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 매거진

[인터뷰] 평화와 화해에 대한 자신의 언어를 가졌는가 (크리스 라이스)

청어람 ARMC는 10월 15일(목)부터 5주간 "화해와 평화의 제자도" 강좌를 연다. 주 강사는 <화해의 제자도: 정의, 평화, 치유를 위한 기독교적 비전>(IVP, 2013) 저자인 크리스 라이스(Chris Rice)이다. 미국 듀크대 신학부의 화해 센터(Center for Reconciliation) 창립 소장이기도 했고, 지금은 Mennonite Central Committee U.S. (MCC U.S.)의 동북아시아 책임자로 부임해 춘천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신촌의 청어람 사무실을 처음 찾은 날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who are you?
why peace and reconciliation?
why me?

묻는 자와 답하는 자리가 뒤바뀐 셈이었지만 그 대화는 우리가 이런 강좌를 기획한 의도를 상세히 되짚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청어람ARMC의 시작과 그간의 과정에 대한 긴 설명이 끝나고 두 번째 질문이 이어졌다.

크리스 : 청어람은 왜 ‘평화와 화해’ 문제를 다룹니까?

양희송 : 청어람은 이제 10년이 된 단체입니다. 초창기 명동 시절부터 3년 전 신촌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꾸준히 정치사회 이슈를 다루는 강좌들이 있었어요. 보통 기독교권에서 이런 주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국가관’, ‘칼뱅의 정치관’ 같은 제목을 걸어놓고 옛날 신학자들의 사상을 다루는 식의 접근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무슨 말했는지 배우다 지쳐 현재 진행형인 이슈는 전혀 건드리지 못한다는 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접근 방법을 반대로 바꾸었죠. 현재의 질문을 놓고 이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거꾸로 불러내자. 그래서 그간 ‘한반도 평화체제’를 공부하는 강좌도 있었고, 주요한 선거들이 있으면 이번 선거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것이 쟁점인지, 기독교인들이 주의할 지점과 적극적으로 참여할 지점은 어디일까 등을 다루어 보았습니다.

청어람을 경험하며 시민사회의 평화운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만 아쉬웠던 것도 있었어요. 평화운동가 캠프에 한번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평화학(peace studies)’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주제로 토론하는 소그룹에 속해 있었는데, 토론 주제가 ‘평화란 무엇인가?’, ‘어떻게 평화를 가르치고, 살아내게 할 것인가?’ 등이었어요. 그런데 평화를 논하면서 주요 종교의 평화 이해는 좀 뒤로 밀어놓고, 소위 비종교적 언어로 평화론을 전개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아마 종교적 언어로 평화 논의를 하면 타종교의 공감을 끌어내는 게 어렵다고 본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반대로 기독교, 불교, 이슬람 등의 주요 종교 전통 속에서 ‘평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실천 혹은 실패하면서 왔는지 논의를 배제하면 평화 논의가 매우 앙상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소위 ‘세속적 언어’로만 평화를 말할 것이 아니라, ‘종교적 언어’가 그 논의에 반드시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도 기독교의 평화에 대한 이해가 짧다는 것입니다. 그간 청어람에서는 2014년 초에 ‘평화’를 주제로 박충구 교수(감신대 윤리학)의 <종교의 두 얼굴: 평화와 폭력>(홍성사, 2013) 책을 통해 신구약과 역사 속의 ‘평화’ 문제를 공부하기도 했고, 간간이 KAC(Korean Anabaptist Center)를 통해 좋은 강사들이 방한하면 공동으로 강연을 열기도 했습니다.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도 북토크와 현지 방문 등을 했었지요. 그러나 여전히 기독교적 언어로 평화의 문제를 충분히 다루어 보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리스 : 동감입니다. 국제적으로도 ‘평화학’으로 학위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매우 드뭅니다. 제가 아는 어떤 이는 평화학 공부를 위해 남미의 코스타리카까지 가야 했어요. 또 평화학을 가르치는 학교도 대체로 사회과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있는데, 신학자들이 충분히 연구와 가르침에 결합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국제정치 전공에서 한 측면으로 평화 연구를 하는 방식인 거지요. 저는 그리스도인들이 평화와 화해에 대한 자신의 언어를 갖는 것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는데 동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경의 ‘애가(lament)’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고통을 이해하고 말할 수 있어야 희망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런 언어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요.

