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이 책 한번 잡솨봐] 여성들이 쓴 사순절 묵상집 <이 여인을 보라>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신간 소개 ‘이 책 한번 잡솨봐’ 시즌2! 2019년에는 매주 한 권의 신간을 선정하여 책 내용뿐 아니라 책에 담긴 다양한 맥락을 소개합니다.

매년 봄과 함께 찾아오는 사순절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다. 절기는 시간 속에 하나의 매듭을 만들어줌으로써 우리의 삶이 시간에 휩쓸려 쉬이 흘러가 버리지 않도록 다잡아준다. 이런 시간의 매듭 위에서 특별한 신앙적 실천을 수행함으로써 우리는 지금 스스로가 어디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그리스도인으로서 내 삶과 실천을 점검하게 된다.

당신은 올해 사순절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2019년 사순절을 가장 잘 보내는 법을 들라면 두말할 것 없이 세속성자 수요모임 (안내 보기) 에 참석하기를 권하겠다.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지고, 질문하며 예배하는 이 특별한 예배 모임은 내 신앙을 돌아보고 오늘 나의 세속적 일상 속에서 예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모임에 참여할 형편이 안 된다면, 혹은 일주일에 한 번 참석하는 느슨한 모임보다는 좀 더 밀도 있게, 일상 속에서 꾸준한 실천을 쌓고 싶다면 묵상집을 정해 매일 묵상하기를 추천한다. 사실 묵상집을 따라 묵상하는 것은 매우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신앙 행위이다. 그래서 지루하고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80% 이상은 사순절 묵상을 이미 시도해 보았을 것이고, 실패했을 테다. 하지만 올해는 눈에 띄는 묵상집이 나와서 특별히 추천하니 바로 이 책, <이 여인을 보라>다.

<이 여인을 보라>는 평화교회연구소에서 펴낸 사순절 묵상집이다. 지난 대림절에 펴낸 <별을 따라가는 여성들>에 이어 사순절 동안 매일 묵상할 수 있도록 40명의 성경 속 여성들 이야기를 묶었다(정확히 말해 사순 절기는 46일이다. 주일을 빼고 40일을 세어 사순(四旬)이다). 성경 속 여성 40명의 이야기를 40명의 여성 필자가 각각 읽고, 질문을 던진다. 그러니 이 책에는 80명의 여성의 경험과 질문, 그 속에 쌓인 묵상이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모세가 광야에서 불뱀에게 시달리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높이 들린 놋뱀을 바라보게 했던 것처럼, 우리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바라보기를 요청받는다. 세례요한이 예수에게 세례를 줄 때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어린양을 보라'(요1:29)고 했고, 빌라도는 십자가의 예수 앞에서 사람들에게 ‘이 사람을 보라'(요 19:5)고 했다. 이것은 고난 속에서도 신실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더듬어 새 희망을 보기 원하는 모든 이들을 향한 부름이다. <이 여인을 보라> 역시 이 부름의 연장선에서, 성경 속 여성들과 오늘 우리 시대의 여성들의 현실과 거기서 터져 나오는 질문을 보며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고 새로운 희망을 더듬으라고 요청한다.

“이거 페미니즘 책이군. 예수가 페미니스트란 말이냐?” 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가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 이 책이 페미니스트들의 묵상집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최근 기독교와 페미니즘이 함께 갈 수 있느냐 없느냐 논란이 있지만, 그것은 설명하기에 따라 어떤 대답이라도 가능한 질문이다.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ism, -주의’를 넘어서 이미 성경 속에도 존재해왔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여성들의 경험과 질문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성실하게 씨름하는 것이다. 감히 말하건대, 이 책에 실린 여성들의 이야기와 그를 따르는 묵상과 질문은 예수의 길을 따르고자 하는 정직하고 치열한 시도로 보인다. 그러니 이번 사순절 기간에는 이 여인들을 보고, 이들의 이야기에 비추어 예수의 길을 더듬어 보면 어떨까.

더불어 사순절에 읽기 좋은 묵상집 몇 권을 추천한다. <가상칠언 묵상>(김영봉 지음, IVP 펴냄)은 십자가의 일곱 말씀을 중심으로 매일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를 할 수 있게 돕는다. <톰 라이트와 함께 하는 사순절 묵상>(톰 라이트 지음, 에클레시아북스 펴냄)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두 권이 출간되었는데, 교회력의 본문을 따라 복음서를 묵상할 수 있게 돕는 해설서이다. 톰 라이트에 대한 신학적 호불호와 별개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대중적 묵상집이다. <월터 브루그만과 함께하는 사순절 묵상집>(월터 브루그만 지음, 한국장로교출판사 펴냄)은 월터 브루그만의 글들을 추려 사순절에 묵상할 수 있도록 구성한 묵상집이다. 월터 브루그만의 예언자적 상상력이 번뜩이는 멋진 책이다.


청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