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성서, 역사와 만나다’ 외 5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성서, 역사와 만나다>, 야로슬라프 펠리칸 지음, 김경민·양세규 옮김, 비아 펴냄

<성서, 역사와 만나다>는 성서에 대한 개론서다. 보통 개론서라고 하면 성서의 중심 메시지, 해석하는 방법, 그것으로 기독교 신앙을 설명하고 강화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내용을 다루지 않고, 한 민족의 전승으로 성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한 종교의 경전으로 자리 잡았으며, 나아가 온 인류의 고전으로 어떻게 상호작용해 왔는지 이야기한다. 그러니 이 책은 성경 개론이 아니라 기독교 역사 혹은 지성사, 문화사를 다루는 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일반적인 의미의 성서 개론보다는 문화사적 이런 접근이 성서 개론으로 더 적합하고 절실하다고 본다.

기독교가 성서를 경전으로 소중하게 여기고 권위를 인정하는 것은 무척 귀한 일이지만, 그 경전을 향한 애착이 내부적 시각과 논리에서만 중시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 정말 성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태도는 성경과 더 많이 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화는 나 혹은 우리 종교 내에서의 대화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타종교, 그리고 인류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성서가 영향을 끼치고 또 받아온 모든 과정까지를 포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회사학자’ 혹은 ‘역사신학자’가 아닌 ‘그리스도교 역사학자’ 야로슬라프 펠리칸이 이 책에서 던지는 화두 ‘성경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이 책이 원제이기도 하다)‘는 성서를 이해하는 우리의 내부적 시선을 크게 확장하고 교정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성서의 의미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싶은 초심자들에게는 당연히 좋은 책이고, 그리스도인이 아닌 일반 독자들을 위한 교양서로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신학책 조금 읽었다‘ 하시는 독자들도 무척 신선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박현철 연구원

<두 지평: 성경 해석과 철학적 해석학>, 앤터니 티슬턴 지음, 박규태 옮김, IVP 펴냄

전설로만 떠돌던 티슬턴의 박사논문이자 주저가 번역되어 나왔다. 빽빽하게 756쪽이다. 만듦새도 빈틈이 없어 만족스럽다. 이 책의 출간은 경이롭다. 일반적 칭찬은 뒤로한다 하더라도 그와 이 책은 영국 복음주의 지성의 폭과 깊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단한 성취란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티슬턴은 영국 복음주의 전통에서 ‘해석학적 전환(hemeneutical turn)’을 불러온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 이전의 복음주의란 ‘성경의 권위(authority of the Scriptures)를 높게 인정하는 것은 곧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며, 이것이 신앙적 순수성의 척도‘라고 여기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티슬턴의 해박한 연구와 저술은 복음주의자들에게도 소위 ‘문자적 해석’의 차원을 넘어서는 ‘해석학적 읽기’의 지평을 열어주었다.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는 더 나은 방법과 태도를 보여준 셈이다.

아마도 이 책의 번역은 성경을 깊이 읽기 원했던 한국의 복음주의 지성인들(뿐 아니라 다수의 진지한 성경연구자들)에게 거의 40년 전에 영국 복음주의에 제공되었던 필수 아이템을 뒤늦게나마 장착하게 해줄 것이다. 또 하나 경이로운 점은, 번역이다. 역자 후기에도 나오듯 번역자 박규태 선생은 여러 언어에 능통하고 이미 다수의 기독교 학술 번역으로 유명한 분이지만 이 책에서는 심지어 원저자가 인용한 독어 원전의 오류까지 바로잡을 만큼 공을 들였고,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분량의 역주를 별도로 제공해 이해를 돕고 있다. 제도권 학계에서 나올 수 없는 재야 절정고수의 학술적 괴력을 이 책 한 권에서 유감없이 체험한다. 책은 결코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평이 활짝 열렸다. 달리자!!! -양희송 대표

<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 김동문 지음, 선율 펴냄

혐오는 무지에서 출발하지만 이내 사실관계의 왜곡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단계를 거쳐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관으로서 지위를 갖게 될 때 걷잡을 수 없는 해악을 낳게 된다. ‘이슬람 포비아’는 수년째 한국사회에 출몰하는 유령이다. 대중들의 공포 속에 기생하고, 기독교의 선교적 열정을 왜곡하고, 엉뚱한 희생자를 양산한다. 김동문 목사는 중동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선교사이기도 하다. 그가 여러 해 동안 이 문제를 놓고 연구하고 토론한 핵심 콘텐츠를 책으로 엮어내었다. 해박하고 직설적인 그의 안내를 따라 현대 이슬람 세계의 안팎을 들여다보노라면, 그간 듣고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슬람의 역사, 지리, 문화, 정치, 신학 등을 종횡하면서 정확한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번 명료하게 핵심을 요약해준다. 게다가 한국사회에서 유통되는 여러 가짜 뉴스들의 ‘팩트 체크’가 소상하게 제공된다. 대중적 무지 위에 의도적 왜곡을 일삼는 이들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슬람권 선교관심자, 헌신자들은 꼭 챙겨 읽고 디톡스(detox)에 활용할 내용이다. 특히 목회자들의 필독을 권한다. 강단에서 검증되지 않은 소재를 함부로 인용하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인데, 이 책은 이슬람 이슈를 이해하는 데에 정확한 근거를 환기하고, 비판적 감각을 길러주기에 적격이다. -양희송 대표

