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습관이 영성이다’ 외 4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습관이 영성이다> 제임스 스미스 지음, 박세혁 옮김, 비아토르 펴냄

지난번에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라>를 소개하며 제임스 스미스를 ‘당분간은 힙(hip)하게 읽힐 저자’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습관이 영성이다> 덕분에 ‘힙’을 넘어 ‘핫’한 저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기존 문화적 예전 3부작은 사실 쉽지 않은 책인데, <습관이 영성이다>는 그 내용을 한 권으로 축약한 책이라 훨씬 선명하게 논지가 파악된다. 한 인간을 구성하는 핵심이 욕망(사랑)이고, 욕망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잘 구성된 예전(liturgy), 그리고 습관이 필요하다는 제임스 스미스의 논지는 독자들에게 공감과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 책에는 단순히 기존 3부작의 논의를 축약한 것만이 아니고 가정, 교육, 일 등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실천적 논의를 추가해 오히려 기존의 3부작보다 훨씬 실용성을 더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서의 제목이다. 이 책의 원제는 <You are what you love>이고, 번역서는 부제인 ‘spiritual power of habits’에서 제목을 따 왔다. 한국 기독교인들이 ‘습관’ 그리고 ‘영성’이라는 단어에 관해 가지고 있는 전이해가 이 책에서 제임스 스미스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맥락을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이 책은 착한 습관을 잘 들인 사람이 좋은 영성을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우리의 일상적 습관(실천)들과 영성, 우리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함께하며 읽으면 좋겠다. -박현철 연구원

<가가와 도요히코 평전 : 사랑과 사회정의의 사도> 로버트 실젠 지음, 서정민·홍이표 옮김, 신앙과지성사 펴냄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 수년째 20세기 초반 동아시아의 기독교 사상과 인물에 관해 읽고 있는데 적시에 꼭 필요한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의 기독교 사상을 이해하는데 우치무라 간조와 가가와 도요히코는 필수적이다. 50대 중반 이상 중장년층은 그들의 저술을 어렵지 않게 접했으나, 그 아래 세대는 전혀 접할 기회가 없었다. 우치무라-김교신-함석헌으로 이어지는 계보에는 최근 새로운 평전들이 나오고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인상이다.

반면 가가와의 경우는 책이 오래되었거나 산발적으로 출간되면서 흐름을 주도할 저술이 마땅치 않았다. 이 책은 가가와를 이해하려는 이들에게는 필독서가 될 만하다. 담아내는 자료의 양이 밀도 있고, 질이 높다. 미국인 저자는 가가와에 관한 비판적 평가까지 두루 포괄적으로 담아내어 일본 내의 선이해에 얽매이지 않는 객관적 서술을 제공한다. 가가와는 고베의 빈민가를 중심으로 활동한 전도자였지만, 동시에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동운동, 협동조합운동, 농민운동에 두루 뛰어든 운동가였고,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는 양심적 기독교인으로 ‘성인’에 가까운 추앙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위상 때문에 제국주의와 긴장도 했으나 일정한 협력도 하게 된다. 그의 복합적인 행적을 제대로 살펴보려고 해도 이런 정도 분량의 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는 거의 ‘생협’ 관련자들에 의해서만 제한적으로 추천되어 왔다. 아마도 세계 최대인 고베 생협의 창시자란 이력 때문일 것이다. 내게 가가와는 여전히 파고들어 갈 여지가 무궁무진한 광맥이다. 신앙과 삶, 특히 사회정의의 문제를 이 정도 수준까지 실험한 이는 흔치 않다. 그 한 자락이 여기 이렇게 열렸다. 속히 그 세계를 탐험하고 싶다. 가가와 공부 동호회가 여기저기서 마구 생겨나면 좋겠다. -양희송 대표

<한권으로 읽는 한국 기독교의 역사> 류대영 지음,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펴냄

한국 교회사에 관한 책이 적지 않지만, 대중적 독자들에게 입문서로 선뜻 권할만한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보통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에서 펴낸 <한국 기독교의 역사>가 가장 표준적인 교과서로 꼽히지만, 이 책은 세 권으로 구성되어 대중서로는 너무 두껍고, 두껍지 않게 쓴 여타의 대중서들은 비교적 초기 기독교에 그 내용이 집중되어 오늘날 한국 교회의 맥락을 충분히 파악할 좋은 통사(通史)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에 류대영 교수가 펴낸 <한 권으로 읽는 한국 기독교의 역사>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분량에 한국 기독교의 시작부터 현실까지 폭넓게 다루어 대중들에게 쉽게 권할 수 있는 ‘한 권의 통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묵묵하게 자기 연구를 해 온 학자의 30년 역량이 오롯이 담겼다. 핵심적 사실들을 간결하게 설명하는 시원함, 단순히 ‘한국’이나 ‘기독교’에만 집중하지 않고 한국 사회 전반과 동아시아 역사의 맥락과 연결해 파악하게 하는 넓은 시선 등이 인상적이다. 다만 이 책 후에 더 ‘확장된 독서’를 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각주나 부록을 통해 참고할 만한 자료나 책을 조금 더 친절하게 소개해주었으면 정말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조금 든다. -박현철 연구원

<마침내 시인이 온다> 월터 브루그만 지음, 김순현 옮김, 성서유니온 펴냄

성경을 읽고, 설교를 듣고(하고), 그것을 삶으로 살아낸다는 것은 사실 온 존재와 삶을 관통하는 짜릿함이 있는 경험이어야 한다. 그런 짜릿한 경험을 위해서는 풍성한 상상과 공감, 파토스가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성경 읽기와 설교는 (논할 가치도 없는 함량 미달의 억지 주장 같은 것은 제외하고서라도) 대체로 지나치게 분석적이고 지성적인 차원의 접근이 많다. ‘글로 배운 신앙’이 운동력 있고 풍성한 실천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월터 브루그만은 저명한 구약학자로 구약 본문 이면에 깔린 ‘예언자적 파토스’ ‘시인의 감수성’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마침내 시인이 온다>에서도 답답한 산문의 세상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감수성, 그리고 그에 공명하는 실천의 중요성을 ‘산문이지만 감동적으로’ 역설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은 거의 30년이 된 책이고, 브루그만의 전작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셈이라 매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한 권의 시집, 혹은 노래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는 책을 읽으며 좋아하는 가수의 초기 미발표작이 뒤늦게 공개된 듯한 기쁨을 느꼈다. 브루그만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특히 더 추천한다. -박현철 연구원

<인권옹호자 예수>, 김지학 지음, 생각비행 펴냄

동성애 이슈가 굉장히 첨예한 윤리적, 신학적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고들 생각하지만, 사실 한발 물러서 생각하면 허무할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기도 하다. 극렬하게 혐오를 내뿜는 이들은 성 소수자들을 윤리와 도덕을 파탄 내고 교회를 무너뜨릴 존재로 취급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했던’ 규범과 가치에 관해 한발만 물러서서 생각할 여유가 있다면 이게 그렇게 위험천만한 이야기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전력하여 싸울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권 옹호자 예수>는 얇고 가벼운 책이다. 다양성과 인권 교육 활동을 하는 저자가 개인의 신앙적 양심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독교와 동성애 문제를 차분하게 정리했다. 이 이슈를 첨예하고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면 이 책을 빈약하다 여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 다시 한번 질문하게 되었다. 이것이 정말 그렇게 치명적이고, 복잡하고, 첨예한 문제인가? 우리가 모두 조금 더 차분하게, 그리고 조금 더 단순하고 보편적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박현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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