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칼럼] “성서한국은 종북좌파인가?” 복음주의 운동을 향한 색깔론, 어떻게 볼 것인가

어느날 ‘종북 좌파’가 되었다

나는 최근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장로회신학대학원의 한 동아리에서 주최한 행사에 특강 요청을 받았는데, 행사 포스터가 학교 온라인 게시판에 게시되자 강사진을 두고 문제 삼는 댓글이 달렸다. 강사진은 김근주(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양희송(청어람ARMC), 백소영(이화여대), 남기업(토지+자유 연구소), 이만열(숙명여대 명예교수) 5인이다. 문제의 댓글은 장신대 내부 게시판에 달렸으나, 외부 블로그로 옮겨져 논란을 생산하고 있다.

사안의 성격상 주장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팩트나 적절한 정보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의 주장만이 아무런 제약 없이 유포될 위험성이 커, 이 내용을 조금 알고 있는 입장에서 불가피하게 긴 글을 쓰게 되었다.

[댓글] “장신대 동아리 ‘암하아레츠’의 활동을 우려합니다” (출처 : GMW연합 블로그)

댓글의 논지는 1) 동성애 이슈를 다루는 강연을 열었던 ‘암하아레츠’ 동아리의 활동에 관한 비판 2) 이번 강연회 강사진이 참여하는 ‘성서한국’과 <복음과상황>의 종북성에 대한 비판 –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은 장신대 내에서 동아리 활동의 자율성이나 신학적 소신의 문제이니 외부자인 내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 적절한 토론이 있기를 기대한다. 단, ‘동성애 이슈’를 둘러싼 사안의 복잡성을 염두에 둘 때, 신학교 내에서 자유로운 토론 자체가 금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평소 나의 소신이며, 이 사안의 ‘신학적 논쟁(theological argument)’과는 별도로 ‘목회적 접근(pastoral approach)’은 그대로 확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밝혀둔다.

2)는 어이가 없는 주장이다. 5명의 강사진 중 북한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으로 안다. ‘성서한국’도 종북좌파로 간주하기에는 어려운 ‘복음주의자’들이다. 그런 대상을 비판하려면 꼼꼼한 논리와 튼튼한 근거에 기반을 두어 주장을 펼쳐야 할 텐데, 이 주장은 사실관계에 심각한 오류와 여러 차원의 논리적 비약으로 점철되어 있고, 근거의 신뢰성도 훼손되어 있는데 어떻게 저런 주장을 하고 있는가 싶어 ‘어이’가 없는 것이다. 댓글을 단 이는 심지어 소송 중인 사건의 판결문을 인용하기도 하지만, 정작 자료를 들여다보면 매우 일면적이고 편의적으로 취사선택을 하고 있다.

‘복음과상황’은 종북 좌파인가?

나는 이 사안을 다루기 위해 약간의 본문 비평(textual criticism)을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앞에 있는 ‘댓글’ 문서(document)가 어떤 역사적(historical) 전승 경로를 거쳐 왔으며, 어떤 소스(source)에 근거하고 있는지, 어떤 편집(redaction) 과정을 거쳤으며, 그런 문서를 낳은 해석 공동체(hermeneutical community)의 ‘삶의 자리(sitz im leben)’는 어떠하였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이 텍스트 바깥의 사회와 역사로부터도 증거를 찾아볼 것이다.

‘댓글’에서 ‘강사진이 종북’이란 주장의 일차적 근거는 유튜브에 올라온 박성업 동영상이다. 그 동영상은 두 차례에 걸쳐 온라인에 회자되었는데, 첫 번째는 2013년이다. 이 동영상으로 박성업은 고소·고발을 당했고, 형사재판에 들어갔다. 1심에서 500만 원 벌금을 선고 받았다가, 2심 판결에서 일부 무죄가 나오면서 150만 원 판결을 받자 그는 자기주장이 옳았다며 2017년 3월 14일 자유경제원에서 한 강의 내용으로 2차 동영상을 올렸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여기저기서 강연한 동영상들이 돌아다닌다. 2차 동영상은 1차와 대동소이하나 ‘간첩 김성윤’ 내용이 추가된다.

