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우리는 세대별로 다른 개신교를 가지고 있다 (서명삼)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의 사회적 위상은 여러 가지 이유로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개신교계 전반에 보수주의의 확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실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이런 개신교계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관점이 필요할까요? ‘한국 개신교’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서명삼(이화여대) 교수는 “세대별로 서로 다른 개신교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그럴 만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우리는 보수 개신교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청어람(청) : 강의 제목이 흥미로우면서도 도발적입니다.

서명삼(서) :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보수 개신교를 분석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각각의 연구가 나름의 가치를 가지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많은 연구가 한국 보수 개신교를 단일 집단, 즉 친미 혹은 반공으로 이분화하여 설명하려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주목해 단일한 그림으로 잡히지 않는 그룹들을 유형으로 분류해 더욱 세밀하게 관찰하고자 했고, 분석을 통해 이전보다 입체적인 모습의 한국 개신교 그려 볼 수 있었습니다. 청어람 강좌를 통해 한국 개신교, 특히 보수 개신교의 특수한 면을 나누고자 합니다.

청 : 특별히 그런 흐름에 주목한 이유와 방법론과 그에 따른 연구 방향이 궁금합니다.

서 : 한국 개신교 우파들이 사회 전면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던 시기가 2000년대 초반입니다. 이때 부터  구국기도회, 뉴라이트와 같은 우파 운동과 이 운동을 이끈 목회자들에 관한 연구가 등장했습니다. 많은 연구가 이 현상을 한국 개신교의 보수 극우 현상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단지 보수화 혹은 극우화로 포섭하기 어려운 인물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진홍, 서경석, 인명진 목사들 말이죠. 이들은 과거 상당히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이었고, 다양한 진보 운동을 했고, 나아가 좌파로 불렸고,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도 열심을 내었던 이들입니다. 그런데도 이들의 변화 혹은 전향에 관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좌우 어느 쪽에서도요. 대개 이들을 배반자나 변절자로 취급했을 뿐입니다.

저는 보수 개신교의 다양한 맥락에 있는 인물들을 면밀하게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우파 개신교를 이끌던 집단과 후에 전향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진홍, 서경석 부류의 인물들을 구분하여 비교할 때 보다 정확하게 한국 보수 개신교를 살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집단은 서로 뿌리 깊은 불신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일정 이슈에 관해서는 궤를 같이합니다. 이 어긋남을 설명할 때 우리는 보수 극우 개신교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청 : 보수 개신교 집단이 단일하지 않다는 지적이 흥미롭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서 : 기본적으로 어떤 집단을 유형으로 나눌때 필연적으로 인위적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 유형들 사이에 겹치거나 연속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유형론은 각각의 내용과 특징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만들어내 ‘구  기독교 우파 (OCR: Old Christians Right)’와 ‘신 기독교 우파 (NCR: New Christian Left)’라는 유형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순전히 ‘서명삼’이라는 학자가 만들어낸 구분일뿐입니다.

이런 구분을 전제로 각각의 유형을 다시 정치, 경제, 그리고 교회/선교에 관한 입장을 중심으로 그 특징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 관점에 있어 이 두 그룹은 전후 남한을 선택했고, 기본적으로 반 공산주의 입장이며, 서구 특히 미국 친화적 입장을 갖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어린시절 지독한 가난을 겪었고, 60~70년에 도시화 산업화를 겪었으며 대체로 빈민가에서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예컨데 조용기 목사는 자신의 번영 신학의 뿌리가 민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펼쳤던 ‘수도권 특별 선교회’와 같은 빈민 선교는 막스 베버식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기반을 두고 있고, 보다 넓게 보면 공산주의가 추구했던 근대화와 흡사합니다. 교회/선교에 있어서 두 그룹은 개신교가 한국 역사와 사회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는데 일치점이 있었습니다. 구 기독교 우파 계열은 주로 개인구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신 개신교 우파 계열은 사회구원 또한 강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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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대별로 다른 개신교를 가지고 있다

청 : 구 기독교 우파와 신 기독교 우파가 서로 닮은 듯 미묘하게 다른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런 구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이 있을까요?

