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이 책 한번 잡솨봐] 신학과 해석학을 만나게 하라! ‘교회를 위한 철학적 해석학’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신간 소개 ‘이 책 한번 잡솨봐’ 시즌2! 2019년에는 매주 한 권의 신간을 선정하여 책 내용뿐 아니라 책에 담긴 다양한 맥락을 소개합니다.

해석학(hermeneutics)은 철학의 한 영역으로서 텍스트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다룬다. 가장 널리 알려진 성경 묵상법 중 하나인 ‘관찰-해석-적용’에 나오는 ‘해석’을 말하는 것이니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해석학의 문제의식은 단순하게 텍스트의 뜻을 찾아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해석이 타당한 해석인지에 관한 검증과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다양한 해석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까지 이른다. 한발 더 나아가 현대에는 해석하는 대상을 단지 기록된 텍스트뿐 아니라 역사나 전통,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까지 확장함으로써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인간의 ‘이해’ 활동 전반을 다룬다. 따라서 신학에서 해석학은 기본적으로 성서학의 기초를 이룰 뿐 아니라 조직신학이나 실천신학에도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이렇게나 중요한 해석학을 다루는 책과 논의가 꽤 활발할 것 같은데, 사실 책도 강의도 썩 많지는 않다. 물론 모든 성경 주석, 설교집, 에세이 등에 기본적으로 해석학적 배경이 깔려있기 때문에 모든 책이 해석학을 다룬다고 우길 수도 있고, ‘성서 해석학’ 같은 제목을 단 책이 여러 종 출간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철학적/신학적 해석학의 문제의식을 충실하게 견지하며 ‘해석학’의 필요성, 방법론, 맥락 등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책은 전혀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연속적으로 번역된 앤서니 티슬턴의 책들(<기독교 교리와 해석학>,<성경 해석학 개론>(이상 새물결플러스), <두 지평>, <조직신학>(이상 IVP))이 아주 중요하고 의미 있지만, 솔직히 너무 어려워 읽기도, 심지어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래서 오늘 소개할 <교회를 위한 철학적 해석학>은 무척 반갑고 의미 있는 책이다. 여기까지 쓴 길고 지루한 설명은 모두 이 반가움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교회를 위한 철학적 해석학>이 반가운 건 무엇보다 모든 성도를 위한 해석학 입문서 역할에 매우 충실하다는 점이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이 책을 ‘세 부류의 그리스도교 신학자들 – 학자, 목회자, 평신도’를 위해 썼다고 밝히는데, 나는 여기서 저자가 평신도들을 신학자의 한 부류로 상정한 것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실제로 저자는 최대한 쉽고 단순하게, 또 실천적 과제들을 고려하며 ‘모든 성도가 읽을 만한 책’을 썼다. 물론 해석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술술 읽힌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해석학의 문제의식과 필요성, 방법론을 설명하는 책 중에서는 (적어도 내가 본 책 중에서는) 가장 얇고 실제적이다.

또한 이 책은 현대의 철학적/신학적 해석학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교회야말로 해석학적 공동체가 되어야 하며 해석을 위한 대화와 소통이 교회의 핵심적 정체성임을 밝혀 교회의 해석학적 각성을 촉구한다. 오늘날 교회에 당면한 큰 문제 중 하나가 성경이 단 하나의 진리를 담고 있고, 그것을 수호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는 맹목적 신앙이라 할 수 있는데, 교회의 이런 맹목성과 일방적 소통에 문제를 느끼기 시작한 이들에게 이 책이 제시하는 ‘대화로서의 교회’라는 개념은 하나의 탈출구이자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메롤드 웨스트팔은 권위 있는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기독교인으로서 실천적 관심을 놓치지 않는 드문 학자라고 하는데(책의 끝에 저자에 관한 상세한 해설이 있다), 해석학이 가진 학문적 난해함과 성도들의 현실적 필요와 고민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탁월한 입문서를 써냈다.

끝으로 이 책은 최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문학&신학 연구소 에라스무스’와 ‘도서출판 100’이 공동 기획한 ‘에라스무스 총서’의 첫 권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에라스무스는 젊은 연구자들이 시작한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지성 운동으로 여러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고, “인문학과 신학의 위기 속에서도 학문적 상상력과 인내 어린 성찰을 지속하려는 사람들의 작은 소망을 지켜나가는 운동”으로서 이 총서를 기획했다고 한다. 부디 많은 사람이 이 운동에 함께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었으면 좋겠고, 한국 교회와 사회에 인문학/신학적 담론이 더 풍성해지면 좋겠다.

 

[정기강좌] 해석하는 그리스도인 : 메롤드 웨스트팔의 <교회를 위한 철학적 해석학>을 중심으로

  • 일정: 2019년 3월 18일 ~ 4월 15일(5주간 매주 월요일)
  • 강사: 김동규(<교회를 위한 철학적 해석학> 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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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