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청년사역,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2017 청년사역 컨퍼런스의 주제를 “청년사역과 페미니즘"을 정한 후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시의적절한 주제를 잘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과연 ‘청년사역자'들이 페미니즘을 얼마나 ‘지금, 여기’의 문제로 여기고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행사를 공지한 후, 쭉쭉 늘어나는 SNS의 공유 숫자나 “왜 평일 낮에 하느냐”라는 직장인 청년들의 성토(?) 등은 고마웠지만, 예년보다 저조한 신청자 숫자를 보면서 고민이 줄지 않았다. 과연 한국교회, 특히 청년들과 청년사역자들은 페미니즘, 성 평등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우리의 주제 선정이 너무 현실을 앞서갔던 것일까?

한국에 여성신학이 소개된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자료를 찾아보면 이미 7-80년대부터 여성신학에 관한 논문이 출간되었고, 학회가 꾸려졌으며, 전공으로 다루는 학자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론적 논의에 비해 한국 교회의 현실이나 여성에 대한 인식에 관한 질적 조사는 별로 많지 않았다. 결국 ‘없으면 직접 한번 조사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질문을 구성하고 온라인 설문을 시작했다.

설문조사는 2017년 5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SNS를 통해 실시했으며 응답자는 총 478명이었는데,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8건을 삭제하고 470명을 응답 대상으로 삼았다. 그중 남성이 43%(204명), 여성이 52%(245명)였고, 직군별로는 일반 청년이 68.9%(324명), 사역자가 13.6%(64명), 장년부 성도가 16%(75명)이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교회 내 교육과 대화는 글쎄…

설문은 총 10가지의 문장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묻는 질문부터 시작했다. 총 10개 문장에 대해 ‘매우 그렇다’부터 ‘매우 그렇지 않다고’까지 4단계로 밝히도록 구성했다. 결과를 한 장의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성평등.001

Ⓒ청어람ARMC

전체 데이터를 볼 때 응답자들은 교회 내의 페미니즘이나 성 평등 담론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음이 관찰되었다. 두 문항을 제외하고 나머지 여덟 문항에 대해서는 ‘그렇다’와 ‘아니다’로만 구분했을때 90%이상이 한쪽으로 응답해 압도적인 인식을 보여주었다. 비교적 논쟁적인 이슈임에도 응답이 크게 나뉘거나 분산되지 않고, 선명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온라인 설문이라는 한계로 인해 표본이 한국 교회 전체를 균질하게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한국 교회 내에 페미니즘이나 여성혐오 문제를 매우 선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그룹이 자리하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가장 쏠린 응답을 보였던 질문은 “교회에서 여성이 맡는 일과 남성이 맡는 일이 관습적으로 구분되어 있다(매우 그렇다 59.9%)”와 “교회가 페미니즘/성 평등을 이해하도록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라는 질문(매우 그렇지 않다 60.6%)이었다. 주관식으로 질문한 “교회에서 성평등한 제도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요?”라는 질문에도 압도적 다수가 ‘교육’과 ‘대화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응답해, 교회 내에서 페미니즘이나 성 평등 문화에 관해 이야기할 장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두드러졌다.

반면 상대적으로 응답이 분산되었던 두 질문은 “교회의 성차별적 문화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이 있다”라는 질문(그렇다 53% vs 아니다 47%)과 “기독교 신학 안에서 페미니즘을 갈등 없이 수용할 수 있다”는 질문(그렇다 69.9% vs 아니다 29.1%) 이었다. 이 두 질문은 전문가들의 정확한 조사와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대중들의 인식만 보더라도 교회의 성차별적 문화에 비판적이면서 페미니즘에 열린 시각이 과반을 넘는다는 사실을 주목 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 성평등 지수는 사회보다 낮다

다음으로 한국 교회와 사회의 성평등 지수를 얼마나 보는지 묻는 질문했다. 응답자들은 한국 사회에 대해서는 평균 3.58점, 한국 교회에 대해서는 2.91점의 점수를 주었다. 한국 사회에 성차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데, 한국 교회는 그중에서도 더 심하다는 뜻이다. 이어 교회내 성차별의 사례를 묻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1.7%가 교회 내에서 성차별 혹은 성희롱이나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게다가 ‘중복 체크’가 가능하도록 한 이 질문에 ‘있었다’고 대답한 응답자 중 93%는 두 가지 이상의 사례를 체크했다. 경험한 사례로 “관습화된 성 역할 구분 강요”가 68%(320명)로 가장 많았고, 일상적인 자리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했다는 사례가 48.1%(226명), 설교 등 공적 자리에서의 성차별적 발언도 44%(207명)가 경험했다고 응답해 교회 내 성차별적 발언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성평등.002

Ⓒ청어람ARMC

성평등.003

Ⓒ청어람ARMC

응답자의 특성별로 인식의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성별, 직분, 나이별로 교차분석을 실시했는데, 크게 의미있는 차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정도의 차이만 관찰되었는데, 이는 당연한 결과라 볼 수 있다. 또한 사역자들이 청년들에 비해 조금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있었지만, 데이터에 그런 경향은 포착되지는 않았다. 이 부분은 사역자의 응답자 비율이 낮아 데이터에 포착되지 않는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

성평등.004

Ⓒ청어람ARMC

한국 교회, 특히 청년 공동체의 성 평등 인식에 관해 위와 같은 통계에서 드러난 응답자의 경향을 몇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 사회는 현재 전체적으로 성차별이 존재하고 있고, 성평등한 사회라고 말하기 힘들다. 페미니즘이나 여성혐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나는 그런 이슈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더 알아보려고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나 교회는 한국 사회 평균보다 성차별이 전반적으로 더 심한 편이다. 교회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아서 여성들이 (청년부) 임원이나 리더로서는 많이 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부 여성이 맡는 일과 남성이 맡는 일이 관습적으로 구분되어 있고, 성(性)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으며, 심지어 성차별적 문화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도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페미니즘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기독교 신학 안에서 페미니즘을 갈등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교회 내의 성차별적 문화를 개선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이번 조사를 통해 본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당신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박현철
박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