‘댓글’ 필자에 의하면 1) 성서한국은 종북 단체이다. 이는 박성업의 주장과 그의 주장이 일부 인정된 2심 판결로 확인할 수 있다. 2) 김성윤은 <복음과상황> 기자였고, 편집위원장 박철수 목사는 성서한국 이사다. 그러므로 이는 1)의 주장을 입증하는 또 다른 증거가 된다.

그는 이런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파 매체 <미래한국>의 기사를 링크한다. 흥미롭게도, <미래한국>에서 ‘성서한국’을 검색하면 5-6개의 기사가 뜨는데, 성서한국 초창기에는 주로 스트레이트 기사를 내보내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정적 기사를 2개 발행했다.

[미래한국 1] “성서한국 종북 발언이 무죄인 이유” (2016. 05. 09 <미래한국>)

<미래한국 1>은 박성업 2심 판결 내용을 다루며, 성서한국 관련자들 전반을 한 번 더 비판하고 있다.

[미래한국 2] “기독교 내부의 치열한 좌우대립” 김철홍 (2017.04. 04 <미래한국>)

김철홍 교수의 기명 칼럼으로, 박성업 동영상 전체와 김성윤 목사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고 쓰고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된다는 ‘균형 잡힌’ 코멘트를 첨언하고 있다.

다시 ‘댓글’로 돌아가서, 우선 ‘간첩 김성윤’의 문제를 살펴보자.

이번 신대원 사경회 때 대표 강사로 온 박철수 목사 역시 성서한국의 이사입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박철수 목사는 본인의 강의 중에서 ‘간첩’이라는 단어를 느닷없이 2회 사용하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실, 박철수 목사는 1991년도에 창간된 ‘복음과상황’의 초대편집인이었었는데, 당시 복음과상황 기자였던 ‘김성윤’이 후에 간첩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는 기독교계의 활동들을 북한 정권에 보고하는 활동 등 다양한 반(反)국가적 행위를 하였습니다. “김성윤은 (…) 복음과 상황 기자로 활동하던 중 1991년경 반국가단체인 ‘남한조선노동당’ 강원도당 지도책 최호경에게 포섭되어 전위조직인 ‘애국동맹’의 언론담당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고…” [2015.12.21. 검찰 공소장 내용 中] 그리하여 박철수 목사의 동료였던 김성윤은 현재 국가보안법 위반 (회합, 통신, 편의제공, 자진지원, 금품수수, 찬양, 고무)으로 2016년 12월을 기점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검토해야 할 미묘하지만 중요한 오류들을 짚어보자. 핵심은 ‘박철수 목사는 1991년도에 창간된 ‘복음과상황’의 초대편집인이었었는데, 당시 복음과상황 기자였던 ‘김성윤’이 후에 간첩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문장에 담겨있다. 이 문장이 입증하려는 주장의 논리구조는 ‘간첩=김성윤=복음과상황 기자→박철수 목사=성서한국’으로 되어 있다.

첫째, 그는 ‘간첩’인가? 현재 그는 1심에서 4년형, 2심에서 3년형을 받고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어 실형을 살고 있는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반응이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우파’ <미래한국>의 김철홍 칼럼은 개탄한다. ‘좌파’ <자주시보> 기사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가 진짜 간첩인지, 양심수인지는 서로의 주장이 엇갈린다. 진실은 그 가운데 어디쯤일 것이다. 이 사안은 그것대로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 있는 조치가 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논의에서 김성윤 목사의 정체를 규정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다음 사실 때문이다.

[참고자료] “김성윤 목사 석방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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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목사가 ‘복음과상황’ 기자였다는 사실은 허위사실이다.

둘째, 그는 <복음과상황> 기자인가? 사실 내가 의혹을 가진 대목은 여기였다. 왜냐하면, 나는 <복음과상황> 편집장(2004.01-2005.12)을 지냈고, 1991년 창간된 이 매체의 주요한 인물들을 대체로 다 알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범주에서 <복음과상황> 역사에 김성윤이란 인물은 없었다. 그러나 내가 모르던 초창기 기자였을 수도 있기에 수고스럽지만, <복음과상황> 편집부에 연락해서 과월호를 조사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초창기에 활동했던 몇몇 지인들에게 탐문을 해보았다. 흥미롭게도 <복음과상황> 편집부에 김성윤이란 이름은 정식 기자로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1992년 2회, 2001년 1회 교계 동정 기사를 기고한 이로 나오는데, 소속이 ‘<기독교연합신문> 기자’로 되어 있다. 게다가 박성업의 2차 동영상에 김성윤 프로필이 나오는데 그곳에는 ‘89년 9월부터 기독교 신문 <복음과상황> 기자’로 되어 있다. <복음과상황> 창간이 1991년 1월인 데다, 신문이 아니라 월간잡지였는데, 이는 어쩐 일인가? 김성윤 목사는 총신대 출신으로, 주요 활동 무대가 에큐메니컬운동, 진보적 통일운동 등이 주요 이력인 인물이다. <복음과상황>에는 타 매체 기자로서 교차 투고 기사 두엇을 쓴 수준의 관련밖에 없는데, 왜 이 대목이 그를 규정하는 대표적 프로필로 사용되었을까?

