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터닝 포인트’ 외 5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터닝 포인트>, 강도현 엮음, 뉴스앤조이 펴냄

뉴스앤조이가 작년 중순 이후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던 배덕만, 권연경, 김근주, 박득훈, 한완상 등 5인의 특집 인터뷰를 풀어서 손에 딱 잡히게 만듦새 단정한 단행본으로 펴냈다. 공들인 흔적이 보여서 좋고, 무엇보다 여러 지면에서 호출당하며 개혁담론가로 소비되던 이 5명의 목소리를 가쁘지 않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종교개혁 500주년에 루터만 읽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실은 한국교회 상황이 다급해서 루터까지 불러내는 판국이니, 조금 더 지금 이곳의 현실에서 종교개혁 담론의 내용을 채워줄 이들이 절실했다. 그러나 많은 기획이 그 갈증을 채워주지 못했다. 이 인터뷰집은 꽤 밀도가 있는 내용이고, 정보와 지식의 관점에서도 전달량이 많다. 역사, 신약, 구약, 윤리, 사회 등으로 논지의 예각도 예리하게 펼쳐져 있어서 중언부언이 없고, 두어 번 다시 읽으며 새길 대목이 여러 구절이다. 저자들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많은 편이지만, 이런 글에서 새삼 이분들의 수고와 통찰을 다시 배운다. 어쩌면 10월 종교개혁 주일을 맞기 전에 교회나 공동체 차원에서 같이 읽고 한 주에 하나씩 토론해보면 좋을 구성이란 생각이 든다. 한국교회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알차게 새겨보는 참한 기획이다. -양희송 대표

<신약세계를 형성한 7가지 사건>, 워렌 카터 지음, 좋은씨앗 펴냄

성경과 기독교를 이해하는데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은 지극히 상식적 이야기지만, 중간기와 신약 시대의 역사나 초기 기독교의 배경사를 잘 소개한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역사적 배경은 전문적이고 접근하기 어려운 지식으로 여겨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관심에서 더 멀어지는 악순환마저 생긴다. <신약 세계를 형성한 7가지 사건>은 이런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반갑고 탁월한 책이다. 워렌 카터는 초기 기독교 형성 자체의 역사를 넘어 ‘보다 폭넓은 차원에서 문화적 동력과 사회역사적 현상의 중심이 될 만한’ 7가지 사건을 골라 신약 성서와 초기 기독교의 배경사를 서술하고 있다. 기원전 323년부터 서기 397년까지 예수 전후 약 700년의 기간 동안 기독교 형성에 영향을 미친 정치적, 문화적, 신앙적 사건들을 정확하게 선택하고 능숙하게 기술했다.

책에 실린 추천사들에서는 이 책을 훌륭한 ‘신학 교과서’로 평가하고 있지만, 나는 이 책을 교과서보다는 교양서로 평가하고 싶다. 물론 ‘교과서’라고 평가하는 것이 저자나 책에는 더 권위 있고 정당한 평가일 수 있다. ‘신약 세계’의 형성을 탐구하는 저자의 관점이나 자료를 다루는 태도도 학문적 진지함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신학 공부’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전혀 관심 없는 평범한 독자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고, 읽어야 하는 책이기에 ‘교양서’로 평가받아 더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 박현철 연구원

<드라마 속 윤, 리>, 백소영 지음, 꿈꾸는터 펴냄

드라마를 즐겨 보는 애호가로서 드라마가 ‘아줌마들이나 보는’ 장르로 폄훼되곤 하는 현실이 늘 아쉬웠다. 대중의 감각과 밀접하게 호흡하는 대중문화로서 드라마는 당대의 사회를 예민하게 반영하는 ‘사회학 참고서’이며 ‘인간의 거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백소영 교수의 <드라마 속 윤, 리>는 반가운 격려다. 남성 중심의 거대담론이 종횡하는 기독교 생태계에서 여성 학자가 쓴 드라마를 매개로 한 에세이라니 얼마나 매력적이며 희소가치가 있는가.

월간지 <빛과 소금>에 연재한 글을 엮은 이 책은 2010년에 발간된 <드라마틱>에 이어 두 번째 드라마에세이다. 기독교윤리학자인 백소영 교수가 이 책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는 그의 전문 분야인 윤리다. 그런데 중간에 쉼표를 넣어 윤(倫)과 리(理)로 구분을 지었다. 윤, 즉 “둥글게 모여 사는 (공동체 안의) 사람들 사이에 작동하는 관계적 원리”에 입각하여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해보고 리, 즉 이치를 따져보자는 뜻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 40편에 이르는 드라마 속 인물들과 그들의 말을 소환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마주봄’과 ‘사이’의 윤리를 이야기한다. 해당 드라마를 보았다면 나의 관점과 비교하며 새롭게 볼 수 있을 것이고, 보지 않았어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라면 함께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품이 넓은 책이다. 두꺼운 신학책이나 설교도 좋지만, 이 책처럼 두터운 품성과 통찰이 담긴 우리 곁의 이야기가 더 많아지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널리 소개한다. -오수경 편집장