크리스라이스2

크리스 : 저는 그리스도인들이 평화와 화해에 대한 자신의 언어를 갖는 것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는데 동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경의 ‘애가(lament)’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고통을 이해하고 말할 수 있어야 희망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런 언어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요. ⓒ청어람매거진

크리스 : 왜 이번에 강좌를 열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가요?

양희송 : “왜 지금인가(why now)?”란 질문에 답을 하려면 청어람의 최근 몇 번의 계기를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될 텐데요. 저희가 매년 진행하는 청어람 청년사역 콘퍼런스의 작년 주제가 ‘공적 신앙’이었어요. 이례적으로 주로 지역 교회 청년 목회를 하는 청년사역자들이 150여 명 가량 참석했는데, ‘공적 신앙’이란 주제에 그렇게 많은 수의 사역자들이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아마 콘퍼런스 직전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세월호 참사는 고난주간 수요일에 일어났습니다. 부활주일을 맞이하는 한국교회는 이 참사 앞에 매우 당혹스러워했습니다. 흔히 해오던 방식으로 부활절을 기쁘고 즐거운 분위기로 맞을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그 고통을 다룰 수 있는 적절한 신학적 통찰도 확보가 안 되었지요. 그때 많은 목회자들이 ‘신학적 언어’의 상실과 무력감을 경험했습니다. 우리의 신앙 안에 이런 문제를 감당할 역량이 없다는 거였지요.

또 하나 있습니다. 그보다 전에 저희가 5년간 해왔던 ‘소장 연구자 콘퍼런스’란 것이 있는데 2010년 제3회 콘퍼런스의 주제가 ‘폭력’이었어요. 인문, 사회, 역사, 신학 등 다양한 전공의 석박사급 발표자들의 논문을 통해 ‘폭력’이란 주제를 다뤄보았고, 저녁시간에는 중견 학자들을 모시고 난상토론을 벌였죠. 그때 우리가 직면한 것은 한반도의 역사는 해결되지 않은 폭력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는 현실이었습니다. 일제시대도 그렇고, 한국전쟁은 그 자체가 거대한 폭력이었지요. 그 와중에 이념과 상관없이 이쪽 저쪽에 의해 무고하게 죽어간 민간인들이 또 얼마나 많습니까? 제주도 4.3 사건을 비롯한 여러 민간인 학살 사례들, 그 이후에 베트남 전쟁, 광주 민주화 운동의 희생,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죽거나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용산참사에서 죽은 세입자들과 진압경찰들,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 현장에서 벌어지던 과격한 진압의 희생자들, 군대 내 의문사 문제 등… 이런 걸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하지 감당이 안 되는 거지요. 한국 사회는 폭력의 문제에 불감증인 것 같아요. 이를 풀어야 할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아니 풀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셈이지요. 저희는 이제는 ‘공적 신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과 더불어 기독교 신앙이 한국 사회가 이런 문제를 감당하도록 자극도 하고, 격려도 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하는 거지요.

크리스 : 제 책이나 강의가 그런 문제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양희송 : 당신과 임마누엘 카통골레가 공저한 <화해의 제자도>는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우리의 사례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좀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생각합니다. 당신이 다룬 인종차별이나 인종학살의 사례들은 비록 이 땅에서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우리의 이슈들과 연결되는 지점이 보입니다. 지구상의 다른 지역에서 이런 고통을 겪어갔던 사람들이 그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배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크리스 : 어떤 사람들이 강좌에 오게 됩니까?

양희송 : 그간 청어람 강좌를 거쳐 갔거나, 이 주제와 관련하여 관심 있게 지켜보며 고민하던 이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조금 더 직접적인 기대는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는 한·중·일 기독청년들을 위한 수양회인 셈인데, 3회부터 청어람이 주최하고 있습니다. [지난 대화 보기] 그 대회의 사전대회(pre-conference)로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보통 5-60여 명 규모로 해왔는데, 한국-중국-일본의 그리스도인들이 모여서 수양회를 하려니 그 기조로 ‘평화와 화해’가 깔릴 수밖에 없습니다. 세 나라가 모두 서로 전쟁을 겪은 과거사 문제가 있고, 현재도 영토분쟁이 쟁점으로 있는 상황입니다. 비즈니스, 유학, 관광 등으로 자연스러운 교류가 엄청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스포츠 경기 때 보면 여전한 상호 적대적 정서가 엄연히 존재합니다. 매번 수양회 때마다 세 나라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역사’, 특히 ‘공통의 기독교 유산(common Christian heritage)’을 발굴하려고 노력하는 대회입니다.

크리스 : 어떤 방식의 만남이 되면 좋을까요?

