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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서신] 2018년에는 더 무모해지겠습니다

1.

2017년이 저물었습니다. 한 해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한국사회를 둘러싼 여러 조건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올해는 거대한 변화를 이룬 위대한 시간이었습니다. 전대미문의 국정농단과 이를 둘러싸고 거리에서 벌어진 촛불시위. 이어진 대통령 탄핵과 대통령 선거까지 일견 혼란해 보여도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이 사회는 달려왔습니다. 앞으로 어려운 시절이 또 오겠지만, 2017년 한국사회는 이를 맞이하여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갈 만큼의 자신감과 자존감은 확인한 것 같습니다. 반면에 한국 개신교는 그런 혁신의 시간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역사적 혁명이었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였지만 아직 우리는 ‘적폐’라고 부를 체제에서 벗어나지도 못하였고, 이를 개혁하거나 갱신할 내부의 독자적 역량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반성은 드물었고, 대안도 미미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청어람ARMC는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강좌 수와 참가자 수는 확연히 늘어났습니다. 다루는 주제들은 종교학, 사회학, 철학, 역사, 페미니즘 등으로 더 분화되고 강화되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청중들이 꽤 많이 유입되기도 했고,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저희 강좌를 주목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세속성자 수요모임에 꾸준히 나오시는 분들과는 더 즐겁게 만남을 이어가고 있고, 팟캐스트 등을 통해 접속하고 계신 분들도 국내외에 적지 않아서 저희의 활동반경을 새롭게 실감하는 한 해였습니다. 비록 빠듯하게 운영되는 상황이지만, 저희 강좌에 참여해주시는 수강생들과 후원자, 후원 교회 동역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어람 2017 사역보고)

2.

2018년, 청어람은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청어람 연대기’를 간략히 정리하면 대략 4기 – ‘명동 청어람’ 1기와 2기, ‘신촌 청어람’ 1기와 2기 – 로 나누어볼 수 있겠습니다.

명동 청어람 1기(2005-2008) : 명동에 있었던 지하 2층 지상 6층의 높은뜻숭의교회의 교육관을 ‘청어람’이라 이름 짓고 운영하면서 이후 사역의 토대를 놓은 시기입니다. 누구든 와서 무료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 다양한 활동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 형성 실험을 했습니다. 그때 저희는 ‘인재발전소’를 자임하며 아카데미를 시작했는데, 기독인문학을 위시하여 정치, 문예 분야 등 대학 수준의 강의를 제공하고 이를 감당할 참신한 강사군을 소개했습니다. 강영안 교수(서강대), 김상근 교수(연세대) 등의 대중 강연이 청어람에서 이루어졌고, 그 내용은 출판으로 이어졌습니다. 교회는 이 일에 공간과 재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습니다.  

명동 청어람 2기(2009-2012) : 높은뜻숭의교회가 4개의 교회로 분립을 한 시기입니다. 청어람도 분립하여 자생적 기반을 갖춘 독립단체가 되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이미 청어람은 개신교계뿐 아니라 시민사회와도 교류하며 독특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초창기 6개월 동안 기획/운영으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강연 플랫폼의 등장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안식년 기간에 쓴 <다시 프로테스탄트>(2012)를 통해 한국 개신교의 현실을 분석하고 대안을 교계 중심이 아니라 ‘개신교 생태계’의 형성에서 찾아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이는 청어람이 그간 ‘지식 생태계’ 형성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경험에서 나온 제안이었습니다.  

신촌 청어람 1기(2013-2017) : 신촌으로 공간을 옮기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새롭게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감사하게도 몇 달 만에 공간을 공유해주신 소중한 인연을 만났고, 전방위적으로 후원자들의 지원이 이루어져 안정적으로 새로운 청어람을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의 소중한 동역 그룹인 지역교회들과도 연결고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15개 교회, 250여 명의 개인 후원자가 청어람의 배후입니다. 한국 개신교는 그간 수면 아래 있던 성도들의 교회 이탈 현상을 <가나안 성도, 교회밖 신앙>(2014)을 통해 자각하였고, 저희는 2013년부터 이들을 위한 ‘세속성자 수요모임’을 시작하였습니다. 온라인 매거진, 동영상 강좌, 팟캐스트 등으로 장소성의 한계를 넘어보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희는 ‘신촌 청어람 2기(2018-2020)’를 준비합니다.

