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 매거진

청년 사역, ‘감’은 잡았는데 ‘답’이 안 보인다 – 청년 사역자 설문 조사 결과 분석

청년 사역, ‘감’은 잡았는데 ‘답’이 안 보인다
– 한국 교회 청년 공동체의 현황과 청년 사역자들의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 분석 결과

한국 사회에서 청년 세대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교회 내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청년들은 교회 내에서도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급격히 교회를 이탈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현재 청년들의 문제에 성실하게 응답하지 못하는 무기력함과 동시에 스스로 다음 세대를 잃어버리고 있는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에 청어람ARMC에서는 2015년 4월 30일에 제 5회 청년사역 컨퍼런스 "청년을 위한 교회는 없다"를 마련해 한국 교회가 마주한 청년 문제의 현실을 검토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컨퍼런스에 앞서, 한국 교회 청년 공동체의 현황과 청년 사역자들의 인식을 파악해보고자 설문 조사를 마련했고, 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설문조사 기간 : 2015. 3. 27 ~ 4. 23
-조사 방식 : 온라인 설문조사

 

청년사역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온라인 설문조사는 총 198명이 참여해주었다. 엄밀하게 표본조사라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설문 참가자들은 30-40대 연령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고, 공동체의 규모도 20-30명 선에서 500명 이상까지를 아우르고 있어서 한국 개신교 청년사역의 주요한 흐름을 상당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청년 사역자 컨퍼런스 설문 분석.003

응답자들 공동체의 평균인원은 118명으로 나왔다. 하지만 상위 50% 지점은 40명 규모가, 평균치인 118명은 상위 23%인 것으로 나와 공동체 인원의 양극화 현상도 보였다.

청년 사역은 위기인가?

이번 설문에 참여한 이들에게 지난 5년간의 인원 변동을 물어보았더니(3번 문항), 감소세, 현상 유지, 증가세가 각각 30-35% 비율로 나오고 있어 한국교회의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한 사역자들이 설문에 응한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이들은 “현재 한국교회 청년부가 감소하고 있다.”라는 평가에 대해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거나(62%), 평가보다 더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다(31%)고 답함으로써 비관적 평가에 동의했다.(19번 문항) 또한,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는 ‘현재 상황보다 나빠질 것이다’(69%), ‘현재 상황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16%)고 말해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다’(3.6%)란 극소수를 제외하면 압도적으로 비관적 전망을 내어놓았다.(21번 문항)

청년 사역자 컨퍼런스 설문 분석.006

청년들이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청년 사역에 대한 전망을 물은 설문 결과, 청년사역자들 스스로가 청년사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위기는 내부에서 온다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20번 문항) ‘기독교 신앙 및 교회가 청년들의 삶의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41%)이고, ‘교회의 영성 및 윤리성 하락에 대한 실망’(21%)이 주요하게 꼽혔다. ‘청년세대의 지나치게 바쁜 삶’(18%)이나 ‘복음에 적대적인 세속문화 때문’(12%)는 핵심 사안은 아니라고 보았다. 이는 교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외부로부터 위기 요인이 발생한다’는 주장과는 달리 청년사역자들이 꽤 냉정하게 우리 신앙 자체와 교회의 현실에 대한 반성이 우선적이고, 절실함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선교와 제자도’에서, ‘일상과 하나님 나라’로 전환

“청년들을 어떤 신앙인으로 자라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는(13번 문항) ‘일상생활 속의 그리스도인’(42%)과 ‘사회 모든 영역에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일꾼’(38%)이 압도적으로 많이 꼽혔다. ‘잘 훈련된 그리스도의 제자’(8%), ‘거룩하고 경건한 그리스도인’(6%), ‘학교, 직장, 가정으로 파송된 선교사’(3%) 순으로 나와서 청년사역자들이 생각하는 청년사역의 키워드가 ‘선교, 거룩-경건, 훈련-제자’ 등에서 ‘일상, 사회 모든 영역, 하나님 나라’ 등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지난 5년간 어떤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는가(복수 응답 가능)’(18번 문항)에 대한 물음에 ‘기독교 세계관’(75%), ‘결혼, 이성 교제’(66%), ‘교리/신학’(62%), ‘진로, 소명’(55%), ‘선교’(52%), ‘직장(학교) 생활’(50%) 등으로 답한 것에서도 어느 정도 감지되는 부분이다.

