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 매거진

[책] 추천 도서 – 갈등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2014년 12월, 청어람은 "올해의 책" 선정 작업을 했다. “2014년 출간된 책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반도서와 기독교 도서를 추천 해주세요" 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총 147명의 응답자가 일반도서 23권과 기독교도서 27권을 추천했다(2014년 이전 출간 도서 제외). 이 추천 목록 외 도서 선정에 객관성과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10인의 도서 추천 위원에게 일반도서와 기독교도서 각 3권씩 별도 추천을 받아 올해의 책 일반도서 5권, 기독교도서 5권을 최종 선정하였다. *관련 글 보기 "올해의 책 - 고통스럽게 질문하다"  도서 추천 위원이 선정한 '올해의 책' 목록은 별도로 정리해 두었는데 *관련 글 보기 "올해의 책 - 2014년, 도서 추천위원 선정 도서" 제법 길게 추천 이유를 적어주신 위원의 글을 '아껴두었다가' 공개한다. 누구나 한 번쯤, 새해 목표 중 '독서'를 꼽곤 하는데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몰라 고민스럽거나, 어느덧 새해 목표가 흐릿해진 사람이라면 참고할 리스트이다. 2014년에 꼽은 책이지만 수많은 '올해'들에 여전히 유효한 책이기도 하다. 앞으로 청어람은 좋은 책을 아낌없이 소개할 예정이다. 유진 피터슨의 '이 책을 먹으라'를 살짝 변형하여 표현하자면 '이 책 한 번 잡솨봐' 정도의 '뽐뿌질'이 될 것이다. 물건이 아니면 권하지 않겠다.

 

[이 책 한 번 잡솨봐] 갈등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박동욱 / 전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편집장

먹고 살만해졌지만 경제는 여전히 문제다. 뇌관은 ‘잘살아보세’에서 ‘더불어 잘살아보세’로 바뀌었다.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진 <미생>은 그 뇌관을 건드렸고, 나라 밖도 사정은 비슷해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한 자본세는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로 집약되는 이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한국 자본주의>(장하성, 헤이북스)는 한국 경제가 걸어온 길과 지금 마주한 숙제를 면밀히 살핀 후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대담하게 제시한다. 이를 실현할, 우리 현실에 맞는 정책들을 만들어 낼 역량은 충분하다고 진단한다. 문제는 민주주의다. “한국에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가 현실이 될 희망은 민주주의에 달려 있다”고 못 박는다. 경제 문제로 시작했지만 종착역은 민주주의,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 결국 정치다. 이 책에 담긴 저자의 통찰이 아무리 빛나도 이 생각들이 책 밖으로 걸어 나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저자 스스로도 절감한다. “민주주의가 가진 ‘투표’의 무기가 작동되면 자본주의의 ‘돈’이라는 무기를 이길 수 있거나 적어도 제어할 수 있다”는 바람이 그래서 더 간절하게 들린다.

경제를 매개로 한 광범위한 세계의 균열은 교회 역시 피할 수 없는 도전이다. 이에 대응해 겨자씨처럼 작지만 중요한 교회들이 일어서고 있다. <하나님 나라의 모략>(탐 사인, IVP)은 예수 이래 여전히 유효한 이 겨자씨 전략을 충실히 계승하는 교회들을 주목한다. 이들이 넘어서야 할 숙제와 품어야 할 가능성을 진지하게 때로는 경쾌하게 짚어가며 교회의 내일을 끌어낸다. 앞선 책이 강조한 정책과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시민사회 영역이 메워야 할 지점도 분명하다. 최근 제 앞가림하기에도 바쁜 한국 교회에 이런 책임을 요청하려니 무척 신산하다. 그래도 어쩌나, 교회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이야기 하는 이들에게 이 정도는 부탁할 수 있지 않을까.