그간 성도들이 제도교회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을 주로 분석했다면, 이제는 이들이 향하는 방향과 그들의 신앙적 내용이 어떻게 형성되는 것이 마땅한지 담아내는 기획을 하려고 합니다. 개신교 위기상황에서 대안이 될 ‘세속성자’의 등장을 재촉하고 싶습니다. 이런 기획을 담아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활동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또 저희의 활동반경을 동아시아와 그 너머까지 확장해 보고자 합니다.  

3.

2018년의 최우선 과제는 ‘법인화’를 통한 안정적 운영 체제 마련입니다.

신촌에 사람과 지식이 교류하는 청어람의 고유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플랫폼을 새롭게 열고자 합니다.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청어람은 최대한 자원을 동원하겠습니다. 이 일을 위해 좋은 분들을 동역자로 모시고, 필요한 하드웨어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간 도움 주셨던 모든 분에게 저희와 한배에 타주시기를 요청할 예정입니다.

물론 온&오프라인 강좌들은 꾸준히 이어집니다.

“대중과 호흡하는” 청어람 강좌로 ‘기독/인문/사회’ 정기 강좌와 ‘월례/단회’ 강좌들을 다채롭게 선보입니다. “만남과 배움이 있는” 소모임은 작고 단단한 기획으로 ‘고전/이슈 연구’ 세미나 혹은 ‘목회자/여성/가나안 성도’ 공부방, 혹은 저자를 초청해서 진행하는 대중을 위한 북 토크 등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양하게 만나는” 온라인 공간도 공세적으로 운영할 것입니다. 현재 팟캐스트, 유튜브, 소셜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용을 더 강화해서 ‘시사/교양’ 팟캐스트와 라이브를 제공하고, 이미 제공하고 있는 설교/강좌 팟캐스트와 온라인 기반의 강좌(MOOC)를 충분히 늘려갈 것입니다.

다양한 영역과 협력(collaboration)하는 청어람을 더 많이 보실 것입니다.

그간 강좌를 출판으로 연결하거나 신간을 소개하는 온라인 매거진을 통해 ‘출판계와 콜라보’ 해온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얼마 전에는 교보문고 온라인서점과 매달 주제를 정해서 30여 권씩 기독교 서적을 추천하는 코너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작업이 더 적극적으로 일어나기를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청어람 연구위원회를 주축으로 ‘학술계와 콜라보’ 기회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과거 ‘기독 소장연구자 컨퍼런스’나 ‘지식수련회’ 등의 경험을 되살려 기독 지성 운동의 기초가 될 주제들에 관한 연구와 논의장을 만들겠습니다. 최소한 ‘가나안 성도’, ‘기독교 세계관’, ‘교회론’ 등에서는 이론과 현장이 탄탄히 다져진 논의를 제공할 것입니다. 교계 및 일반 ‘미디어와 콜라보’ 기회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교회와 콜라보’도 방만하지 않도록 선택과 집중에 유의하고 있습니다. 교회개혁, 청년사역, 대안 교회 등에 특화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4.

역사를 돌아보면, 중요한 혁신의 시기에는 관행을 뛰어넘는 과감한 시도가 존재했습니다. 대안은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속한 것이니, 우리 눈에 익숙하고 편안한 것이 충분한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무난한 것이 아니라 무모한 도전이 필요합니다. 2018년 청어람ARMC는 새로운 시기로 진입합니다. 사람도, 조직도, 내용도 다 새로워져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을 감당하려니 딱 2배의 재정을 만들어야 할 상황입니다.

30개 교회와 500명의 후원자를 찾습니다. 현재의 후원자들께서 한 명을 더 연결해주시면 됩니다. 다니는 교회에 청어람을 후원하도록 제안해주시기 바랍니다.

2018년이 대약진의 시기가 될 수 있도록 한번 고삐를 조이고, 박차를 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청어람을 한국교회의 공적 자산으로 여기고 무모하게 동역해주실 동역자들과 교회를 기다립니다.    

2017년
청어람 ARMC 대표 양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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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송

청어람 대표. 복음주의 운동가. 몇권의 책을 썼지만, 좌우명은 "노는게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