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빌 언덕 🐢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풍관
안녕하세요. 여러 ‘날’들로 빼곡한 5월은 잘 보내고 계실까요? 저는 5월이 되고 나서야 제 일상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사 온 지 1년 만에 커튼을 다시 달았고, 얼마 전에는 파주시 월롱에 있는 대형 식물 매장에 가서 화분도 몇 개 들여왔습니다. 깜짝 이벤트로 5만 원짜리 수국을 3만 원에 판매하길래 냉큼 구매했고요. 식충식물인 ‘파리지옥’과 ‘네펜데스’를 찾겠다며 총총 걷는 저희 집 어린이의 뒷모습도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지난 연휴 기간에는 하미나 작가의 『미쳐 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동아시아, 2021)을 읽었습니다. 강화도로 향하는 차 안에서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해 며칠 만에 완독할 만큼 사로잡혀 있었어요. ‘미괴오똑’은 ‘제2형 양극성장애’(조울증) 당사자이기도 한 저자가 우울증을 경험한 젊은 여성들의 인터뷰를 엮은 책입니다. 이 책에는 저자 뿐 아니라 ‘우울증’을 경험한 여성 당사자들의 언어와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그들의 언어는 남성들이 주류인 정신의학계의 접근법이 이해하지 못했던 ‘여성 우울증의 사회적 맥락’을 밝힙니다. 그것이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요.
나아가 저자는 여성 우울증 환자들이 치료와 분석의 대상만이 아니라, 고통의 탐구자이자 돌봄과 연대의 주체임을 보여줍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경유하면서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무지를 배웠습니다. 제가 저와 함께 살아온 여성들의 고통을 얼마나 얄팍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알았고, 어린 시절 어머니가 저에게 ‘화풀이를 한다’고 느낄 때마다 차분한 목소리로 “네가 엄마를 이해하라”라던 제 아버지의 조언이 비겁한 합리화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미쳐 있고 괴상하지만, 동시에 오만하며 똑똑한 여자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말과 글이 아니라 이들에 의한 말과 글이다. 무엇보다 주요한 의사결정권이 이삼십 대 여성에게 직접 주어져야 한다.” -미쳐 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하미나 저 예스24 eBook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말과 글이 아니라 이들에 의한 말과 글이다.” 이 문장 앞에서는 제가 참여하고 있는 ‘세속성자 글쓰기’ 모임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세속성자 글쓰기 모임의 주제는 ‘나의 신앙 여정 돌아보기’입니다. 모임에 참여한 분들의 글을 읽다 보면 ‘참 신기하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 글들이 그간 한국교회에 관해 들어왔던 그 어떤 말과 글보다도 제 마음을 건드리거든요. 잊고 있던 어린 시절 추억이나 교회에 깊은 회의를 품었던 순간이 생생하게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그 시절의 설렘과 기쁨, 고통이나 수치심 같은 감정들까지도요. ‘나만 그랬던 건 아니었구나’ 싶어 깊은 위로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한국교회에 정말 필요한 이야기가 여기 있구나 하며 호들갑을 떨고 싶어지기도 해요. 이 이야기들이 더 풍성해지고 서로 연결되어서 ‘미괴오똑’처럼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 미래를 조심스럽게 소망해 봅니다.
흩어져 있었던 고통의 경험들이 언어화될 때 우리 앞에 새로운 세계의 진입로 하나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계라니, 말만 들으면 참 근사한데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지요. 나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부끄러움, 내가 누려온 특권을 인정해야 하는 괴로움, 믿어 왔던 가치들이 산산조각나며 발생하는 우울감, 헛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까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일에는 이 모든 곤란도 포함되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요즘 저는 청어람의 여러 모임과 성서일과 덕분에 용기를 가져 볼 수 있습니다. 저와 같은 두려움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저의 ‘비빌 언덕’이 되어 주고 있달까요.