성실한 문서연구자라면 응당 이 대목에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1)이 자료는 어디서 들어온 것인가? 2)이 오류는 전승 과정에서 교정되는가? 아니면 의식적으로 강조되거나, 감소하는가? 그것은 편집자와 전승자에 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김성윤 <복음과상황> 기자설’의 출처는 두 군데다. 하나는 박성업 2차 동영상이다. 또 하나는 매우 흥미롭게도 ‘댓글’ 저자가 인용하는 ‘검찰 공소장(2015.12.21)’이다. 박성업 2차 동영상의 오류는 박성업에서 기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2013년 1차 동영상에서 사용한 PPT 자료도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님을 고발 조사 과정에서 밝힌 적이 있다. 한동대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했던 김미영(세이지코리아 대표)이 제공한 자료였다고 밝혔고, 당시 온라인 상에서 이 사실로 논란이 되자 김미영도 그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자료는 주었지만, 그걸 공개강연에서 쓰고 동영상을 찍어 올릴 줄은 몰랐으므로 자신의 잘못은 아니란 취지였다). 자유경제원 강의 자료(2차 동영상)를 박성업이 만들었을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그런 자료를 모으고, 조직도를 그려낼 역량이 없다. 등장하는 단체와 인물들의 주요한 이력과 교계 평판은 거의 알지 못하고, 주어진 자료만 놓고 자의적으로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므로 박성업이 아니라 그에게 자료를 제공한 이들(남의 ‘검찰 공소장’까지 챙겨볼 관심과 능력의 소유자들)이 김성윤의 이력과 <복음과상황>을 연결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어쨌든 이것은 자료의 출처(source)에 대한 궁금증보다 편집자(redactor)의 관심이 그와 복상의 관련성을 입증하려는 데에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댓글’의 저자는 단독으로 새로운 자료(source)에 접근하고 있다. ‘검찰 공소장’이다. 어떻게 구해서 보았을까? 통상적인 온라인 검색으로는 이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따옴표로 직접 인용하는 것으로 보아, 구전(oral) 전통이 아니고 문서(document) 전통을 접하고 있었던 것이 확실한데, 이 새로운 발견의 경로는 여러 대중의 균형 있는 판단을 위해 공개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심지어 그 ‘검찰 공소장’도 김성윤을 <복음과상황> 기자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여전한 의문은 어떻게 <복음과상황> 출신들도 가물가물하고, 문서상으로 잘 증빙되지 않는 내용을 김성윤의 이력에 연결고리로 집어넣었을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김성윤은 90년대 초반부터 진보통일 운동을 하는 이들과 주로 어울렸기 때문에, 복음주의 운동 영역에는 특별히 연고를 찾기 어려운데, 그의 다른 수많은 활동 이력보다 ‘<복음과상황> 기자’란 타이틀이 이토록 부각된 이유는 무엇일까? <복음과상황>에서 ’성서한국’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만들기 위한 필요 아니었을까?

그가 복상의 정식기자도 아니었고, 글을 많이 실은 것도 아닌 상황이니 박철수 목사가 당시 편집위원장이었다고 김성윤 목사의 행보에 져야 할 책임과 연관을 묻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댓글’의 저자는 뜬금없이 사경회에서 박철수 목사가 ‘간첩’ 이야기를 했다며 의심스럽다고 분노했는데, 그건 그의 머릿속에서만 발생한 ‘뇌내망상’일 가능성이 높다. ‘간첩 김성윤 <복음과상황> 기자설’은 이로써 기각된다. 애써 그렇게 연결 짓고자 했던 배후의 요란한 흔적은 여기저기서 확연히 보이지만, 팩트(text)에 맞지 않고, 정황(context)에도 맞지 않다.