청년 사역자 컨퍼런스 설문 분석.008

“하나님 나라”, “일상생활” 등의 키워드가 청년 사역의 중심 주제로 확연히 떠오르고 있다.

청년 사역자 컨퍼런스 설문 분석.009

수련회워드클라우드

지난 수련회의 주제가 무엇이었는지 답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하나님나라”, “공동체”, “일상”, “삶”등의 키워드가 눈에 띄었다.

이 변화는 청년사역자들의 입장에서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주제이다. 이 응답에서 나타난 변화는 적어도 청년사역자들의 의식구조에서 선호하는 개념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그 변화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일상’에 대한 강조와 ‘하나님 나라를 우리 삶의 전 영역에’ 같은 구호는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으며,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 구호에 어떤 내용을 채워 넣고자 하는 것일까?

청년의 고민, 사역자의 고민

그러나 목회 현장에서는 청년들의 필요와 사역자들의 관심이 미묘하게 어긋나는 부분도 포착된다. 예를 들면,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접한 청년들의 고민”(10번 문항)은 ‘진로, 적성’(51%), 신앙적 고민(15%), 인간관계(11%)가 높게 나왔는데, “사역자로서 가장 관심을 갖고 도와야겠다고 생각하는 것”(12번 문항)으로는 ‘신앙적 고민’(58%), ‘진로, 적성’(25%), ‘인간관계’(5%)였다. 유사하지만 다른 질문인 “청년세대 당면 과제 중 교회 공동체가 가장 관심 갖고 도와야 할 과제”(22번 문항)에 대한 물음에는 ‘신앙적 성숙’(44%), ‘자기 정체성 확립’(38%), ‘진로, 취업’(10%), ‘인간관계’(2%)로 나타난다.

청년 사역자 컨퍼런스 설문 분석.010

청년 사역자 컨퍼런스 설문 분석.011

청년들의 고민과 사역자들의 고민은 비슷하면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언뜻 보면 교회가 ‘진로, 적성’이나 ‘인간관계’보다는 ‘신앙적 고민’을 풀어주는데 주력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청년들의 이런 고민을 어떻게 신앙적 차원과 연관하여 다루느냐에 따라서 매우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청년들의 고민을 개인적 사안으로 간주하여 신앙적 과제나 목회적 관심사 바깥에 두는 방식이 있다. 이런 세대적 과제나 수평적 관심사를 수직적 비약의 수단으로 삼아 결연한 단절을 주문하는 경우이다. 반대편에서는 이를 해소하는 것을 청년사역의 지상과제쯤으로 간주하는 태도도 나올 수 있다. ‘정치적 변화를 위해서는 당파적 해법에 투신해야 한다며 재촉하는’ 좌파나 ‘취업과 결혼을 위한 자기계발에 자발적으로 종속되는’ 우파나 현실의 이런 압도적 위협에 제압당하는 것은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이런 사안들을 신앙적 고민과 연결 지어 목회하는 탄탄한 모델은 잘 찾기가 어렵고, 어설프게 다루기 버겁다는 이유로 유보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청년들의 체감 이슈들은 특강 등의 형태로 다뤄지지 청년 목회의 연간 커리큘럼에 긴밀하게 결합되지 못한 채 나열식 주제에 머물기 십상인 이유이다.