청어람이 여러분께 그런 곳이 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홀로 서성이다가도 언제든 들를 수 있는, 불안과 고민을 마음껏 꺼내놓으며 비벼 볼 만한 언덕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세속성자 글쓰기 모임을 유심히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울러 곧 청어람에서 열릴 모임에도 눈길을 주세요. 밀려난 이들의 경험에서 복음의 의미를 다시 배우고 우리 모두의 ‘집’을 구성해 보고자 꾸린 ‘밀려난 이들의 집’, 심각한 기후위기의 절망을 인정하면서도 사랑하고 실천하며 파국 이후의 삶을 함께 고민하는 ‘파국 이후의 삶’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세계’는 6월 대선을 앞두고 ‘돌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를 그려보는 시간입니다. 대선 정국에서 빠르게 소비되고 흩어질 말들이 아닌, ‘어떤 사회를 함께 만들어갈 것인가?’로 우리를 데려갈 생생한 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끝으로 세속성자 글쓰기 모임에서 나온 귀한 문장을 소개합니다. 감사합니다.
“단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느님의 뜻을. 누가 알 수 있다고. 특히나 다른 사람에게 향하는 하느님의 뜻을. (…) 조심히 살폈으면 좋겠다. 내게로 향하는 하느님의 뜻은. 나를 향한 연민도, 구차하게 늘어놓는 변명도 아닌, 벌거벗은 채로 우리 둘 사이에서 숨길 수 없는 정직함 앞에서. 그럴 용기가 아직 없는 것을 나는 또 다른 '죄'라고 부르고 싶다.” - Y님

💫청어람에서는 지금?!
[마침] [대화모임] 나중이 없는 민주주의,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의 3주간의 모임을 마쳤습니다.
[진행 중] <읽는 신학교>는 <도미니언>은 18장 <과학>부분을 읽어가는 중입니다.
[진행 중] <나의 신앙 여정 돌아보기>는 <의심>을 주제로 글을 나눕니다.
[진행 중] [성서일과 원정대] 5월 부활절은 매일의 성서일과에 따라 온라인 밴드에서 나눔을 이어갑니다.
[온라인 강의 즉시 수강] 드라마로 사회읽기, 현대신학의 줄기와 잎새들, 갈라디아서 - 온라인 신약학 클래스, 독서학교, 여성주의 영성 - 새로운 담론을 찾아서 등의 다양한 강좌를 바로 수강하실 수 있습니다.
[재정보고] 청어람 재정/후원내역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마음을 모아주시는 후원자 여러분께 언제나 감사를 드립니다.
오직 고통당하는 하나님만이』 출판 기념 북토크에 초대합니다!
"오직 고통당하는 하나님만이"
이 짧은 고백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깊은 질문과 소망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IVP와 청어람ARMC가 함께 준비한 이번 북토크에서는, 의심과 고통, 그리고 그 너머의 소망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눕니다.
*일시: 2025년 5월 14일(수) 저녁 7:30–9:00
현장: VP산책 X 일용할커피(마포구 동교로 156-10)
온라인: 청어람ARMC 유튜브 생중계
박현철 대표(청어람ARMC) X 김종호 목사(역자) X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북토크 신청
[연대]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9주기 여성주의 연합예배 <너희는 먼저 [ ] 나라와 [ ] 의를 구하라>
2017년부터 시작된 여성주의연합예배는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는 예배를 꿈꾸며 여러 공동체가 함께 마음을 모아 이어온 신앙의 연대입니다. 올해로 9년째, 다시금 함께 모입니다. 2025년 여성주의연합예배는 떼제 기도의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침묵과 기도, 노래와 말씀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기억하고, 이 땅의 혐오와 폭력을 멈추게 할 상상과 꿈을 나누고자 합니다.
*일시: 2025년 5월 15일(목), 저녁 7시 30분
*장소: 대한성공회 대학로교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93, 혜화역 3번 출구 120M)
예배 참여
[사이 북클럽]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세계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여러 논의가 교차하는 '돌봄'의 가치를 이해하고 정치적 맥락을 살피며 다양하고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 앞으로의 한국 사회를 함께 그려봅시다.
