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의인을 찾아서’ 외 5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의인을 찾아서>, 김민석 지음, 마빈 그림, 새물결플러스 펴냄

근래의 기독교 만화들 가운데 단연 발군이다. 성경 스토리를 단순 재현하는 방식도 아니고, 뭔가를 가르치려 드는 ‘학습만화’도 아니다. 예수 시대의 사회역사적 정황을 전혀 다른 캐릭터를 통해 독창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성력을 선보였고, 그 결과물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약간의 스포일러를 풀자면, 이 만화는 ‘바라바’, 즉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대신 풀려난 그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정체와 행적에는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일찍이 노벨상 수상 작가 페르 라게르크비스트가 1950년에 쓴 소설 <바라바>가 있었고, 앤소니 퀸 주연으로 영화로 나오기도 했다. ‘역사적 예수 연구(historical Jesus studies)’는 우리에게 1세기 유대 팔레스타인의 사회적 상황에 대해 꽤 많은 관심과 지식을 제공해왔다. 그런 축적된 내공이 이런 창작 만화로 열매를 맺었다는 점은 여러모로 축하할 일이다. 이번 여름휴가나 수련회를 앞두고,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 신앙적 관심을 유발하고 진지한 질문으로 이끄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매개는 찾기 어려우리라. -양희송 대표

<신>, 존 보커 지음, 이재만 옮김, 교유서가 펴냄
<성서>, 존 리치스 지음, 이재만 옮김, 교유서가 펴냄

godbible

교유서가의 ‘첫단추 시리즈’ 중에서 또 기독교인들이 주목해 볼 만한 책이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는 여러 번 소개했는데, 옥스포드대학교 출판부에서 펴내는 ‘Very Short Introduction(VSI)’이라는 문고판의 번역이다. 원래 VSI는 철학, 문학, 예술, 과학 등 다양한 주제로 500권 이상 출간되었는데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출판사에서 꽤 많이 번역되고 있다. 나는 VSI는 어지간한 번역 문제가 있지 않고서는 나오는 족족 ‘이 책 한번 잡솨봐’에 소개할 예정이니, 독자들은 미처 상세한 소개를 읽지 못했더라도 이 시리즈는 믿고 구입하시면 피차에 편하겠다.

이번에 번역된 두 권은 <신>과 <성서>인데, 재미있게도 <신>은 종교학 입문서, <성서>는 신학 입문서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신>은 신의 존재와 믿음에 대한 철학적 논의부터 시작해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인도종교의 신 이해에 대해 개괄하며 현대 사회에서 종교와 신앙의 의미를 탐색하고, <성서>는 신·구약 성서의 기록과 형성에서부터 최근의 다양한 해석들을 소개하며 고전이자 신성한 텍스트인 성서가 역사와 현실에 끼쳐온 영향을 탐구한다. 번역과 편집 과정에서 몇 가지 자잘한 아쉬움(예를 들면 번역 서적의 표시라든지, 도서 목록 등)들은 있지만, 이 정도 내용이면 고급 독자들에게든 입문자들에게든 간략한 소개 이상의 기능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휴가철 딱 한 권(아니 두 권…) 읽기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박현철 연구원

<바하밥집>, 김현일 지음, 죠이북스 펴냄

교회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이야기는 전혀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어야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성경적으로’ 본다면 교회가 노숙인, 홀몸 어르신, 미혼모 같은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 부축해 일으켜주고,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일 뿐이지 않은가. <바하밥집>은 이 당연한 이야기를 담은 당연한 책이다. 발에 치이는 십자가들 틈에 사는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알고 있어야 할, 호들갑을 떨며 소개할 것도 없는 그런 책이다. 하지만 솔직한 내 심정을 말하자면 눈물이 날 만큼 따뜻하고 고마운 책이다.

