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 책 한번 잡솨봐]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외 5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로버트 뱅크스 지음, 신현기 옮김, IVP 펴냄

교회가 문제라고 한숨 쉬고, 실망해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럴수록 교회에 대한 기대와 이상은 더 구체적이고 강렬하다. 현실 교회를 보며 “저것은 교회가 아니다”라는 단호한 대답이 나올수록, “교회는 무엇인가? 교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라는 질문에 천착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오래된 질문은 여전히 최신의 질문이다.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는 주인공 푸블리우스가 낯선 모임에 참석했던 경험을 1인칭으로 기술한 짧은 기행기이자 하룻밤의 일기인데, 낯선 이의 눈에 비친 예배 모습을 통해 교회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교회는 이걸 하는 곳이다”라는 대답을 던진다. 이 책은 사실 이미 30년 전에 번역이 되었던 책을 다시 출간했는데 흥미롭게도 재출간 소식이 들리자 이 책이 ‘인생의 책’이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나오고 있다. 충분히 그럴 만큼 묵직한 대답을 안고 있는 책이다.

한 가지 기억할 점은 ‘역사적 자료에 기초한 초대교회 모습’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은 역사적 팩트를 제공해 우리가 드려야 할 예배의 형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책은 아니란 점이다. 초대교회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초대교회를 교회의 이상적인 모델로 전제하고 ‘원형’을 찾아 돌아가겠다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역사적 자료들에 기초해 1세기 교회의 예배 모습을 복원해주는 것은 이 얇은 책의 공이지만, 그 모습을 통해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근원은 어디인지를 묻는 것은 오롯이 우리 몫이다. 그 질문을 제대로 파고들지 못하면 이 책은 그냥 얇은 책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근원이 무엇인지 찾고 거기까지 가 닿을 수 있다면 이 얇은 책은 어떤 두꺼운 책보다 강력하게 우리 교회를 흔들 것이다. -박현철 연구원

<복음의 공공성: 구약으로 읽는 복음의 본질>, 김근주 지음, 비아토르 펴냄

김근주 교수는 구약학자로 적지 않은 저술을 내어놓았다. 이 책은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보는 구약신학’에 해당하는 작지 않은 규모의 작업 결과물이다. 창세기에서 포로기까지를 훑어내면서 일관되게 ‘복음의 공공성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본문에 관철되고 있는지를 드러내 보여준다. 기독교 신앙을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영역에만 국한하는 우리의 관행이 얼마나 성경의 관심사와 동떨어져 있는지를 입증하는 작업이고, 그 과정에서 성경적 신앙이 진정으로 따라야 할 모범이 무엇인지 재발견한다.

‘공적 신앙’이 중요하다는 깨우침은 단순히 ‘사적 신앙’에 ‘공적 신앙’을 결합하는 산술적 방식으로 해소될 문제가 아니고, 공공성의 맥락이 펼쳐진 방대한 신구약의 이야기 위에 개인이 어떻게 자리매김하여 있는지 알게 하고, 그 맥락과 단절하는 것은 곧 성경 전체의 이야기와 단절하는 것임을 보여줄 때 설득력이 커질 것이다. 성경의 핵심 관심사에 무심한 상황을 어떻게 기독교 신앙이라 말할 수 있겠느냐는 저자의 반문은 시의적절하고, 일관되고, 간절하다. 아직은 독특한 목소리쯤으로 여길지 모르나, 김근주 교수의 통찰은 조만간 보편적으로 여기게 될 복음주의 성서학 연구의 흐름을 선취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구약을 보는 것이 구약을 잘 보는 방법이다. 나도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양희송 대표

<나쁜 종교: 트럼프를 잉태한 탐욕의 신앙>, 로스 다우섯 지음, 이진복 · 이항표 옮김, 인간희극 펴냄

먼저 짚을 대목은, 이 책의 부제는 한국 출판사가 붙인 것이다. 영문판의 부제는 “우리는 어떻게 이단들의 나라가 되었나(How we became a nation of heretics)” 이고 출판연도는 2012년이니 트럼프 비판서는 아니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최연소 칼럼니스트이고, 이 책은 출간 당시 상당히 논쟁적인 저술로 언론에서 폭넓게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1950년대 이후로 미국의 개신교와 가톨릭, 성공회 안팎의 주요한 인물과 사건을 종횡으로 훑어가는데 필력이 탄탄해서 여느 미국 교회사 책과 달리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다. 그는 ‘미국은 너무 세속화되어서 문제인가(즉, 종교가 약해서 문제인가), 아니면 종교가 너무 강해서 문제인가’로 갈라지는 전형적인 이분법에 대항하여 ‘나쁜 종교’의 창궐이 문제란 진단을 한다.