성서한국은 종북좌파인가?

답을 하라니 답은 해야겠지만, 질문자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는 하고 있는가? ‘종북좌파면 어때요, 허허’하고 말 일인지, ‘무슨 소리냐,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할 말인지 구별은 하는가? 두어 가지 논의의 층위는 구별하고 가야 한다. 1)‘성서한국’이란 조직의 구성과 정체성 자체가 문제인가? 2)‘성서한국’ 참여 단체나 개인의 활동과 전체의 연계성은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 3)왜 ‘성서한국’은 이렇게 종북좌파란 비난을 받게 되었는가?

먼저 전제할 것은 내가 속한 청어람ARMC는 성서한국 운동의 초창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지만, 2008년 어간 이후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중이며 현재까지 회원단체로 들어가 있지 않다. 가끔 협력 사역이 있으면 돕고, 강의 요청이 있으면 가는 경우는 있지만, 참여단체는 아니기 때문에 내가 성서한국을 공식적으로 대변할 수는 없다. 다만, 이 허망한 논란을 가라앉히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할 따름이다.

첫째, ‘성서한국’은 로잔언약의 정신을 따라 ‘복음전도’와 ‘사회참여’의 균형을 추구하는 복음주의 신앙운동의 전통 위에 있다. 처음부터 복음주의 영역에서 이제는 ‘사회선교’를 격려하고, 이를 위한 교육과 협력의 장이 필요하다는 확신에서 시작했다. ‘선교한국’운동이 해외선교 운동을 펼쳤다면, ‘성서한국’은 사회선교 운동을 펼치자는 것이 그 기본 공감대였다. 당연히 복음주의 영역에 부족했던 사회적 관심을 일깨우고, 신학적 자원을 공급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이고, 통일이나 한반도 평화 문제, 민주주의나 경제적 정의의 문제 등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었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나 진보적 사회운동을 해온 이들과 교류도 하고, 사안에 따른 협력도 시도되었다. 이런 사회적 사안에 대한 관심과 복음주의 영역 외부와의 연결과 활동은 성서한국의 설립 취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그것을 한다고 비판을 하는 것은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 비난에 불과하다.

내가 볼 때 ‘성서한국’ 운동 전반은 복음주의 대중의 상식과 요구에 맞는 대중적 수준에 맞추어 활동하고 있고, 이를 넘어서는 급진적 시도들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 ‘성서한국’은 수십 개 단체의 연합체로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행동 통일을 하거나, 입장 조율이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전체가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에 따라 활동의 수위가 조절되는 조직이다. 급진, 과격, 전위로 간주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고, 생각이 다양하다. ‘태극기 집회’와 ‘박근혜 탄핵반대’에 나선 극우파의 눈에는 모든 것이 종북 좌파로 보일지 모르나, 그들 입맛에 맞추어 복음주의 사회선교 운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성서한국’ 수준의 활동이 문제가 된다면, 그들의 신앙적 노선은 빌리 그래함과 존 스토트가 이끌었던 국제적 복음주의 신앙의 표준적 선언인 ‘로잔언약’도 좌파 노선이라고 판정할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박성업 동영상을 다시 보았는데, 그의 강의는 정보의 ‘선택적 짜깁기’, ‘왜곡된 해석’, ‘성동격서 논법’ 등이 가득한 전형적인 선동이다. 그가 보여주는 여러 웹사이트 캡처한 내용은 그 출처를 확인해서 진위와 신뢰성을 검증해야 한다. 온라인에 널려있는 온갖 정보를 모아놓기만 한다고 진실이 솟아나는 것이 아니다. 박성업 식으로 온라인 정보를 사용하면 그가 ‘사이비 예언자’, ‘사기꾼’, ‘테러범’임을 입증하는 것도 너무나 쉬운 일이다. 촛불시위에 ‘이석기 석방’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고 해서, 거기 나온 사람들이 다 그에 동조하는 이들로 매도하는 것이 바른 판단인가? 백만 명이 길에 나섰을 때는 자기주장을 가지고 나오는 이들도 여기저기 끼어 있을 수 있다. 진보 인사들의 과격한 발언이나 행동을 먼저 보여주고, 어떤 캠페인이나 조직 명단에서 이런 사람들 이름과 복음주의 영역 인사의 이름이 동시에 발견되면, ‘이것 보라. 이들이 침투해있다. 서로 내통한다’는 식으로 호들갑을 떤다. 색깔론을 들어 동쪽에서 와글와글 떠들다, 서쪽을 때리는 식의 ‘성동격서’ 선동술이다. 그가 쓰고 있는 개별 근거들 전부가 엄정하게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성서한국이 종북좌파’란 식의 비난은 사회적으로 극우 근본주의자들이 할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사건처럼 장로교 통합 측 신학대학교에서 나올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복음주의자들이 ‘복음전도’와 ‘사회참여’의 조화를 꾀하고자 한 것이 1974년 로잔대회다. 그 대회가 왜 나왔겠는가? 그 이전의 WCC 대회들이 급진화되면서 등장한 우려의 결과물이다. WCC 가입교단이며, 2013 WCC 부산총회에 교수와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했던 장로교 통합 측의 신학교에서 이제야 전도와 사회참여의 통합을 모색하는 복음주의자들에게 색깔론에 기반을 두어 비난을 가한다? 역사의 희극이다. 또한 비극이기도 하다. 미안하지만 누군가가 성서한국에 참여를 하고 있거나, 강의했다고 해서 장신대에서 특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자신이 와서는 안 될 엉뚱한 학교에 와 있는 것이다. 성서한국이 종북 좌파란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면, 장신대와 통합교단은 간첩 소리를 피해갈 길은 없을 것이다.

