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이 책 한번 잡솨봐] 한국 개신교가 되새겨야 할 저항의 역사 ‘저항하는 그리스도인’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신간 소개 ‘이 책 한번 잡솨봐’ 시즌2! 2019년에는 매주 한 권의 신간을 선정하여 책 내용뿐 아니라 책에 담긴 다양한 맥락을 소개합니다.

<저항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제목은 그리 편한 제목은 아니다. 제목을 보고 느끼는 독자들의 반응은 거부감 혹은 비장함으로 양분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책 뒷면에 적힌 소개와 추천사에 “고뇌하는 기독인 역사가의 정직하고, 용감한, 탁월한 학문적 성취”라든지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 같은 문구가 박혀있으니 이 책은 영락없이 무겁고 진지한 책이다. 심지어 저자 강성호 선생은 전작인 <한국 기독교 흑역사>에서도 한국 기독교 역사의 이면에 있는 흑역사를 매서운 눈초리로 들춰낸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저항하는 그리스도인>도 그 연장선에서 비판적이고 부담스러운 주제를 담은 책이라 쐐기 박아 생각할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받자마자 빠르게 일독한 내 소감은 전혀 다르다. 이 책은 편하게 읽히는, 무척 재미있는, 매력적인 교양 역사책이다. 3.1운동이나 신사참배 같은 한국 교회사의 단골 메뉴뿐 아니라 민주화 운동, 여성운동, 5.18과 6월 항쟁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 속에서 기독교의 역할과 의미, 기여와 잘못을 고루 담았다.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친근한 말투로 술술 풀어내기 때문에 읽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쏙쏙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평소 다루는 주제만큼 진지한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친절한 교회 오빠였던가 싶은 생각에 질투(?)가 났다. 나는 이 책의 최고 미덕을 탁월한 ‘읽는 재미’로 꼽겠다.

저자는 교회사 전공이 아니라 일반 역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한국 기독교가 근현대사를 어떻게 관통했는지 살피고, 정리했다. 그래서인지 애초에 과도하게 의미 부여하기 보다는 담담하게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서술방식을 택했고, 비판할 부분에서도 지나치게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현대사나 교회사 이야기를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던 입장에서도 “오 이런 사실이 있었구나!” 하며 새롭게 알게 된 점도 많고, 특히 교회사 입장에서 취합한 자료들의 부족한 점들을 바로잡는 시도도 흥미로웠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저항’은 별다른 게 아니다. 불의를 바로잡고,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것. 조금 더 신앙적 언어로 표현하자면 ‘악을 미워하고 선을 사랑하는 것'(롬12:9, 암5:15), ‘악한 정사와 권세와 세상 주관자들에 대한 씨름'(엡6:12)이다. 이것은 의로우신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가치이고, 특히 한국 교회를 일궈왔던 선배 그리스도인들도 지켜왔던 가치이다. 그럼에도 첫머리에 언급한 대로 ‘저항’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혹은 지나치게 진지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신앙과 사회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닐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선배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에 기반을 두고 사회 속에서 실천한 ‘저항’을 발견하고, ‘저항’이라는 조금은 낯선 신앙적 가치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저술과 출간 소식을 들을 때부터 기대가 컸던 책이고,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얻었다. 하지만 기대와 만족감이 컸던 만큼 드는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우선 저자가 얇은 분량 안에 많은 내용을 망라하며 칭찬과 비판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소 가볍게 언급한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사료 중심의 꼼꼼한 서술이 아니기 때문에 (각주가 충실히 달려있기는 하지만) 근거나 자료의 출처가 표기되지 않아 아쉬운 부분도 더러 보인다. 또 색인은 충실하게 달려 있지만, 참고문헌 목록을 따로 한번 정리해주는 세심함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박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