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160] 나의 미니홈피 다이어리를 돌아보며 🔖

2025-04-02

나의 미니홈피 다이어리를 돌아보며 🔖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풍관


글쓰기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합니다. 아무 주제 없이 네이버 블로그에 일기 쓰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제 첫 공개 글쓰기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였습니다. 2004년에 미니홈피를 만나고 저는 제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다이어리'에는 그날 있었던 일들을 시시콜콜 적었고, '게시판'에는 아무도 관심 없을 제 어릴 적 이야기나 좋아하는 가수들 이야기를 적기도 했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 싸이월드의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저는 싸이를 꿋꿋하게 지켰습니다. 페이스북으로, 인스타그램으로 떠나던 제 ‘일촌’들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면서요. 제 미니홈피 방문자는 채 10명도 남지 않게 되었지만, 그때에도 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이어리'에 글을 올렸습니다. 

 

혹시 ‘싸이북’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어요. 10년 전 무렵 싸이월드는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이용자가 그간의 모든 데이터를 다운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돈을 내야 했죠. ‘싸이북’이란 명칭은 달았지만 그냥 저용량 PDF파일일 뿐이었습니다. 저는 몇 만원을 지불하고 그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싸이월드에 올렸던 모든 사진과 글을 남겨두고 싶었거든요. 어설픈 편집본을 5개의 파일로 나누어 다운로드 받았죠.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제 진짜 싸이와는 이별이구나’. 그렇게 쫓겨나듯이, 연인과 헤어지듯이 블로그로 제 온라인 거처를 옮겨 갔습니다.

 

사람들은 왜 글을 쓰고 싶어할까요. 저는 글 쓰고 싶은 마음의 바탕에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열망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을 알아줄 누군가일 수도 있고 아직 만나 본 적 없는 우정일 수도 있겠죠. 그 누군가는 어쩌면 나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나, 충분히 잘 대해주지 못했던 과거의 나, 일하고 생활하느라 일상의 감각을 닫아건 채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나. 우리가 자신의 경험에 관한 글을 쓸 때 마주하는 대상은, 그런 ‘무수한 나’인 지도 모릅니다. 나를 이해하고 싶어서, 새롭게 만나고 싶어서, 불화했던 나 자신과 화해하고 싶어서 우리는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을 돌아보고는 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기어이 글을 쓰기도 하죠. 

 

저는 유명인의 성공담보다 누군가의 사적인 이야기가 좋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소한 경험과 아득한 추억들, 깊은 상처와 취약한 면면들이 제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야기는 아무래도 자서전(Autobiography) 보다는 회고록(Memoir)에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회고록은 사적이고 내밀한 ‘나의 이야기’로 촘촘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자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용감하게 드러낼 때 그가 속했던 사회의 단면이 새롭게 조명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회고록에는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지나갔던 진실과 풀어야 할 숙제가 담겨 있습니다. 때로 그것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질문으로 번져오지요. 

 

레이첼 헬드 에반스의 회고록은 2010년대에 동시대의 신앙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레이첼은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들을 돌아보며 미국 남부의 보수적인 교회에서 아무도 제대로 이야기 해주지 않았던 것들, 모두가 꺼려왔던 질문들을 꺼냈습니다. 진실되고 가감없는 레이첼의 이야기는 미국 교회와 사회를 들썩이게 만들었습니다. ‘기독교란 무엇인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되묻게 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레이첼의 회고록을 읽으며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남부 개신교 만큼이나 보수적인 한국 교회에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제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레이첼과 제가 비슷한 질문을 통해 서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가능했겠지요.  

 

여러분의 신앙 여정에서 지금도 잊혀지지 않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내가 교회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느껴졌던 때는요? 반대로 내가 너무 형편없다고 느껴졌던 순간도 있으시겠지요. 목회자나 리더를 동경했던 때와 크게 실망했을 때, 내 안의 질문들을 털어놨을 뿐인데 위험하고 믿음 없는 사람으로 여겨져 깊이 상처 받았을 때, 내가 사랑했던 교회가 너무 미워서 온몸에 화가 뻗쳤을 때. 그 시간들은 지금도 우리 안에 남아 있을 겁니다. 그 어떤 이론이나 분석으로도 온전히 포착되기 어려운 우리 몸의 감각과 감정의 응어리로서 말이죠. 저는 레이첼 헬드 에반스의 글을 읽으며 우리가 과거를 꾸준히 돌아보아야만,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해야만 ‘교회에서 밀려났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거기서 나의 과거와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화해를 꿈꿀 수 있다는 것도요.

