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이 책 한번 잡솨봐] 사려 깊게 쓰인, 남다른 신학책 – ‘신앙의 논리’ & ‘질문하는 신학’

청어람 매거진이 소개하는 신간 소개 ‘이 책 한번 잡솨봐’ 시즌2! 2019년에는 매주 한 권의 신간을 선정하여 책 내용뿐 아니라 책에 담긴 다양한 맥락을 소개합니다.

신학 공부에는 필요성과 위험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모든 성도가 신학적 교양을 갖추어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에 이르는 것은 간절한 이상이지만, 예쁘지도 않은 벽돌 책을 액세서리 삼아 위선의 벽을 쌓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존재하니 말이다. 마치 입시 공부하듯 신학책을 외워서 하나님과 세상을 재단하는 ‘머리만 큰 성도들’은 ‘큰목사님’들 의 근심(?)일 뿐 아니라 성도들 사이에서도 꼴불견이 되기에 십상이다. 신학은 학문이기는 하지만 머리만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신학을 송영(doxology)으로 정의하기도 하고, 기도로 정의하기도 하고, 실천(praxis)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렇게 신학이 몇 줄의 글,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단지 ‘공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에 맞는 접근방식과 서술방식, 그리고 성찰과 배움이 필요하다. 이러나저러나 꾸준히 쏟아지고 있는 신학책들 사이에서 이런 점들을 고려해 사려 깊게 쓰인 책을 만나는 일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마침 두 권의 책이 눈에 띄어 한꺼번에 소개한다.

마크 매킨토시의 <신앙의 논리>는 접근법도, 책의 구성도, 다루고 인용하는 학자들도 모두 남다르고 신선한, 뚜렷한 개성을 가진 신학 입문서다. 이 책은 애초에 신학/신앙의 체계와 내용을 설명하고 해설하는 것보다는 신학/신앙하는(doing-theology) 태도와 자세, 궁극적으로 그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 신학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 있는 신비에 대한 접근이라 규정하고, 신비에 대한 감각(이것이야말로 신학과 신앙의 출발점이 아니겠는가)을 일깨우는 이런 접근은 교조화되고 딱딱한 신학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한 이들에게 논리를 넘어서는 상쾌함을 경험하게 해 준다. 신학책을 좀 읽었다 하는 독자들도 꼭 한번 챙겨볼 만한 독특하고 매력적인 책이다. 다만 출판사가 책의 원제인 Mystery of Faith를 신앙의 ‘신비’가 아니라 ‘논리’로 바꾸어 번역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데, 여기에도 어떤 신비로운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러므로 신학은 이러한 신앙의 신비들에 다가가 그 깊이를 들여다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신비’란 언젠가 해결해야 할 문제나, 풀어야 할 퍼즐을 뜻하지 않습니다. 신비란 우리 삶의 의미가 머무르는 삶의 깊은 차원을 뜻합니다. (…) 신학이란 바로 저 신비의 손길과 건네는 말에 반응하고 귀 기울이는 것, 삶 표면 아래 자리한 깊이, 그 의미를 찾는 것입니다. 그것도 임의로 부여한 의미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의미로 말이지요.” (14-15쪽)

<신앙의 논리>가 신비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며 신학의 내용보다는 태도에 집중하는 책이라면, 김진혁 교수의 <질문하는 신학>은 ‘질문’이라는 태도를 매개 삼아 신학의 내용에 좀 더 집중한 책이다.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신학/신앙의 큰 뼈대를 보여주고, 차분하고 사려 깊은 서술로 살을 채운다. 질문-답변 형식이다 보니 문답이 열거된 교리문답이 번뜩 떠오르는데, 이 책은 이미 규정된 교리적 지식을 통해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이 나온 맥락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어가는 독자들이 신학적 사고의 필요성을 느끼고 스스로 사고할 수 있도록 여백을 많이 남겨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다만, 이왕 질문을 앞장세웠으면 기존의 신학적 체계와 내용을 충실히 커버하는 질문보다는 좀 더 도발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질문이 나왔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도발과 상상이 그저 좋은 것만은 아니고, 건설적인 상상을 위해서는 현실을 잘 이해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전통적인 교회와 신학의 경계 안에서 자신이 선 자리를 충실히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좋은 길잡이가 될 책이다.

“수많은 이들의 질문이 오랜 시간 모이고 축적되면서 그리스도교 전통이 형성될 수 있었고, 질문이란 열쇠 덕분에 전통이라는 보고(寶庫) 속에 펼쳐진 의미의 세계에 우리가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집필 하는 내내 흥미로웠다… 질문은 대화에 참 여하는 사람들의 시각을 열어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특정한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가며 의미가 형성되도록 인도해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질문이란 참 지식을 얻는 가능성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진정성 있고 충만한 대화를 만들어 주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후기(後記)’에서 (792쪽)


청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