청년사역은 SNS이다

청년들의 유입 경로(4번 문항)를 물었더니, ‘목회자의 설교나 평판’(5%)는 그다지 큰 영향이 없었고, ‘적극적 전도활동’(4%)보다는 ‘구성원의 자연스러운 초청’(42%)이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온다. ‘해당 공동체의 평판과 추천’(26%)까지 더하고 보면, 이는 사람들이 회사의 광고나 홍보보다는 다른 소비자들의 평가를 더 신뢰하는 것과 유사한 양상이다. 일종의 ‘구전 효과(viral effect)’인 셈인데, 교회에서는 이를 전통적으로 ‘우정 전도’ 혹은 ‘관계전도’라고 불러왔다. 이런 흐름이 대세를 이루는 반면, ‘전도 집회’ 방식에 대해서는 상당 정도 회의론 혹은 무용론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도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있는가?”(14번 문항) 항목에 38%가 ‘없다’고 답했고, ‘비정기적으로 한다’고 한 응답이 38%였다.

청년 사역자 컨퍼런스 설문 분석.013

응답자의 38%가 공동체에서 전도를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정기적으로 실행한다고 답한 38%를 더하면 76%가 전도 프로그램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유의미한 ‘사회적 관계망’(social network)을 형성하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는 방식으로 청년사역이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대중문화를 구사하겠다는 차용 전략은 이미 고급화, 다변화된 청년들의 문화적 취향을 충족시켜주기가 쉽지 않고, 이미 복잡다단한 청년들의 삶의 정황을 두루 충족시킬 한 방을 갖고 있는 슈퍼 메신저는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현실을 과잉 단순화하고, 이를 설명하는 음모론적 논리를 반복 강화하는 안이한 근본주의적 접근이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공동체를 더욱 사회와 괴리된 컬트 집단으로 몰고 감으로써 개방적인 사회관계를 형성하는데 실패하고, 쌍방향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패착이 된다. 청년사역자들은 ‘심방, 상담, 교제 등을 통한 소통’(64%), ‘사역자가 직장생활 등을 통해 청년 현실을 직접 경험’(15%) 등 청년들의 현실로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8번 문항) 그러나 청년들은 사역자와 ‘필요한 경우 소극적으로 이야기’(64%) 하거나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12%)는 것이 현실이다.(11번 문항) 이 틈새를 어떻게 메꿀 수 있을까가 오늘 한국의 청년사역자들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앞서의 설문 결과들과 연관 지어 보자면, 청년 사역자들은 ‘일상’이나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직 이를 목회적으로 수행할 모델을 수립하는 데에서는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2014년 청어람 청년사역 콘퍼런스가‘공적 신앙(public faith)’을 주제로 다루었을 때에도 유사한 반응을 볼 수 있었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사회적 흐름의 변화는 감지하지만, 이를 담아낼 적절한 틀이나 동료 그룹, 지원세력이 제대로 갖춰지지는 않은 채 방향 모색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금 더 심화된 기독교 신앙 이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한 노력,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체감하는 성과, 사회적 자리매김 등이 필요하다.

청년 사역, ‘청출어람 청어람’하자

청어람은 이 설문조사를 통해 나온 청년사역자의 자기인식과 한국교회 현장 인식을 ‘영성’, ‘지성’, ‘사회성’이란 주제와 연결하고자 한다. 아직 우리가 하나로 좇아갈 모델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하나의 모델(model)보다는 여러 종류의 사례들(cases)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선적일 것이다. 잘 알다시피 역사상 유력한 인물들은 대형 조직보다는 소수의 긴밀한 동지애 속에서 발굴되고, 단련된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현실과 부조리에 대한 강렬한 인식, 그리고 이를 즉각적 분노나 짜증으로 배설하지 않고 양질의 지적 자양분 위에서 배움과 성찰을 거치는 것,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과하면서 찾아오는 인물과 인물 사이의 인격적 만남. 이런 장을 만드는데 두려워하지 말고, 실험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관리형 목회나 사역은 고만고만한 소시민을 만들어 낼뿐 자신의 머리로 사고하고, 가슴으로 갈 길을 찾는 인물은 배출하지 못한다. 역사의 인물들과 운동들을 연구함으로써 오늘날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되새겨 보는 작업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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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송

청어람 대표. 복음주의 운동가. 몇권의 책을 썼지만, 좌우명은 "노는게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