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 소식들

10년만에 원년입니다 – 2014년을 보내며

12005년에 청어람을 시작했으니 만 10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명동의 정든 공간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잘 감당하고 지나갔습니다. 오프라인 강좌와 행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수천 명을 훌쩍 넘어섭니다. 우리는 이제 공간을 기반으로 한 혁신에서 차츰 온라인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옮겨가고 있는 중입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을 올해 선 보였습니다. 덕분에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사람도 청어람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올해에 거둔 의미 있는 성과 몇 가지가 있습니다.


Photo1) 감사하게도 재정적으로 생존(survival)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생존’했습니다.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고, 직원도 최소 인원에 머물고 있습니다만, 이 일을 접지 않고 한 해 동안 지속해 왔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감사의 제목입니다. 해외에서도 후원자가 생겼고, 고마운 개인후원자들이 나서주었고, 교회들이 연결되었습니다. 2015년에는 ‘생존’을 넘어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위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힘을 더 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 몇 가지 키워드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상반기에는 청년사역컨퍼런스를 통해 ‘공적 신앙(public faith)’을 전면에 내걸었고, ‘세월호 참사’ 이후 이에 대한 집담회 개최, 촛불기도회, 제주 평화 순례, 주거권 보호 운동, 부채 탕감 운동 등 여러 실천적 활동을 기획하거나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후반기에는 ‘가나안 성도’에 대한 책이 나온 이후로, 이 논의가 다양한 파장을 일으키며 퍼져나가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복잡한 설명 없이 직관적으로 그 의미와 필요성을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가나안 성도를 위한 ‘세속성자 수요모임’은 올해 말로 만2년이 되었는데, 그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만남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영화 <쿼바디스>의 전국시사회를 도우면서 한국 개신교의 현실과 앞날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3) 여러 층위에서 네트워크를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연말에 ‘청어람 신학생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매달 정기적인 모임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청어람 연구위원회인 ‘청어람 R’도 월례화 하게 됩니다. 내년에는 이 모임들이 개신교계의 내부 담론이 거쳐 가는 좋은 공론 장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년 2월에 열리는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는 한중일의 청년들과 선교지도자들이 제주에 모여 동아시아 3국간에 공유할 기독교적 유산을 발굴하고, 일종의 다국적 수양회를 즐겁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가을에 시도한 ‘Book Discussion Seminar in English’도 반응이 좋아서 영어 사용자들에게로 청어람 사역이 흘러갈 방안도 상상해 보게 됩니다.

4)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는 채널을 계속 만들어갑니다. 올해부터 팟캐스트와 유튜브로 ‘세속성자를 위한 교양’ 시리즈 강좌를 제작하여 보급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시리즈인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저서 <신학이란 무엇인가?>를 총 20강의 동영상으로 구성한 온라인 강좌는 국내외에서 꾸준히 구독자들이 늘어가고 있고, 플라톤의 <국가>와 <맹자>를 읽는 ‘동서양 고전읽기’를 제작하여 2015년 1월부터 12주간 보급할 예정입니다. 청어람 사이트를 새롭게 단장하였고, 온라인 매거진이 본격 가동될 것입니다. 좋은 필진을 모시고 날카로운 기획과 글을 선보이게 됩니다. 한국 사회와 한국 개신교의 주요한 현안들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와 관점을 정립할 수 있도록 적극 발언하고 자료와 정보를 개방-공유-확산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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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은 ‘개신교 지식 생태계’ 형성과 ‘시민 생태계’ 영역의 빈구석을 채우는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10년 세월인데 강산이 변한 만큼 ‘세상에 변화를 만들어 왔는가’ 스스로 물어봅니다. ‘우리가 존재하기 전보다 더 나은 변화를 만들었는가’ 묻습니다. ‘10년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치에 도달했는가’를 묻습니다.

청어람이 지향하는 가치를 ‘개신교 생태계’의 창출이라고 정리했었는데, 원천적으로 ‘생태계’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니 청어람이 생태계의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교회 생태계’는 이미 교단, 신학교에 포진하고 있는 목회자와 이를 위한 다양한 기구들이 있습니다. 잘하든 못하든 그분들이 일차적 책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청어람은 ‘개신교 지식 생태계’ 형성과 ‘시민 생태계’ 영역의 빈구석을 채우는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2014년 한 해를 가장 크게 규정한 것은 ‘세월호 참사’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 이후로 결코 예전과 같을 수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저희에게는 두 가지 측면이 크게 보였습니다. 첫째, 한국사회가 어디나 할 것 없이 허술하고, 부실하다는 사실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단기적 욕심 내지 말고 멀리 보고, 제대로 성과를 만들어가는 일을 하자는 다짐을 해봅니다. 둘째, 한국사회가 ‘공감’과 ‘협력’보다 점점 더 ‘증오’와 ‘배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울한 예측이었습니다. 사회 안팎의 문제를 풀어내는데 언제나 진영논리와 피아를 갈라 대립시키는 방식이 손쉽게 등장하고 이를 견제하는 노력은 미미했습니다. 아마도 개신교 권에서부터 전쟁, 마귀, 지옥보다 화해, 용서, 평화란 가르침을 더 깊이 새기며 전면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개신교인들은 온통 무언가에 화가 나있고, 자신들도 잘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남들에게 강요하는 이들이 아니라, 사려 깊고, 경청하고, 신뢰할만한 존재들로 여겨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감사 인사 드립니다2014년 한 해 동안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시니,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보자고 힘을 내어봅니다. 먼 지방에서 저희 사무실을 찾아주신 분들, 해외에서 힘이 나는 메시지 보내주신 분들, 과일이나 붕어빵 사들고 불쑥 나타나신 분들, 급할 때 재정이나 서포터즈로 천사 역할을 해주신 분들, 어느 방향이 맞는가 고민할 때 고개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어주신 분들, 밥 먹자고 불러내는 고마운 분들, 늘 미안하다며 호의를 베풀고 조용히 사라지는 분들, 전국 각지에서 눈을 반짝이며 청어람을 주목해주신 분들, 새로운 지식과 탁월한 통찰로 저희를 업그레이드 시켜주시는 숨은 고수들, 저희가 만든 모든 자리에 언제나 찾아와서 묵묵히 지지를 표해주신 분들…

올해 청어람의 모든 성과는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행복했습니다.

청어람ARMC 대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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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와 사회의 다음세대를 위한 인재발전소, 청어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