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 매거진

[희년 이야기 01] 희년(Jubilee)이란 무엇인가요?

교황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반구이(Bangui)에 있는 대성당의 문을 열어젖히는 것으로 오는 12월 8일부터 시작되는 '자비의 특별희년(The Extraordinary Jubilee Year of Mercy)'의 개시를 알렸습니다. 원래 가톨릭교회에서는 희년(Jubilee) 혹은 성년(Holy Year)을 시작할 때,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의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아프리카 순방 중에 가난한 아프리카 교회와의 연대를 상징하며 이를 시행한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교황의 행보가 특별히 올해 12월에서 내년 11월까지 일 년 간 특별희년이란 이름으로 이어질 텐데, 이 기회에  '희년 정신'을 교회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되새겨볼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로마가톨릭의 희년 역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희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희년(jubilee)의 의미

‘희년’은 구약 성경에서 ‘요벨(yobel)’이라고 부릅니다. 원래 고대 이스라엘에서 7년마다 맞이하는 안식년(Sabbatical year)의 일곱째 달 제10일이면 대속죄일을 선포하게 되는데, 이때 불게 되는 ‘양의 뿔로 만든 나팔’이 쇼파르(shofar) 혹은 요벨이지요. ‘희년’은 그 안식년이 7번 지난 50년째를 맞아 선포하게 되는 일종의 ‘안식년의 안식년’ 혹은 ‘대안식년’에 해당합니다. 이를 ‘기쁨의 외침(shout for joy)’이라 표현했는데 이를 표현한 라틴어 ‘주빌리오(jubilio)’ 혹은 ‘주빌라레(jubilare)에서 영어의 ‘주빌리(jubilee)’란 단어가 파생되었습니다. ‘희년(禧年)’이란 우리말 성경의 단어 역시 ‘기쁨의 해’란 뜻입니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희년(jubilee)’이란 ‘한 사회가 주기적으로 멈추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50년을 주기로 부채와 노예와 토지의 소유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리셋(reset)을 하고 사회를 리부트(reboot)하자는 주장입니다. 물론, 이런 고대의 지혜를 따라 한 번에 리셋이 될 만큼 현대 사회가 한 덩어리로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회 전체 네트워크가 누적된 폐해로 인해 주저앉지 않도록 곳곳에서 저마다 리셋과 리부트를 해볼 수도 있겠지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라는 소중한 공간이 붕괴하지 않도록 적절하고도 재빠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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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jubilee)’이란 ‘한 사회가 주기적으로 멈추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즉, 50년을 주기로 부채와 노예와 토지의 소유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리셋(reset)을 하고 사회를 리부트(reboot)하자는 주장이다. 이미지 출처 : www.flickr.com/photos/joliebean/

희년(jubilee)의 사회적 상상력

얼마 전 ‘희년’을 주제로 한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습니다. 단행본을 하나 마무리하는 과정은 언제나 호흡이 가쁩니다. 막판에는 머리도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고요. 지금 한국 독자들에게 ‘희년’이 도대체 어떤 맥락에서 의미가 있을까가 제일 큰 고민이었습니다. 일반 출판사와 작업한 것이니 ‘희년’을 주제로 한 성서학 연구가 될 수도 없고, 그간 ‘토지정의’ 관련해서 나온 책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따로 계시니 제가 손 댈 일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기독교인은 ‘희년’ 규범을 상징화해서 종교의례로 전환해놓는 경향이 강합니다. 일단 그 내용을 잘 모르고, 깊이 고민해보지 않으니 그냥 구약에 나오는 이상적인 율법적 제도의 하나 정도로 간주하고 더는 나아가지 않습니다. 이 내용을 사회적 규범과 제도로 고민한 이들은 극소수에 해당하지요. 반면에 기독교인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혁신을 꿈꾸었던 이들의 작업 속에는 희년정신의 편린이 반짝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것을 희년의 ‘사회적 상상력’이라고 봅니다. 이 논의를 최대치로 엮어서 재조명해보자는 것, 이 맥락에 함께 놓을 수 있는 것을 가능한 한 넓게, 시공간을 확장해서 살펴볼 때 우리 눈앞에 들어올 수 있는 그림을 한번 그려보자는 것이 이번 책의 시도입니다.

최악의 한국사회, 이제 희년(jubilee)을 이야기하자!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뒤져볼수록 한국사회의 암담한 풍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시 위로를 얻는 것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낸 대부분의 운동과 사상과 사건은 그 사회가 역사적으로 최악의 조건에 처해있을 때, 이를 극복하고자 나선 강력한 동기에서 비롯되더라는 점입니다. 더는 잃을 것이 없다는 그 생각, 그 지점에 이르러야 반등하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물론, 그때 튀어오를 방향과 내용을 담은 지향점은 있어야 합니다. ‘희년’ 이야기가 그런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제 소망이기도 하지만,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인이라도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참 많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보자는 심정으로 첫발을 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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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반구이(Bangui)에 있는 대성당의 문을 열어젖히는 것으로 오는 12월 8일부터 시작되는 ‘자비의 특별희년(The Extraordinary Jubilee Year of Mercy)’의 개시를 알렸습니다. [관련기사 보기]  원래 가톨릭교회에서는 희년(Jubilee) 혹은 성년(Holy Year)을 시작할 때,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의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아프리카 순방 중에 가난한 아프리카 교회와의 연대를 상징하며 이를 시행한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교황의 행보가 특별히 올해 12월에서 내년 11월까지 일 년 간 특별희년이란 이름으로 이어질 텐데, 이참에 ‘희년 정신’을 교회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되새겨볼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로마가톨릭의 희년 역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희년’ 이야기는 앞으로 청어람매거진을 통해 연재할 글과 조만간 발간될 책을 통해 자세하게 다룰 예정입니다.

희년

가톨릭교회는 2015년 12월 8일부터 2016년 11월 20일을 ‘자비의 특별희년(The Extraordinary Jubilee Year of Mercy)’으로 선포했다.


양희송
양희송

청어람 대표. 복음주의 운동가. 몇권의 책을 썼지만, 좌우명은 "노는게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