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 책 한번 잡솨봐] 로완 윌리엄스를 읽다, 복음을 읽다 – ‘복음을 읽다’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신간 소개 ‘이 책 한번 잡솨봐’ 시즌2! 2019년에는 매주 한 권의 신간을 선정하여 책 내용뿐 아니라 책에 담긴 다양한 맥락을 소개합니다.

로완 윌리엄스를 읽다

세계적인 그의 명성을 생각하면 약간 멋쩍은 표현이지만, 이제 국내에서도 로완 윌리엄스의 인지도가 꽤 높아졌다. 로완 윌리엄스의 책이 꾸준하게 번역되고 있고, 팬층이 형성되어, 이제 ‘로완 윌리엄스’라는 이름은 별다른 소개가 필요 없는 저자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 책 한번 잡솨봐’에서 꾸준하게 책을 소개하고, 청어람 세속성자 책읽기 모임이나 월간 북토크에서 로완 윌리엄스의 저작을 다룬 것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생색내고 싶지만, 쉽지 않은 저자의 책을 꾸준하게 번역 출간한 두 출판사(복있는사람, 비아)의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복있는사람 출판사의 ‘된다는 것’ 시리즈를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어필할만한 로완 윌리엄스의 매력을 영리하고 효과적으로 소개했다면, 비아 출판사는 우직한 번역으로 로완 윌리엄스의 깊고도 다채로운 매력을 꾸준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복음을 읽다

<복음을 읽다>는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평신도를 대상으로 한 로완 윌리엄스의 강의를 그대로 녹취한 책인데, 개인적 인상으로는 번역된 로완 윌리엄스의 책 중 가장 쉽게 읽힌다. 어찌 보면 가장 ‘덜 로완스러운’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로완 윌리엄스 특유의 심오함(이라고 쓰고 난해함이라 읽는다)이 덜한 편이라 ‘로완 덕후’들에게는 조금 ‘약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로완 윌리엄스의 책이 어렵다고 느낀 독자들이 많았던 만큼 이번 <복음을 읽다>에서 보여주는 모범적인 성경 강의와 명쾌하고 선명한 해석은 로완 윌리엄스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오히려 장점과 매력이 될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교회에서 이 정도의 성경강의를 들을 수 있다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캔터베리 대성당 다니는 사람들이 부럽다고 생각했다.

마가복음은 복음서 중 가장 먼저 기록된 ‘시작’이며 가장 간결하면서도 밀도 있게 복음의 핵심을 다룬다. 그래서 이 책에서 로완 윌리엄스는 마가복음에 관한 성서학적 주제들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평이한 수준으로 설명하고, 신학적 통찰을 덧붙여 복음의 ‘시작’이자 신앙의 ‘근본’으로 우리를 이끈다. 로완 윌리엄스가 읽어내는 신앙의 근본은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의 감동적인 희생이나 하나님의 속죄 같은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보다 더 근본적인 부분, 즉 ‘우리의 가치와 미래를 향한 전망의 혁명적 전환'(128쪽)에까지 이른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그 신비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혼동과 오해를 경험하고, 예수님은 때로 침묵하고 때로 도전하며 인간과 세상을 향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우리는 익숙하게 읽어오던 복음서의 심연에 담긴 이 새로운 관점, 혁명적 비전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복음을 읽다>는 하나님을 발견하고 나를 발견하고 세상을 새롭게 읽어내는 신앙의 근본, 시작의 자리로 우리를 이끈다.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김남조 시인의 ‘편지’ 중에서


박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