양희송 : 책의 저자를 모셨으니 당신의 책 <화해의 제자도>를 제대로 읽고 토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일방적 강의보다 워크숍 형태로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5주간의 기간을 통해 이 주제에 대한 이해도와 대응 역량이 확대·심화 되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강좌 말미에 가면 ‘화해와 평화의 제자도’를 실천하기 위한 우리들 나름의 실천 목표라도 설정이 되면 좋겠네요.

크리스라이스

양희송 : 한국 사회는 폭력의 문제에 불감증인 것 같아요. 이를 풀어야 할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아니 풀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셈이지요. 저희는 이제는 ‘공적 신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과 더불어 기독교 신앙이 한국 사회가 이런 문제를 감당하도록 자극도 하고, 격려도 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하는 거지요. ⓒ청어람매거진

양희송 : 지난 4월 일본 나가사키에서 듀크대 동북아시아 평화센터가 주관한 ‘제3회 동북아시아 평화 콘퍼런스’가 있었지요. 저도 그때 초청을 받아 가서 당신을 처음 만났지요. 한중일의 복음주의자, 에큐메니컬, 가톨릭, 메노나이트 등에서 고르게 오셨고, 젊은 리더들과 여성 지도자들이 주도적으로 콘퍼런스를 진행하도록 하고, 동시에 비중 있는 학자들과 지도자들도 많이 참석해서 일주일간의 모임이 매우 알차고 좋은 대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 콘퍼런스를 끝으로 듀크대의 동북아시아 평화센터 소장에서 물러나고, 메노나이트 교단의 동아시아 지역 책임자가 되셨어요. 그 상황을 간단히 소개해주시지요.

크리스 : 듀크대의 지원으로 이런 콘퍼런스가 잘 진행되어서 좋습니다. 원래 메노나이트 교단 동아시아 사무실은 중국 베이징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외국인이 관련된 NGO 단체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많이 두기 때문에 사무실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몇 가지 대안을 모색하던 중 한국에 베이스를 두자는 제안이 있었고, 서울보다는 춘천으로 오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춘천은 너무 아름다운 도시이고, 집과 사무실도 가깝습니다.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교회도 있어서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북한까지 포함해서 동아시아 전체를 잘 섬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무슨 일을 벌이기보다는 우선은 우리를 이곳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을 만나서 배우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주로 갖고 있습니다.

제 부모님은 한국 선교사이셨습니다. 70년대에 한국에 와서 ECF(Ecumenical Christian Fellowship)을 열심히 지원했지요. 신촌, 연희동 일대는 제 어린 시절 익숙하게 돌아다니던 공간입니다. 저희 집에 경희대 학생들이 많이 놀러 왔던 것을 기억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여가에는 당시 인권운동에도 관여하셨습니다. 종종 정치적 이유로 은신하던 이들이 저희 집을 거쳐 가기도 했고, 저희 집 지하실에서 이런저런 인쇄물을 찍느라 등사기를 열심히 돌렸던 것도 기억납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 이야기는 제 책에도 좀 나와 있는데, 저는 주로 인종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운동을 했었습니다. 그때 배우고 고민했던 것들이 저의 평생 과제가 되었지요. 한국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니 기쁘군요.

양희송 : 이번 강좌를 통해 한국의 그리스도인 형제자매들과 긴밀하게 만나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우리도 많이 배우고, 한국의 사례를 놓고 많이 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곧 만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강좌정보] 

[커리큘럼]

-제1강(10/15) 평화(Peace)-화해(Reconciliation)란 무엇인가?
-제2강(10/22) 화해(Reconciliation)에 대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
-제3강(10/29) 탄식(Lament), 왜-무엇을-어떻게 할 것인가?
-제4강(11/05) 희망(Hope)의 가능성을 찾아보라
-제5강(11/12) 평화(Peace)를 노래하자

[안내]

  • 일시 : 2015년 10월 15일~11월 12일 7:30PM (매주 목요일/5주간)
  • 장소 :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 4층 (합정역 7번 출구 상수동 방향 –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20)
  • 강사 : 크리스 라이스
  • 교재 : <화해의 제자도>(IVP) *참가자 개별 구매
  • 수강비 / 60,000원 (학생, 취업준비생, (기독)시민단체 활동가, 청어람후원자 50,000원)
  • 수강신청 : ichungeoram.com/9576 -> 수강비 송금 -> 등록완료
  • 송금계좌 : [기업은행] 148-073630-01-011 (청어람아카데미)
  • 문의 : 02-319-5600 / iam@ichungeor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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