나는 그가 195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미국의 종교 문화사에 해당할 내용을 숨 가쁘게 그려낸 제1부를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한국 개신교의 미래를 모색하려면 미국의 전례를 타산지석 삼는 작업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려면 일단 기본정보와 정보 간의 연결 관계를 탄탄히 다지는 작업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그 위에 저마다의 비판적 견해가 개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자의 시각은 보수적 경향이 다소 있지만, 좌파와 우파 모두를 비판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맥락을 잘 새긴다면 얻을 통찰이 많다. 그가 제2부에서 ‘정통’의 부재와 쇠락에 동반된 ‘이단’이라며 꼽는 것들에는 역사적 예수, 영지주의, 댄 브라운, 바트 어만 등 학계와 대중매체를 오가는 신학 논의들, 건강과 번영 복음의 주창자들, 신비주의와 영성 운동가들, 글렌 벡을 비롯한 우파 선동가들이 포함된다. 이때 ‘이단’은 종교 재판적 판단을 휘두르기보다는 이런 흐름이 내보이는 여러 결핍과 결함을 비유하는 차원으로 받아들이면 무방하겠다. 낙태, 동성애, 이혼 등의 ‘성 윤리’ 이슈가 기독교 내에서 변천해온 역사며, 정치적 참여의 패턴을 둘러싼 배후 스토리 등이 잔뜩 등장해서 야사를 읽는 듯한 재미가 깨알 같다. 나는 이 책을 두어 번 더 읽어가며 여러 군데 밑줄을 그을 것 같다. 이걸 섭렵하고 나면 아마도 한국 개신교가 왜 이러고 있는지 조금 새롭게 보이는 지점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양희송 대표

<시대의 끝에서>, 박경미 지음, 한티재 펴냄

<시대의 끝에서>는 이화여대에서 신약학을 가르치는 박경미 교수의 에세이 모음이다. 성경 본문에 대한 묵상이기도 하고, 신학적 해설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분명히 에세이인, 독특한 느낌의 글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 글들이 “그때그때의 필요와 절박함에서 쓴 글”들이라 말하며 “성서 본문을 탄생시킨 삶의 세계와 내가 속한 이 시대의 삶의 세계가 그때그때 조응하는 방식을 따라” 썼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지난해 촛불혁명의 불씨가 된 ‘이대 투쟁’ 때 교수협의회 소속으로 앞장서 입장을 발표한 박경미 교수가 떠올랐다. 당시 그가 쓴 몇 권의 책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한 손엔 신문을 한 손엔 성경을”이라는 구호가 떠올랐다. 책을 읽는 내내 사실 책 내용과는 별 상관이 없는데도 지난겨울의 촛불들이, 오랜 옛 시대의 끝을 바라고, 새로운 시대를 고대하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성경의 내용과 시대의 질문을 함께 읽고 풀어내 주는 신학자가 간절한 시대에 박경미 교수는 품위 있고 훌륭하게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박현철 연구원

<우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알리스터 맥그라스, 홍종락 옮김, 복있는사람 펴냄

얼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청문회장에서조차 창조론과 진화론을 선택하라는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과학과 신학에 대한 질문이 뜨거운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 논의가 결국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결로 흐르는 것은 썩 좋은 결말은 아니다. 논의를 진행하되 단순한 선택지로 질문을 좁히며 더 풍성한 주제들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확신하건대 창세기 1장 외에도 과학과 신학이 대화할, 대화해야 할 주제는 많다.

알리스터 맥그라스는 역사신학자이지만 분자생물학 박사 출신으로서, 과학과 신앙의 문제를 꾸준히 다루어 왔다. <우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는 이 주제의 입문서 정도로 쓰인 책인데, 과학과 신학이 상호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그럴 때 세상을 더 풍성하게 이해하게 해 줄 것이라는 비교적 쉬운 이야기를 한다. 물론 과학과 신앙이 대결해 온 역사를 생각하면 이는 너무 순진하고 한가로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로완 윌리엄스도 이 책의 추천사에서 ‘너무 큰 기대를 품진 말아야 할 것 같다’고 쓸 정도로 과학과 신학의 대화는 만만치 않다. 하지만 나는 맥그라스의 꼼꼼한 논의에 충분히 설득되고, 적어도 우리의 탐색이 이 전제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본다. -박현철 연구원

<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 팀 켈러 지음, 최종훈 옮김, 두란노 펴냄

팀 켈러는 미국 안팎에서 가장 주목받는 리디머 장로교회를 시작한 미국 복음주의의 대표선수쯤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그를 ‘사려깊은 목회자’로 이해한다. 그는 교리나 윤리나 교회 성장 프로그램을 전면에 부각하지 않고서, 도시의 젊은 세대에게 말을 건넬 줄 아는 사람이다. 2008년 출간된 이 책은 사실상 그를 알린 대표작인데, 2010년에 나온 번역본이 늘 아쉬웠던 차에 이번에 두란노에서 새로 번역해서 내놓아 반갑다. 이 책의 원제는 “하나님을 믿을 이유(Reason for God)”이다. 제1부는 7개의 대표적 의심으로 배타성, 악과 고통, 속박, 불의, 심판, 과학, 성경을 꼽고 이를 변증한다. 제2부는 믿음의 근거로 7가지 주제를 설명하는 구조다. 신학자이자 변증가의 면모도 출중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목회 경험과 회중을 향한 따뜻한 설득이 두드러진다. 기독교 신앙을 조곤조곤 확신 있게 소개하는 스테디셀러로 이미 자리매김한 책의 재탄생이니 더운 여름에 후회 없는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희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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