일정: 2025년 5월 21일~6월 4일, 수요일 3주 저녁 7:30~9:30
모집 인원: 10명 내외
진행 방식: 현장과 온라인 줌
사이 북클럽과 함께!
[세속성자 북클럽] 밀려난 사람들의 집
주류 권력의 복음이 아니라 ‘적은 무리의 복음’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으신 분, 스스로 ‘밀려난’ 경험을 갖고 있거나, ‘밀려난’이들과 어떻게 연대하면 좋을지 고민하시는 분, 변방에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우리의 영토, 집을 마련하고 따뜻하고 느슨한 공동체를 경험하고 싶으신 분을 기다립니다. 차별과 배제로 인해 잊혀진 목소리들이 교차하는 곳에서, 치열하게 묻고 답하며 모두의 연대를 다져 보아요.
일정 : 2025년 5월 19일 부터 매주 월요일 4주간, 저녁 7:30-9:30
진행방식 : 현장+온라인 줌(오프라인 4명 이하일 경우 전체 온라인 전환)
세속성자 북클럽과 함께!
[기후위기 북클럽] 파국 이후의 삶
이 책은 파국을 돌파할 해법이 있다든지, 아직 골든타임이 남았다든지 하는 단순한 낙관주의를 택하지 않고, 절망을 인정하면서도 사랑과 연민, 그리고 실천을 통해 파국 이후의 삶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길을 모색합니다. 이번 북클럽은 단지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우리를 점점 옥죄고 있는 파국의 공포에 대해 각자의 감정과 생각을 나누며, 함께 이 어려운 시대를 헤쳐나갈 지혜와 용기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일정 : 2025년 5월 22일 부터 매주 목요일 4주간, 저녁 7:30-9:30
진행방식 : 현장+온라인 줌(오프라인 4명 이하일 경우 전체 온라인 전환)
기후위기 북클럽과 함께!
[읽는 신학교] 기독교의 역사: 걸음들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는 기독교(정확히는 개신교)의 주요 사상과 신학이 어떻게 발전하고 논쟁을 거듭하며 확립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신학적 논의가 역사적 사건들과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살펴보면서, 개신교 사상이 단순한 교리 체계를 넘어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조명합니다. 입문서보다는 조금 수준이 높지만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함께 읽어갈 분을 기다립니다.
세션3 일정 _ 2025. 6. 2~6. 29 (총 4주)
난이도:★★★★☆
매일 온라인 챌린지(밴드 활용)
참가비: 15000원 (청어람 후원회원 30%할인)
책은 개별적으로 준비하셔야 합니다.
읽는 신학교 참여하기
청어람 메일 매거진 '틈' 22호: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맨날 읽어요?
어제의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읽는 정아님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매일 읽는 사람, 차정아입니다. 책을 읽다보니 제가 살고 있는 세상이 전에 알고 있던 만큼 좋은 세상은 아니란 걸 알게 되었어요. 깨달음은 매일 일어나야 하는 것이더라고요. 책을 읽고 반복적으로 깨달음을 얻어야, 깨달은 대로 사유를 지속할 수 있고, 익숙했던 과거의 나 자신에게서 약간의 변화라도 가능하겠다 싶었어요. 어제 깨달았던 것을 오늘 다른 문장으로 깨닫기 위해 매일 읽게 되었고, 언제부턴가 이렇게 자기소개를 합니다. “폭력적인 구조 안에서 덜 폭력적으로 살기 위해 매일 책을 읽는 사람입니다.”