<기독교 교리 핸드북>, 부르스 밀른 지음, 안종희 옮김, IVP 펴냄

공부만으로 교회가 갱신되고 신앙이 단단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체계적이고 꾸준한 공부 없이는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어쨌든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과서만으로 공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체계적이고 꼼꼼한 교과서가 없다면 공부라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좋은 교과서가 필요하다. 브루스 밀른의 <기독교 교리 핸드북>은 교과서를 찾는 이들에게 기꺼이 권할 만한 믿음직한 교과서다. 조직신학의 주요한 주제들이 빠짐없이, 일목요연하고 간결하게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토론하며 혹은 미리 공부한 누군가가 해설하며 공부하기에 아주 좋다. 나도 이 책의 구판으로 동료들과 스터디 모임을 했던 경험이 있다. ‘교리 핸드북’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처럼 결론만 설명하고 있는 경향은 있지만, 교리나 신학 공부의 기본을 다지기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내친김에 비슷한 ‘교과서’를 몇 권 더 추천한다.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신학이란 무엇인가>(복있는사람)는 역사적 흐름과 신학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풍성하게 다루고 있어서(그만큼 두껍다) ‘교리’보다는 ‘신학’을 공부하기에 조금 더 유리하다. 그리고 다니엘 밀리오리의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새물결플러스)도 교과서로 추천하는데, 이 책은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한다기보다는 ‘신학적 사고’를 이끌어주고 북돋는 고급과정 교과서다. -박현철 연구원

<불완전한 삶에게 말을 걸다>, 김기현 지음, 예수전도단 펴냄

기독교 출판이 일반 독자들에게 나아가도록 돕는 중요한 통로가 ‘신앙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신앙 에세이’들은 신앙적 질문을 깔고 있지만, 신자나 비신자나 읽는 데 어려움이 없고, 인문학적 신학적 소양을 두루 깊게 만들어 주는 글이다. 선물로 주고받기도 좋고 느슨하지만, 전도 역할을 꽤 잘 감당하곤 한다. 김형석 교수의 책이 널리 읽히는 이유다. 그런데 정작 기독교계에는 그 영역을 설교집이 가득 채우고 있다. 게다가 그 설교집의 톤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꽂히고, 설교자가 청중에게 한 방향으로 전해지며, 목소리는 대체로 탄식 조이거나 비장하기 일쑤다. 문체에 대화의 형태를 입힐 수는 있으나, 문맥 자체를 수평적으로 풀어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김기현 목사의 책들은 초기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글들이 주종을 이루었다. 이번 책은 그동안 썼던 길지 않은 글들을 가려 뽑아 모았는데 언뜻 보면 많이 편안해진 듯 보인다. 글은 더욱 간결해져서 읽기가 좋고, 문장의 호흡은 안정감이 있다. 나는 그가 장기적으로 독자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마도 서문에도 밝혔듯, 부산에 터 잡고 있는 로고스교회+로고스서원이 이런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안정적 토대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 산문의 유력한 가능성으로 김기현을 계속 만나고 싶다. 이번 책은 인상적인 조짐이다. -양희송 대표

‘싯처 에디션’ 특별 한정판, 제럴드 지음, 윤종석·마영례 옮김, 성서유니온 펴냄

소위 ‘영성 작가’라고 불리는 작가 중 고통과 상실, 신정론에 관해 이야기하는 대표적 작가로 필립 얀시와 제럴드 싯처를 꼽을 수 있다. 얀시가 도발적이고도 집요하게 고통의 문제를 파고든다면, 싯처는 관조적인 느낌으로 고통을 응시하고 받아들인다. 어느 쪽이 더 나으냐를 따지는 건 어리석은 일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싯처의 매력에 좀 더 끌린다.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나, 명쾌하게 분별 되지 않는 하나님의 뜻 같은 것들을 생각할 때, 그것을 반드시 이해하려 따져 묻기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끌어안고 곰삭이는 것, 불확실성과 불가해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적어도 나에게는 더 나았고, 싯처의 책들은 그런 점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 제럴드 싯처의 대표작들이 특별판으로 묶여 나왔다는 소식을 보니 무척 반갑다. 싯처의 책은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이 되었는데 성서유니온에서 번역된 책 중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침묵>(구판의 제목은 <하나님이 기도에 침묵하실 때>), <하나님의 은혜> 세권을 새로운 디자인과 새로운 제목으로 출간했다. 제목을 맞추고 보니 세 권의 책이 시리즈로 이어지는 맥락도 선명해졌다. 싯처는 고통과 상실을 다루는 작가라고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사실 기독교 신앙 전체에 대해 통찰력 있는 시각을 주는 작가이므로 전작을 읽으며 빠져들어 볼 만한 작가다. 전작이 아니더라도 이번 특별판의 세 권 정도는 차례로 읽어보면 좋겠다. 더불어 <하나님 앞에서 울다>(좋은씨앗) 정도까지 챙겨보면 금상첨화겠다. -박현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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