서 : 앞서 말씀 드렸듯 개신교 사회 참여 운동 및 에큐메니컬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서경석, 김진홍, 인명진 목사들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대거 전향한 듯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과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과 한 장면에 포착된 그림을 많이 봤죠. 단순하게 보면 이들의 전향 혹은 변절로 말미암아 한국 개신교 우파는 그 세를 더욱 부풀리고 강력한 전선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개신교 극우 세력과 새로운 우파 세력은 서로 불신하고 굉장히 갈등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나누는 이른바 진보 대 보수, 복음주의 대 에큐메니컬, 좌와 우… 이런 구분이 매우 편의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제 주장을 조금 더 밀고 나가면 이런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저는 세대별로 서로 다른 개신교를 믿고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개신교라는 거대한 우산 아래에 있는 것 같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개신교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대별 구분이라는 것이 단순화의 맹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말하자면, 저는 한국 전쟁 세대의 개신교와 그 후 80년대 광주 사태 이후의 개신교가 세대별로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단지 보수 진보로 이분화한 한국 개신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동질성과 차이에 세대별 특성을 더해 더욱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 : 개신교 우파 분석은 단지 구도를 그리는 데 그 목적이 있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더욱 입체적인 구도를 그림으로 우리 세대 그리스도인들이 얻을 유익이나 생각할 거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서 : 한국 개신교는 여전히 다양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매우 현대적인 문제 같지만, 그 속을 보면 적어도 30~40년 이상 지속해서 갈등해 왔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개신교 리더십 교체 문제입니다. 70~80년대 산업화, 도시화를 통해 탄생한 대형교회들의 기존 리더십들이 사망하거나 은퇴로 종료됨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이 필요하게 되었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젊은 세대로의 자연스러운 교체가 아닌 과거의 재산과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다시 말해 구세대의 힘을 지키려는 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세습 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개신교 갈등은 아마 상당 기간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갈등과 반목은 더 복잡한 방식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한국 개신교 세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며 숙고할 때 이 갈등의 해법을 찾아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청 : 일회 강좌라 상세한 이야기가 다소 힘들 수 있습니다. 이번 강좌를 통해 이것 한 가지는 얻어가면 좋겠다 하는게 있을까요?

서 : 저의 주장을 조금 세게 말하면 이것입니다. 저는 세대별로 서로 다른 개신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주장 하에 개신교별 종파별 혹은 익숙하게 그려왔던 구분선이 더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강좌를 수강하시는 분들께서 개신교라는 하나의 단어 아래 다양한 맥락이 겹치고 흩어져 서로 다른 얼굴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 : 양희송
※ 정리 : 김형욱
‘기독, 시민, 교양(Faith, Civility, Knowledge)’으로서의 대중강연과 토론의 장 #청어람월례강좌 9월 주제는 '한국 개신교 보수주의'입니다. 한국 개신교 보수주의의 복잡한 내부 역학에 관해 다수의 실존 인물들을 인터뷰해서 재구성해 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서명삼 교수를 초청해 이 논의의 핵심 구조와 전개과정이 관해 듣고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의 저자 이재근 교수와 토론을 진행합니다. 고퀄 대중 강좌! 놓치지 마세요! :postb

강사

서명삼  /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 서울대에서 종교학을 공부했으며 시카고대 종교학부에서 종교인류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와 <Religions> 등의 저널과 <Transgression in Korea> 등의 책에 기고했다.

토론 : 이재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 저자)

행사정보

  • 일시 : 2018.9.14(금) 7:30PM
  • 장소 : 지식방앗간 ‘B밀’ (명동역 3번 출구 5분 거리/서울 중구 퇴계로18길 77 나인후르츠미디어빌딩 2층) [지도보기]
  • 참가비: 1만원(청어람 후원자 무료)
  • 신청 : 온라인 신청 → 송금 → 신청완료
  • 계좌 : 기업은행 148-073630-01-011 (청어람아카데미)
  • 문의 : 청어람ARMC 02-31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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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