틈 22호 살펴보기
세속성자 주일모임
세속성자 주일모임은 탈교회 시대 성도들의 필요에 대한 응답이자, 탈교회 이후의 교회와 예배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실험입니다. 교회 바깥에서 새로운 예배의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임시적 예배의 공간을 제공하고, 대안적인 예배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모임: 5월 25일 오후 2시
주일모임 참석 예약하기
청어람의 정기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청어람은 한국교회와 한국사회가 꼭 검토해야 할 주제가 무엇인지 제안하고, 통과해야 할 토론을 외면하지 않도록 꾸준하게 모임, 챌린지, 세미나 등을 기획하며 담론의 장을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청어람의 정기후원자가 되셔서 다양한 주제의 활동을 살펴보시고, 30% 할인된 가격으로 모임과 강좌를 이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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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빌 언덕 🐢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풍관
안녕하세요. 여러 ‘날’들로 빼곡한 5월은 잘 보내고 계실까요? 저는 5월이 되고 나서야 제 일상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사 온 지 1년 만에 커튼을 다시 달았고, 얼마 전에는 파주시 월롱에 있는 대형 식물 매장에 가서 화분도 몇 개 들여왔습니다. 깜짝 이벤트로 5만 원짜리 수국을 3만 원에 판매하길래 냉큼 구매했고요. 식충식물인 ‘파리지옥’과 ‘네펜데스’를 찾겠다며 총총 걷는 저희 집 어린이의 뒷모습도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지난 연휴 기간에는 하미나 작가의 『미쳐 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동아시아, 2021)을 읽었습니다. 강화도로 향하는 차 안에서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해 며칠 만에 완독할 만큼 사로잡혀 있었어요. ‘미괴오똑’은 ‘제2형 양극성장애’(조울증) 당사자이기도 한 저자가 우울증을 경험한 젊은 여성들의 인터뷰를 엮은 책입니다. 이 책에는 저자 뿐 아니라 ‘우울증’을 경험한 여성 당사자들의 언어와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그들의 언어는 남성들이 주류인 정신의학계의 접근법이 이해하지 못했던 ‘여성 우울증의 사회적 맥락’을 밝힙니다. 그것이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요.
나아가 저자는 여성 우울증 환자들이 치료와 분석의 대상만이 아니라, 고통의 탐구자이자 돌봄과 연대의 주체임을 보여줍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경유하면서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무지를 배웠습니다. 제가 저와 함께 살아온 여성들의 고통을 얼마나 얄팍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알았고, 어린 시절 어머니가 저에게 ‘화풀이를 한다’고 느낄 때마다 차분한 목소리로 “네가 엄마를 이해하라”라던 제 아버지의 조언이 비겁한 합리화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미쳐 있고 괴상하지만, 동시에 오만하며 똑똑한 여자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말과 글이 아니라 이들에 의한 말과 글이다. 무엇보다 주요한 의사결정권이 이삼십 대 여성에게 직접 주어져야 한다.” -미쳐 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하미나 저 예스24 eBook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말과 글이 아니라 이들에 의한 말과 글이다.” 이 문장 앞에서는 제가 참여하고 있는 ‘세속성자 글쓰기’ 모임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세속성자 글쓰기 모임의 주제는 ‘나의 신앙 여정 돌아보기’입니다. 모임에 참여한 분들의 글을 읽다 보면 ‘참 신기하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 글들이 그간 한국교회에 관해 들어왔던 그 어떤 말과 글보다도 제 마음을 건드리거든요. 잊고 있던 어린 시절 추억이나 교회에 깊은 회의를 품었던 순간이 생생하게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그 시절의 설렘과 기쁨, 고통이나 수치심 같은 감정들까지도요. ‘나만 그랬던 건 아니었구나’ 싶어 깊은 위로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한국교회에 정말 필요한 이야기가 여기 있구나 하며 호들갑을 떨고 싶어지기도 해요. 이 이야기들이 더 풍성해지고 서로 연결되어서 ‘미괴오똑’처럼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 미래를 조심스럽게 소망해 봅니다.
흩어져 있었던 고통의 경험들이 언어화될 때 우리 앞에 새로운 세계의 진입로 하나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계라니, 말만 들으면 참 근사한데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지요. 나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부끄러움, 내가 누려온 특권을 인정해야 하는 괴로움, 믿어 왔던 가치들이 산산조각나며 발생하는 우울감, 헛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까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일에는 이 모든 곤란도 포함되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요즘 저는 청어람의 여러 모임과 성서일과 덕분에 용기를 가져 볼 수 있습니다. 저와 같은 두려움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저의 ‘비빌 언덕’이 되어 주고 있달까요.