둘째, 박성업 1차 동영상에서 가장 크게 문제 삼은 것은 ‘아름다운 마을-기독청년아카데미’ 한 단체이다. 나는 1심에서 500만 원이 선고되었을 때 제대로 잘 판결했다고 생각했는데, 2심에서 150만 원으로 벌금이 깎이고 일부 무죄가 났다는 내용을 듣고 매우 실망했다. 판결 요지는 ‘성서한국을 종북 좌파라고 주장한 것은 피고인의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명에 불과하다’며, 이를 ‘허위사실의 적시나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고, 검찰의 증거가 충분치 않았다’고 되어 있다. 재판 결과를 너무 낙관하고 충분히 대응하지 않았구나 싶었다. 개별 단체의 활동과 관련된 내용을 외부에서 충분히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당시 그 단체가 해명한 자료를 별도로 첨부한다. 판단은 각자에게 맡긴다.

박성업 동영상 사실관계 설명자료 (기독청년아카데미, 아름다운마을공동체)

당시는 금강산 관광이 가능하던 시절이라 방문한 이들이 한 해 수십만 명이었다. 관광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사전 공부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방문해서 여기저기 사진 찍고 북한의 어투나 몸짓들을 흉내 내며 스스럼없이 남겼던 사진과 감상문 등이 맥락을 제거하고 인용되어서 심각한 이념사건처럼 되어 버렸다. 재판부가 이런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고 보지 않았다면, 우려스럽게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서한국 운동의 장에서 이 단체 멤버들을 가끔 보게 되는바, 박성업 식의 비난은 침소봉대로 보인다. 여하튼 이 문제는 결국 해당 단체가 더 전향적으로 법적 대응을 할 문제로 보인다. 성서한국 전체가 이 단체에 덧씌워진 혐의에 연동될 이유는 없다.

박성업 측은 2심 판결 전에 벌어진 김성윤 목사 사건(2015.12.21)을 들어 자신이 ‘성서한국은 간첩활동을 지원하는 간첩단체다’라는 주장이 근거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판결문을 확인해 보니, 재판부는 ‘(그가) 국가보안법 위한 혐의로 기소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인정 사실만으로 피해자들이 간첩들의 활동을 지원하였다거나 간첩단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제출한 다른 증거에 의하더라도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설령 그러한 의심이 드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뚜렷한 증거 없이 피고인처럼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는 단순한 과장을 넘어서는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 또한, 그 구체적 표현 내용과 방법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 및 비방의 목적이 있었음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이 부분 표현에 관하여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박성업은 최근의 2차 동영상에서 여전히 김성윤 목사 사건을 성서한국을 비난하는 유력한 논리로 사용하고 있다. 동시에 성서한국 등을 향해 ‘간첩세력’이라 표현했던 것은 ‘사실 적시’가 아니라, ‘상징적 표현’이라고 얼버무린다. 2심 판결의 ‘허위사실 공표’ 유죄를 의식한 것이겠지만, 이후로도 실제 강연은 자기주장을 다 하고 난 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가 북한의 주장과 같은 것은 우연한 일이겠지요?’란 식의 말장난으로 기술적으로 법적 책임성을 회피하고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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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제원에서 강의 중인 박성업

