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번 잡솨봐] ‘철학·변증학 용어사전’ 외 5권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간. 기독교 신간을 선별하여 책을 지은 마음, 책에 담긴 온기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소개한다. 책 제목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철학·변증학 용어사전>, 스티븐 에반스 지음, 김지호 옮김, 도서출판100 펴냄

<윤리학 용어사전>, <개혁신학 용어사전>에 이어 세 번째 신행사전이 출간되었다. 이번 <철학·변증학 용어사전>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기독교에 관한 철학적 이해와 변증을 위해 필요한 용어들을 전작과 같은 형태로 간결하고 친절하게 정의·정리해준다. 신 존재 논증, 범신론, 자유의지, 무오성 같이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뿐 아니라 소크라테스, 아우구스티누스, 유스티아누스 같은 고대의 철학자, 변증가로부터 토마스 아퀴나스, 안셀무스, 칼뱅, 칼 바르트 같은 신학자, 데카르트, 마르크스, 헤겔, 앨빈 플란팅가 같은 현대의 철학자까지 두루 담았다. 이런 사전류는 사실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보는 참고서라 생각하고 건너뛸 수 있지만, 사실 신행사전처럼 작고 얇은 책은 대중적 독자들이 기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독서’하기에 오히려 더 유용한 책이다. 한 주제에 관해 이해해야 할 개념과 다루어야 할 내용의 지도를 간결하게 그려주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꼭 한번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특히 이 책은 본문에 나오는 단어 중에서 표제어로 쓰인 단어에는 표기를 해주는 상호참조 방식으로 편집되었는데, 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전자책이 함께 나왔으니 원하는 독자는 전자책으로 구비해두면 더 유용할 것이다. 핵심을 아우르는 내용, 간결한 분량, 부담 없는 가격. 무조건 구비해두어야 할 책이다. 신행사전은 앞으로 신학 용어사전, 성서학 용어사전, 교회사 용어사전이 이어 출간될 예정이니 차근차근 공부하며 한 권씩 구비해두면 좋겠다. -박현철 연구원

<신 : 우주와 인류의 궁극적 의미>, 키스 워드 지음, 한문덕 옮김, 비아 펴냄

이미 4차 산업혁명, 포스트휴먼 시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인류의 문명은 더 이상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론적, 실천적 무신론의 도전도 매우 거세다. 하지만 새삼스럽게도, ‘신’은 여전히 인간의 궁극적 질문이고 관심이다. 신은 단지 초월적 세계의 절대자일 뿐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생각 속에 깊게 관여해 문명을 이루고 세상을 보는 관점을 형성시켰기 때문이다. 미래 인류의 발전이 어찌 되든 적어도 지금까지 이어온 인류 존재의 근간에는 신이 있고, 그래서 우리는 ‘아직’ 신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키스 워드의 짧고 간결한 이 책 <신>은 매우 인상적이고 의미 있는 책이다. 종교철학, 비교신학 분야에서 손에 꼽히는 학자이자 영국 성공회의 신실한 사제인 키스 워드는 신에 관한 생각이 단순한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인류에게 보편성을 가진 철학적 질문임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현대 문명의 도전 앞에서 신에 관한 질문은 어떻게 정돈되어야 할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렇게 심각한 주제를 이렇게 짧게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짧지만, 막상 읽어보면 넣어야 할 핵심 질문은 빠짐없이 제기하고 있는 알찬 책이다.

특별히 이 책에서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은 책 뒷부분에 실린 ‘함께 읽어볼 만한 책’ 리스트다. 비아의 문고판에는 항상 해설과 참고도서 리스트가 본문 못지않게 길게 실리는데, 이번 추천도서 리스트는 서점에서라도 꼭 챙겨보기 바란다. 기독교인으로서 ‘신’이라는 주제를 고민할 때 읽어야 할 가장 좋은 책, 하지만 사람들이 놓치고 있을 책의 목록을 알차게 모았다. -박현철 연구원

<기독교는 타종교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제럴드 맥더모트 지음, 한화룡 옮김, IVP 펴냄

‘복음주의적’인 기독교인들에게 “타종교에 구원이 있는가?” 하는 질문, 아니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타종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하는 질문은 피해갈 수 없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외래종교로서 기독교를 받아들인 한국 기독교인들은 이 질문을 차분하게 성찰해 타종교에 대한 사려 깊은 태도를 체화할 기회를 충분히 가지지 못했다. <기독교는 타종교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에서 제럴드 맥더모트는 ‘계시’를 기준으로 기독교와 타종교를 고찰해 기독교 고유의 신앙을 굳게 견지하면서도 유교, 불교, 도교, 이슬람 같은 타종교의 긍정적인 면을 잘 새겨서 우리가 타종교에 관해 열린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다만 이 책이 기독교의 특수성에 기반을 두었다는 점은 이 책의 선명한 장점이자 한계다. 종교학이나 철학에서 이런 주제를 다룰 때 보편성과 객관성을 기준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은 기독교인(그것도 복음주의)이라는 주관적 태도와 계시라는 특수성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래서 보수적 기독교인들에게는 매력적이고 안전한 책이겠지만, 타종교와의 대화를 위해서 좋은 책일지는 의문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와 타종교의 관계에 관해 공부하고 싶은 독자들은 이 책은 반드시 읽되, 이 책에 멈추지 말고 위에 소개한 <신>이나 종교철학, 비교종교학 책들을 함께 읽으며 지평을 확장하면 좋겠다. -박현철 연구원

