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인간의 번영’ 외 5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인간의 번영>, 미로슬라브 볼프 지음, 양혜원 옮김, IVP 펴냄

IVP에서 지난해와 올해에 미로슬라브 볼프의 책을 그야말로 ‘쏟아내어’ 볼프의 주요 저서가 이제 대부분 국내에 소개되었다. 볼프는 단지 세계적 명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가 가진 독특한 맥락과 주제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신학자다. 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신학자, 즉 기존의 전통적 신학의 틀 안에서 연구하고 해석하는 신학자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기독교 신앙과 신학의 역할을 고민하고, 기독교가 공공선에 기여할 이론적 근거와 실천 방안을 탐구하는 신학자다. 그의 신학적 주제는 주저인 <배제와 포용>에서 보여주듯 화해와 평화, 공존이고, <광장에 선 기독교>나 <알라>에서 보여주듯 정치적 차원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신학적 논의를 펼치는 것이다.

<인간의 번영>은 볼프의 이런 관점을 가장 선명하고 간결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볼프는 더 나은 지구의 미래, 인간의 번영을 위해서 종교가 수행해야 하는 분명한 역할이 있다고 주장한다. 근본주의자들이 세계 평화를 해치고 있는 마당에 세계적 신학자가 하기에는 너무 순진한 주장인데, 볼프는 스스로 ‘아마추어리즘’을 자처하는 겸손함을 구비한 채로 다양한 종교나 이론가들의 논의를 검토하며 자신의 큰 그림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여러 가지 비판점들이 많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렇기에 기독교의 공공성, 기독교가 세상의 평화에 기여할 방안을 고민하는 독자들이라면 반드시 읽고 넘어가야 할 책이다. -박현철 연구원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 우종학 지음, 새물결플러스 펴냄

우종학 교수는 한국 교회에 굳건한 진리로 자리 잡은 창조과학이라는 골리앗에게 맞서 짱돌 들고 나선 다윗과 같은 존재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알면서도 쉽사리 지적하고 비판하지 못했던 창조과학의 문제점을 과학자의 전문성으로 조목조목 반박하며 한국 교회의 과학과 신앙에 대한 논의에 숨통을 틔우고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 결과 우종학 교수는 교회를 해치는 진화론의 거두(?)가 되어 개인적으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덕분에 논의의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단순히 세력의 크기나 신앙의 강도로 판단하자면 여전히 창조과학이 주류라 할 수 있겠지만, 논의의 무게감으로 봐서는 대세가 넘어왔다고 느껴진다. 창조과학의 아성은 예전 같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이제 우리에게는 창조과학을 넘어선 새로운 질문과 논의가 필요하다. 창조과학에 발목 잡혀 지루한 논박을 이어가지 말고 과학과 신학이 활발하게 대화하며 건설적 방향으로 논의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은 한국 기독교의 과학과 신앙 논의에 새로운 장을 열어주는 책이다. 자연에 드러난 하나님의 일반 계시를 성실하게 읽어내는 과학자로서의 질문과, 과학이 제기하는 질문들에 충실하게 답하는 신앙인으로서의 응답이 한 권의 책으로 잘 정리되었다. 감히 기념비적 책이 되리라 예언해 본다. -박현철 연구원

<칼 바르트>, 마이클 레이든 지음, 윤상필 옮김, 비아 펴냄

바르트는 방대한 신학자다. 그의 교회교의학은 9천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그럼에도 미완성이라니!) ‘하얀 코끼리’ 라고도 불린다. 그러니 얇은 한 권의 책으로 칼 바르트를 모두 소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비아 문고판 <칼 바르트>는 영리하게도 바르트를 교의학적 맥락에서 다루지 않고 윤리적 맥락에서 다룸으로써 이 어려운 일을 해낸다. 저자 마이클 레이든은 ‘바르트 신학의 핵심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는 질문에 집중함으로써 바르트가 평생 씨름해온 주제인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가 오늘 우리에게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잘 드러낸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명확해 칼 바르트라는 이름에 주눅 들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본문 뒤에 붙은 해설이다. 한국어로 번역된 칼 바르트의 저작, 칼 바르트에 대한 저작을 이처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한 목록은 본 적이 없다. 이 해설 때문이라도 책을 구매하고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박현철 연구원