청어람이 여러분께 그런 곳이 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홀로 서성이다가도 언제든 들를 수 있는, 불안과 고민을 마음껏 꺼내놓으며 비벼 볼 만한 언덕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세속성자 글쓰기 모임을 유심히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울러 곧 청어람에서 열릴 모임에도 눈길을 주세요. 밀려난 이들의 경험에서 복음의 의미를 다시 배우고 우리 모두의 ‘집’을 구성해 보고자 꾸린 ‘밀려난 이들의 집’, 심각한 기후위기의 절망을 인정하면서도 사랑하고 실천하며 파국 이후의 삶을 함께 고민하는 ‘파국 이후의 삶’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세계’는 6월 대선을 앞두고 ‘돌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를 그려보는 시간입니다. 대선 정국에서 빠르게 소비되고 흩어질 말들이 아닌, ‘어떤 사회를 함께 만들어갈 것인가?’로 우리를 데려갈 생생한 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끝으로 세속성자 글쓰기 모임에서 나온 귀한 문장을 소개합니다. 감사합니다.
“단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느님의 뜻을. 누가 알 수 있다고. 특히나 다른 사람에게 향하는 하느님의 뜻을. (…) 조심히 살폈으면 좋겠다. 내게로 향하는 하느님의 뜻은. 나를 향한 연민도, 구차하게 늘어놓는 변명도 아닌, 벌거벗은 채로 우리 둘 사이에서 숨길 수 없는 정직함 앞에서. 그럴 용기가 아직 없는 것을 나는 또 다른 '죄'라고 부르고 싶다.” - Y님
💫청어람에서는 지금?!
[마침] [대화모임] 나중이 없는 민주주의,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의 3주간의 모임을 마쳤습니다.
[진행 중] <읽는 신학교>는 <도미니언>은 18장 <과학>부분을 읽어가는 중입니다.
[진행 중] <나의 신앙 여정 돌아보기>는 <의심>을 주제로 글을 나눕니다.
[진행 중] [성서일과 원정대] 5월 부활절은 매일의 성서일과에 따라 온라인 밴드에서 나눔을 이어갑니다.
[온라인 강의 즉시 수강] 드라마로 사회읽기, 현대신학의 줄기와 잎새들, 갈라디아서 - 온라인 신약학 클래스, 독서학교, 여성주의 영성 - 새로운 담론을 찾아서 등의 다양한 강좌를 바로 수강하실 수 있습니다.
[재정보고] 청어람 재정/후원내역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마음을 모아주시는 후원자 여러분께 언제나 감사를 드립니다.
오직 고통당하는 하나님만이』 출판 기념 북토크에 초대합니다!
"오직 고통당하는 하나님만이"
이 짧은 고백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깊은 질문과 소망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IVP와 청어람ARMC가 함께 준비한 이번 북토크에서는, 의심과 고통, 그리고 그 너머의 소망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눕니다.
*일시: 2025년 5월 14일(수) 저녁 7:30–9:00
현장: VP산책 X 일용할커피(마포구 동교로 156-10)
온라인: 청어람ARMC 유튜브 생중계
박현철 대표(청어람ARMC) X 김종호 목사(역자) X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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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9주기 여성주의 연합예배 <너희는 먼저 [ ] 나라와 [ ] 의를 구하라>
2017년부터 시작된 여성주의연합예배는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는 예배를 꿈꾸며 여러 공동체가 함께 마음을 모아 이어온 신앙의 연대입니다. 올해로 9년째, 다시금 함께 모입니다. 2025년 여성주의연합예배는 떼제 기도의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침묵과 기도, 노래와 말씀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기억하고, 이 땅의 혐오와 폭력을 멈추게 할 상상과 꿈을 나누고자 합니다.