<내가 그 사람이다>, 한상봉 지음, 가톨릭 일꾼 펴냄

국내에서 꾸준하게 활동하는 가톨릭 정의구현사제단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계적 활약(?)에 힘입어 가톨릭의 사회적 발언과 활동이 주목을 받고, 매력 있게 소개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신뢰를 잃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인 개신교에서도 이런 사회적 역할, 공적 신앙에 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가톨릭의 이런 입장이 단지 교황 한 사람의 영향력이라거나 최근 트렌드에 발맞춘 결과가 아니라 이미 오랫동안 전통 속에 쌓아온 사회교리라는 진지한 성찰의 결과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내가 그 사람이다>는 가톨릭 내부에서 꾸준하게 진보적이고 사회 참여적 입장을 실천해 온 ‘가톨릭 일꾼’의 한상봉 편집장이 가톨릭의 사회교리를 정리해 펴낸 책이다. 사회적 문제에 관한 가톨릭의 이해와 신앙적 지향을 잘 살필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그리스도교 전통이 인권, 노동, 경제, 정치, 생태에 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을 보면서 개신교에도 이렇게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규범과 책임에 관해 선명하고 간결하게 설명한 책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는데 딱히 떠오르는 책이 없었다. 사실 2016년에도 가톨릭 출판사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사회교리서 <DOCAT>(가톨릭출판사)을 출간해 ‘이 책 한번 잡솨봐’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때 “개신교에서도 이렇게 잘 정리된 공적신앙 핸드북 한 권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바람을 썼었다. 여전히 때가 이르지 않은 것인가? 정말 간절하다. -박현철 연구원

<입양의 마음>, 러셀 무어 지음, 윤종석 옮김, 복있는 사람 펴냄

최근 출간된 <너라는 우주를 만나>(IVP)가 입양에 관한 감동적 에세이라면, 이 책 <입양의 마음>은 입양에 관한 신학적 기초를 조금 더 차분하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 러셀 무어는 두 아들을 입양한(그리고 아들 셋을 더 낳아 아들이 다섯이란다! ㅠㅠ) 기쁨과 어려움을 이 책에 담았다. 부모로 산다는 것, 가족을 이루고 지킨다는 것,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를 자녀 삼아주신 아버지의 사랑을 묵상하고 기뻐하며 삶에 적용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신학적 성찰을 입양 부모의 경험 속에서 정리했다. 입양을 준비하고 실천한 구체적 경험이 기독교 윤리학자인 저자의 신학적 성찰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서 단지 입양에 관한 책일 뿐 아니라 복음과 그리스도인의 윤리에 관한 신선한 통찰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사실 나도 입양해야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결혼하고 아이 한 명을 낳아 키우며 마주하는 여러 어려움 때문에 선뜻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입양에 관한 책들이 이어 나오니 격려와 자극을 받을 뿐 아니라 막연한 기대가 선명해지는 기분이다. 이런 책이 널리 읽히고 ‘입양’이라는 낯선 행위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행동이 되면 좋겠다. -박현철 연구원

<칼뱅은 정말 제네바의 학살자인가?>, 정요한 지음, 세움북스 펴냄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올 때 루터의 한계를 지적하는 책도 몇 출간되었었다.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 루터나 칼뱅 같은 위대한 신학자라 하더라도 한계와 실수가 없을 수는 없다. 루터는 농민 전쟁에 관한, 칼뱅은 제네바에서의 반대파 숙청에 관한 실수를 늘 지적받아왔다. 위대한 업적과 실수를 두루 살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교훈을 얻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바른 자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업적만 가지고 한 사람을 과하게 숭배하거나 실수만 가지고 한 사람을 과하게 폄훼하는 오류를 종종 범하곤 한다. <칼뱅은 정말 제네바의 학살자인가?>는 칼뱅이 사실상 제네바의 독재자요 학살자였다고, 구체적으로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세르베투스를 화형에 처했다며 폄훼하는 주장에 대해 ‘팩트체크’하며 칼뱅을 변호하는 책이다.

이 책은 한계가 분명하다. 팩트체크가 목적이다 보니 분량도 얇고, 칼뱅을 학살자로 폄훼하는 주장을 반박하다 보니 자칫하면 무리한 변호처럼 보이는 면도 있다. 칼뱅의 업적과 한계, 명과 암을 찬찬히 공부하려면 이 책보다는 칼뱅을 제대로 다룬 전기나 종교개혁에 대한 연구서를 보는 것이 더 유용할 것이다. 칼뱅의 생애와 업적을 잘 정리한 책은 이미 적지 않고, 앞으로도 몇 권이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인터넷상에서 유포되는 ‘역사’에 관한 팩트체크, 그리고 그 시대에 대한 치열한 탐구가 필요한 이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팩트체크 시리즈로 계속 출간된다는 점에 거는 기대도 있다. -박현철 연구원

 


청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