<구약의 민주주의 풍경>, 기민석 지음, 홍성사 펴냄

구약의 ‘민주주의’ 풍경이라니 이렇게 생경한 책이 있나. ‘교회는 신정주의야!’라고 호통치는 목사님들이 이 책을 보면 뭐라고 하실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고대 그리스도 아니고 그보다 더 오래된 이스라엘에 ‘민주주의’가 왠 말인가 싶은 의문이 든다. 물론 이 책이 이스라엘을 민주주의의 시초로 보는 책은 아니고, 성경에 나타난 고대 이스라엘의 사회적 의사결정 제도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 오늘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에서 구현해야 할 가치들이 담겨있다는 점을 잘 풀어낸 책이다. 구약에 담긴 생명 존중 사상, 공동체 사상, 건강하게 토론하는 민주주의적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기민석 교수는 <구약의 뒷골목 풍경>, <한국 성도들을 위한 예언서 강의>등에서 절대 쉽지 않은 이야기도 편안한 눈높이에서 조곤조곤 쉽게 풀어주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책 역시 그런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정치나 정의에 관심 있는 일반 성도들뿐 아니라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읽어도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쉽고 재미있다. -박현철 연구원

<연애의 태도>, 정신실 지음, 두란노 펴냄

연애에 관해 이야기하는 수많은 책이 있지만, 썩 만족스럽게 읽은 책은 별로 없다. 많은 책들이 연애의 ‘기술’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연애에도 ‘기술’이 있다면 글이나 말로 배울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부딪히며 습득하는 것이 아닐까? 나도 어지간하면 글로 배우는 스타일이지만, 저자 개인의 경험, 혹은 자기 이야기를 강화하기 위한 사례들을 나열하며 ‘이렇게 하면 잘된다’고 말하는 연애 책들을 보며 늘 ‘이건 아니다’ 싶었다. <연애의 태도>는 제목에서부터 ‘기술’이 아닌 ‘태도’를 내걸고 나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랑꾼 기술자가 아니라 사랑의 구도자가 되라는 서문에서부터 사랑을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하라는 마지막 문장까지 즐겁게 읽었다.

솔직히 말해 내 입장에서는 답답한 면도 없지 않았다. 표지에 쓰인 대로 ‘교회 누나’가 지나치게 착하고 이상적이고 보수적인 관점으로 설명하고 알려주는 책이라는 한계는 분명히 느껴진다. 그러나 연애 고민으로 밤잠 못 이루는 후배들이 연애를 자기 성찰과 영적 성숙의 과정으로 삼아가기를 바라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읽는 내내 느껴졌고 그 ‘태도’는 무척 공감이 갔다. 기꺼이 그 누나/언니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연애와 사랑을 성찰하고 방향을 잡아보려는 마음이 있는 청년들이라면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박현철 연구원

<종교개혁과 평신도의 재발견>, 이재근·송인규·정재영·19명의 그리스도인, IVP 펴냄

“교회탐구포럼”의 7번째 책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IVF의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 매년 주관하는 포럼과 함께 내는 무크지인데,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과 평신도의 재발견>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는데, 전반부는 이재근, 송인규, 정재영 세 필자가 각각 역사적, 신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평신도 혹은 평신도 신학의 의미와 현실을 짚어내고, 후반부에는 평신도 19명의 자기 고백적 간증이 담겨 있다. 최근 한국교회의 문제 중 하나로 성직주의가 꼽히고 있고, 신학적으로도 일상과 세속의 삶까지 아우르는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접근이 트렌드임을 생각해 보면 이 책의 문제의식은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고 소중하다. 책머리에서도 ‘평신도에 대한 탐구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런 드문 책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개인적 바람으로는 평신도 독자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고, 그중에서도 전반부의 발표문보다는 후반부에 담긴 19인의 삶의 이야기들을 소중히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평신도들이 전반부의 신학적 재발견과 후반부 일상의 재발견 사이에 존재하는 분명한 ‘거리’를 인식했으면 좋겠다. 나는 이 거리가 공백이나 한계라기보다는 원래 존재하는 공간이라고 보고, 이 공간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연결하고 메꿔 하나님 나라를 온전케 할 책임이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평신도들 화이팅! -박현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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