 

세속성자 글쓰기’에서 그 대화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떠세요? 우리의 신앙 여정을 돌아보면서, 과거의 내가 무심히 흘려보냈던 나 자신을 다시 만나러 가는 것이지요. 조금 부담스러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내 안에서 대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 막막하실 수도 있고요. 하지만 우리가 레이첼 헬드 에반스가 될 필요는 없잖아요! 그럴 이유도 없고요. 그저 우리 자신이 되어 내 이야기를 써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미니홈피에 다이어리 쓰듯이, 블로그에 일기를 쓰듯이 부담 없이 참여하셔도 분명 즐겁고 멋진 시간이 될 거라고 자신합니다.

 

저는 싸이월드 이용자로 지내던 10년 동안 제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써내려갔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 경험이 싸이월드가 저에게 준 큰 선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글을 올리면 대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만 우울해 하고 자라’ 같은 애정어린 악플(?)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가끔 ‘네 다이어리를 보러 가끔 들른다’,  ‘힘이 된다’ 같은 댓글을 받기도 했어요. 별 뜻 없이 건넨 응답이었겠지만, 큰 응원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저도! 이번엔 모임의 진행자로서 여러분의 글에 댓글을 달아드리려고 해요. 

 

나 자신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 내 마음을 잘 헤아려 줄 글쓰기 동료들을 만나고 싶으신 분, 사람들 사이에서 나의 사소한 이야기가 더없이 소중해지는 광경을 목격하고 싶은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온라인 참여도 가능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두드려 주시면 좋겠어요. 그럼 글쓰기 모임에서 뵙겠습니다.

[2025 세속성자 글쓰기 1] 나의 신앙 여정 돌아보기

회고록(Memoir)은 개인의 경험과 기억,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돌아보고 기록하는 장르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에 두고 있지만 그 경험을 통해 더 넓은 사회적 맥락을 발견하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나의 신앙 여정 돌아보기’는 일종의 회고록 쓰기로, 각자의 신앙 여정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회고하고 기록합니다. 서로의 진솔한 기록에 대답하고 대화하면서 ‘쓰는 용기’를 북돋습니다. 나 자신의 경험이 오늘 우리의 기독교 신앙에 꼭 필요한 이야기가 되어 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고 싶은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일정 : 2025년 4월 15일~5월 27일(매주 6회, 화) 저녁 7시 30분 

진행 방식 : 온라인 줌

함께쓰기




💫청어람에서는 지금?!

[마침] [성서일과 원정대] 3월 사순절은 각자의 읽는 자리에서 매일의 나눔을 이어가며 마쳤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4월의 원정대도 합류하여 이어갑니다.

[진행 중] 읽는 신학교는 18명의 챌린저와 함께 <터닝포인트>를 읽어가고 있습니다.

[진행 중] 하루 한 끼 채식을 실천하고, 생태와 신앙에 대해 고민하는 40일의 2025 사순절 채식 순례에서는 순례자들과 매일의 채식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진행 중] <그女를 기억하며>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하여 챌린지는 참여자 각자의 호흡대로 읽어가기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온라인 강의 즉시 수강] 드라마로 사회읽기, 현대신학의 줄기와 잎새들, 갈라디아서 - 온라인 신약학 클래스, 독서학교, 여성주의 영성 - 새로운 담론을 찾아서 등의 다양한 강좌를 바로 수강하실 수 있습니다.

[재정보고] 청어람 재정/후원내역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마음을 모아주시는 후원자 여러분께 언제나 감사를 드립니다.


성서일과 원정대 - 4월 사순-부활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관점, 다양한 해석으로, 성경을 같이 읽어나가는 공동체적 성경 읽기를 지향합니다. 청어람은 참여자가 자기 관점으로 성경을 읽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개정공동성서일과(RCL)에 따른 일정 안내와 묵상 가이드가 제공됩니다. ‘성서일과 원정대’ 참가자에게는 손쉽게 본문을 확인할 수 있는 닷바이블 역본 패키지가 (선착순으로 코드가 소진될 때까지) 제공됩니다.

