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 책 한번 잡솨봐] 동성애, 결론을 짓기 전에 읽어볼 책

기독교적 관점에서 동성애, 퀴어를 다루는 책은 찬반이 극명하게 나뉜다. 누군가 “동성애 문제를 다루는 책을 추천해주세요”라는 질문을 하면 나 역시 습관적으로 “이 책은 옹호적 입장인데요…”, “이 책은 반대 입장인데요…”를 먼저 말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충분치 않다는 것, 찬성과 반대,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이 우리가 놓치는 맥락이 크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찬반으로 갈라진 진영 사이에도 여러 입장 차이가 있고, 그 입장에는 다양한 맥락이 있다. 동성애에 관한 고민과 학습은 이 맥락을 충분히 숙고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글을 통해 추천하는 도서의 목록은 찬반의 입장을 주장하거나 설득하기 위해 고른 목록이 아니다. 물론 이 사안에 관해 가진 선이해에 따라 이 목록을 편향된 목록이라 여기고 추천자의 의도를 의심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지나친 흥분과 섣부른 결론 내리기를 멈추고 사안의 맥락을 파악하고자 할 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 책들을 골랐다.

<퀴어 아포칼립스>, 시우 지음, 현실문화 펴냄(2018)

문화연구자이자 퀴어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저자 시우 씨가 한국 사회의 반동성애 운동의 맥락을 분석한 책이다. 특히 저자는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동시에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학문적 관심과 더불어 절박한 신앙적 고민을 담아 한국 사회와 교회의 반동성애 운동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저자는 한국 사회와 교회의 반동성애 운동은 보수적 세력들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었는데, 이제 그 전략이 도리어 교회와 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위기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과감한 주장이 보수 개신교 입장에서는 낯설고 불편한, 매도당한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동성애 이슈는 신앙적 이유뿐 아니라 정치적 맥락이 다양하게 얽혀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맥락들을 차분하게 짚으면서 하나씩 풀어가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다양한 현장을 관찰한 경험과 그 속에서 고민하는 이들의 고민과 목소리를 소중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조금 참을성 있게 읽고 고민해보면 좋겠다.

<예수 성경 동성애>, 잭 로저스 지음, 조경희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펴냄(2015)

동성애에 관한 논의의 장은 사실 크게 기울어져 있고, 그래서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동성애에 관해 보수적인 입장을 기본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순간부터 고민이 시작되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각자의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개인 뿐 아니라 교회나 교단 역시 마찬가지고, 그 과정을 얼마나 치열하고 정직하게 통과하느냐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예수, 성경, 동성애>는 보수적인 개혁주의 신학을 공부하고 미국 장로교의 총회장까지 지낸 저자 잭 로저스가 거쳐온 개인적 고민의 여정과, 미국장로교(PCUSA)가 교단 차원에서 고민해온 여정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동성애에 관해 성경해석과 교리, 실제 사례를 살피며 그리스도인들이 동성애에 관해 어떤 입장을 가질 수 있을지, 그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우리가 검토하고 거쳐야 하는 과정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전체적으로 미국 장로교의 입장을 다룬 내용이지만, 부록에 다른 교단들의 입장과 여정도 간략히 정리되어 있고, 한국 교회 상황에 관한 글과 스터디 가이드까지 담아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 좋다.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 윌리엄 로더·메건 드프란자·웨슬리 힐·스티븐 홈스·프레스턴 스프링클 지음, 양혜원 옮김, IVP 펴냄(2018)

동성애 이슈를 둘러싼 정치적 맥락, 개인적 고민의 여정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기독교인으로 동성애 이슈에 관해 가장 궁금한 것은 사실 신학적, 성경적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런 내용을 균형감 있게 서술한 책은 거의 없다. 한 사람이 논쟁적 사안에 관해 객관적으로 서술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는 네 명의 신학자가 각각 동성애를 옹호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서로 교차 논평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이런 구성은 치열한 논쟁이 있는 주제에 대해 앞서 말한바, 찬반을 넘어 여러 가지 맥락을 균형 있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어 독자들의 혼란과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네 명의 저자들은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에 관해 신학적으로 궁금해할 만 한 여러 주제를 차분하게 잘 설명하고 있고, 내용뿐 아니라 주제를 다루고 토론하는 방법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이런 책이 왜 이제야 나왔나 싶을 정도로 반가운 책이다. 물론 편집자가 급진적인 논의들은 제외하고 비교적 온건한 입장들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은 아쉬움은 든다. 하지만 보수적으로 기울어 있는 논의의 장을 감안하고, 이 이상의 고민과 공부를 펼쳐나가는 것 정도는 독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리라 생각한다.

