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사건 그리고 말씀’ 외 6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사건 그리고 말씀>, 유경재 지음, 뉴스앤조이 펴냄

솔직히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다”(히4:12)는 구절은 수사적 표현이다. 이 말씀이 수사를 넘어 그야말로 살아 운동력 있는 말씀이 되려면 그만큼 살아있고 운동력 있는 성서 해석과 실천이 동반되어야 한다. 일반적인 그리스도인들이 만나는 가장 최초의 해석과 실천은 설교다. 그러니 설교가 얼마만큼 성서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긴밀하게 연결하고, 해석의 방향을 제시하며, 실천적 과제를 제시하느냐는 문제는 무척 중요하다. 과연 우리 강단의 설교들은 살았고 운동력 있는 설교일까? 목사나 전도사들의 입에서 “아휴. 그런 설교 함부로 못 해…”라는 말을 ‘종종’ 들으면서 나 자신도 “그렇지, 그런 설교 조심해야지…” 라며 자기검열에 젖어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그런 점에서 안동교회 원로목사인 유경재 목사의 설교집 <사건 그리고 말씀>을 읽으며 매우 놀랐고 감사했다. 이 책은 유신 시대부터 최근의 국정농단 사건까지 한국 현대사의 사건을 ‘살아온’ 한 설교자가 어떻게 성서를 해석하고 선포해 살아 운동력 있는 말씀이 되게 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설교의 모범이자 역사적 기록이다. 저자는 스스로 1,300여 편의 설교 중에서 겨우 27편이라고 겸손하게 말씀하지만, 한국 현대사의 질곡마다 이런 설교가 선포된 강단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고, 이런 목회자가 원로로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박현철 연구원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박흥식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루터와 종교개혁 : 근대와 그 시원에 대한 신학과 사회학>, 김덕영 지음, 도서출판 길 펴냄
루터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라고 여기저기서 벼르던 출판기획들이 쏟아져 나왔다. 얼추 50여 종은 족히 되어 보인다. 이 가운데 단연 발군으로 꼽고 싶은 책은 몇몇 한국저자들의 저술이다. 청어람 강좌를 책으로 엮어낸 최주훈 목사의 <루터의 재발견>은 그간 거의 듣기 힘들었던 루터파의 입장에서 문제의식을 풀어낸 수작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두 권은 또 다른 층위의 강자다. 서양 중세사를 전공한 서울대 서양사학과의 박흥식 교수는 올해 종교개혁과 관련해서 한 권의 저술, 한 권의 번역, 한 권의 감수로 종횡무진하는 활약을 보였다. 그가 펴낸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루터의 종교개혁을 서양사 전반의 흐름 위에 제대로 자리매김하는 책이다. ‘과연 루터는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대학교회 문에 95개 조를 붙였는가?’, ‘루터는 반유대주의자인가?’ 등 인물과 역사의 명암을 역사학계의 최근 연구까지 반영해서 고루 다루고 있고 책의 만듦새도 좋아서 루터와 종교개혁에 대한 입문서로 첫손에 꼽을만하다. 독일 카셀대의 사회학자 김덕영 교수는 <루터와 종교개혁>에서 근대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묻는 지식 사회학적 접근을 선보였다. 종교개혁을 교회사와 신학사로만 접근할 때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질문이 여기서는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있는데, 나는 우리 모두에게 이런 역사학적, 사회학적 접근이 가지는 강점이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결론적으로 종교개혁의 기여로 요약한 ‘개인화’, ‘탈주술화’, ‘세속화’, ‘사회적 분화’ 등을 이런 책이 아니면 어디서 새겨볼 수 있겠는가? 올 한 해 종교개혁 500주년 기획의 가장 풍성한 결실이 이 한국저자들에게서 나왔다고 나는 감히 주장하고 싶다. -양희송 대표

<종교신학 강의>, 정재현 지음, 비아 펴냄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다”는 식의 구호를 자랑스럽게 외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종교라는 제도적 틀보다는 살아있는 신앙의 실천을 부각하고 장려하려는 구호라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세속화니 세계화니 하면서도 여전히 ‘종교’에 관한 관심과 논의가 사라지지 않고, 종교가 오히려 더 첨단의 학문적 탐구의 대상이자 인류의 평화와 공영을 위한 중요한 키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독교를 한 ‘종교’로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신앙 실천을 위한 동력을 얻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다종교사회가 어느 때보다 현실화되어 있는 지금, 다른 종교들과의 관계 속에서 세계를 성찰하고 기독교 신앙을 성찰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에서 기독교의 보편성과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다.