일정 : 2025년 4월 1일 화요일~4월 30일 수요일

온라인 미팅: 추후 안내, 온라인 줌

4월 사순-부활 원정대에 참여하기


[읽는 신학교] 기독교의 역사: 걸음들

기독교는 단지 종교적 신앙일 뿐 아니라 서양 문명의 형성과 발전에 가장 깊이 영향을 미친 역사적, 문화적 현상이기 때문이죠. 현대에 들어와서는 서구 뿐 아니라 아시아와 남반구 전체, 곧 세계 전체와 영향을 주고 받고 있고요. 이번 읽는 신학교에서는 수많은 기독교 역사 책 중에서도 세계사의 관점에서, 그리고 사회와 교회가 영향을 주고 받으며 형성되어 온 관점에서 역사를 살피는 책 세 권을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세션1 _ 2025. 3. 17~4. 6 (총 3주) 난이도: ★★★☆☆ <터닝 포인트>

세션2 _ 2025. 4. 14~5. 18(총 5주) 난이도:★★★★☆ <도미니언>

세션3 _ 2024. 6. 2~6. 29 (총 4주) 난이도:★★★★☆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

온라인미팅: 각 세션 첫째날과 마지막날에 온라인 미팅

읽는 신학교 세션2, 세션3에 참여하기


[대화모임] 나중이 없는 민주주의,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

“나중이 없는 민주주의,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 대화 모임은 우리의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고 씩씩하게 상상하기 위해 마련 되었습니다. 전문가의 분석을 넘어, 동료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나누며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세부 일정 및 토론 주제

1주차: "우리는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나요?"

2주차: "이 엉망진창 세상을 사랑할 방법은 없을까요?"

3주차: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으로 함께 갑시다"

일정 : 2025년 4월 23일~5월 7일 (매주 3회, 수) 저녁 7시 30분 

모집 인원 : 12명

진행 방식 : 온라인 줌

황해문화 126호 읽으며 대화 나누기


3월에 2주간 걸쳐 진행되었던 '[포럼 청어람] 거대하고 기괴한 거룩 - 한국 개신교가 지키는 것'의 두 강의가 언제든 수강이 가능한 온라인 강좌로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궁금하셨던 분들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𝑪𝒉𝒂𝒑𝒕𝒆𝒓1 : 믿음이 망상과 폭력이 되어 - 한국 개신교 극우화의 맥락들

발제 : 서명삼(서강대 종교학과)

토론 : 최승현(뉴스앤조이)

𝑪𝒉𝒂𝒑𝒕𝒆𝒓2 : ‘반젠더’ 키워드로 살펴본 한국 주류 개신교의 내면들

발제 : 김한나(하와이대 정치외교학과 박사수료)

토론 : 몽(인권운동사랑방)

포럼영상 살펴보기


세속성자 주일모임

세속성자 주일모임은 탈교회 시대 성도들의 필요에 대한 응답이자, 탈교회 이후의 교회와 예배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실험입니다. 교회 바깥에서 새로운 예배의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임시적 예배의 공간을 제공하고, 대안적인 예배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모임: 4월 13일 일요일 오후 2시 (매주 2, 4주)

주일모임 참석 예약하기


청어람의 정기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청어람은 한국교회와 한국사회가 꼭 검토해야 할 주제가 무엇인지 제안하고, 통과해야 할 토론을 외면하지 않도록 꾸준하게 모임, 챌린지, 세미나 등을 기획하며 담론의 장을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청어람의 정기후원자가 되셔서 다양한 주제의 활동을 살펴보시고, 30% 할인된 가격으로 모임과 강좌를 이용해 보세요! 

청어람 후원하기



'요즘'에 답장하기



청어람 '요즘' 메일링 구독

'요즘'을 구독하시면 격주로 청어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0

우)04068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40 창영빌딩 4층 | 02-319-5600 | iam@ichungeoram.com

사업자등록번호: 503-82-79507 | 통신판매업 신고 번호: 2019-서울종로-0981호

대표: 박현철 | 개인정보보호책임: 박현철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Copyright ⓒ 2021 청어람ARM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