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 외 5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 – 존 하워드 요더의 성추행과 권력남용에 대한 메노나이트의 반응>, 존 D. 로스 지음, 김복기 옮김, 대장간 펴냄

존 하워드 요더는 평화주의 신학자로 독보적인 업적을 이루었고, 동시에 기묘한 방식의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했다. 이 사실은 요더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모든 이들을 당혹스럽게 한 딜레마였고, 충격이었다.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는 요더가 행한 성폭력의 실체와 그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온 메노나이트 교단의 오랜 여정을 정리한 공식 기록이다. 이 책을 들기 전 독자들은 예외 없이 이런 질문을 떠올릴 것이다. “요더의 성폭력이 사실인가? 사실이라면 교회는 피해자들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으며, 요더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안타깝게도 이 책은 이런 질문에 깔끔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신학교, 교단, 동료신학자들이 애쓰고 노력해온 과정을 보여줄 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야수’는 성(sex)이다. 요더는 성이라는 야수의 송곳니를 뽑겠다며 기묘한 실험을 통해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가했다. 동시에 교회는 평화신학자의 얼굴을 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요더라는 야수의 송곳니를 뽑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안타깝게도 결국 어느 쪽의 송곳니도 뽑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이 책에서 성폭력 문제를 잘 해결한 모범적 모델을 보기보다는, 한 사람의 성폭력으로 깨지고 어그러진 것을 바로잡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를 확인하게 된다. 성이라는, 성폭력이라는 야수는 여전히 가까이에 있고 우리는 그것을 길들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 비극적이고 서글픈 책이다. -박현철 연구원

<신학을 다시 묻다 – 사회사를 통해 본 신학의 기능과 의미>, 후카이 토모아키 지음, 홍이표 옮김, 비아 펴냄

‘세속성자를 위한 신학 입문’쯤으로 권하면 좋을 책이 그간 마땅치 않던 차에 이 책의 구성에 눈이 번쩍 뜨였다. 저자는 19세기 독일 개신교와 20세기 신학사를 전공한 학자답게, 현대의 신학적 질문이 어떤 사회적/역사적 토양 위에서 등장했는지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맥을 잡아준다. 덕분에 신학을 난해한 개념과 추상적 이론의 덩어리가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 현실에 대한 신앙적/지적 응전으로 주욱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기독교는 교세는 극히 미약하지만, 빼어난 학자들이 꽤 촘촘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싶다. 200쪽 남짓 분량에 이렇게 솜씨 있게 신학 입문을 담아놓은 실력에 감탄한다. 영어권에서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기여한 신학 입문 선생 역할을 동아시아권에서 이 책이 감당해주면 딱 좋겠다는 상상을 잠깐 해보았다. -양희송 대표

<너라는 우주를 만나>, 김경아 지음, IVP 펴냄

“이 책 한번 잡솨봐”에 소개할 책을 고를 때, 일단 신간 목록을 쭉 훑으며 ‘느낌’이 오는 책을 고른다. 대략의 첫인상을 가지고 내용을 살피면 그 첫인상이 명확해지고 어떤 점을 부각해 소개할지 감이 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는 이 책을 뭐라고 소개해야 좋을지 오히려 어려워져버리는 책들이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실망스러워서 그런 책도 있지만, 책의 내용이나 독서 경험이 내 기대를 뛰어 넘어버려 나를 당황시키는 책도 있다. <너라는 우주를 만나>는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 ‘입양’이라는 선명한(동시에 감동적인) 주제를 다룬 가벼운 신앙 에세이겠거니 생각하고 읽었는데 입양이라는 제도를 넘어 가족과 사랑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언어로 가득하니 속수무책으로 새로운 우주를 마주할 수밖에!