노숙인들과 나눈 컵라면 다섯 개에서 시작해 전방위적인 도시 빈민사역을 펼쳐가고 있는 <바하밥집>의 이야기는 여러 경로로 많이 소개되었다. 나는 그동안 바하밥집이 펼치는 창의적이면서도 진정성 있는 여러 이야기를 보면서 바하밥집이 하나님께서 도시 빈민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신 선물이라 생각했다. 그 다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책으로 정리되어 나왔으니 널리 읽혀 하나의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하밥집이 펼친 여러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확인하고, 그 이면에 숨은 눈물과 분투를 헤아리고, 이제 우리도 서로에게 한 그릇의 밥이 되기로 다짐할 수 있다면 이보다 보람찬 독서가 어디 있을까. -박현철 연구원

<어찌하여 그 여자와 이야기하십니까?>, 김순영 지음, 꽃자리 펴냄

이 책은 총 30꼭지에 걸쳐 꼼꼼히 써 내려간 성경의 (잊힌) 여성들의 일대기다. 그간 여성주의적 성경연구가 결코 적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학계를 건너 일반 독자들의 손에 잡히는 대중적 결과물은 의외로 없었다. 이 책은 그 빈 공간을 만족스럽게 채워줄 유력한 대안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글은 군더더기 없이 품위가 있고, 꼭지마다 담긴 통찰은 무례하지 않게 독자를 일깨운다. 구약의 여성들은 우리가 흔히 들어온 것보다 훨씬 능동적 존재로 재조명되었고, 때때로 관행적 해석을 거슬러 전복적 함의를 읽어내기도 하고, 본문이 모호하게 다루는 것을 우리의 편견으로 채워서는 안 된다고 깨우친다. 경건 서적으로 읽어도 좋고, 여성주의 성경연구로 읽어도 좋은 내용으로 책 한 권이 빼곡하다. 저자는 백석대에서 전도서 연구로 구약학 석·박사를 받았고, 구약 지혜서를 주로 가르치는 구약학자다. 서문에서도 밝히듯 최근의 페미니즘 열풍은 ‘여성주의’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각성을 유발하였지만, 기독교 내부적으로는 그에 걸맞은 성경연구의 성과들이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간극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아쉬움이 고조되는 시점에 때맞추어 나와 목마른 이들에게 반가운 해갈을 해주고 있다. 민영진, 김기석 두 분의 유려한 추천 글에 십분 동의하며, 이 학자의 향후 행보와 저술에 주목한다. -양희송 대표

<도그마는 드라마다>, 도로시 세이어즈 지음, 홍병룡 옮김, IVP 펴냄

조금 더 읽혔으면 좋겠는데, 충분히 대중들의 호응을 받을만한데,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안 읽히고 안 알려지는 책들이 있다. 위대한 작가에게 감히 실례지만, 한국에서 도로시 세이어즈가 그런 작가가 아닌가 싶다. 옥스퍼드에서 C. S. 루이스, 톨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그녀의 명성과, 작품을 고전의 반열에 올려 출간한 출판사의 기획에 비하면 한국 기독 출판계에서 그녀의 책은 이상할 정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제목을 바꿔 다시 출간된 <도그마는 드라마다>는 꼭 한번 주목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이 책은 이전에 <기독교 교리를 다시 생각한다>로 출간된 바 있다).

이 책은 도로시 세이어즈의 에세이 모음집인데, ‘쇠퇴하는 교회’ ‘상당히 나쁜 평판을 받는 교회’ ‘박제화된 교리를 가진 교회’를 염두에 두고 쓴 글들이다. 1947년의 영국 교회와 2017년 한국 교회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니 반갑고(?), 교회를 향한 애정과 비판으로 재해석한 기독교 교리와 현대 사회에서 신앙의 의미가 크게 공감이 되니 고맙다. 하지만 그런 ‘재해석’에만 초점을 맞추면 이 책의 제대로 된 의미를 간과하게 될 수도 있다. 도로시 세이어즈가 책에서 풀어놓고 있는 교리와 신조의 문제, 악의 문제, 소명과 노동의 문제, 기독교적 지성과 창조성 등에 대한 유려하고 신선한 통찰은 사실 재해석이 아니라 ‘재발견’이다. 신앙을 깊이 생각하는 모든 이들이 이 책에 담긴 귀한 통찰을 발견하기를, 도로시 세이어즈라는 보석 같은 작가를 발견하기를. -박현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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