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제자가 된다는 것’ 외 5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제자가 된다는 것>, 로완 윌리엄스 지음, 김기철 옮김, 복있는사람 펴냄

“이 책의 제목(Being Disciples)에서 알 수 있듯이, 제자도란 삶의 상태(a state of being)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제자도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와 관련되며, 우리가 내리는 결단이나 믿는 내용뿐 아니라 삶의 상태까지 다룹니다.” 책의 첫 두 문장만으로도 많은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더 설명이 필요할까 싶지만 조금 더 설명을 붙이자면, 한국 교회에서 통용되는 제자도에 관한 이해는 규범적 성격이 강한데 이는 일면 유효하지만 제자도에 관한 온전한 이해라 보기는 어렵다. 제자는 성도보다 상위 단계의 개념도 아니며 무언가를 실천함으로써 얻어지는 신분도, 그 신분을 얻으면 어떤 책임을 수행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예수를 믿고 따르며 예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고, 일상과 세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삶의 방식(life style)이 제자도이다. 로완 윌리엄스는 이 얇은 책에서 이런 제자도의 존재적 의미를 우아하고 아름답게 설명한다. 신앙의 언어에 매몰되지 않은 채 세상 속에서 드러나야 할 ‘제자’라는 존재의 의미를 오롯이 드러낸다. 정말 저스틴 웰비의 추천사대로 “아름다운” 책이다.

청어람에서는 지난해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이 책으로 세속성자 책읽기 모임을 할 예정이다. 순전히 ‘좋아서 여는 책모임’이다. 함께, 그리고 홀로 이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다. -박현철 연구원

<페미니즘과 기독교>, 강남순 지음, 동녘 펴냄

요즘 회자되는 신조어 중 ‘알탕OO’라는 단어가 있다. 남성들만 주인공인 영화나, 남성끼리 뭔가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칭한다. ‘알탕’으로 치자면, 교회도 만만치 않다. 강단에서부터 당회, 제직회에 이르기까지 교회의 의사 결정 구조는 남성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에게 헌신은 강요하지만, 권위는 나누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이런 기울어진 구조에 동의할 수 없는 젠더 감수성을 가진 청년이나 여성들은 교회를 탈출할 수밖에 없다. 이제 ‘페미니즘’을 배우지 않으면 체제 유지는커녕 교회의 사명인 ‘전도’도 어려워지는 시절을 맞이한 것이다. 이는 교회가 그동안 강력하게 수행해 온 남성 중심 가부장 체제가 그 바깥에서는 ‘종말’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속히 깨닫고, 회심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러면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페미니즘’을 영접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책이 있다. 강남순 교수의 <페미니즘과 기독교>이다. 1998년에 출간되어 알음알음 회자되던 책이 이번에 개정-재출간되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런 책도 있었어?’ 싶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 책’이다. 이 책에는 여성이 어떻게 인식됐는지, 교회에서는 어떻게 존재하는지, 페미니스트 신학은 무엇을 담고 있는지에 관한 주제부터 시작하여 가족 담론, 여성운동,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페미니즘’과 ‘기독교’라는 키워드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주제가 담겨있다. 물론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지만 낯선 페미니즘을 끌어당겨 만날 기회다. 강남순 교수는 “오래전에 쓴 이 책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에 깊은 착잡함을 느낀다고 서문에 밝혔지만, 그동안 어렵고 낯설다는 이유로, “파도가 밀려오는데 조개나 줍는다”고 오해되어 ‘나중’으로 밀려나야 했던 페미니즘이 질기게 살아남아 다시 찾아와 그저 반갑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함께 반기고 읽으면 좋겠다. -오수경 편집장

<처음 만나는 루터>, 우병훈 지음, IVP 펴냄

우병훈 교수는 방대한 자료를 꼼꼼하게 다루는 소장 신학자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신학자다. 하지만 (책의 뒤표지에도 나왔듯) 그는 뼛속까지 ‘개혁파’에 속한 사람이라 그가 루터에 대한 책을 낸다고 했을 때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대감은 기대 이상으로 충족되었고, 우려는 많은 부분이 기우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루터의 생애부터 시작해 그의 신학, 현대적 적용과 비판적 계승까지 빠짐없이 다룬다. 꼼꼼하게 자료를 인용하며 기존의 이해를 확인하고, 각을 세워야 할 지점에서는 선명하게 각을 세우며 루터가 남긴 신학적 유산을 점검한다. 다만 책이 얇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다. 어떤 부분에서는 저자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단정적으로 서술하고 독자들에게 자료를 직접 찾아볼 것을 요청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나는 얇은 책을 좋아하지만, 루터의 생애와 저자의 역량을 생각하면 이 책은 조금 더 두꺼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 특히 루터에 대한 책이 쏟아졌다. 열심히 소개하려 했지만, 소개는커녕 아직 들춰보지 못한 책들이 더 많다. 하지만 많은 책 중에서 국내 저자들의 농사가 훌륭했으니 500주년을 맞은 출판계는 나름의 성과를 낸 것이 아닌가 싶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최주훈의 <루터의 재발견>, 박흥식의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김덕영의 <루터와 종교개혁>, 그리고 우병훈의 <처음 만나는 루터>는 꼭 체크해두기 바란다. 2017년 우리가 기념해야 할 루터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살려내는 수작들이다. -박현철 연구원