예수는 혈연 중심의 기존 가족 체계를 믿음과 사랑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체제로 바꾸었고, 우리를 하나님의 가족으로 입양(adopt)시켰다. 단순하게 ‘입양’에 관한 편견을 극복하는 것뿐 아니라, 혈연이 아니라 사랑과 존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가족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는 한국 사회와 교회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다. 한 가족이 자신의 연약함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고 사랑을 배워가는 과정은 모든 독자에게 새로운 ‘우주’를 만나게 해 줄 것이다. -박현철 연구원

<가나안 성도에게 보내는 편지 – 믿음의 홀로서기가 두려운 이들을 위하여>, 유원상 지음, 익투스 펴냄

저자 유원상 선생(1920-2008)은 학교직원, 목회자를 거쳐 나중에는 독립전도자로 삶을 이어간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김교신 선생과 무교회 운동에 깊이 영향받았지만, 나중에는 이마저도 떠나 홀로 활동했다고 하니, 신앙의 구도자적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그가 생의 후반부 30년간 썼던 한 쪽짜리 전도엽서의 글 중에서 선별한 선집이다. 크게 ‘복음에 관하여’와 ‘교회에 관하여’로 나누어져 있는데, 어느 편을 선택하든 한숨에 읽어 내리고 한참을 곱씹을 내용으로 가득하다. 부제 ‘믿음의 홀로서기가 두려운 이들을 위하여’는 지금 현실에 매우 적절하다. ‘가나안 성도’로 첫발을 내딛는 이들이 공통으로 겪는 망설임이 있을 텐데, 이런 용어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신앙과 교회의 관계 설정을 두텁게 고민해온 분의 밀도 높은 묵상을 읽노라면, 어떤 태도와 결의로 신앙을 맞이해야 할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혼자 읽어도 좋고, 주변에 선물해서 나누어 읽어도 참 좋을 책이다. 책에 간간이 등장하는 친필엽서의 필체는 보면 볼수록 그 투박한 정성에 끌린다. -양희송 대표

<한국 개신교의 타자인식>, 이진구 지음, 모시는사람들

한국 개신교에 관한 연구는 이제 개신교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외부의 시선으로 드러나는 한국 개신교의 민낯이 민망하고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더 넓고 다양한 범주에서 한국 개신교를 조망하는 작업은 지속하여야 한다. <한국 개신교의 타자인식>은 종교학자의 시선으로 꾸준하게 한국 개신교를 탐구해온 이진구 박사의 연구서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류의 타자 – 기독교적 타자(천주교), 종교적 타자(타종교), 세속적 타자(과학/사회주의) – 를 상정하고 이들과의 관계 안에서 한국 개신교의 정체성을 찾는다. 결론은 조금 싱겁다. 타종교나 교파에 관한 배타성과 일관성 없는 이분법 등 우리가 한국 개신교에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인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론에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자조하기보다는 연구의 과정에서 저자가 던지는 ‘누가 참 기독교인인가?’ ‘어느 종교가 참종교인가?’ ‘무엇이 참세계관인가?’ 세 가지 질문을 개신교인들 모두가 곱씹어보면 좋겠다. -박현철 연구원

<파란 앵무새 – 오늘, 우리를 위한 성경읽기>, 스캇 맥나이트 지음, 전의우 옮김, 한국성서유니온선교회 펴냄

제목만으로는 그 내용을 짐작하기 힘든 <파란 앵무새>는 성경을 읽을 때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워 듬성듬성 구멍이 나 있던 부분을 매끄럽게 채워주는 책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구멍이 나 있는데도 애써 눈 감고 있던 우리의 안이한 이해를 깨뜨리고 온전한 성경 이해로 나갈 수 있도록 도전하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는 성경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the story)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이야기를 신중하게 읽고 분별해 삶에 적용,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에 관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실 그다지 신선하고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김근주 교수의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라든지 숀 글래딩의 <더 스토리> 같은 책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이 책을 권하는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스캇 맥나이트가 썼다는 점이다. 그는 학자와 일반인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성경의 세계를 현실에 이어주는 책을 써내는 믿음직한 저자다. 성경을 진지하게 읽고 적용하는데 참고할 책을 찾는 이들은 이 책도 목록에 꼭 올려두기 바란다. -박현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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