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캠페인 레터_02] 이런 일이 일어날 공간을 찾고 싶습니다.

2022-11-24

안녕하세요, 청어람 박현철입니다. 

지난주 청어람 랩 캠페인 소식을 접하신 많은 분들이 반응해주셨습니다. 프로젝트 페이지에 격려와 의견을 남겨주신 분들도 많고, 개인적으로 연락 주셔서 형편과 사정을 물어봐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어려운 때에 쉽지 않은 계획을 덜컥 꺼내놓았음에도 보내주시는 응원과 관심을 대할 때마다 청어람 혼자만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님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 목적과 사명에 적합한 공간을 갖고자 합니다

4년 전 신촌에서 종로 낙원상가로 공간을 옮긴 이유는 약 70평 크기의 강의장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저희가 진행하던 강좌에는 적을 경우 2-30명, 많을 경우 6-70명 수준의 청중이 모이고 있었습니다(물론 그때도 10명 내외의 세미나도 있었습니다). 매번 강의장을 찾는 수고와 대관 비용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큰 공간을 위탁 운영하는 것이 저희의 규모와 방향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낙원상가에 입주한 후 코로나 이전까지 1년 동안 월례강좌나 북토크 행사 등 각종 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청어람홀은 큰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의 의미가 달라졌고, 청어람의 규모와 방향도 작은 모임 중심으로 전환했기에 지금 공간은 저희의 방향과 목적에 딱 맞는 공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공간 유지와 운영을 위해 지출되는 비용이나 저희 수고가 적지 않음에도 지난 3년 동안 저희가 청어람홀을 사용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저희는 운영하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 노력했고 감사하게도 청어람홀은 이제 여러 시민단체, 교계 단체, 공공기관이 의미 있게 사용하는 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저희는 청어람의 다음 행보를 구상하며 저희의 목적과 사명에 적합한 공간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공간의 규모는 저희 목적과 사명에도 연결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청어람은 석학들의 강연장보다는 평범한 세속성자들의 사랑방이 되고 싶습니다. 매끈한 지식의 가르침이 일어나는 ‘강의’ 보다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되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표정과 몸짓을 충분히 살피며 반응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서로를 연결시키는 게 청어람의 지향점입니다. 그런 ‘모임’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조금 작은 규모의 ‘맞춤형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웃들이 서로 모인 사랑방 같은, 편안한 친구들을 초대한 거실 같은, 오가는 사람들이 편히 들러 이야기 나누고 자극을 받는 살롱이자 놀이터 같은 공간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물론 좋은 강의와 규모 있는 모임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규모의 모임은 빈도와 우선순위를 고려해보면 다른 공간을 빌려서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모임, 편안한 대화와 만남을 통해 공동체적 배움, 그로 인한 역동성과 상상력이 일어날 수 있는 적절한 규모의 공간을 우선하고 찾고, 그 공간에 맞춰 저희의 콘텐츠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 청어람 랩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 이런 일이 일어날 공간을 찾습니다

‘갈 바를 알지 못한다’고 썼지만 저희는 아브라함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기에, 지난 9월부터 나름대로 공간을 물색하며 저희가 갈 공간을 구상해보았습니다. 실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문화공간들을 답사하고, 임대가 가능한 공간을 찾아다니며 발품도 꽤 팔았습니다. 그 결과 대략 30평대의 2-3개의 독립 공간으로 구분할 수 있는 공간이 현재 저희의 필요나 현실에 적합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가장 익숙한 방 세 개짜리 ‘집'을 모델로 대략의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말 그대로 '대략의' 평면도를 그렸었습니다.

가장 큰 공간이며 필수적인 공간인 거실은 10-15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넓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청어람 랩의 색깔을 규정하는 공간이자, 저희가 집중하고 우선순위에 두는 작은 모임이 운영될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일주일에 1-2회 정도 저녁시간에 10~15명의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책모임이나 세미나가 제일 많겠지만, 그 외에도 워크숍, 대화모임, 명사와의 만남 같은 다양한 모임이 운영되는 생기 있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공식적인 모임이 운영되는 시간이 아니더라도 손님들이 편안히 찾아오셔서 차 마시고 대화 나눌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작은 방이 하나 있다면 5-6명 정도가 둘러앉아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운동을 작당할 수 있는 영감이 쏟아지는 방이 되겠지요. 저희뿐 아니라 필요한 이들에게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로도 사용하려고 합니다. 

또 하나의 공간은 1-2명이 사용할 수 있는 연구실, 작업실로 만들고 싶습니다. 가장 작지만 가장 긴요하게 쓰일 공간이라 기대합니다. 작은 책장과 책상 하나를 놓고 ‘시간과 정신의 방'을 만들려고 합니다. 독립 연구자들, 혼자 책 읽고 글 쓸 공간이 필요한 작가나 번역가들, 단기 작업실 혹은 독서 피정이 필요한 분들에게 열어놓겠습니다. 

여기에 큰 방 하나가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청어람 스텝 4명이 상주하며 일하는 사무공간이 필요하니까요. 저희는 좀 어지르는 편이라 넓으면 좋겠지만, 사이가 나쁘지는 않으니 좀 복닥거리는 방에 빠듯하게 욱여 들어가 정답게 일을 하겠습니다.

회의 후 좀더 심화된(?) 그림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필요들을 잔뜩 적어두었습니다. 창도 꼭 필요하지만 벽이 많았으면 좋겠고, 층고는 가능한 높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최대한 많이 꽂아야 하거든요. 주방 시설도 있으면 훨씬 다양한 모임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접근성도 고려하고 있는데 전철역이나 대중교통 접근성도 중요하지만 휠체어 사용자나 노약자들도 편히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누구보다 세밀하게 그려냈습니다. 너른 '간식 먹는 곳'이 눈에 띕니다. 

이것저것 쓰다 보니 이런 공간은 천국에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이 땅에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의 사명에 맞는 적당한 공간을 찾고 새 옷을 입고 새로운 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미 일주일 만에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만, 조금 더 많은 힘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후원, 조언, 제안을 통해 이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현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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