<섹스 앤 더 처치>, 캐시 루디 지음, 박광호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2012)

신학적 관점에서 동성애 문제를 다룰 때 우리가 빠지기 쉬운 함정은 “교회는 ‘동성애’에 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가?” “성경이 ‘동성애’에 관해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질문에만 천착하는 것이다. 신학적 고민은 ‘동성애’에 관해 ‘판정’하는 것이 아니다. 동성애가 된다, 안 된다를 넘어 그 이면에 연결되어 있는 페미니즘, 젠더, 결혼과 가정에 대한 논의들을 함께 검토하며 오늘의 경험과 신앙의 전통을 조화시키는 ‘신학적 노력’이 필요하다. <섹스 앤 더 처치>는 그런 점에서 동성애뿐 아니라 가부장제와 이성애 중심주의, 터부시되는 성담론에 관해 매우 비판적이고 급진적인 논의를 매우 차분하고 태연하게 펼친다. 물론 저자가 가진 백그라운드가 선명하고(저자는 동성애자다), 학술적인 성격이 강해 읽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젠더에 관한 고민하는 진지한 독자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책이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펴냄(2017)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질병과 건강 문제의 사회 구조적 원인을 추적하는 ‘사회역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다룬 책이다. 사회적인 편견과 억압이 소수자들의 인권과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추적해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올해의 책’으로 손꼽혔다. 해고 노동자, 성소수자, 세월호 유가족, 재소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질에 사회적 요인이 얼마나 작동하고 있는지를 실제 사례와 통계를 통해 실증적으로 추적하는 책의 내용은 그 자체로도 신선하지만, 교회가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서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서도 고민해야 할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동성애, 사회적 소수자를 대하는 교회의 태도는 단지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는 차원에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세상을 정의롭고 거룩하게 하는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공공적 차원에서 숙고해야 한다. 동성애에 관한 교회의 이 뜨거운 관심이 그저 교회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에 머무를 것인지,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일이 될 수 있을지는 이 문제를 성찰하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다.

<혐오의 시대에 맞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한국성소수자연구회(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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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한 가지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자료를 추천한다. <혐오의 시대에 맞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은 교육학, 법학, 보건학, 사회복지학, 신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이 결성한 한국성소수자연구회(준)에서 펴낸 성소수자에 대한 가장 간결하고도 정확한 안내서다. 성소수자, 동성애에 대한 여러 왜곡된 정보는 대부분 이 자료를 통해 교정할 수 있다. https://lgbtstudies.or.kr/ 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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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북토크 ‘퀴어 아포칼립스 : 사랑과 혐오의 정치학’

지난 2000년 9월 첫 번째 퀴어문화축제가 시작된 이래로 2018년 7월 서울광장에서 19번째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으며, 전국 다양한 곳에서 축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 성소수자에 관한 논의의 장은 빠르게 확장됐으나, 동시에 성소수자 혐오 또한 매우 심각해졌습니다. 안타깝게도 적지 않은 개신교 세력이 혐오의 최전선에 서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9월 청어람 북토크에서는 레인 메이커 활동가이자, 퀴어 페미니스트 관점으로 글을 쓰는 작가 ‘시우’와 그의 신간 <퀴어 아포칼립스 : 사랑과 혐오의 정치학>을 갖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시우는 이 책을 통해 왜 보수 개신교회가 반퀴어 운동에 앞장서게 되었는지, 교회가 느끼는 위기와 불안은 무엇인지, 경계를 뛰어넘는 만남의 시대는 왜 그렇게 지연되는지 혹은 지연될 수밖에 없는지 이야기합니다. 개신교회는 혐오와 적대를 버릴 수 있을까요? 9월 북토크를 통해 함께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출연

  • 사회 : 박용희(용서점)
  • 게스트 : 시우 (퀴어 페미니스트 연구자/작가), 오수경(청어람 ARMC)

행사정보

  • 일시 : 2018년 9월 28일(금) 저녁 7시 30분
  • 장소 : 지식방앗간 ‘B밀’ (명동역 3번 출구 5분 거리/서울 중구 퇴계로18길 77 나인후르츠미디어빌딩 2층) [지도보기]
  • 참가비: 1만원(청어람 후원자 무료)
  • 신청 : 온라인 신청 → 송금 → 신청완료
  • 계좌 : 기업은행 148-073630-01-011 (청어람아카데미)
  • 문의 : 청어람ARMC 02-319-5600

※ 행사 당일 관련한 추천도서를 판매하는 북테이블을 운영합니다(북테이블 진행 : 용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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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