도서추천-박동욱

하도 답답한 요즘 사람들은 교회보다 차라리 제대로 된 빵집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모양이다.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타나베 이타루, 더숲)를 쓴 와타나베 이타루가 보여주는 장인 정신은 경이롭다. 우리가 기대 살고 있는 경제 체제의 어두운 그림자를 온 힘을 다해 벗어난다. “말이 좋아 글로벌 경제지, 국경을 초월한 이윤창출을 노리고 대규모 자본을 들이붓는 투기세력은 서민의 일자리를, 나아가 서민의 삶을 망치고 있었다”고 꿰뚫는다. 책은 놀랍게도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제빵 기술 습득 과정을 교차시켜가며, 그가 어떻게 새로운 생활을 준비하고 실현해 가는지를 차근차근 들려준다. 이타루의 ‘다루마리’ 빵집은 540만 명에 육박하는 한국의 개인사업자들이 바라볼 수 있는 판타지이자, 최선의 희망이다. 누가 경계 밖으로 먼저 나갈 것인가. 이미 ‘안전한 실패’는 차고도 넘친다.
이타루의 빵집도 그렇지만 개인의 생계는 마을과의 공생이 불가피하다. 내가 사는 마을에, 기존의 경제 및 사회 구조가 드리운 그림자가 압도적이라면 홀로 벗어나기 힘들다. 기존 체제에 굳게 박힌 마을이 변신하려면 그만큼 정교하고 또 실증된 설계도가 필요하다. 야마모토 리켄이 <마음을 연결하는 집>(야마로토 리켄, 안그라픽스)에서 주장하는 ‘지역사회권’은 단연 발군이다. ‘지역사회권’은 500명 정도가 상부상조하는 마을 정도의 개념인데, 1가구 1주택 단위가 아닌 500명 정도의 주민을 한 단위로 생각해 마을을 통째로 구성하는 식이다. 저자가 새로운 개념으로 설계한 주택이 판교와 강남에도 선보인 바 있다. 투명한 현관문을 고집한 판교의 주택들은 안타깝게도 터무니없이 낮은 분양실적을 기록했다. 높은 분양가를 감당할 만한 부자들과 개방적 공동체는 애초부터 한 이불을 덮을 수 없는 사이였는지도 모른다. 마을을 새롭게 담을 틀도 필요하지만, 그 속에 누군가 들어가 살면서 의미를 발생시켜야 한다는 당연한 숙제가 확인된 셈이다.

그 점에서 <공동체로 산다는 것>(크리스틴 폴, 죠이선교회)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교회 공동체가 자신의 전공 분야인 ‘더불어 살기’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면, 이는 공동체의 틀도 알맹이도 희미해진 우리 사회에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기독교 공동체가 새로운 변증이 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희망적인 태도다.” 교회 공동체의 연약한 이면을 목격한 이들은 오히려 더 쉽고 확실하게 돌아선다. 지금 우리 처지가 그렇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을 강조한 이 책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듯 그 실패가 또 우리의 기회이기도 하다. ‘더불어 살겠다’는 전제만으로도 신기한 요즘, ‘공동체로 산다는 것’에 누가 교회처럼 무모하게 도전하고 또 기록을 남겨 유산으로 전하겠는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읽는 데서 그치지 말고 공동체가 함께 실행할만한 지침이다.

사실 예수의 가르침 이후 교회 공동체가 어렵사리 보존하고 대물림하는 화평이라는 열매는 이미 교회 담 밖으로 넘나들고 있다. 이 평화를 우리 사회 여러 현장에서 전하고 또 실현하는 이가 박성용이다. 그가 기록한 <평화의 바람이 분다>(박성용, 대장간)는 그래서 무척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또 이 평화가 교회 공동체 밖에서 실현되는 과정은 무척 독특하다. 현장과 성경, 그리고 이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기독교 갈등 중재자는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출현할 가능성/실재’에 대해 증언만 할 수 있다”는 짧은 문장에서도, ‘몸’으로 경험한 ‘말씀’이 어떻게 ‘이론’화 되는지가 잘 보인다.

첫 책으로 꼽은 <한국 자본주의>는 경제 문제는 결국 정치 문제라고 강조했다. 마지막까지 와서 보니 정치, 투표를 잘해서만 이 갈등이 해결될까하는 생각도 고개를 든다. 결국 기득권의 순환 아닐까. 우리가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풀고 더불어 잘 살기 위해 결국 선택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갈등과 폭력으로 얼룩진 모든 ‘올해’들에 그리스도의 평화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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