*일시: 2025년 5월 15일(목), 저녁 7시 30분
*장소: 대한성공회 대학로교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93, 혜화역 3번 출구 12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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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북클럽]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세계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여러 논의가 교차하는 '돌봄'의 가치를 이해하고 정치적 맥락을 살피며 다양하고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 앞으로의 한국 사회를 함께 그려봅시다.
일정: 2025년 5월 21일~6월 4일, 수요일 3주 저녁 7:30~9:30
모집 인원: 10명 내외
진행 방식: 현장과 온라인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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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성자 북클럽] 밀려난 사람들의 집
주류 권력의 복음이 아니라 ‘적은 무리의 복음’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으신 분, 스스로 ‘밀려난’ 경험을 갖고 있거나, ‘밀려난’이들과 어떻게 연대하면 좋을지 고민하시는 분, 변방에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우리의 영토, 집을 마련하고 따뜻하고 느슨한 공동체를 경험하고 싶으신 분을 기다립니다. 차별과 배제로 인해 잊혀진 목소리들이 교차하는 곳에서, 치열하게 묻고 답하며 모두의 연대를 다져 보아요.
일정 : 2025년 5월 19일 부터 매주 월요일 4주간, 저녁 7:30-9:30
진행방식 : 현장+온라인 줌(오프라인 4명 이하일 경우 전체 온라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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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북클럽] 파국 이후의 삶
이 책은 파국을 돌파할 해법이 있다든지, 아직 골든타임이 남았다든지 하는 단순한 낙관주의를 택하지 않고, 절망을 인정하면서도 사랑과 연민, 그리고 실천을 통해 파국 이후의 삶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길을 모색합니다. 이번 북클럽은 단지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우리를 점점 옥죄고 있는 파국의 공포에 대해 각자의 감정과 생각을 나누며, 함께 이 어려운 시대를 헤쳐나갈 지혜와 용기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일정 : 2025년 5월 22일 부터 매주 목요일 4주간, 저녁 7:30-9:30
진행방식 : 현장+온라인 줌(오프라인 4명 이하일 경우 전체 온라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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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신학교] 기독교의 역사: 걸음들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는 기독교(정확히는 개신교)의 주요 사상과 신학이 어떻게 발전하고 논쟁을 거듭하며 확립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신학적 논의가 역사적 사건들과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살펴보면서, 개신교 사상이 단순한 교리 체계를 넘어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조명합니다. 입문서보다는 조금 수준이 높지만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함께 읽어갈 분을 기다립니다.
세션3 일정 _ 2025. 6. 2~6. 29 (총 4주)
난이도:★★★★☆
매일 온라인 챌린지(밴드 활용)
참가비: 15000원 (청어람 후원회원 30%할인)
책은 개별적으로 준비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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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 메일 매거진 '틈' 22호: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맨날 읽어요?
어제의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읽는 정아님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매일 읽는 사람, 차정아입니다. 책을 읽다보니 제가 살고 있는 세상이 전에 알고 있던 만큼 좋은 세상은 아니란 걸 알게 되었어요. 깨달음은 매일 일어나야 하는 것이더라고요. 책을 읽고 반복적으로 깨달음을 얻어야, 깨달은 대로 사유를 지속할 수 있고, 익숙했던 과거의 나 자신에게서 약간의 변화라도 가능하겠다 싶었어요. 어제 깨달았던 것을 오늘 다른 문장으로 깨닫기 위해 매일 읽게 되었고, 언제부턴가 이렇게 자기소개를 합니다. “폭력적인 구조 안에서 덜 폭력적으로 살기 위해 매일 책을 읽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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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성자 주일모임
세속성자 주일모임은 탈교회 시대 성도들의 필요에 대한 응답이자, 탈교회 이후의 교회와 예배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실험입니다. 교회 바깥에서 새로운 예배의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임시적 예배의 공간을 제공하고, 대안적인 예배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모임: 5월 25일 오후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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