<종교신학 강의>는 연세대에서 종교철학을 가르치는 정재현 교수의 강의를 바탕으로 묶어낸 책이다. 배타주의, 포괄주의, 다원주의 같은 기본적인 종교철학/신학의 주제를 다루면서 다종교시대 기독교인들이 성찰해야 할 신앙의 본질에 관해 다룬다. 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인 만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로도 좋고, 대중이 교양서로 읽고 사유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이 주제는 상당히 중요함에도 최신의 논의가 잘 소개되지 않고 있어서 아쉬웠는데 한국 저자가 쓴 최신의 논의가 그리스도인들과 일반 대중에게 널리 읽히면 좋겠다. -박현철 연구원

<신학공부 – 하나님과 세계>, 김진혁 지음, 예책 펴냄

모든 성도가 신학적 교양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일반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교양 신학’을 표방하며 일반 성도가 신학을 공부하는 데는 몇 가지 장벽이 있다. 그중 가장 큰 장벽은 신학 공부가 여전히 교리 중심으로 구성된 학문 체계를 학습하는데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평신도들이 신학을 공부하는 것은 기존의 체계적 지식(교리나 조직신학 등)을 습득하는 것이고, 전통과 체제 안에서 종속적 학습을 하는 경향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장벽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교회나 신학교, 각종 아카데미에서 신학을 다루는 방식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출간되는 책의 성격 탓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김진혁 교수의 <신학 공부 – 하나님과 세계>는 그런 아쉬움을 상당히 덜어줄 만한 책이다. 이미 평신도들을 위한 조직신학 입문서는 많이 있지만, 이 책은 그런 책들에 비교해 내용을 구성한 틀도 훨씬 일반 독자의 입장에 맞추어져 있고, 사용하는 언어도 매끄럽다. 전통적인 신학의 체계를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독자들이 생각할 공간을 많이 만들어두고 있어 풍성한 신학적 사고라는 것이 무엇인지 맛보고 익힐 입문서로 매우 유용하다. 개인적으로는 김진혁 교수가 이보다 조금 더 전문적이고 신선한 책을 써 주었으면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딱 필요하고 적절한 책이 나왔다는 반가움과 고마움이 더 크다. -박현철 연구원

<교회의 종말 : 기독교 종교의 몰락과 새로운 영적 각성운동>, 다이애나 버틀러 배스 지음, 이원규 옮김, KMC 펴냄

미국에서 2012년에 나온 이 책은 확실히 문제적이다. 캘리포니아 대학(산타 바바라)의 종교학 교수인 저자는 미국의 기독교와 종교 생활 일반에서 대대적인 종교적 몰락이 진행되었고, 그와 더불어 새로운 영적 각성(spiritual awakening)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소위 ‘소속 없는 신앙(believing without belonging)’의 논의가 기존 종교체제의 붕괴와 오작동, 그로부터의 이탈 현상을 중심으로 삼던 데에서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영적 각성의 내용은 무엇이며 그것이 어디로 갈 것인지에 관한 논의로 전진하고 있다는 하나의 시그널로 읽힌다. 한국에서 우리가 만나는 ‘가나안 성도’ 현상이 이런 글로벌한 흐름의 도입인지, 자생적 양상인지도 비춰볼 만하고, 미국의 양상에서 우리가 참고하거나 타산지석으로 삼을 대목은 어디인지도 새겨볼 만하다. 이 책은 기독교만 아니라 종교 일반의 흐름까지 다루다 보니 다소 산만하거나 사변적인 면도 있지만, 한국 상황이 미국과 문화적 차이는 있을지언정 시차는 별로 나지 않는다는 것도 실감하고, 어떤 경우는 더 앞질러 가는 지점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가나안 성도, 혹은 세속 성자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책이다. 조만간 한국적 상황에 기반을 둔 논의가 여기저기서 제출되어서 글로벌한 토론의 한 축이 되기를 기대한다. -양희송 대표

<칼바르트 기도>, 칼 바르트 지음, 오성현 옮김, 복있는사람 펴냄

한때 한국 교회에서 마귀로 취급되었던 칼 바르트이지만, 최근 들어 번역서들이 활발하게 출간되면서 그런 악성 평가는 많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제는 마귀에서 ‘끝판왕’으로 평가가 휙 옮겨간 인상이다. 마귀든 끝판왕이든 일종의 괴물이라는 점에서 위험하다. ‘그’에 관한 수식어들을 떼어내고 진지하게 그의 ‘저작’을 읽고, 공부하고,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신학적 사유를 넓혀가야 한다. 칼 바르트의 책, 혹은 그에 관한 책이 나올 때마다 쉽게 흘려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이번에 나온 칼 바르트의 <기도>는 무려 ‘칼 바르트’가 ‘종교개혁’ 교리문답에 따라 ‘주기도문’을 해설한 책이다. 어마어마한 키워드들이 오히려 책의 가치를 가리는 거품이 되지는 않을지 염려도 된다. 칼 바르트라는 이름표도 떼고, 종교개혁 교리문답도 떼고, 기도에만 집중해서 ‘이 책을 한번 잡솨’보셔도 좋겠다. 하나님의 선물로서의 기도와 인간의 행위로서의 기도를 설명하는 내용은 기도의 신비를 균형감 있게 설명하고 있고, 주기도문 각 구절을 풀어내는 설명은 단정하면서도 가슴을 뜨겁게 한다. 본문보다 더 꼼꼼하게 칼 바르트의 기도 신학을 정리해준 해설과 역자의 글은 덤이다. -박현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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