<바울과 편견>, 랜돌프 리처즈·브랜든 오브라이언 지음, 홍병룡 옮김, 성서유니온선교회 펴냄

<바울과 편견>은 이전에 소개했던 <성경과 편견>의 두 저자가 함께 쓴 바울에 관한 책이다. 전작이 우리가 성경을 이해할 때 갖는 문화적인(정확히는 서구문화 중심적) 편견을 교정하는 책이었다면, <바울과 편견>은 우리가 성경을 있는 그대로 읽을 때 바울에 관해 가질 수 있는 혐의와 오해를 해명해주고 바울의 진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사실 바울은 주인공도 아니면서 신약성경의 절반을 쓴 어마어마한 인물이다 보니 그 어떤 성경 인물보다 방대한 질문과 공격을 받게 되는데, 그런 몇 가지 질문을 차근차근 풀어 설명하고 있다.

사실 바울에 관해 “바울은 예수를 배반했다”, “바울의 복음이 아닌 예수의 복음을 따르라”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는 조금 황당한 면도 있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인종차별, 노예제, 동성애, 여성차별 등의 문제 제기는 적당하게 도발적이면서도 과하지 않아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섣불리 바울 편을 들지도 않고 바울을 무시하지도 않으면서 깔끔하고 단정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들의 솜씨도 무척 매력적이다. 아주 ‘적당한’ 미덕과 매력을 가진 책이라 누구에게나 무리 없이 권할 수 있겠는데, 다만 조금 더 자극적이고 참신한 어떤 것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그 미덕이 함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 박현철 연구원

<여리고 가는 길 :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배우는 자비 사역>, 팀 켈러 지음, 이지혜 옮김, 비아토르 펴냄

최근 팀 켈러의 책이 꾸준히 번역 출간되고 있고, ‘이 책 한번 잡솨봐’에서도 여러 권을 소개했다. 영성, 기독교 변증, 교회, 심지어 결혼 생활에 이르기까지 워낙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펴내서 산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어느 주제를 다루든 자신만의 색깔로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팀 켈러는 지나치기 힘든 저자가 분명하다. <여리고 가는 길>은 82년 펴낸 팀 켈러의 초기작인데, PCA교단의 연구 프로젝트로 출간된 ‘자비 사역(Ministries of Mercy)’에 관한 책이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맞춰 두 번 개정되었고, 번역된 책은 3판을 번역한 것이다. <팀 켈러의 센터처치>나 <팀 켈러의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에서 그가 보여준 사회적, 공적 감각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근거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어 반갑다. 교회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하는 일이 단지 시혜적인 ‘구제’에 머무르지 않고 복음의 핵심이자 과제인 ‘자비’의 실천까지 나아가도록 도전한다는 점에서 한국 교회에 꼭 필요한 책이며, 특히 교회가 수행할 구체적인 지침과 체크리스트도 담겨 있어 교회의 공적 역할을 고민하는 목회자들과 리더들이 진지하게 스터디 해 볼 만한 책이다. -박현철 연구원

<희생되는 진리>, 오지훈 지음, 홍성사 펴냄

처음에는 부제를 보고 피식 웃었다. ‘르네 지라르와 무라카미 하루키라니… 유행하는 문화 트렌드는 다 갖다 붙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자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공기업에 다니다 퇴사한 후 일 년 넘게 책만 파고 있는 일종의 ‘인문 덕후’를 자처하는 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하용조와 김규항 교차 읽기’라든지, ‘복음주의와 진보, 조화 이면의 긴장 : 동성애를 중심으로’, 지라르의 관점에서 본 영화 ‘곡성’ 같은 참신한 장도 있고, 버트런드 러셀, 비트겐슈타인, 괴델을 불러내 대질시킨 심각한 장들이 1부에 빼곡하게 등장한다.

이 책을 인문학적 권위나 전문성의 성취로 소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배후에 포진하고 있을 자생적 ‘기독 인문 덕후들’이 단지 수동적으로 읽고 보고 듣고 있는 존재들이 아니고, 이제 말하고, 쓰는 주체로 기세 좋게 등장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고급한 독자일수록 디테일에서는 다양한 이견과 허술함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어쨌단 말인가. 나는 이 책의 계통 없는 문답이 재미있기만 하다. 한번 읽어 보시라. 제도 밖에서 자생하는 질문들이 어떤 것이며, 기존 신학과 교회의 관심사는 이런 질문들에 답하는 데에 어떻게 실패하고 있는지를. 물론, 이 책이 꺼내놓은 주제들은 여러 경로로 난상토론과 심화학습을 거치는 것이 마땅하다. 나는 울타리 바깥에서 그런 짓을 하고자 삼선 슬리퍼를 끌고 웅성웅성 인문 덕후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양희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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