<당신들의 신국>,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엮음, 돌베개 펴냄 –양희송 대표

한국개신교가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된 지는 진즉 이지만, 의외로 사회학적, 인류학적 연구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최근의 상황이다. 보수 개신교는 대체 왜 이런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지가 늘 궁금한 이들이라면 이 책을 붙잡아볼 만하다. 진보적 입장의 중견/소장 전문연구자들 10명이 참여했고, 다루는 주제는 ‘웰빙 우파’, ‘해외 선교 담론’, ‘복음주의 지성’, ‘아버지 담론’, ‘반동성애운동’, ‘불교-개신교 갈등’ 등을 망라한다. 아쉬운 지점은 대부분 내용이 2011-2013년 어간에 발표되었던 논문의 수정본이라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를 바로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 각 주제와 관련된 선행 연구가 많지 않은 상황이니만큼 주요한 논의의 전개상황을 일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보수-진보를 진영논리로 가르지 않고, 이런 이슈를 해명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기회는 조금 더 많아지면 좋겠다. 이 책에서 제안된 분석과 제안의 적실성을 토론할 장 역시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개신교를 이 구덩이에서 끌어내려면 좌우합작이 필요함을 진실로 절감한다. -양희송 대표

<고대 근동 신들과의 논쟁>, 존 D 커리드 지음, 이옥용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신학 전문 서적들이 많이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한국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졌다. 신학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신학 지식, 특히 성서에 관한 비평적 담론들을 읽고 공부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 그런 과정을 통해 고대 근동 문화 속에서 성서가 쓰였고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고대 근동 문화와 구약성서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신학서적들은 많이 출간되지 않았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책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존 커리드의 <고대 근동 신들과의 논쟁>은 그런 면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고대 근동 문화와 성서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다루어지고 그것이 우리 신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창조기사, 홍수 이야기, 요셉 이야기 등 구약의 중요한 본문들을 선택해 이와 짝을 이루는 고대 근동의 기록들을 비교하며 성서 기록의 특징과 신학적 함의를 읽어낸다. 제목이 알려주듯 이 책은 구약 성서가 고대 근동 문헌들과의 논쟁/경쟁 상황에서 그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쓰였다는 변증법적이고 보수적 입장을 취한다. 이 책을 시작으로 고대 근동 문화와 성서를 비교해 읽으며 성서에 대한 우리 이해가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 -박현철 연구원

<바울 논쟁>, 톰 라이트 지음, 최현만 옮김, 에클레시아북스 펴냄

톰 라이트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불평이 나올 만큼 매우 두꺼운 학술서를 지치지도 않고 내놓고 있지만, 그 내용을 매우 대중적 필치로 풀어주는 얇은 책도 곧바로 제공하는 친절한 사후서비스가 특징이다. 바울에 대한 그의 주저술인 <바울과 하나님의 신실하심> 역시 두 권짜리 분량이므로 접근 가능한 독자들은 제한적이다. 이번에 나온 <바울 논쟁>은 그 책에 관한 매우 간명한 요약이자 후속 논의의 대표적 질문들에 답하는 기획이다. 바울신학의 주요한 논의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라도 간략하게 훅훅 지나가는 이야기들을 보노라면 바울신학의 주요한 쟁점이 무엇인지 어깨너머로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다섯 개 장에 걸쳐 핵심적 질문을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제3장 ‘묵시’와 제4장 ‘하나님의 의롭게 된 백성’이 가장 유용하고 신선한 내용으로 읽히지 않을까 싶다. 일반 성도들이 궁금해하고, 목회자들이 적절히 대답하기 힘들어하는 신학적 질문들이 톰 라이트 특유의 시원스러운 개념 정리로 일목요연하게 해명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톰 라이트가 언제나 옳지는 않다. 그러나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 공부해야 할 바를 뒤지고자 할 때는 그의 작업이 언제나 도움이 된다. -양희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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