 국가, 공적 정의 논쟁>, 클락 E. 코크란 외 지음, 김희준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새물결플러스에서 출간하는 스펙트럼 시리즈는 내가 무척 좋아하며 기다리는 시리즈다. 어려운 주제에 관해 점검해야 할 여러 쟁점을 무겁지 않은 한 권에 펼쳐서, 전체 그림을 넓게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안내서가 없다. 이번에 나온 <교회, 국가, 공적 정의 논쟁> 역시 로마 가톨릭, 고전적 분리주의, 원리적 다원주의, 재세례파, 사회정의의 관점에서 교회와 국가의 관계와 공적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펼친다. 각 필자가 뜨거운 쟁점을 두고 논박을 벌인다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개론적으로 설명하고 점잖게 코멘트를 붙인 정도라서 흥미진진하고 속 시원한 느낌은 적지만, 충실한 개론서 다섯 권을 읽는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별히 국가와 교회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을 위해 한 가지만 덧붙여 말하자면, 이 책은 분명히 미국의 맥락에서 쓰인 책이다.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논할 때 미국은 미국만의 독특한 맥락이 있기에 그 부분은 잘 이해하고 읽어야 한다. 이 점은 책의 한계라기보다는 이 주제 자체가 사회정치적, 역사적 맥락을 잘 살피며 논의를 진행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지점이다. 그러니 이참에 한국에서도 누가 이런 책을 기획해 보면 좋겠다. 각각 어떤 입장에서 누가 대표선수로 나와 논쟁할 수 있을까? – 박현철 연구원

<하나님의 정의>, 월터스토프 지음, 배덕만 옮김, 복있는사람, 2017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필두로 ‘정의’에 대한 관심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차이가 없다. 기독교 영역에서 이런 논의가 어떻게 펼쳐지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싶은데 팀 켈러의 <정의란 무엇인가> 정도 외에는 대부분 ‘칭의논쟁’에 머무른다. 두드러진 예외가 니콜라스 월터스토프이다. 그런 그의 자전적 정의론이 나왔다.

현존하는 최고의 기독교 사상가이자 철학자 니콜라스 월터스토프가 자전적으로 펼쳐낸 ‘정의를 위한 여정’은 단단히 씹어야 할 문장으로 가득하다. 현대사회에서 기독교 신앙은 행여 사람들의 심기를 거스를까 전전긍긍하는 상품처럼 취급되고 있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에 ‘사랑’이 있다고 할 때, 이는 ‘정의’를 주변화시키고 낯선 것으로 만드는 일이 되곤 한다. 이 책은 기독교 신앙이 ‘정의의 복음’으로 온전히 거듭날 수 있도록 돌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재검토한 치열한 지성과 실천의 시도다. 남아프리카와 팔레스타인과 온두라스의 현실을 관통하며 써내려간 정의의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 기쁘게 추천한다. -양희송 대표

<행동하는 기독교>, 미로슬라브 볼프·라이언 매커널리린츠 지음, 김명희 옮김, IVP 펴냄

미로슬라브 볼프가 공적 신앙의 실천 과제들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을 모았더니 실천 가이드를 자임할만한 책이 되었다. 그의 전작 <광장에 선 기독교>가 이론적 논의를 농축해서 보여준 이후 제기되었던 후속편 요구를 온라인 공간에서 먼저 응답한 셈이다. 그가 다룬 주제들은 미국의 맥락이 우선적이지만 대체로 글로벌 이슈들이다. 한국에서 공적 신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조금 더 글로벌한 시야를 틔워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도 나름의 과제와 자료를 집대성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욕구를 자극한다. 오랫동안 각론 없이 원론만 반복하는 ‘기독교 세계관’을 식상하게 여겨온 이들이라면 이 책에서 ‘기독교 세계관 : 실천편’을 제대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양희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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