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이 책 한번 잡솨봐] 덕과 성품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신간 소개 ‘이 책 한번 잡솨봐’ 시즌2! 2019년에는 매주 한 권의 신간을 선정하여 책 내용뿐 아니라 책에 담긴 다양한 맥락을 소개합니다.

‘작심삼일’의 신앙에는 ‘덕과 성품’이 필요하다!

‘새해’라는 시간의 마디 앞에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몇 가지 실천과 훈련을 결심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운동, 독서, 일기 쓰기 따위를 다짐하고, 역시 보통의 사람이라면 일주일 안에 흐지부지하고 만다(그리고 지금은 새해가 딱 일주일 지났다). 자괴감이나 염려 같은 걸 가질 필요는 없다. 이게 보통이니까.

여기 ‘보통이 아닌 사람이 쓴 보통이 아닌 책’이 있다. <덕과 성품>(The Character of Virtue). 미국을 대표하는 신학자로 불리는(이런 별칭 너무 진부하지만) 스탠리 하우워어스가 매해 한 편씩 쓴 편지를 모은 책이다. 하우워어스의 친구 새뮤얼 웰스는 하우어워스에게 아들의 대부모(代父母)가 되어달라고 부탁하며 매년 한 가지씩 ‘그리스도인의 삶의 덕’에 관한 이야기를 편지를 써 달라고 한다. 하우어와스는 그 부탁을 받아들여 2002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자비, 진실함, 인내, 용기, 겸손(과 유머) 같은 주제들의 이야기를 편지로 쓴다. 매년 한 편씩의 편지를 썼다는 애정과 성실함도 특별하고 놀랍지만, 그 속에 담긴 ‘좋은 삶’에 관한 지혜와 통찰은 더욱 특별하다.

덕과성품

“나는 한 가지 덕을 숙고할 뿐 아니라 권하기도 할 생각인데, 그 덕이 없으면 살 수 없음을 네가 발견하게 되면 좋겠다. 내가 ‘발견’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지금은 네 삶에 없는 덕을 ‘개발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잘못이기 때문이야. 앞으로 차차 밝히겠지만, 나의 임무는 덕을 권한다기보다는 이미 네 삶을 사로잡고 있는 여러 덕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돕는 것이라서 그렇단다” (51)

하우어워스는 덕과 성품을 강조하는 ‘덕의 윤리(virtue ethics)’를 주장했고, 특별히 교회 공동체의 대안적이고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덕과 성품을 함양하는 ‘교회 윤리(ecclesial ethics)’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덕과 성품>은 그의 학문적 저작들에 담겨있던 약간은 건조하고 논쟁적이던 주제를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하우어워스는 좋은 성품을 형성하는 훈련방법이 무엇인지 가르치고 훈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덕의 속성이 어떤 것인지, 각각의 덕이 신실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며, 나아가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어떻게 기여하는지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매력적인 점은, 이 모든 이야기가 실제 한 아이의 성장과 그를 지지하고 지켜보는 따뜻하고 지속적인 관계 속에 층층이 쌓여있다는 점이다. 15년간의 신실하고 따뜻한 편지 자체가 하우어워스라는 비범한 사람의 ‘덕과 성품’을 드러낸다. 한번 잡아들면 쏙 빠져들어 읽게 될 확률이 높긴 한데, 한 해 동안 덕을 발견하고 성품을 형성하는 좋은 삶을 향한 동반자로 곱씹으며 천천히 읽을 책이다.

책을 읽으며 몇 권의 책이 더 떠올랐다. 연초니까 읽을 책 목록을 작성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몇 권 언급하자면,

그리스도인들의 덕과 성품의 형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으로 톰 라이트의 <그리스도인의 미덕>(포이에마)를 권한다. 하우어워스에 관해 궁금하다면 그의 사상이 압축적으로 표현된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복있는사람)이나, 조금 더 두껍지만 하우어워스의 삶과 고투의 흔적이 잘 담긴 신학적 회고록 <한나의 아이>(IVP)도 추천한다. 쉽고 간결한 맛보기를 원한다면 비아 문고판 <스탠리 하우어워스>(비아)로 맛볼 수 있다. 비아에서는 최근에 하우어워스의 <신학자의 기도>를 펴내기도 했는데, 이 책은 하우어워스가 수업 전에 작성한 기도문들을 모은 책이다. <덕과 성품>과 마찬가지로 하우어워스의 신실함이 묻어나는 특별한 기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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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일주일이 지난 새해, 사실 나도 개인적으로 몇 가지 다짐을 했고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그 다짐의 일환이다. 올해는 이 지면을 통해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매주 쏟아지는 책 중에서 세속성자들을 위해 의미 있으리라 생각되는 책을 고르고, 간단하게나마 그 책의 맥락과 지금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인지를 소개해 볼 생각이다. 하우어워스와 함께, ‘이 책 한번 잡솨봐’와 함께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올 한해가 더 풍성해지면 좋겠다.


박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