셋째, 교계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박성업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과 단체가 매우 뜬금없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평소 진보적 활동을 늘 해오던 이들이 아니라, 보수적으로 알려진 복음주의 영역의 여러 인물, 단체들이 망라되는데 그 논리가 개별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단체에 이름을 올렸으니 같은 편’, ‘거기 가서 강의했으니 같은 편’ 등의 주장이다.

나도 내게 어떤 혐의가 제기되었는가를 살펴보는데, 늘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박성업 1차 동영상에서는 명동 청어람 공간에서 이러저러한 단체들이 강연과 모임을 하도록 장소 사용 허락을 해주었다는 것이 근거였다(직접 활동한 것이 아니다). 이번 ‘댓글’에서 제시한 혐의는 성서한국 대회에 특강을 하러 갔다는 것이 전부다. 그게 무얼 그리 많은 것을 설명하는가? 나는 몇 해 전에 서초동 사랑의교회에 가서 ‘다시 프로테스탄트’ 강의하고 나서 몇 주 후에는 강남역 사랑의교회 개혁 측 예배에서 설교한 적도 있다. 나는 ‘한기총 해체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참여했지만, 언제는 한기총 내부 세미나에 가서 한기총 개혁 및 청년사역 방안 발제를 한기총 대표 앞에서 발표한 적도 있다. 반드시 피해야 할 자리만 아니라면, 내가 가서 할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이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면 이례적인 모임에도 간다. 하물며 성서한국 대회에서 특강을 못 하겠는가? 다음에 나를 비판하려면, 어디에 갔다거나, 안 갔다거나 하는 수준의 진영논리로 몰지 말고, 내가 하는 말과 주장의 진위를 놓고 하기 바란다.

박성업 동영상이 복음주의권 인사들을 묶어내는 논리는 허약하기도 했고, 대체 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홍정길, 이동원, 손봉호, 이만열, 김동호 등을 종북으로 엮을 근거나 카테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위에 열거한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말이 되지 않는 비난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걸리는 대목은 있다. 박성업 1차 동영상의 시작 부분, 극우 인사 김성욱 등이 공통으로 언급하는 사안이 있다. ‘좌파들이 한국교회를 분열시킨다’는 주장이고,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로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에 대한 공개적 비판’을 든다. 2012-2013년 당시는 논문표절 문제로 오정현 목사의 지위가 심각하게 위협받던 중이었는데, 교계 어른들이 이례적으로 비판적 목소리를 내었다. 이 일 후에 사랑의교회 내에서는 당시 교회개혁 단체나 교계 인사들을 ‘종북’으로 모는 찌라시도 등장했었다. 이 해묵은 색깔론이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면 매우 불쾌하고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참고 자료] “반 오정현이 종북이라고?” (<뉴스앤조이> 2014.01.14.)

마지막으로, 더 거론하기도 성가시지만 박성업이란 인물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다. 역시 여기저기 교회에 특강을 자주 다니던 조선일보 기자 출신 김성욱은 국정원 여론조작 팀장으로 자금 지원을 받은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들의 선정적 언행이 여러 가지로 파괴적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이를 유포하거나 자기주장의 근거로 삼는 것은 지적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자기 뜻이 왜곡되지 않고, 지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적어도 신뢰할만한 근거에 기반을 두어 논리를 구성하는 훈련을 할 일이다. 한국교회가 이런 선동 논리에 언제까지 하염없이 휘둘릴 것인가?

[참고자료]

박성업 “한국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예언(1)-(3)” (2017.8.26 <교회와 신앙>)

박성업 “자칭 선교사의 항공기 테러 협박” (2016.04.05. <뉴스앤조이>)

김성욱 “국정원 댓글부대에 보수 기독교의 그림자가” (2017.08.07. <오마이뉴스>)

김성욱 “국정원과 알파팀의 어긋난 소명” (2017.08.14. <한겨레21>)

 

 


양희송

청어람 대표. 복음주의 운동가. 몇권의 책을 썼지만, 좌우명은 "노는게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